우리 말도 익혀야지
 (962) 속 39 : 생활 속에서

 

어떤 말이든지 생활 속에서 익혀야 비로소 제것이 되는 것이다
《이오덕-무엇을 어떻게 쓸까》(보리,1995) 65쪽

 

  이오덕 님이 쓴 《우리 글 바로쓰기》를 읽으면, 또 이 보기글이 실린 《무엇을 어떻게 쓸까》를 읽으면, 한자말 ‘생활(生活)’은 굳이 쓸 까닭이 없다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그러나 막상 이오덕 님이 쓴 글에 한자말 ‘생활’이 가끔 나타납니다. 이오덕 님이 1980년대 끝무렵부터 우리 말글을 올바르게 쓰는 길을 찾으려고 무척 애쓰셨지만, 예전에 쓰신 글에 나타난 아쉬운 대목을 미처 털지 못하신 셈이고, 스스로 바지런히 힘써서 알맞지 못한 낱말과 말투를 걷어내셨지만, 오랜 나날 익숙하게 쓰던 낱말과 말투가 가끔 튀어나온 셈입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삶’이며 ‘살면서’로 손볼 수 있습니다. “제것이 되는 것이다”는 “제것이 된다”로 손질합니다.

 

 생활 속에서
→ 살면서
→ 살아가면서
→ 살아가며
→ 삶에서
 …

 

  한국사람이 한국사람답게 쓰는 말투는 ‘살면서’입니다. 어른도 살고 아이도 살아요. 사람도 살고 짐승과 벌레도 삽니다. 풀과 나무도 살고 새와 무지개도 살아요. 모두 산 목숨입니다. 저마다 싱그러이 푸른 숨결입니다. 삶은 겉과 속이 따로 없습니다. “삶에서” 무언가를 찾거나 “삶 아닌 곳에서” 무언가를 찾는다고 말해야 올바릅니다. 4346.11.4.달.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어떤 말이든지 살면서 익혀야 비로소 제것이 된다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책순이와 책돌이 (도서관일기 2013.11.2.)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아이들과 서재도서관에 가면, 큰아이는 책순이 되고 작은아이는 책돌이 된다. 책순이와 책돌이는 골마루를 기운차게 뛰어다니면서 땀범벅이 되기도 하고, 땀을 들이면서 책을 펼쳐 읽기도 한다. 아이들 노는 모습 물끄러미 지켜보며 생각한다. 어린이책 잘 갖춘 도서관이 요즈음 들어 하나둘 새로 문을 여는데, 이 도서관은 맨 먼저 아이들 놀이터가 되어야지 싶다. 아이들은 도서관으로 들어오기 앞서 도서관을 둘러싼 들판이나 숲에서 실컷 뛰놀고, 냇물에서 손과 낯을 씻은 뒤, 땀을 천천히 식히면서 종이책 손에 쥐도록 하면 가장 아름다우리라 느낀다.


  놀고 나서 책이다. 신나게 뛰놀고 나서 책이다. 놀이와 함께 있는 책읽기요, 놀이하는 아이들이 마음을 살찌우려고 손에 쥐는 책이다.


  아이들한테 책을 읽히려 한다면, 몸이 자라도록 개구지게 뛰놀도록 해야지 싶다. 몸이 튼튼하게 자라는 아이들이 마음 또한 아름답게 자라도록 이끄는 책읽기를 가르쳐야지 싶다.


  놀 적에 다른 동무를 아끼고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책을 읽을 적에 책이 안 다치도록 곱게 쥐어 펼칠 수 있어야 한다. 몸을 살찌우는 놀이를 즐기고 나서, 마음을 북돋우는 책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그러니까, 책순이와 책돌이는 언제나 놀이순이와 놀이돌이인 셈이다. 놀순이 놀돌이로 달리고 뛰고 구르다가, 시나브로 책순이 책돌이 되어 눈빛 초롱초롱 밝힌다. 우리 어른들도 즐거이 일하고 노는 삶 누리면서 아름다운 책 하나 손에 쥘 수 있기를 바란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1.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다시 읽을 수 있는 글로 쓰기

 


  스스로 삶에서 길어올린 시를 쓰면 된다. 문학이 되도록 하는 시가 아니고, 작품으로 빛나야 하는 시가 아니다. 잡지에 내거나 책으로 엮어야 하는 시가 아니다. 시를 쓴 사람 스스로 즐거워, 언제나 다시 읽고 거듭 읽으면서 마음을 가꾸고 살찌울 만한 시가 되도록 마음을 기울일 노릇이다.


  삶을 아름답게 가꾸고 싶기에 쓰는 글이다. 누가 써 달라 해서 쓰는 글이 아니다.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가 있을 때에 쓰는 글이다.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라면 날마다 조곤조곤 새겨서 읽을 수 있고, 새롭게 읽을 수 있다. 남들이 많이 읽어 주어야 할 글이 아니라, 스스로 되읽으며 생각을 북돋울 글이면 된다.


  사랑이 자라도록 하는 글일 때에, 비로소 시요 이야기요 삶이 된다. 4346.11.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글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세상에서 가장 예쁜 고양이 카이
이와고 히데코 지음, 구혜영 옮김, 이와고 미츠아키 사진 / 동쪽나라(=한민사)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내 삶으로 삭힌 사진책 66

 


이 아름다운 숨결을 사진과 함께
― 세상에서 가장 예쁜 고양이 카이
 이와고 미츠아키 사진, 이와고 히데코 글
 동쪽나라 펴냄, 2003.9.10.

 


  아이들과 살아가며 글이 태어납니다. 아이들과 살아가지 않던 지난날에도 글은 마음속에서 태어났는데, 아이들과 살아가며 이 아이들이 나누어 주는 고운 빛을 받는 글이 태어납니다.


  글은 어디에서나 태어납니다. 시골에 살거나 도시에 살거나 글은 늘 어디에서나 태어납니다. 복닥거리는 전철에서도 글은 태어납니다. 이른바 ‘지옥철’이라는 이름이 붙은, 인천서 서울로 달리는 전철에서도 글은 태어납니다. 지옥철을 타며 온몸이 마른오징어처럼 납작해지는 하루를 견디는 동안에도 글은 얼마든지 태어납니다. 매캐한 배기가스 맡으며 회사를 오가야 하는 길에서도, 대학입시에 목을 매달도록 내모는 시험지옥 고등학교에서도, 글은 언제나 태어납니다.


  무시무시한 곳이라 해서 글이 못 태어나지 않습니다. 어둡고 퀴퀴하며 슬픈 곳이라 해서 맑거나 사랑스러운 글이 못 태어나지 않습니다. 살림이 넉넉하거나 근심걱정 없다 싶은 곳이라 해서 맑거나 고운 글만 태어나지 않습니다. 어떠한 글이든 어디에서나 태어나고, 어느 삶자리에서든 어떠한 글이라도 길어올릴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글로 빚고, 아이들과 부대끼는 나날을 사진으로 옮깁니다. 글을 잘 쓰기에 아이와 살아가는 이야기를 쓰지 않습니다. 사진기를 잘 다루기에 아이와 부대끼는 나날을 사진으로 옮기지 않습니다. 연필과 종이가 있기에 글을 써요. 필름(또는 메모리카드)과 사진기 있기에 사진을 찍어요.


  멋스럽게 찍지 않아도 멋스러운 삶입니다. 멋스럽게 꾸미지 않아도 멋스러운 사랑입니다. 삶을 누리는 그대로 쓰면 글이 되고, 삶을 즐기는 그대로 찍으면 사진이 됩니다. 이 아름다운 숨결을 글과 함께 빚고, 이 아리따운 숨결을 사진과 함께 일굽니다.


.. 이날 카이의 모습은 평소와 달리, 침착해 보였습니다. 대체 어디를 보고 있는 걸까요? 무슨 소리를 듣고 있는 걸까요? 우리로서는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그냥 따사로운 봄햇살이 내려쪼이는 창가에서 행복한 듯 평화로이 앉아 있는 모습이군요 ..  (39쪽)

 

 


  날마다 꾸준히 밥을 새로 차려서 먹듯이, 날마다 꾸준히 글을 새로 일굽니다. 날마다 꾸준히 옷을 갈아입히듯이, 날마다 꾸준히 사진을 새삼스레 찍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아이를 찍더라도 늘 다른 사진이 나옵니다. 같은 집에서 같은 아이와 얼크러지더라도 늘 다른 글이 태어납니다.


  생각해 보면, 같은 집에서 날마다 마주하는 똑같은 일이라 하지만, 어제와 오늘은 다르고, 오늘과 모레가 달라요. 다 다른 날에 다 같은 일을 한다 하지만, 다 같은 일이란 참말 없습니다. 조금씩 다른 일이요, 새롭게 다른 일이며, 새삼스레 다른 일입니다. 그러니까, 아이와 살아가는 이야기를 글로 쓰더라도 날마다 다른 글을 쓰고, 아이와 복닥이는 이야기를 사진으로 찍더라도 노상 다른 사진을 찍을 수 있어요.


  아침해와 저녁해를 사진으로 찍어 보셔요. 날마다 다를밖에 없습니다. 아침햇살과 저녁햇살을 가만히 바라보며 날마다 글로 써 보셔요. 참말 날마다 다른 글을 쓸밖에 없습니다.


  학교 가는 길이건 회사 가는 길이건 날마다 달라요. 같은 때에 집을 나서 같은 때에 버스나 전철을 타더라도, 날마다 다른 하루요, 날마다 다른 이야기 샘솟습니다. 그러니까, 날마다 얼마나 다른 줄 느낄 때에 글을 쓰고 사진을 찍어요. 날마다 어느 만큼 새로운 빛이 흘러드는가를 느낄 때에 글과 사진을 빚어요.


  움직이는 삶이기에 움직이는 글이 됩니다. 흐르는 삶이기에 흐르는 사진이 됩니다. 애써 꾸미거나 지을 까닭이 없어요. 움직이는 삶을 따라 글을 쓰기만 해도 미처 못 쓰는 글이 있어요. 흐르는 삶과 나란히 거닐며 사진을 찍어도 모든 모습을 찍지 못해요.


.. 아침부터 눈이 내리더니 하염없이 수북수북 쌓여만 갑니다. 멋진 경치를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지요. 우리는 집 근처에 있는 노가와 공원으로 나갔습니다. 카이 입장에서 보면 뭐가 멋진 경치냐고 하겠지만 말예요 … 카이에게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경이로운 계절의 변화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눈이 올 때마다 노가와 공원에 데리고 갔습니다 ..  (43, 72쪽)

 


  가장 아름답구나 싶은 때에 글을 씁니다. 가장 사랑스럽구나 싶은 때에 사진을 찍습니다. 연필을 들어 종이에 또박또박 씁니다. 사진기를 들어 한 장 두 장 신나게 찍습니다. 네 숨결을 내 가슴으로 맞아들입니다. 내 숨결을 네 가슴에 건넵니다. 네 삶빛이 내 마음속으로 스며듭니다. 내 삶빛이 네 마음밭으로 젖어듭니다.


  서로 눈빛이 오갑니다. 서로 사랑이 오갑니다. 서로 손길이 오갑니다. 아름답게 꿈을 꾸며 아름답게 쓰는 글이요, 아리땁게 꿈을 지으며 아리땁게 찍는 사진입니다. 삶을 아름다이 일구면서 글 또한 저절로 아름다이 흘러요. 삶을 아리따이 돌보면서 사진 또한 시나브로 아리따이 자라요.


  사진을 찍으러 미국에 가도 되고 일본에 가도 됩니다. 사진을 배우러 프랑스에 가도 되고 영국에 가도 됩니다. 그리고, 사진을 찍으러 마을 한 바퀴 돌아도 되고 이웃이나 동무를 만나러 가도 됩니다. 사진을 배우러 아이와 복닥이며 살림을 꾸려도 되고 논밭을 일구어도 됩니다.


  미국여행과 일본여행도 사진이 됩니다. 마을걷기와 이웃사랑도 사진이 됩니다. 프랑스나 영국에 있는 이름난 학교에서도 사진을 배웁니다. 아이들한테서도 사진을 배우고, 집살림 꾸리면서도 사진을 배웁니다.


  사진은 이론도 실기도 아닙니다. 사진은 사진입니다. 사진은 창작을 하지 않고 작품이 되지 않습니다. 사진은 사진입니다. 사랑스러운 아이가 곁에 있는데 사랑스러운 아이를 사진으로 찍지 못한다면, 무엇을 사진으로 찍을까요. 아름다운 삶이 언제나 내 곁에서 흐르는데 이 아름다운 삶을 사진으로 찍지 않는다면, 무엇을 사진으로 찍는가요.


  꽃을 찍어야 하지 않습니다. 모델을 찍어야 하지 않습니다. 어떤 장치를 해서 무언가 넌지시 보여주려는 소품을 찍어야 하지 않습니다. 설치예술을 한대서 사진이 되지 않습니다. 가난한 동네를 찍어야 하지 않습니다. 힘든 이웃이나 정치꾼을 찍어야 하지 않습니다.


  사진으로 찍어야 할 이야기라면, 사진기를 손에 쥔 사람 스스로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사진으로 담아야 할 모습이라면, 사진기를 어깨에 멘 사람 스스로 가장 아름답게 누리는 삶입니다.


  즐겁게 웃는 옆지기와 아이를 사진으로 찍습니다. 요모조모 앙증맞게 차린 밥상을 사진으로 찍습니다. 아이들과 신나게 뛰노는 들판에서 사진을 찍습니다. 토닥토닥 재운 아이 곁에서 사진을 찍습니다. 책방마실을 하며 사진을 찍고, 자전거를 타며 사진을 찍습니다. 빨래터에서 놀며, 텃밭에서 풀을 뜯으며, 하늘바라기를 하며, 멧골에서 냇물에 발을 담그며 사진을 찍습니다.


.. 남편은 언제나 카이의 눈높이에서 셔터를 눌렀습니다. 즉 고양이 사진을 찍을 때, 가능하면 배를 깔고 낮은 자세에서 사진 파인더를 바라보면 카이의 기분이 가장 잘 보인다고 합니다 … 이일라(Yilla)는 고양이에게 말을 걸면서 촬영했다고 하는데, 그래서일까요, 남편은 얼른 “미안해요. 모두 내 잘못이야.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난 너희들 사진을 찍고 싶단다. 이건 아저씨 일이니까 말이다.” 하고 말했습니다 ..  (69, 124쪽)

 

 


  내가 선 이곳이 나한테 가장 아름다운 삶터입니다. 나와 마주한 사람이 나한테 가장 사랑스러운 님입니다. 사진은 늘 바로 이곳에 있어요. 사진은 언제나 바로 오늘 이루어요.


  무엇을 찍느냐? 내 사랑을 찍어요. 누구를 찍느냐? 내 사람을 찍어요. 어디에서 찍느냐? 내 보금자리에서 찍어요. 왜 찍느냐? 즐겁게 살아가니 찍어요. 어떻게 찍느냐? 아름다운 눈길과 손길과 마음길로 찍어요. 언제 찍느냐? 활짝 웃을 적에 찍어요.


  밥을 지으며 무엇을 생각하는지 가만히 돌아보셔요. 밥을 짓듯이 사진을 찍으면 즐겁습니다. 빨래를 하며 무엇을 떠올리는지 살며시 헤아려요. 빨래를 하듯이 사진을 찍으면 재미있습니다. 노래를 부르면서, 놀이를 하면서, 잠을 자면서, 우리들 꿈과 사랑이 어떻게 흐르는가 하고 곰곰이 되새겨요. 홀가분하면서 씩씩하고 다부지게 사진을 찍으면 아름답습니다. 나는 나답게 찍는 사진입니다. 이녁은 이녁답게 찍을 사진입니다. 나는 나답게 읽는 사진입니다. 이녁은 이녁답게 읽을 사진입니다.


.. 강가에서 흠뻑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카이 몸에서 향긋한 냄새가 폴폴 납니다. 좁은 아파트 방 안에서는 솟구치는 고양이의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합니다 ..  (70쪽)

 


  이와고 미츠아키 님이 사진을 찍고 이와고 히데코 님이 글을 쓴 《세상에서 가장 예쁜 고양이 카이》(동쪽나라,2003)라는 사진책을 읽습니다. 사진이랑 글하고 함께 살아가는 두 사람이 엮고 일군 아름다운 사랑이 스민 이야기를 조그마한 책에서 읽습니다.


  참말, 사진찍기란 사랑찍기입니다. 사랑을 찍는 사진이니 삶을 찍어요. 삶찍기입니다. 사진읽기란 사랑읽기입니다. 사랑을 읽는 사진이니 삶을 읽어요. 사진을 찍은 사람은 이녁 사랑과 삶을 담고, 사진을 읽는 사람은 이녁 사랑과 삶을 읽습니다.


  이밖에 무엇을 더 찍거나 읽을 수 있을까요? 이론이나 실기를 읽거나 찍는가요? 사조나 유행이나 흐름을 읽거나 찍는가요? 주의주장을 읽거나 찍는가요?


  삶은 이론도 실기도 아닙니다. 사랑은 사조도 유행도 흐름도 아닙니다. 사진은 사진일 뿐이지, 현대사진도 과거사진도 아닙니다. 사진은 사진일 뿐, 다큐사진도 패션사진도 아무 사진도 아닙니다.


.. 사실 남편은 밝히고 싶지 않겠지만, 카메라가 보이면 카이는 싫은 내색을 합니다. 나는 이런 카이의 기분을 알 것도 같습니다. 그래서 남편 귓속에다 살며시, 카이에게 들리지 않도록 최대한 속삭이면서 말했습니다. “카이는 다 기억하고 있어요. 모든 걸 말예요.” ..  (149쪽)

 


  아침해가 뜨고 아이들이 깨어납니다. 작은아이는 일어나자마자 쉬를 눈 뒤 곧바로 똥을 눕니다. 속이 개운하겠네. 똥이 마려워서 잠을 깼니. 다 컸구나. “누나는 자.” 하고 말하는 세 살 아이가 혼자 씩씩하게 마당으로 내려가서 놉니다. 아침볕을 듬뿍 받습니다. 혼자서도 까르르 웃으며 노래를 하고, 가을볕 드리우며 까맣게 익은 부추씨를 보다가, 새까만 까마중알 쳐다보다가, 구름을 노랗게 물들이며 천천히 오르는 해를 바라봅니다.


  멧새는 아침부터 부산하게 날아다니며 노래하고 먹이를 찾습니다. 개미도 바지런히 먹이를 물어 나르겠지요. 아직 겨울잠 안 자는 풀벌레도 곧 모두 겨울잠에 들어요. 서늘한 바람이 불며 가랑잎 지고 풀잎 시듭니다. 머잖아 차가운 바람이 불다가 눈송이 흩날릴 테지요.


  가을이 깊어 가을빛을 사진으로 누립니다. 겨울이 찾아와 겨울빛을 사진으로 즐깁니다. 가을과 겨울 지나면 새봄에 봄빛을 사진으로 밝히겠지요. 여름에는 여름빛 싱그러운 사진이 됩니다.


  사진은 늘 오늘을 찍습니다. 사진은 언제나 이곳에서 찍습니다. 가만히 생각하면, 사진뿐 아니라 글도, 노래도, 그림도, 춤도, 흙일도, 물일도, 집일도, 아이키우기도, 책읽기도, 온누리 어떠한 것이라도 늘 오늘 이곳에서 이룹니다.


  삶이란 바로 오늘 이곳에서 누려요. 사랑이란 바로 오늘 이곳에서 나눠요. 생각이 자라며 사진이 자라고, 마음이 크면서 사진이 빛납니다. 삶을 보듬으며 사진이 새롭고, 사랑을 아끼면서 사진이 새삼스럽습니다. 4346.11.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ppletreeje 2013-11-05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희 가족도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쁜 고양이 카이>
즐겁게 읽은 오래전의 그 시간들이 떠오릅니다.^^
오늘 함께살기님의 느낌글 읽으며 카이 사진 보니, 기분이
왠지 더 맑아지고 몽실몽실 해요~
마을 고양이들이 언제나 마당에서 논다니, 참 정겹고 부러워요~*^^*

파란놀 2013-11-05 09:51   좋아요 0 | URL
이와고 미츠아키 님이
길고양이를 사진으로 가장 잘 찍는 분인데
막상 처음 번역된 이 고양이 사진책은 절판되고
다른 아름다운 고양이 사진책은 번역이 안 되고...
그렇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가끔 이분 일본 사진책을 한 권씩 사서 모아요~
 

메에 깃들어 멧사람이 되는 안승일 님은 멧골과 멧숲과 멧꽃과 멧나무 이야기를 사진으로 들려준다. 《삼각산》과 《한라산》을 선보였고, 《굴피집》과 《아리랑》을 선보였다. 《백산백화》에서는 백두산 멧꽃 백 가지하고 백두산 멧빛 백 갈래를 보여준다. 백두산에 백 가지 꽃만 있겠는가. 백두산에서 백 갈래 빛만 드리우겠는가. 천 가지 만 갈래 깊디깊은 이야기와 사랑이 숨쉬리라. 뒷산에도 앞산에도, 높은 산에도 낮은 산에도, 모두 보드라운 숲바람 불면서 따사로운 숲내음 건사하는 멧노래 흐르겠지.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백산백화- 백두산 산약초 100, 풍광 100
안승일 사진 / 호영 / 2013년 7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2013년 11월 04일에 저장
절판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