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무엇을 배우는가

 


  아이는 언제나 스스로 살아갈 길을 배운다. 아이는 씩씩하게 살아갈 길을 어버이한테서 물려받고 싶다. 아이는 즐겁게 노래하는 길을 배운다. 아이는 사랑스럽게 어깨동무하는 길을 어버이한테서 나누어 받고 싶다.


  호미질을 하는 어버이 곁에서 아이들은 ‘호미순이’나 ‘호미돌이’ 된다. 자가용 으레 모는 어버이 곁에서 아이들은 ‘자동차순이’나 ‘자동차돌이’ 된다. 책을 즐겨읽는 어버이 곁에서 아이들은 ‘책순이’나 ‘책돌이’ 된다. 자전거 나들이 좋아하는 어버이 곁에서 아이들은 ‘자전거순이’나 ‘자전거돌이’ 된다.


  어버이는 이녁 삶을 노상 아이한테 물려주거나 가르친다. 어버이는 이녁 생각을 노상 아이한테 보여주면서 알려준다. 어버이는 이녁 사랑을 노상 아이와 함께 가꾸거나 일군다. 어버이는 스스로 바라는 대로 삶을 이루고, 아이는 어버이 곁에서 앞으로 살아갈 꿈을 천천히 헤아린다. 4346.11.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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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삶에 한 줄, 아름답게 읽는 책

 


  이오덕 님이 2003년 8월에 흙으로 돌아가신 뒤 《내가 무슨 선생 노릇을 했다고》(삼인,2005)라는 책 하나 나왔습니다. 이 나라 아이와 어른 모두를 생각하면서 꾹꾹 눌러쓴 글을 모은 책입니다. 첫머리인 12쪽을 보면, “나는 지금 생각한다. 내가 배운 학교 공부, 내가 읽은 책들, 도시와 문명이란 것, 그것이 얼마나 나를 해쳤는가! 내가 만약 보통학교에도 들어가지 않고 집에서 마을 사람들과 같이 땅 파고 짐 지면서 일을 몸에 붙이고 자랐더라면 나는 얼마나 자연스럽게 일찌감치 삶의 진리를 얻어 가졌을 것인가!” 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오덕 님은 아이도 어른도 “삶의 진리”를 찾아야 한다고, ‘거짓교육’ 아닌 ‘참교육’을 해야 하고, 아이와 어른 모두 ‘거짓삶’ 아닌 ‘참삶’을 찾아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오늘도 어제와 같이 환하게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햇살이 마을마다 곱게 드리울 무렵 우리 마을 포근히 감싸는 멧자락에 깃들며 살아가는 새들이 마을로 내려옵니다. 마을 둘레 풀숲에서 깃을 부비는 작은 새들도 이무렵 일어나서 노래를 합니다. 작은 새도 큰 새도 저마다 아침노래를 부릅니다.


  새들도 먹이를 찾고, 새들도 똥을 눕니다. 새와 마찬가지로, 벌레도 먹이를 찾고, 벌레도 똥을 누어요. 짐승들도 그렇지요. 지렁이도 그렇고 물고기도 그렇습니다. 지구별에 깃든 모든 목숨들은 ‘밥을 먹고 똥을 눕’니다. 그런데, 사람을 뺀 모든 목숨들은 밥을 먹거나 똥을 누며 지구별을 더럽히지 않아요. 새똥도 벌레똥도 지렁이똥도 물고기똥도 모두 지구별을 촉촉하게 적시며 살찌웁니다. 새도 벌레도 지렁이도 물고기도 모두 지구별에 쓰레기를 내놓지 않습니다. 오직 오늘날 물질문명 사람들만 쓰레기를 내놓고, 지구별을 더럽히며 갖가지 전쟁무기를 만들어 나라를 지키겠다고 윽박지릅니다.


  짐승과 벌레와 물고기는 서로 먹고 먹히지만, 무기를 들며 싸우는 일이 없습니다. 무기를 만드는 목숨은 오직 사람입니다. 게다가, 시골에서 흙을 만지는 여느 시골사람은 무기를 안 만들어요. 낫과 쟁이와 가래가 있을 뿐입니다. 먼먼 옛날부터 서울에 사는 임금님과 신하만 무기를 만들어 군대를 거느려요. 먼먼 옛날부터 고을마다 사대부와 권력자와 부자만 돈으로 사람을 사서 무기를 갖추고 지킴이(군인 노릇 하는)를 두어요.


  살아가는 빛, “삶의 진리”란 무엇일까요. 무기를 갖추어 재산과 이름과 권력을 지키는 일이 “살아가는 빛”이 될까요. 대학교나 아파트나 은행계좌가 “살아가는 빛”이 될 만할까요.


  아라키 노부요시 님이 쓴 《천재 아라키의 애愛정情 사진》(포토넷,2013)이라는 책을 읽다가 27쪽에서 “찍히는 사람은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하잖아요. 찍는 사람도 대상이 어느 때보다 행복해 하는 모습, 아름다워 보이는 순간을 포착하고 싶어 해요. 그래서 그런 모습을 찾고 또 찾아요. 신기한 건 결국 그런 장면을 찾게 된다는 사실이에요.”와 같은 글월을 봅니다. 아름다운 모습을 찍고 싶다 생각하면서 아름다운 모습을 찾는 사진가는 끝내 아름다운 모습을 찾아내기 마련이고 이녁 사진으로 담는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모습을 찍히고 싶은 사람은 언제나 아름다운 모습을 생각하면서 스스로 아름다운 삶을 일군다고 합니다.


  흙을 기름지게 가꾸겠노라 생각하면서 흙을 기름지게 가꿉니다. 아이들과 살가이 얼크러지면서 삶을 즐겁게 짓겠노라 생각하면서 참말 아이들과 살가이 지내고 삶을 즐겁게 짓습니다.


  책을 아름답게 읽고 싶기에 스스로 아름답다 싶은 책을 알아봅니다. 책을 사랑스럽게 읽고 싶기에 스스로 사랑스럽다 싶은 책을 살핍니다. 말을 곱게 하고 싶은 사람은 늘 고운 말을 생각하고 찾고 살피면서 이녁 말씨를 곱게 가다듬습니다. 밥을 구수하게 지어 기쁘게 나누고 싶다 생각하는 사람은 늘 밥차림과 밥짓기를 구수하게 추슬러 기쁘게 나눕니다.


  참삶이란 참사랑입니다. 참사랑은 참배움(참교육)입니다. 참배움은 참빛입니다. 참빛은 참사람입니다. 참답고 착하며 고운 빛은 스스로 마음과 생각을 참답고 착하며 곱게 다스릴 때에 이룹니다. 4346.11.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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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민들레 두 송이

 


  곳곳에서 가을민들레를 만난다. 논둑에서도 밭둑에서도 만난다. 대문 앞에서도 만나고, 뒤꼍이나 길가에서도 만난다. 가을민들레는 봄민들레와는 조금 다르다. 꽃이 조금 더 작고 잎사귀도 조금 더 작다. 아무래도 봄보다 햇볕이 모자라기도 할 테고, 봄과 대면 햇볕이 차츰 늦게 뜨고 차츰 일찍 지니 이러할 만하다 싶다. 더구나 가을은 날마다 조금씩 쌀쌀해지니, 민들레로서도 서둘러 꽃대를 올리고 꽃을 피우다가는 바지런히 열매를 맺어 씨앗을 날려야겠지. 늦은 가을에도 노란 꽃빛 나누어 주어서 고맙다. 4346.11.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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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의 린네 9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279

 


이 땅에 떠도는 넋들
― 경계의 린네 9
 타카하시 루미코 글·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3.5.25.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은 흙으로 돌아갈 적에도 즐겁습니다. 몸을 흙에 내려놓고 넋은 새로운 누리로 나아가리라 믿습니다. 즐겁게 살아가지 못하던 사람은 흙으로 돌아가려고 하지 않습니다. 더욱이, 넋조차 스스로 어디로 가는가를 깨닫지 못하거나 생각하지 못하니, 이리 얽히고 저리 설킵니다.

  죽는 사람이 옷을 입고 가지 못합니다. 죽는 사람이 돈을 가져가지 못합니다. 죽는 사람이 이름값이나 권력을 들고 가지 못합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가장 홀가분한 넋으로 새로운 누리로 갑니다.

  다시 태어난다 하더라도 이제까지 가지거나 얻거나 누리던 모든 것을 내려놓습니다. 그러니까, 언제나 즐겁게 나누면서 어깨동무를 하며 살던 사람은, 언제나 즐거운 빛입니다. 언제나 즐거움과 동떨어진 채 홀로 거머쥐거나 차지하려던 사람은, 언제나 갑갑하고 바쁘며 찌푸리는 얼굴입니다.


- ‘케이코 선생님의 과거령은 자기의 쓰라린 경험 때문에 수험생을 쉬게 하려 한 것입니다.’ (24쪽)

 

 


  돈을 벌어야 한다면 왜 벌어야 할까요. 은행계좌에 차곡차곡 모으거나 땅을 사려고? 일을 해야 한다면 왜 해야 할까요. 돈을 벌어 집과 옷과 밥을 사야 하니? 날마다 어떤 낯으로 옆지기나 아이들이나 동무나 이웃을 마주하나요. 날마다 어떤 마음으로 일을 하거나 놀이를 하거나 나들이를 하는가요.


  열 살 나이도 한 번입니다. 스무 살 나이도 한 번입니다. 서른 살 나이와 마흔 살 나이, 예순 살 나이와 일흔 살 나이도 한 번입니다. 언제나 꼭 한 번만 누리는 날이요 해며 삶입니다. 어느 하루도 허투루 보낼 수 없을 뿐 아니라, 어느 하루도 빨리 지나가라 재촉할 수 없습니다.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인가요. 가장 사랑스러운 나날로 보내는 삶인가요. 가장 빛나는 아름다움을 마음속으로 포근히 안는 삶인가요.


- “한 가지 충고해 두지. 쥬몬지, 영의 소원대로 다 들어 주는 게 성불의 바른 길은 아니야.” (72쪽)
- ‘야요이 씨의 성불에 필요한 것은, 사랑받았다는 실감.’ “그래서 츠바사는, 그렇게 헌신적으로 야요이 씨를 상대했던 거야?” “나도 사랑의 고통이라면 누구보다도 잘 아니까.” (92쪽)

 

 


  타카하시 루미코 님 만화책 《경계의 린네》(학산문화사,2013) 아홉째 권을 읽습니다. 지난 삶에 얽매여 그만 지구별을 떠도는 넋이 된 사람들 이야기가 흐릅니다. 우리는 왜 지난 삶에 얽매여야 할까요. 나는 왜 지난 삶을 자꾸 떠올리면서 나한테 가장 소담스럽고 아름다울 ‘오늘 하루’를 부질없이 보낼까요. 오늘은 오늘을 살아갑니다. 오늘을 어제처럼 살지 못합니다. 오늘은 오늘 밥을 먹습니다. 오늘에 와서 어제 밥을 먹지 못합니다.


  오늘 해야 하니 오늘 합니다. 오늘 놀아야 할 아이들은 오늘 신나게 뛰어놀 노릇입니다. 아쉬움을 남길 삶이 아니라, 아쉬움 없이 웃고 노래할 삶입니다. 기쁘게 춤추고, 땀흘려 일하며, 환한 웃음빛으로 어깨동무할 삶입니다.


- “아직 멀었구나, 린네. 너는 이 영의 본질을 전혀 이해 못하고 있어.” “뭐라고?” “잘 기억해 둬라. 원래 영이란 비논리적이야.” (125쪽)


  덧없는 일에 얽매이면 스스로 말이 안 됩니다. 아름다운 삶을 찾지 못하면 스스로 말이 안 됩니다. 슬기롭게 생각하고 슬기롭게 살아가며 슬기롭게 마음을 가꿀 적에 슬기로운 말이 되어요. 곧, 사랑스레 생각하고 사랑스레 살아가며 사랑스레 마음을 가꾸면 언제나 사랑스러운 말이 됩니다.


  아름다이 누릴 삶이 되자면? 그러면 생각부터 아름다운 길로 접어들도록 하고, 밥짓기도 옷짓기도 집짓기도, 또 말하기와 글쓰기와 모든 내 하루를 아름다운 바람이 흐르는 자리에서 즐거이 누리면 됩니다.


  아름다운 빛을 누리며 살기에 아름다운 빛을 남깁니다. 즐거운 빛을 나누며 살기에 즐거운 빛을 흩뿌립니다. 4346.11.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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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00) -의 : 어렸을 때의 일

 

교장 선생님은 어렸을 때의 일을 생각했습니다
《이오덕-종달새 우는 아침》(굴렁쇠,2007) 18쪽

 

  어렸을 때 무엇을 했는지 생각합니다. 어렸을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생각합니다. 어렸을 때 겪은 일을 생각하고, 어렸을 때 있던 일을 생각합니다. 한 마디로 하자면, 어렸을 때를 생각합니다.

 

 어렸을 때의 일을
→ 어렸을 때 일을
→ 어렸을 때 있던 일을
→ 어렸을 때 겪은 일을
→ 어렸을 때를
 …

 

  우리는 어렸을 적에 어른들한테서 어떤 말을 배울까요. 우리를 어렸을 적에 동무들과 어떤 말을 주고받는가요. 우리는 어렸을 적부터 아름다운 말을 듣는가요. 우리는 어렸을 적부터 착하거나 참다운 말로 마음을 살찌우는가요. 4346.11.5.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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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선생님은 어렸을 때를 생각했습니다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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