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랫줄놀이 3

 


  빨랫줄을 살짝 처마에서 끌러 놓는다. 이렇게 끌러 놓은 빨랫줄 한쪽 끝을 큰아이가 잡더니 이리저리 달리면서 놀다가 문득, “빨랫줄 묶어야 해.” 하고 말하더니 빗물받이통에 묶으려 한다. 너 묶을 줄 아니? 아무튼 묶으려 한다. 큰아이가 빨랫줄 빗물받이통에 묶는 동안 작은아이는 손을 뻗어 빨랫줄에 무언가 대려 하지만 잘 안 닿는다. 이제 빨랫줄은 다 묶고, 마당을 둘로 가르는 빨랫줄 이쪽저쪽 넘나들면서 뛰논다. 4346.11.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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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174] 길손집

 


  길손은 길을 떠나 어디론가 가는 사람입니다. 때로는 걷고, 때로는 자동차를 얻어서 타며, 때로는 자전거를 달립니다. 길을 재촉하며 빨리 가려 할 수 있고, 느긋하게 마을을 휘 둘러보면서 천천히 갈 수 있습니다. 길을 가다 힘들면 다리를 쉬지요. 길을 가다 힘들지 않더라도 새로운 마을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리며 여러 날 머물기도 합니다. 길손이 머무는 집은 ‘길손집’이 됩니다. 여인숙이나 모텔이나 게스트하우스 같은 데에서 머물 수 있는데, 어디에서 묵더라도 길손한테는 ‘길손집’이에요. 그렇다면, 길손이 먹는 밥이라면 ‘길손밥’이 될까요. 마실길에 즐겁게 부르는 노래가 있으면 ‘길손노래’ 될 만해요. 길가에 피고 지는 꽃은 길손을 반기며 ‘길손꽃’이 됩니다. 길손이 걷는 길에 흘리는 땀을 식히는 ‘길손바람’ 또는 ‘길바람’이 불어요. 4346.11.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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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173] 어린이 표

 


  시골 읍내에서 버스표를 끊으며 ‘어른 표’ 하나와 ‘어린이 표’ 하나, 이렇게 달라고 말합니다. 작은아이는 아직 세 살이고 큰아이는 아직 여섯 살이라 ‘어린이 표’를 따로 안 끊어도 되지만, 시외버스에 때때로 자리가 꽉 찰 날이 있기에 두 장을 끊습니다. 옆지기까지 네 식구 나들이를 하면 어른 표 둘하고 어린이 표 둘을 끊습니다. 버스표를 끊거나 기차표를 끊을 때 살피면 ‘어린이 표’라는 이름은 없습니다. ‘초등학생 표’만 있어요. 그러나 모든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지 않고 가야 하지 않아요. 모든 푸름이가 중·고등학교를 다녀야 하지 않아 ‘푸름이 표(청소년 표)’라는 이름을 써야 올바르듯, 아이들도 ‘어린이 표’라는 이름을 쓰고, 어른은 ‘어른 표’라는 이름을 써야 알맞습니다. 그런데, 어른들이 끊는 표도 ‘어른 표’ 아닌 ‘성인 표’예요. 우리들은 이 나라에서 언제쯤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이름인 ‘어른·푸름이·어린이’를 되찾을 수 있을까요. 4346.11.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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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Eugene Smith (Hardcover)
W. Eugene Smith / Distributed Art Pub Inc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잘 읽히기 기다리는 사진책 67

 


사진을 찍는 눈빛
― W. William Eugene Smith
 유진 스미스(William Eugene Smith) 사진
 la Fabrica, 2011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야기가 바로 가장 크며 아름다운 빛이리라 느껴요. 작품으로 찍으면 그저 작품이 되는 사진이고, 삶을 누리면서 찍으면 삶이 빛나는 이야기가 되어요.


  언제나 내 삶이 바로 나한테 가장 크며 아름다운 빛이로구나 싶어요. 내 삶을 내 눈으로 바라보고, 내 삶을 내 손으로 일굽니다. 내 삶을 내 마음으로 헤아리고, 내 삶을 내 사랑으로 가꿉니다.


  스스로 걸어가는 길이 스스로 찍는 사진입니다. 스스로 일구는 삶이 스스로 빚는 사진입니다. 사진은 흑백이 되어도 되고, 칼라가 되어도 됩니다. 까만 빛과 하얀 빛이 얼크러지는 무늬가 싱그럽도록 할 수 있고, 고운 무지개빛이 흐르며 눈부시도록 할 수 있습니다. 어느 모습이나 빛깔이나 무늬가 되어도 다 즐거워요. 왜냐하면, 삶이니까요. 눈물도 삶이고 웃음도 삶인걸요. 기쁨도 삶이요 슬픔도 삶인걸요.


  언제나 찍는 사진입니다. 어떤 일이 있건 늘 찍는 사진입니다. 어디에서나 찍는 사진입니다. 어떤 모습이라 하든, 어떤 일이나 놀이를 하든, 신나게 찍는 사진입니다.

 

 

 

 

 


  유진 스미스(William Eugene Smith) 님이 남긴 사진으로 그러모은 두툼한 사진책 《W. William Eugene Smith》(la Fabrica, 2011)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유진 스미스 님은 1918년에 태어나 1978년에 숨을 거둡니다. 길다면 길게 살았고 짧다면 짧게 살았어요. 그런데, 길든 짧든 유진 스미스 님은 이녁 눈빛으로 바라본 삶을 이녁 손빛으로 가다듬어 사진으로 일구었어요.


  다른 모습을 찍지 않습니다. 유진 스미스 님은 유진 스미스 님 삶에 맞추어 이녁 삶빛을 사진빛으로 거듭나게 합니다. 다른 사람이 본 모습을 찍지 않아요. 늘 스스로 바라본 모습을 찍어요.


  스스로 선 자리에서 사진을 찍습니다. 스스로 걷는 길에서 사진을 찍습니다. 다른 사람이 저곳에서 사진을 찍는대서 굳이 저곳으로 가야 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저쪽에서 찍은 사진이 널리 알려지거나 사랑받는다 해서 애써 저쪽으로 가야 하지 않아요.

 

 

 

 

 


  눈빛이 싱그러이 살아날 만한 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넉넉합니다. 마음빛이 고우면서 맑게 드리우는 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즐겁습니다. 우리들이 찍는 사진은 현대사진이 아닙니다. 우리들 사진은 ‘우리 사진’이요 ‘내 사진’입니다. 오늘 이곳에서 찍는 사진이고, 오늘 이곳에서 누리는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진입니다.


  기념사진도 좋고 스냅사진도 좋습니다. 어떤 이름을 앞에 붙이더라도, 스스로 삶을 즐기며 사랑하는 마음결로 찍으면 다 좋습니다. 스스로 삶을 즐기지 못하거나 사랑하지 못하는 채 기록하거나 돈을 벌거나 예술을 하려는 뜻이 되어 찍는 사진이라면, 재미없고 부질없습니다.


  내가 먹을 밥을 손수 차립니다. 식구들과 따스하게 나눌 밥을 즐겁게 차립니다. 내가 입을 옷을 손수 빨래합니다. 식구들과 오붓하게 지낼 살림을 즐거이 일굽니다.

 

 

 

 

 


  사진을 찍는 까닭은 눈빛을 밝히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는 까닭은 생각빛을 키우기 때문입니다. 그림을 그리는 까닭은 마음빛을 북돋우기 때문입니다. 노래를 부르는 까닭은 사랑빛을 살찌우기 때문입니다. 춤을 추는 까닭은 몸빛을 일깨우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눈빛을 밝혀 삶을 사랑하는 길을 걷습니다. 스스로 눈빛을 밝혀 오늘 이곳에서 누리는 삶이 얼마나 즐거운가 하고 깨닫습니다. 스스로 눈빛을 밝혀 내 자그마한 사진기 하나를 손에 쥘 적에, 작은 사진 하나 일구면서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꽃 피어나는가 하고 느낍니다.


  유진 스미스 님은 사진기 하나로 밝히는 눈빛을 이야기합니다. 사진 한 장으로 빛내는 삶을 노래합니다. 사진책 하나 남아 꿈꾸는 사랑을 속삭입니다. 사진은 바로 우리 가슴속에 있어요. 사진은 늘 우리 가슴속에서 샘솟아요. 사진은 예나 이제나 앞으로나 우리 가슴속에서 곱게 빛나요. 4346.11.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

 

미국에 가는 아는 이웃이나 동무 있으면

유진 스미스 님 사진책을 사 달라

부탁하고 싶습니다.

 

..

 

 

 

 

 

..

 

이 사진들을

'선집'이 아닌

다 다른 '낱권 사진책'으로 볼 수 있으면

훨씬 더 가슴 깊이 울리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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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3-11-05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공감이 많이 느껴지는 글이네요. 함께살기 님의 글을 읽으니 문득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일기' 한 대목을 다시 읽는 느낌도 듭니다.

* * *

어떤 사람이 자기 자신이나 타인(관찰자이든 이웃이든 아니면 시인이든 친구이든)에게 가장 가치가 있을 때는 그가 가장 만족스럽고 편한 곳에 있을 때이다. 거기에서 그의 인생은 가장 강렬해지고 순간들을 놓치는 경우도 가장 적어진다. 친숙한 주위의 대상들이 인생 최고의 상징이자 그의 인생을 나타내는 최고의 예증이다.

파란놀 2013-11-05 19:06   좋아요 0 | URL
유진 스미스 님이라든지 로버트 카파 님이라든지,
이런 분들 좋은 사진책을
돈이 있는 출판사에서 씩씩하게 번역해서 선보인다면
우리 사진빛(사진문화)은 무척 아름답게 거듭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저는 이 책을 옆지기가 미국에 갔을 적에
책값 비싸더라도 꼭 사서 한국으로 돌아오라 해서
어렵게 장만했어요. 아무튼... 책값이 만만하지 않은데...
이 사진들을 다른 분들이 거의 보실 수 없으리라 여겨
서른한 장을 붙였어요.

아무튼, 잘 읽어 주셔서 고마워요, oren 님~ ^^
 

삽질놀이 어린이

 


  아버지나 어머니가 삽을 쥐어 땅을 파면 아이도 삽을 쥐어 땅을 파며 놀고 싶다. 집에 삽이 두엇 있으니, 아이한테도 삽자루 하나 맡긴다. 아직 손발에 힘이 모자란 아이는 땅을 파는 시늉을 할 뿐이다. 콕콕 땅을 쪼기만 한다. 이렇게 놀다 보면 어느 날엔가 너도 삽질순이 될 수 있겠지. 4346.11.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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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3-11-05 08:41   좋아요 0 | URL
가카의 삽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귀엽고 아름다운 '삽질'이네요.ㅎ

파란놀 2013-11-05 09:05   좋아요 0 | URL
네, 예쁘게 잘 노는 삽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