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사람인 노무라 목사는 한국땅 가난한 사람들 돕는 일을 하다가 문득 무엇인가 느껴 사진을 찍는다. 처음부터 사진을 찍지는 않는다. 1968년부터 한국땅 가난한 사람들 돕는 일을 하다가 1973년부터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사진작가 아닌 목사요, 이웃을 사랑하려는 사람인 눈길로 사진을 찍었으리라. 그러지 않고서야 1970년대에 가난한 한국사람 마주하는 사진을 섣불리 찍을 수 있었겠는가. 노무라 목사한테는 돈이 넉넉해 한국을 오가며 이웃을 도우며 사진을 찍었을까? 아니라고 느낀다. 이웃돕기는 돈으로 할 수 없다. 사진찍기는 돈으로 하지 못한다. 마음에서 우러난 사랑이 있을 때에 이웃을 사랑하며 손을 내민다. 마음에서 샘솟는 사랑 한 가지로 사진을 찍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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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라 리포트- 청계천변 판자촌 사람들 1973-1976
노무라 모토유키 지음 / 눈빛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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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06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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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손

 


  우리 집 옆밭에 이웃 할매와 할배가 고구마 캐러 나오셨다. 언제 나오셨을까. 한창 집일을 하고 아이들 밥을 먹인 뒤 살짝 한숨을 돌리면서 마당으로 나오다가 비로소 알아본다. 그리 넓지 않은 밭이지만, 고구마줄기를 걷고 호맹이로 하나하나 캐자면 등허리 무척 아프실 텐데. 조금이라도 일손을 거들어야겠다고 느껴 삽 한 자루 들고 나온다. 할매와 할배가 삽으로 찍으면 다칠 수 있으니, 호맹이로 살살 긁어야 한다고 말씀한다. 삽은 갖다 놓고 호미 한 자루 들고 온다. 얼마 앞서 경운기 사고로 거의 죽다가 살아나셨다는 할배는 힘이 없다며 조금 일하고 고구마줄기 걷은 데에 눕고, 할매는 “감저(고구마) 진 묻으면 안 지워져. 하지 말고 들어가소.” 하고 말씀한다. 내 밭이 아닌 넘 밭 고구마를 캐자니, 처음에는 고구마 다칠까 봐 호미질을 깨작거린다. 깨작 호미질을 바라보던 할매가 “감저는 내가 캘 테니 저 줄기나 걷어 주소.” 하신다. 그래, 낫 한 자루 들고 고구마줄기를 차근차근 걷는다. 처음에는 줄기를 톡톡 끊으며 걷는데, 나중에는 문득 무언가를 느껴, 줄기를 살살 잡아당겨 땅속 고구마가 슬슬 끌려나오도록 잡아당기다가 톡 끊는다. 이렇게 하면 땅이 한결 부드러워지면서 고구마 캐기에 훨씬 수월하리라 느낀다. 한창 고구마줄기를 걷는데 까마중알이 쏟아진다. 이야, 까마중은 이 고구마밭 한복판에까지 들어와서 뿌리를 내렸구나. 흙놀이를 하는 큰아이를 부른다. “벼리야, 이리 와 보렴.” 굵직한 까마중알 훑어 큰아이 두 손에 수북하게 담는다. 또 한 번 수북하게 담아 준다. 이러고도 많이 있는 까마중알은 밭흙 묻어 까매진 손으로 훑어 바로 내 입으로 넣는다. 흙손으로 까마중알 훑어 먹지만, 입안에서 흙이나 모래가 까끌거리지 않는다. 아침 열한 시 조금 넘은 때부터 살짝 일손 거들려 했는데, 낮 네 시 오십 분 무렵까지 품을 파는 셈이 된다. 두 분이 힘을 쓰실 수 없기에, 고구마자루를 경운기에 싣고, 경운기에 실은 고구마자루를 두 분 방안으로 옮겨 내리는 일까지 거든다. “놉을 시킨 셈인데 밥도 못 지어 주네.” 하시면서 술 한잔 하라신다. 할배와 할매가 건네는 술잔은 여느 소줏잔으로 두 잔짜리이다. “(밭)일하느라 밥도 못 지어서 밥도 못 주네.” 하시면서 김치 한 접시를 내미신다. 한 점 먹다가 “요 김치 한 접시 가져가도 돼요? 아이들 어머니가 김치를 잘 먹어요.” 하고 여쭌다. “가져가쇼. 글면 묵은지도 좋아하요? 울 집이 아(아이) 하나가 김치를 안 먹어서 김치를 안 담그는데 집이(시골집으로) 오면 꼭 묵은지만 잘 먹어서 묵은지는 있는디.” “네, 주시면 고맙지요.” “가지 먹을 줄 아소? 먹을 줄 알면 가져가고.” 뭔가를 따로 받을 생각 없이, 바로 옆집이요, 할배가 몸이 많이 힘든 줄 아니 한손을 거들고 싶었을 뿐인데, 고구마를 한 자루 얻고, 가지를 여러 송이 얻는다. 여기에 김치 한 접시까지 얻는다. 집으로 돌아와 두 아이 불러 자전거에 태워 면소재지 마실을 한다. 오늘 하루 아버지가 옆집 할매와 할배 일손 거드느라 제대로 못 놀아 주었으니 저녁자전거 태워 준다. 얼음과자 사서 집으로 돌아와 몸을 씻는다. 아침에 할매 말씀처럼 참말 고구마물 묻은 흙이 안 지워진다. 손톱에 낀 흙때가 안 빠진다. 그러네, 수세미로 북북 문질러야 비로소 고구마물 묻은 흙이 지워지나 보다. 아이들 저녁밥 차려 주어야 하기에 물과 비누로만 얼추 씻고 수세미질은 않는다. 이듬날 아침에 고구마를 마저 캐신다니, 마저 일손 거들고 나서 수세미질을 해 보아야지. 4346.11.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과 헌책방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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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71] 아이들한테

 


  주사위 하나면 하루 내내 놉니다.
  꽃송이 하나면 온 하루 놉니다.
  사랑스레 바라보며 안으면 웃습니다.

 


  아이들 곁에서 따순 눈길로 바라보고 부드러운 손길로 어루만지기만 해도 교육이고 육아라고 느낍니다. 교육이나 육아는 대단한 어떤 ‘일’은 아니니, 늘 홀가분하게 삶을 즐기면 아이들은 예쁘게 자라리라 느껴요. 아이들을 이름난 어린이집이나 초·중·고등학교에 보내야 아이들이 반길까요? 아이들을 서울에 있는 몇몇 대학교에 넣어야 아이들이 좋아할까요? 대학생이 되거나 회사원이 되도록 태어난 아이들이 아닙니다. 이 아이들은 사랑받으려고 태어났습니다. 이 아이들은 아름답게 자라려고 태어났습니다. 이 아이들은 활짝 웃으며 저희 노래를 기쁘게 부르려고 태어났습니다. 이 아이들은 저희 어버이한테서 가장 너르며 빛나는 꿈을 물려받으려고 태어났습니다. 어버이 꿈이 ‘손꼽히는 대학교 마쳐서 돈 잘 버는 회사원 되기’라 한다면 이 길로 가야겠지만, 어버이 꿈이 ‘너른 사랑과 밝은 빛’이라면, 새로우며 즐거운 길을 함께 걸어요. 4346.11.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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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 빨랫줄 좋아

 


  누나가 마당에 드리운 빨랫줄을 붙잡으며 이리 달리고 저리 달리면서 노는 산들보라. 너, 누나와 함께 있으니 온갖 놀이 다 즐기면서 재미있지? 네 누나처럼 재미있게 놀아 주고 즐거운 새 놀이 생각해 내 주는 동무 보았니? 신나게 달리고 마음껏 노래하렴. 4346.11.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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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28. 빨랫줄과 마당 (2013.10.11.)

 


  즐겁게 뛰놀려면 너른 마당이 있으면 되고, 너른 마당에서는 빨랫줄 하나로도 너끈히 재미난 놀이가 샘솟는다. 바람이 불어 머리카락을 간질인다. 햇볕이 내리쬐어 온몸을 덥힌다. 풀내음 물씬 흐르고, 후박나무는 보드라운 잎사귀를 흔들며 노래를 불러 준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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