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넋 17. 햇볕과 햇빛과 햇살
― 사랑스레 쓸 적에 사랑이 퍼집니다

 


  해는 봄에도 여름에도 가을에도 겨울에도 내리쬡니다. 여름에는 몹시 덥다고 느끼는 해요, 겨울에는 참 춥다고 느끼는 해입니다. 그런데, 해가 여름에 덜 내리쬐면 풀도 나무도 곡식도 열매도 제대로 자라지 않아요. 해가 겨울에 더 내리쬐면 풀도 나무도 흙도 땅도 냇물도 제대로 쉬지 못해요. 해는 늘 알맞게 내리쬐면서 지구별을 따사로이 보듬습니다. 철마다 조금씩 다르게 빛과 볕과 살을 나누어 주면서 지구별을 포근하게 감쌉니다.


  황인숙 님 시집 《꽃사과 꽃이 피었다》(문학세계사,2013)를 읽다가 〈나비〉라는 글에서 “노란 셀로판지 같은 햇발 한가운데”라는 대목을 봅니다. 살짝 시집을 덮습니다. ‘햇발’이라는 낱말을 입으로 굴립니다. 햇발, 햇발, 햇발이지, 하고 생각합니다. 시인 한 사람이 쓴 낱말 하나 새롭게 빛나는 넋이 됩니다.


  해를 가리키는 낱말을 떠올립니다. 국어사전을 펼치고 해와 얽힌 낱말을 이모저모 살펴봅니다. ‘햇볕·햇빛·햇살·햇발·햇귀’가 있고, ‘햇무리·햇덧·해껏·해거름·해돋이’가 있습니다. ‘해껏’은 “해가 질 때까지”를 뜻하고, ‘햇귀’는 “해가 처음 솟을 때에 퍼지는 빛”을 뜻하며, ‘햇덧’은 “해가 지는 짧은 동안”을 뜻해요. 오늘날 사람들은 ‘햇발·햇귀·햇덧·해껏’ 같은 낱말은 거의 안 쓰지 싶습니다. 요즈음 사람들 가운데 ‘해거름·해돋이·햇무리’를 날마다 찬찬히 바라보거나 즐기는 일은 퍽 드물지 싶습니다.


  그러고 보면, 내가 처음 학교에 들어 여섯 해를 다니고, 새로운 학교에서 세 해를 다닌 다음, 또 세 해를 다닐 적에, 해와 얽힌 낱말을 찬찬히 들려준 둘레 어른은 없구나 싶어요. 학교나 동네에서 어른들이 ‘햇볕·햇빛·햇살·햇발’이 저마다 어떤 뜻인가를 찬찬히 밝히셔 알려준 적 없구나 싶어요.


  국어사전을 열 가지쯤 펼치고, 또 어릴 적부터 보고 듣고 겪으며 생각한 여러 가지를 헤아리면서, 해와 얽힌 낱말 가운데 네 가지를 새롭게 풀이해 봅니다. ‘햇볕’은 “해가 내리쬐는 볕”입니다. 햇볕을 쬐며 풀과 나무가 싱그럽게 자랍니다. 사람도 다른 목숨도 모두 햇볕을 머금을 때에 튼튼하게 살아갈 수 있어요. ‘햇빛’은 “해가 비추는 빛”입니다. 햇빛이 비추기에 어둠이 지나갑니다. 햇빛이 비추면서 모든 숨결이 제 빛깔을 띠어요. 온누리에 빛깔을 입히는 ‘햇빛’입니다. 우리가 보는 모든 빛깔은 ‘햇빛’이 있기에 느껴요. ‘햇살’은 “해가 드리우는 빛줄기”입니다. “눈부신 햇살”이라고 해요. 날이 맑으면 햇살을 산뜻하게 느껴요. 구름 사이로 빛줄기가 드리우는 모습 본 적 있나요? 바로 그 빛줄기가 햇살이에요. 공장이나 자동차 없던 옛날에는 언제 어디에서나 누구나 햇살을 느꼈다고 해요. 해가 볕과 빛을 지구별이 내리쬐거나 비추는 모습을 보여주는 ‘살’이 햇살입니다. ‘햇발’은 “곳곳으로 뻗는 햇살”입니다. ‘햇살’은 한 줄기 빛이라면, ‘햇발’은 골고루 퍼지는 햇살 무리라고 하겠지요. 곧, 해와 얽힌 낱말은 ‘햇볕·햇빛·햇살’로 크게 나누고, 이 세 가지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로 찬찬히 가리키거나 밝힌다고 하겠어요.


  그러니까, “햇볕이 비춘다”고 말하면 잘못 말하는 셈이고, “햇빛이 내리쬔다”고 말할 적에도 잘못 말하는 셈입니다. “햇살이 눈부시다”고 해야지, “햇빛이 눈부시다”나 “햇볕이 눈부시다”라 할 수 없어요. 또한, “햇볕이 따갑다”고 해야 맞고, “햇살이 따갑다”고 할 수 없습니다.


  요즈음 아이들은 해를 얼마나 잘 느낄까 궁금합니다. 하루 가운데 몇 분쯤 해를 듬뿍 맞이할까 궁금합니다. 햇볕이든 햇빛이든 햇살이든, 스스로 해를 바라보면서 신나게 뛰놀아야 비로소 제대로 깨닫거나 느낄 수 있어요. 해를 바라보며 놀지 못하는 아이들은 낱말뜻을 달달 외운다고 하더라도 이 낱말들을 알맞거나 올바로 쓰지 못해요.


  그리고, ‘해’를 높여 ‘해님’이라 합니다. 달을 높여 ‘달님’이라 하고, 별을 높여 ‘별님’이라 해요. ‘햇님’이 아닌 ‘해님’입니다. 사이시옷을 잘못 받쳐 쓰는 분들은 조금 더 헤아리면 돼요. 이를테면, ‘개미님’이나 ‘사마귀님’처럼 말하고 ‘개님’이나 ‘고양이님’처럼 말하지, ‘개밋님’이나 ‘사마귓님’이나 ‘갯님’이나 ‘고양잇님’처럼 말하지 않아요. 해는 해이니까 ‘해님’입니다.


  해가 갈수록 여름이 무덥다 합니다. 땡볕과 불볕은 한결 후끈후끈 달아오른다고 합니다. 가을에도 이 뜨거운 볕이 그대로 이어갈까요. 가을이면 이 뜨거운 볕이 수그러들면서 온누리에 고운 빛을 살포시 내려앉힐까요.


  가을볕은 여름볕처럼 뜨겁지 않기를 빌어요. 가을빛은 여름빛과 사뭇 다르게 아름다운 이야기를 우리들한테 들려주리라 믿어요.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면, 춥고 매서운 바람 몰아칠 텐데, 추우면서 매서운 날씨 이어지더라도, 겨울볕 포근히 드리우면서 사람들 보금자리에 따사로운 사랑 나누어 줄 수 있기를 빌어요. 겨울에는 새삼스러운 겨울빛 퍼지면서 온누리가 하얗게 될 테지요. 그리고, 겨울이 저물며 봄이 새롭게 찾아오면 봄볕이 언 땅을 녹이고, 봄빛이 사람들 눈빛을 환하고 맑게 밝히겠지요.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파랗게 빛나는 하늘빛이 곱습니다. 들과 풀밭을 바라봅니다. 푸르게 빛나는 풀빛이 예쁩니다. 여름에 새로 깨어난 사마귀와 메뚜기와 방아깨비가 앙증맞도록 조그맣습니다. 어린 사마귀와 메뚜기와 방아깨비는 무럭무럭 자라겠지요. 풀밭에서 노는 사마귀와 방아깨비는 온몸이 풀빛입니다. 여름을 지나 가을이 되어 풀빛이 누렇게 물들면, 온몸이 풀빛이던 사마귀와 방아깨비는 누렇게 물든 풀잎처럼, 몸빛이 달라질 테지요. 또는 흙빛처럼 흙사마귀와 흙방아깨비 빛깔이 될 테지요.


  우리 사람들은 어떤 빛깔일까요. ‘사람빛’이란, 또 사람들 ‘마음빛’과 ‘생각빛’이란, 사람들이 나누는 ‘사랑빛’이란, 어떤 빛깔 되어 아름다운 이야기로 널리 퍼질까요. 사랑스레 말하면서 사랑이 퍼지기를 빕니다. 4346.8.11.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

 

'경기문화재단' 사외보에 실으려고 쓴 글인데, 지난 9-10월호에 실었는데 미처 못 올렸네요. 뒤늦게 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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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1-06 09:35   좋아요 0 | URL
해를 가리키는 낱말들이 이렇게 예쁘고 많군요~
정말 그런 듯 싶어요. 말이란 그 말을 쓸 때마다 제각기
다르고 풍성하고 아름다운 빛을 우리에게 주네요!
오늘도 함께살기님 덕분에 '사랑빛' 만나 감사드려요~*^^*

파란놀 2013-11-06 10:54   좋아요 0 | URL
해를 가만히 생각하고 보면
더 많은 낱말을 곱게 지을 수도 있어요~

페크pek0501 2013-11-06 17:59   좋아요 0 | URL
사외보에 글을 싣고 계시는군요.
이런 뉴스는 꼭 알려야 하는 것이죠. ^^

파란놀 2013-11-06 20:21   좋아요 0 | URL
아직 사외보는 한 군데에만 글을 쓰는데,
곧 여러 군데 사외보에도 글을 써서
일삯도 벌고 아름다운 글도 쓸 수 있으면
참으로 즐거우리라 생각해요~~ ^^
 

할아버지는 어머니한테, 어머니는 나한테, 나는 우리 아이한테, 차근차근 사랑을 물려준다. 서로서로 가장 환하며 밝은 사랑을 물려준다. 어머니는 할아버지 사랑을 받아먹으며 자랐고, 나는 어머니 사랑을 받아먹으며 자랐으며, 우리 아이는 내 사랑을 받아먹으며 자란다. 사랑은 고이 이어간다. 아름다운 빛은 한결같이 흐른다. 이 지구별이 사랑으로 가득하기를 바라는 푸른 마음이 일렁이면서, 착한 사람들 참다운 눈빛이 초롱초롱 미리내 된다. 전쟁은 늘 전쟁을 낳을 뿐이고, 미움은 다시금 미움을 낳는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뿐 아니라, 어느 나라와 다른 어느 나라 사이에서도, 여느 사람과 다른 여느 사람 사이에서도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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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릴레이- 전쟁 한가운데서 평화를 꿈꾸는 한 팔레스타인 가족 이야기
가마타 미노루 지음, 오근영 옮김 / 양철북 / 2013년 10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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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19. 2013.11.5.

 


  고구마밭에서 일손 거드는 사름벼리는 처음에는 꽃삽을 쓰다가 나중에는 맨손으로 흙을 살살 걷어 고구마를 캔다. 고구마 캐기는 두 번째 해 보지? 할 만하지? 여섯 살이나 되니 너는 지친 티를 내지도 않고 잘 놀면서 잘 거드는구나. 네 머리통보다 조금 작은 굵다랗고 무거운 고구마를 씩씩하게 잘 캐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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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1-06 09:42   좋아요 0 | URL
정말 고구마가 크네요~ 고구마도 먹고 싶고
고구마를 신나게 캐는 벼리도 참 예쁘네요!
엉뚱한 말이지만, 벼리의 저 장화는 어느 옷에나 다 잘 어울려요~ㅎㅎ
하늘색 장화를 신은 보라는 어디에 있을까요~?^^ ㅋㅋ

파란놀 2013-11-06 11:10   좋아요 0 | URL
보라는 다른 데에서 흙 파면서 놀았지요~

고구마를 보내 드리고 싶으나
우리 밭이 아니라서
또 남한테 팔 만큼 안 된다고 하셔서
저희도 못 사고 조금만 얻었어요.

화학비료와 화학거름 안 쓴 고구마밭들
참 통통하게 잘 여물고,
오늘 먹어 보니 아주 맛나더라구요~
 

꽃아이 18. 2013.10.24.

 


  벼리야, 짚이란 말이지, 벼알을 훑고 남은 볏줄기란다. 이 볏줄기란 벼알이 맺히도록 자란 꽃대야. 예부터 우리 겨레가 쓴 볏짚은 벼알이 맺히도록 볏잎 사이에 곧게 솟아 주렁주렁 이삭이 패고, 그러니까 벼꽃이 피고, 벼꽃이 지며 속알이 단단하게 여물 때에 튼튼하게 버티며 고개를 폭 숙였다가, 볏포기를 베어 벼알을 훑고 나면, 다시 예전처럼 꼿꼿하게 서서 새끼로도 꼬고 바구니도 엮는 짚이 되어 주는 고마운 꽃대란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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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 이야기 6
오제 아키라 지음, 이기진 옮김 / 길찾기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280


 

흙을 배우는 삶
― 우리 마을 이야기 6
 오제 아키라 글·그림
 이기진 옮김
 길찾기 펴냄, 2012.5.31.

 


  우리 집 아이들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다니지 않습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배울 만한 대목을 안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이 나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아이들이 아이답게 그림을 그리도록 북돋우지 못하고, 아이들이 장난감 없이 흙과 모래와 물을 만지며 놀게 이끌지 못하며, 아이들이 한국말 슬기롭게 익혀서 쓰지 못하는 나이에도 일찌감치 영어 노래와 영어 만화영화를 보여줍니다. 아이를 아이답게 마주하지 않고, ‘예비 대학입시생’이라도 되듯이, 어릴 적부터 ‘시험공부’에 길들도록 내모는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아이들 집어넣어 아이들 마음과 생각을 망가뜨릴 수 없습니다.


  어릴 적에 신나게 뛰놀지 못한 아이들은 몸이 튼튼히 자라지 못합니다. 어릴 적에 마음껏 뛰놀지 못한 아이들은 마음이 씩씩하게 크지 못합니다. 놀며 자라지 못한 채 어른이 되면, 참말 놀 줄 몰라요. 놀며 자라지 못한 사람이 어른 되면 술담배만 할 뿐, 스스로 즐거운 놀이를 찾지 못합니다. 참말 오늘날 어른들이 누리는 놀이란 무엇일까요? 어른들은 무슨 놀이를 하나요? 어른들이 부르는 노래란 어떤 노래인가요?


  옛날 사람들은 모든 노래를 스스로 지어서 불렀습니다. 이른바 ‘일노래(노동요)’나 ‘이야기노래(전통노래)’입니다. 밥을 짓건 베틀을 밟건 모를 심건 피를 뽑건 나물을 캐건 빨래를 하건 방아를 찧건 콩을 털건 아이를 재우건 바느질을 하건, 늘 노래를 불렀어요. 요즈음 사람들은 일하며 노래를 부르지 않아요. 라디오를 틀거나 대중노래를 틀어요. 스스로 노래하지 않고, 스스로 노래가 샘솟지 않아요. 즐겁게 하는 일이 아니라, 오직 돈을 벌려고 하는 일이기에, 노래가 흐르지 않아요.


  삶에서 노래를 길어올리지 않는 오늘날인 터라, 모든 대중노래는 ‘젊은 남녀 짝짜꿍 노닥거리’에 파묻힙니다. 이 틀을 벗어나는 노래는 대중노래가 되지 못합니다. 삶에 일이 없고, 삶으로 누리는 일이 즐겁지 않으며, 오로지 돈바라기만 해야 하는 회사일이 되고 보니, 이러한 삶에서 노래가 솟아나지 못해요.


  대통령은 대통령답게 노래를 짓고, 의사는 의사답게 노래를 지으며, 교사는 교사답게 노래를 지을 수 있어야 합니다. 저마다 제 일자리에서 노래가 흐를 수 있어야 아름답습니다. 내 삶을 나 스스로 노래로 지어 부르지, 누가 내 삶을 노래로 지어서 불러 줄 수 있겠습니까. 오늘날 사회는 ‘내 삶’이라 할 만한 이야기가 아주 사라져, 모두 톱니바퀴 된 채 쳇바퀴로 구르다 보니 ‘삶 아닌 삶’을 궁둥이 들썩이며 노닥거리는 노랫가락에 담을밖에 없습니다.


- “오히려 내가 너희들한테서 배우는 게 많아.” “선생님이 우리한테서 배운다고요?” “그러엄. 너희들 정말 멋있어. 모두 신념을 갖고 있잖니.” (5쪽)
- “아빠가 말했어요. 땅을 지키는 것은 바로 저를 지키는 것이기도 하다고. 나는 계속 아빠하고 함께 싸워 나갈 거예요! 공항에 비교하면 우리 밭 같은 건 상대가 안 되겠지만, 하지만 그것이 나를 지금까지 키워 준 걸요. 엄마 아빠의 소박한 농사꾼의 마음이 거대한 공항이라는 괴물을 이길 수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 (7∼8쪽)

 

 


  우리 식구는 시골에서 살아갑니다. 시골 가운데에서도 서울이나 도시하고 가까운 시골이 아닙니다. 아침 일곱 시에 길을 나서도 낮 두 시 반쯤 되어야 비로소 서울에 닿을 만한 시골입니다. 섬은 아니지만 섬과 같은 시골입니다. 더욱이, 읍내하고도 멀찌감치 떨어진 시골입니다.


  우리 식구 이렇게 ‘도시와 멀리 떨어진’ 시골에서 지내고 보니, 내 어버이도 옆지기 어버이도 그닥 반기지 않습니다. 그럴 수 있으리라 느끼지만, 도시에서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 길이 아주 막히는데, 이럭저럭 회사원 되어 돈만 벌고 지낼 수 없습니다. 사람은 숨을 쉬고 물을 마시며 밥을 먹어야 살아갑니다. 바람과 물과 밥이 싱그럽지 않다면 살아갈 길이 없습니다. 밥이야 도시에서도 생협 회원이 되어 좋은 곡식과 푸성귀와 열매를 제값 치러 받으면 된다지요. 그러면 바람과 물을 어쩌지요. 시골바람을 도시로 끌어들일 수 있나요. 시골물을 페트병에 담아 도시로 가져오면 되나요.


  요즈음은 좀 달라진 듯한데, 내 어릴 적에 둠벙이나 못에서 잡은 물고기를 ‘수도물’에 담그면 모두 죽었어요. 어릴 적에 둠벙이나 못에서 잡은 물고기를 기르려면, 수도물이 아닌 ‘둠벙물’이나 ‘못물’을 날마다 길어와서 부어 주어야 살았습니다.


  이무렵부터 물을 다시 보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어릴 적에 내 어버이는 늘 수도물을 끓여서 보리차로 마셨지, 수도물을 날로 마시지 않았어요. 텔레비전 방송에서도 학교에서도 ‘수도물을 끓여서 먹으라’고 가르쳤어요. 그래, 물은 끓여서 먹어야 하는구나 하고 어렴풋이 길이 들 즈음이었는데, 물고기들이 수도물에 죽는 모습을 보니 이런 생각이 깨지더군요. 아니, 물고기는 끓인 물이 아니라, 흐르는 냇물에서 살잖아. 사람은 왜 끓인 물을 마시나. 사람 또한 흐르는 물을 마셔야 하지 않나. 사람들이 수도물 끓여서 마시니, 하나같이 몸이 아프고 병원을 드나들어야 하지 않나.


  초·중·고등학교 열두 해 다니는 동안 학교에서 물을 옳게 가르친 일이 없습니다. 대학교에서도 물을 슬기롭게 가르치지 않습니다. 회사라고 다르지 않아요. 어른 나이 되어 시집장가를 가서 아이를 낳으면 스스로 깨우칠까요. 갓 태어난 아기한테는 어떤 물을 마시게 해야 아이가 튼튼히 자랄까요. 물을 물답게 마시지 못하는 채 오늘날 사람들은 어떤 삶을 누리는가요.


- “우리 학교는 도쿄의 한가운데 있어서 나무나 풀도 없고 하루 종일 자동차 소음과 배기가스 냄새에 휩싸여 있어요. 공항이 만들어지면 여러분의 학교도 이렇게 되겠지요. 저는 산리즈카의 어린이들과 친구가 되고 싶어요.” (13쪽)
- “거, 거긴 내 밭이여! 왜 남의 밭에 함부로 들어가는 게여! 이 땅 도둑놈들아!” (50쪽)
- ‘기동대는 우리들이 여름 동안 열심히 김을 맸던 밭을 군화발로 짓밟았다. 그곳은 곧 수확을 앞두고 있는 밭이었다.’ “이놈들, 다시는, 다시는 밥을 먹지 마라! 이 천벌 받을 놈들!” (60쪽)
- “내 몸에 말뚝을 박아라!” (62쪽)
- “여긴 우리 밭이야. 우리 목숨이야! 말뚝을 박으려면 어디 우리 모녀를 꼬치 꿰서 해 봐라!” (76쪽)

 

 


  어제 아침에 이웃 할매와 할배가 고구마밭에서 고구마 캐는 모습을 보고는 일손을 거듭니다. 우리 집하고 돌울타리를 사이에 둔 밭이니, 할매와 할배가 등이 잔뜩 굽은 채 쉬엄쉬엄 일하는 모습을 훤히 내다봅니다. 구경만 할 수 없어 호맹이를 들고 밭흙을 함께 쪼아 고구마를 캐서 자루에 담습니다.


  이제는 늙어 영양제도 듣지 않는다고 하는 할배는 “집이는(자네는) 왜 이런 시골에 왔나. 서울 가서 살아야제.” 하고 말씀합니다. “시골엔 아무것도 읎어. 얼른 서울로 가. 옆에서 어찌 사나 싶어 짠하네. 고흥으로라도(고흥 읍내로라도) 가.” 하고 덧붙입니다. 나는 “여기에서 잘 살면 되지요.” 하고 말씀합니다.


  고구마를 캐는 동안 하늘빛 마알갛습니다. 한여름이라면 땡볕일 테지만, 늦가을이기에 햇볕이 포근합니다. 늦가을 들일은 이렇게 햇볕 드리우는 때에 해야 더 즐거우며 기운이 날 만합니다. 가끔 구름 몇 조각 흐르고, 멧새는 쉴새없이 날아다니며 노래를 부릅니다. 참새도 딱새도 까마귀도 멧비둘기도 까치도 동박새도 직박구리도 저마다 노래 한 가락 흘리며 지나갑니다.


  바람이 붑니다. 맑은 바람 한 줄기 살풋 지나갑니다. 바람노래와 새노래는 경운기와 짐차 더러 지나가는 소리에 사그라들지만, 경운기도 짐차도 이내 지나가니, 다시금 바람과 새가 들려주는 노래가 그득그득 넘칩니다. 우리 집 두 아이는 꽃삽으로 흙을 콕콕 쪼면서 온몸이 흙투성이 됩니다.


  그려, 너희는 이렇게 꽃삽질 조물조물 하면서 나중에 호미질도 익숙하게 할 수 있어. 손으로 만지고 몸으로 느껴야지. 이 흙이 바로 우리 밥을 낳는 숲빛이고, 이 흙에서 우리 숨을 낳는 풀과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지. 예부터 우리 겨레는 누구나 흙빛 얼굴에 흙빛 살결이었어. 임금님이나 신하나 양반들은 흙을 안 만지고 햇볕도 안 쬐니 허여멀건 얼굴이요 살결이었지만, 미국사람도 독일사람도 일본사람도 중국사람도, 권력하고 등을 진 채 시골에서 흙을 만지던 사람들은 모두 흙빛이었어요. 흙내음 마시고 흙노래 부르면서 흙밥을 먹었지. 흙밥 먹는 사람은 아픈 일 없었고, 흙밥 먹는 사람은 날마다 서로 돕고 아끼면서 살가이 노래를 불렀지.


- “근데 말야, 도쿄에서는 선생님이 공항에 대해 얘기해 주신다는데, 아이들도 우리에 대해 잘 알고 있는데 말야, 왜 우리 학교에서는 아무도 관심을 가져 주지 않는 걸까? 공항은 도쿄가 아니라 여기, 우리 마을에 만들어지는데.” “맞아.” “우리 선생님은 찬성도 반대도 아닌 중립이라고만 해.” (14쪽)
- “하하핫! 까불고들 있어! 농사꾼 두들겨패고 땅 빼앗고, 임산부의 배를 걷어차면서 대체 뭘 하겠다는 거여! 국제공항이라고 했냐! 웃기고들 있네! 농사꾼이 땅을 지키고 체포당하는 거라면 얼마든지 해 주지! 여보! 죽어도 밭을 내주면 안 돼!” (80∼81쪽)

 

 


  아이들이 도시에서 자란다면, 아이들은 자동차 이름을 배웁니다. 도시에서 크는 아이들이라면, 교통신호를 배우고 버스와 전철을 배웁니다. 도시 아이들은 광고와 상품과 가게를 배웁니다. 도시 아이들은 돈과 은행을 한결 빨리 배웁니다. 도시 아이들은 ‘아버지는 돈을 벌러 새벽같이 나가서 밤 늦게 술에 절어 돌아오는구나’ 하고 배웁니다. 아직도 남녀평등 또는 여남평등은 머나먼 딴 나라 일 같은 한국이기에 도시 아이들은(시골 아이들도 똑같은 듯한데) ‘어머니는 집에서 밥하고 빨래하는 사람이구나’ 하고 배웁니다.


  도시에서 살아야 하는 아이들은 놀거리가 없습니다. 이제 도시는 거의 다 아파트요, 아파트 아니어도 여러 층으로 된 다세대나 빌라인 만큼, 신나게 뛰지 못합니다. 구르지도 못합니다. 달리지도 못합니다. 집에서도 못 달리고, 골목에서도 못 달려요. 골목은 온통 자동차로 꽉 차고, 오토바이가 무시무시하게 내달립니다. 학교에 가면 달릴 만할까요? 교실이나 골마루에서 뛰거나 달리면 교사들이 꿀밤을 먹입니다. 흙으로 된 운동장을 거의 걷어치우니, 플라스틱 가짜 잔디 박은 운동장에서 뛰다 넘어지면 피가 줄줄 흐를 만큼 다칩니다. 그런데, 도시 아이들은 뛰거나 달리며 놀 줄 몰라요. 뛰거나 달리는 놀이를 다 잊어버리고 빼앗겼기 때문입니다.


  흙운동장이 있어야 흙바닥에 돌로 금을 그리고는 이렇게 달리고 저렇게 뛰는 놀이를 즐깁니다. 고무줄놀이를 하건 다른 어떤 놀이를 하건, 흙바닥 운동장이어야 비로소 무언가 할 수 있어요.


  도시 아이들은 어디에서도 흙을 못 만집니다. 흙이 없으면 벼도 콩도 밀도 보리도 안 나지요. 흙이 없는데 능금이나 배나 수박이나 딸기를 어디에서 얻겠습니까. 그런데, 도시 어른과 아이는 흙 한 줌 없어도 마트에서 모든 곡식과 푸성귀와 열매를 돈으로 사다 먹어요. 흙을 몰라도 되는 도시요, 흙하고 동떨어져도 살 수 있는 도시요, 흙을 잊어도 걱정없다는 도시입니다.


  그런데, 참말 이래도 될까요. 아이들이 흙을 잊고 흙을 안 만지며 커도 될까요. 아이도 어른도 흙하고 등을 진 채 밥을 먹어도 될까요.


- “공단이 기동대를 앞세우고 온 건 측량이 목적이 아니여. 우릴 겁주려고 그런 게지. 그 녀석들도 지금쯤 황망하겄지. 겁주기는커녕 우리한테 자신감만 잔뜩 심어 줘 버렸응께!” (111쪽)
- “텔레비전 따위 안 봐도 돼. 신문 따위 읽지 않아도 돼. 너희들, 한 번만이라도 우리 마을이랑 공사현장에 와 봐. 공항 만드는 곳에 민주주의나 주권재민 같은 건 요만큼도 없어. 있는 건 기동대의 폭력뿐이다! 우리는 가족이 총출동해서 3일 동안 싸웠어. 공단은 측량을 전혀 못 하고 돌아갔어. 하지만, 아무리 날림으로 한 측량이라도, 이게 끝나면 다음에 오는 건 강제수용이야! 땅을 빼앗는 거란 말이다! 강제수용이란 건!” (114∼115쪽)
- “저, 선생님. 저, 조금 더 뎃페이의 얘기를 듣고 싶은데요.” “저도.” “저도요.” “선생님, 전 지금까지 공항이 생기면 편리해서 좋겠다고만 생각했어요. 반대하는 사람들도 언젠가는 납득하고 떠날 거라고 생각했고요. 하지만, 이 3일 동안 티브이를 보면서, 우리와 같은 학년의 친구가, 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필사적으로 싸우는 것을 보면서, 내가 공항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 깨달았어요. 지금은 그것이 정말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시자카 군. 좀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줘.” (118∼119쪽)

 


  오제 아키라 님이 그린 《우리 마을 이야기》(길찾기,2012) 여섯째 권을 읽습니다. 일본 나리타공항을 지을 적에 일본 정부와 경찰이 얼마나 끔찍하게 시골마을 망가뜨리면서 괴롭혔는가 하는 이야기가 낱낱이 흐릅니다. 더군다나, 조용한 시골마을에 갑작스레 공항을 짓겠다 하면서, 초·중·고등학교 교사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됩니다. 공무원이기에 정부가 하는 일을 놓고 아무 말을 할 수 없다 말하는 교사들 가운데 ‘시골내기’는 없습니다. 나라에서 주는 돈을 받으면 될 뿐인 교사입니다. 교사들은 흙을 안 만집니다. 시골마을 학생은 어버이가 모두 흙지기입니다. 흙을 만지는 농사꾼입니다. 농사꾼을 가르치는 교사는 도시에서 대학교를 다닌 지식인이자 공무원입니다. 지식인이자 공무원인 시골마을 교사는 시골을 송두리째 밀어 없애는 나리타공항을 짓는 일에 ‘중립 탈’을 씁니다. 학교 옆에 공항이 들어서면 방음벽 높고 두껍게 대느라 깜깜한 감옥에 갇힌 듯한 모습이 되는데, 이렇게 되거나 말거나 ‘공무원 일자리 빼앗길 수 없는 신분’이라는 핑계를 대면서 한 발 아닌 두 발 석 발 뒤로 뺍니다.


- “요시코, 들었다. 썩은 수박을 공단 놈 면상에 던져서 깨부쉈다면서. 또 밭에 몸을 던져서 말뚝을 못 박게 막았다고! 상상이 안 되네. 너 같은 조신한 문학소녀가 말야.” “오빠. 여기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매일 일어나잖아.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슬픈 일도, 기쁜 일도.” (123∼124쪽)
- “교장선생님, 선생님이 만약 우리들의 입장이라면, 선생님의 부모가 피투성이가 되어 기동대한테 붙잡혀서 유치장에 갇힌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무척 슬픈 일입니다. 그러나, 입장이 공무원이다 보니.” “……. 공항이 들어서면 이 학교도 당연히 방음교사가 됩니다. 선생님은 하루 종일 창문도 열 수 없는 어두운 교실에 들어가고 싶습니까?” “아니, 들어가고 싶지는 않지요. 학생들을 들여보내고 싶지도 않아요.” “그러면 공항에 반대하시는 거네요? 중립이 아니라. 방음교사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면 어째서 반대하지 않는 건가요? 왜 싸우지 않는 건가요?” “그러니까, 공항이 만들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요.” “교장선생님! 학생들을 방음교사에 가두고 싶지 않다고 하시면서 공무원이기 때문에 공항을 반대하지 않는다든 건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이래도 되는 겁니까? 선생님! 선생님은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정부가 하라는 대로 하는 것뿐이에요. 그것이 교육자로서 올바른 자세라 할 수 있습니까?” (177∼179쪽)

 


  지난날 한국에서 김포에 공항을 지을 적에 어떤 일이 있었을까 궁금합니다. 인천 앞바다 영종섬과 용유섬을 메워서 공항을 지을 적에 이곳 시골사람은 ‘땅값 껑충 뛰어 헤헤 웃으며’ 고향을 버렸을는지 궁금합니다.


  비행기가 하늘 가르며 지나갈 때에 얼마나 소리가 크게 울리는지 들어 보았나요? 고흥 시골 하늘 찢는 비행기가 가끔 있는데, 여섯 살 세 살 우리 집 두 아이는 “무서워!” 하면서 마당에서 놀다가 헐레벌떡 집안으로 달려듭니다. 비행기를 모는 이들은 땅에서 시골사람이 하늘 찢는 소리 때문에 얼마나 시달리는가를 못 느끼는구나 싶어요. 어쩌면, 땅에서 흙 만지는 늙은이와 어린이를 놀래키려고 일부러 낮게 날며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구나 싶기도 해요.


  공항 곁에서는 이런 소리를 날마다 끝도 없이 들어요. 그리고, 공항뿐 아니라 전철과 기차 지나가는 옆마을도 이와 같습니다. 고속철도 지나가는 곁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은 여름에도 창문을 못 엽니다. 귀가 아프거든요. 도시에서는 전철 지나가는 옆에 가난한 사람들 쪽집이 많아요. 돈이 없으니 전철길 옆 값싼 땅에다 집을 짓고 살아가는데, 아주 고달프지요.


- ‘그때 나는 끓어오르는 의문과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었다. 끈질기게 공항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외면하는 우리의 선생님들은, 우리를 가르치고 이끄는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를 괴롭히는 공단·기동대와 한편인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 (160쪽)

 


  흙을 모르는 도시사람이 스스로 삶을 무너뜨리는 길을 걷습니다. 사람 적게 사는 시골이라 여기며, 시골에다가 핵발전소나 화력발전소 아무렇게나 때려지으면, 도시사람은 전기 펑펑 쓸 텐데, 시골흙 더러워지면 바로 ‘도시사람이 사다 먹을 곡식과 푸성귀와 열매가 더러워지는’ 셈입니다. 시골에 쓰레기 파묻으면 시골에서 거두는 곡식과 푸성귀와 열매가 더러워질밖에 없습니다. 시골이 땅값이 싸대서 시골에 공장을 짓고 골프장 닦으면, 시골에서 일굴 곡식과 푸성귀와 열매가 아주 더러워지지요.


  사람은 누구나 배워야 합니다. 도시사람도 시골사람도 흙을 배워야 합니다. 어제 아침 이웃 할매와 할배 고구마밭 일손을 거드는데, 할배가 문득 “저번 해에 비료와 거름(농협에서 소돼지 똥으로 만들어서 파는 거름)을 썼더니 감저(고구마)가 아주 맛이 없어. 맛이 없는걸 어떻게 먹어. 올핸 비료와 거름을 하나도 안 썼어. 올해에는 맛이 어떨까 몰라. 맛이 좋겠지?” 하고 한말씀 합니다. 아무렴요, 화학비료와 화학거름(화학사료 먹은 소돼지가 눈 똥이나 화학똥이지요)을 뿌리면 겉보기로 알이 굵게 나올 테지만 얼마나 맛없겠어요. 빗물과 햇볕과 바람을 먹으면서 곱고 보드라운 흙에서 자란 고구마라야 맛있지요.


  도시사람은 도시에서도 텃밭을 짓고, 시멘트를 차츰 걷어내어 흙땅을 넓힐 노릇입니다. 도시 골목길이 주차장 되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도시 골목길은 아이들 놀이터요 어른들 쉼터가 되어야 합니다. 도시사람도 철마다 시골로 들일 하러 말미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대통령도 청와대에서 텃밭을 일구어 이녁 먹을거리를 손수 거두어야지요. 시골 군수도 군청 앞 주차장 모두 없애고 이 자리를 텃밭으로 삼아 손수 푸성귀를 일구어 먹어야 ‘시골 군수’다운 행정을 펼칠 수 있지요. 도시에서도 시골에서도 교사들은 학교로 자가용 끌고 나오지 말고, 주차장이 되는 그 터를 텃밭으로 일구어 교사들 스스로 푸성귀를 얻어야지요. 시골에서는 더더구나 아이들 어버이가 모두 흙지기인데, 시골 교사 스스로 흙일을 새로 배우고 새로 깨닫는 하루를 누려야, 시골 아이한테 참삶 가르칠 수 있지요.


  흙을 배우는 삶일 적에 사랑을 배웁니다. 흙을 배우는 삶이 될 적에 이웃을 아끼고 돌보는 길을 배웁니다. 흙을 배우는 삶으로 나아갈 적에 즐거이 어깨동무하며 두레와 품앗이를 하는 웃음꽃 피웁니다. 4346.11.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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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1-06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마을 이야기 6>와 함께살기님의 삶이 잘 녹아들어(참, 이 표현이 맞나요? ^^;;)
한층 더 직접 흙을 만지고 흙냄새 맡고 있는듯한, 그런 뿌듯함으로 글을 읽었습니다~
정말 흙은 모든 것을 다 새로 태어나게 하는 그런 근원일텐데...사람들은 눈앞의 이익에만
눈이 어두워 자꾸 제무덤을 파며 사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마음빛' 가득한 글을 읽다 보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튼튼한 희망이 또 새롭게 피어나 참 감사드리며 좋습니다~*^^*

참,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이런 만화가 나올까요?

파란놀 2013-11-06 10:53   좋아요 0 | URL
예전에는 몇몇 만화가들이 그렸는데(80년대 중반~90년대 초반),
이제는... 박건웅 님 <노근리 이야기>와 <꽃>을 빼고는
아무도 못 그려요.

최규석 님이 비슷비슷한 느낌을 그리려고는 하지만,
깊은 마을 속내까지 함께 살아내면서
흙과 시골과 숲과 사랑을 그리지는 못하지요.

이 만화를 그린 오제 아키라 님 다른 작품
<나츠코의 술>은 시골을 지키며 깨끗한 농사를 짓는 삶을
보여준답니다.

우리 만화가들은 모두 생계라는 것 때문에
아이들 학습만화 시장으로 잡아먹혔답니다...

페크pek0501 2013-11-06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자 분량이 적은 만화로 이렇게 긴 글을 뽑아 내시다니...
그래서 눌러요. ㅋㅋ

파란놀 2013-11-06 19:45   좋아요 0 | URL
오제 아키라 님이 그린 만화는 '그냥 만화'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문학'이랍니다.

나중에 한 번 이분 작품을 찬찬히 읽어 보시면
이 느낌을 pek0501 님도 얼마든지 함께 나눌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아직 절판되지 않은 이분 작품인
<나츠코의 술>과 <우리 마을 이야기>는 꼭
장만해서 읽어 보셔요.

저는 이 책들을 두고두고 우리 아이들과 그 아이들한테도
물려주어야 한다고 느껴요~ ^^

그리고, 이분 만화는 '글이 적지 않'답니다.
글이 아주 많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