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72] 꽃

 


  꽃은 더없이 예쁘고,
  사람은 가없이 착하며,
  별은 그지없이 빛납니다.

 


  공무원이 돈을 들여 도시 한복판이나 시골 읍내에 갖다 놓는 서양꽃도 예쁩니다. 비록 씨앗이 아닌 돈으로 심는 꽃이라 하더라도, 이 나라 철과 삶과 날씨하고는 안 어울리는 서양꽃이라 하더라도, 예쁘지 않은 꽃은 없습니다. 바보스러운 정치에 매달리거나 어리석은 이름값에 끄달리거나 뜻없는 지식조각에 얽매이는 사람이 많지만, 어떤 사람이든 사랑을 받아 태어나 사랑을 먹으며 자랐습니다. 비록 사람다운 모습을 자꾸 잃는 슬픈 오늘날이라 하지만, 착하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매캐한 배기가스와 끝없이 태우는 석유와 그치지 않는 전쟁놀이 때문에 지구별은 푸른 빛을 차츰 잃지만, 먼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초롱초롱 빛납니다. 비록 아름다운 길하고 동떨어진다 하더라도, 아직 지구별도 다른 뭇별처럼 새까만 우주를 밝히는 사랑스러운 빛을 건사해요. 꽃은 더없이 예쁘고, 꽃을 바라보는 사람도 예쁜 눈길 됩니다. 사람은 가없이 착하며, 착한 사람과 어깨동무하는 사람도 착한 삶 됩니다. 별은 그지없이 빛나며, 우주를 이루는 모든 별은 저마다 사랑스레 빛납니다. 4346.11.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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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피아노의 숲》을 한창 읽던 무렵, 이 만화책 그린 분이 함께 선보인 《하나다 소년사》도 얼마든지 장만해서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무렵 내 마음은 《피아노의 숲》을 다 읽으면 읽어야지 했고, 《피아노의 숲》은 아직까지 꾸준히 그리는데, 《하나다 소년사》는 다섯 권까지만 그리고 마무리가 되었다. 게다가 《하나다 소년사》는 2005년에 다섯째 권이 나오고 나서 곧 판이 끊어졌다. 왜 《피아노의 숲》과 《하나다 소년사》를 나란히 읽을 생각을 못해, 뒤늦게 이 책을 읽으며 뒤엣권을 못 장만하는 일을 겪고야 마는가. 《하나다 소년사》 첫째 권과 둘째 권을 읽으면서, 이시키 마코토 님이 지구별 사람들 넋을 한결 깊게 들여다보며 살피는 눈길이 있어, 이러한 눈길로 《피아노의 숲》도 곱게 엮어서 선보일 수 있구나 하고 깨닫는다. ‘하나다 이치로’라는 아이는 개구쟁이에서 철드는 푸름이로 무럭무럭 자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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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다 소년사 1
이시키 마코토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04년 10월
3,800원 → 3,420원(10%할인) / 마일리지 190원(5% 적립)
2013년 11월 07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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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벌 출판사에서는 “정글북”으로 널리 알려진 키플링 님 작품 가운데 첫째 이야기인 《모글리의 형제들》을 새롭게 헤아리며 붙인 그림으로 엮은 책을 2007년에 하나 내놓는다. 이 책 뒤로 다른 “정글북” 이야기도 한국말로 옮기려 했다는데, 2013년이 되기까지 둘째나 셋째 이야기는 나오지 못한다. 키플링 님이 쓴 글이야 다른 출판사에서 내놓은 책으로도 읽을 수 있지만, 크리스토퍼 워멀 님이 붙인 그림은 마루벌에서 새로 옮겨 주어야 비로소 만날 수 있다. 첫째 이야기로만 그치고 말까. 몇 해가 더 걸리더라도 앞으로 둘째 이야기를 선보여 우리들이 즐겁게 만날 수 있을까. 아름다운 글에 아름다운 그림이 어우러진 그림책을 씩씩하게 내놓아, 이 땅 아이와 어른 모두한테 아름다운 빛을 베풀어 줄 수 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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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글리의 형제들- 정글북 첫 번째 이야기
루드야드 키플링 지음, 크리스토퍼 워멀 그림, 노은정 옮김 / 마루벌 / 2007년 5월
13,500원 → 12,150원(10%할인) / 마일리지 670원(5% 적립)
2013년 11월 07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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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책 읽는 마음가짐

 


  번역이 어찌 되건 즐겁게 읽습니다. 번역책 가운데에는 제대로 번역하지 않았구나 싶은 책이 있고, 직역만 하고 손질을 안 한 채 내놓은 책이 있으며, 번역자와 편집자가 알뜰히 가다듬고 추스른 책이 있습니다. 어느 책이든, 내가 손수 한국말로 옮겨서 읽는 책이 아닌 만큼, 고맙게 읽습니다.


  번역글을 읽으면서 이렇게 한글로 옮긴 이 이야기를 쓴 분이 이녁 나라에서 어떤 마음으로 이녁 말로 조곤조곤 생각과 마음을 밝혔을까 하고 곰곰이 헤아립니다. 저 먼 나라 글쓴이 마음을 살피면서 번역글을 읽습니다.


  번역이 어설플 수 있습니다. 번역이 훌륭할 수 있습니다. 어설프면 어설픈 대로 곰곰이 생각합니다. 훌륭하면 훌륭한 대로 이와 같은 새 문학이 태어나는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여러모로 어설픈 번역이라고 해서 자꾸 ‘어설프네’ 하고 생각하면, 그만 어설픈 글줄에 마음이 갇히고 말아, 그야말로 어설픈 대목만 보이고 말아요. 처음부터 ‘이야기 읽어야지’ 하고 생각하면, 번역글이 어설프건 훌륭하건, 글에 깃든 이야기가 새록새록 드러납니다.


  한글로 쓴 글이라 하더라도 엉성하게 쓴 글이 많습니다. 한글로 쓴 한국말이라 하지만, 번역 말투와 일본 말투에다가 중국한자말과 일본한자말, 여기에 영어까지 어지럽게 뒤섞은 알쏭달쏭한 글이 참으로 많습니다. 시에서도 소설에서도 수필에서도 한국글다운 한국글 쓰는 분을 만나기 몹시 어렵습니다. 그러나, 한글로 된 한국책을 읽으며 ‘엉성한 글’을 생각할 수 없습니다.


  나는 ‘엉성한 글’을 알아보려고 책을 읽지 않아요. ‘이야기’를 읽고, 이야기에서 ‘삶’을 느끼며, 삶에서 ‘사랑’을 만나고 싶어서 책을 읽습니다. 비록 글이며 글투며 글빛이며 모조리 엉성하다 하더라도, 이러한 글로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려 했을까 하고 가만히 헤아려 봅니다. 그러면, 이야기가 마음으로 들어와요. 그저 즐겁게 읽으면 다 아름다운 책이 됩니다. 4346.11.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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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3-11-07 12:41   좋아요 0 | URL
번역된 책이든 한글로 쓰여진 책이든 책을 읽을 때는 글쓴이의 마음 속까지 깊숙히 침투해 들어가 보려고 애쓰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거듭 하게 됩니다. 그런 노력 없이 소소한 번역의 문제 때문에 돌부리에 채여 자주 넘어지는 일은 어느 정도는 책을 읽는 사람들의 '자세'로부터 기인하는 문제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 * *

판단의 책임은 내게 있는 것이므로, 나는 내 이해력이 그 속까지 침투해 보지 못해서 피상적으로 머무르거나 또는 가짜 광채에 현혹된 것이라고 자기를 책망한다. 내 판단력은 다만 동요와 혼란에 빠지지 않는 것으로 만족한다. 그 이해력이 박약한 바는 기꺼이 인정하며 고백한다. 내 판단력은 그것이 파악한 개념이 그 자체에 지시하는 겉모습에 정확한 해석을 내린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해석은 허약하고 불완전하다.

이솝 우화는 대부분이 여러 가지 의미와 해석을 지니고 있다. 그것을 도덕적으로 해석하는 자들은, 그 이야기와 격이 맞는 어떠한 모습을 골라낸다.

그러나 그것은 대부분 유치하고 피상적인 모습에 지나지 않는다. 그 속에는 더 살아 있고 본질적이며 내면적인 의미가 있으나 거기까지는 뚫어보지 못한다. 나 역시 그 꼴로 읽는다.(몽테뉴)

파란놀 2013-11-07 13:40   좋아요 0 | URL
즐겁게 두루 읽으면
마음속에 즐거운 빛이 골고루 스며들어
넋과 삶과 말이 새롭게 자라는구나 싶어요

무지개모모 2013-11-07 16:03   좋아요 0 | URL
그동안 번역 맘에 안 들면 엄청 툴툴거리던 저를 되돌아보게 되네요.
하긴 따지려 들다 보면 한도 끝도 없더라구요.

파란놀 2013-11-07 17:20   좋아요 0 | URL
번역하시는 분들도
이녁 스스로 번역이 마음에 안 들는지 몰라요 ^^;;;;

qualia 2013-11-07 17:01   좋아요 0 | URL

그럼에도 꼬치꼬치 캐묻고 따지고 드는 비판정신은 소중합니다.

남들에게 눈엣가시로 낙인 찍힌다는 것 압니다.

세상 “피곤하게” 산다는 비아냥과 힐난도 많이 받습니다.

무골호인처럼 좌우 양쪽으로부터 환영 받고, 인품 넉넉한 대인배 대접도 때론 받고 싶죠.

그러나 저런 유불리를 떠나 진정한 비판가는 엄밀 · 엄정 · 엄격합니다.

잘잘못의 비판에는 크고 작음이 없습니다.

나/너/우리라는 경계와 패가 없습니다.

겉보기에 삐딱한, 그런 삐딱한 비판가가 없다면

우리 사회는 바로 설 수 없습니다.


파란놀 2013-11-07 17:24   좋아요 0 | URL
비판정신은 제대로 읽는 눈길에서 태어난다고 느껴요.
제대로 읽지 않고 겉말에만 얽매여 속알맹이를 들여다보지 못하면
겉만 보는 꼬리잡기나 헐뜯기만 이루어지지 싶어요.
옷차림을 두고 사람을 꼬리잡으면 얼마나 겉돌기가 될까요.
옷차림이 아닌, 옷 안쪽에 있는 사람을 봐야겠지요.

그래서, 번역책을 읽든 여느 창작책을 읽든
맨 먼저 속알맹이가 되는 삶을 헤아리고서,
나중에 겉말을 하나하나 짚어야지 싶습니다.

올바른 비판정신은 삐딱이가 아니라 '올바름이'라고 느껴요.
올바르지 못하기에 '삐딱하게 되는구나' 싶어요.


올바름이는 왼쪽에서도 오른쪽에서도 섣불리 건드리지 못하겠지요.
환영을 하거나 거부를 하는 흐름이 아닌,
두 쪽 모두 스스로 얼마나 외곬로 치달으며 바보스러운가를 느끼게 해 줄 때에
비로소 올바른 비판정신 된다고 느껴요.

비판과 대인배는 많이 다른 대목이 될 테지요.
그리고, 올바로 읽을 수 있으면
남들이 무어라 하든, 눈엣가시로 여기든 대수로울 것 없어요.
왜냐하면, 올바르게 걷는 길은 즐겁고 아름다우며 사랑스러우니까요.

qualia 2013-11-08 16:59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 님, 생각 깊은 답글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파란놀 2013-11-08 17:53   좋아요 0 | URL
qualia 님이 댓글을 써 주셨기에
저도 생각을 한 번 더 깊게 할 수 있었어요.

qualia 님 말씀처럼 우리 사회에는
'삐딱한 비판가'가 설 자리가 없어요.

스스로 진보라 하는 쪽에서도
보수라 하는 쪽에서도
다양성도 개성도 공존도 평화도 찾아보기 어려워요.
모두들 입으로는 큰소리를 내지만
정작 모두들 몸으로는 안 움직여요.

이러저러 하다 보니 저는 도시를 아주 떠나 시골에서 살아가는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조용히 살아가는 길에서
무언가 삶을 찾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이루어지는구나 싶어요.

..

그냥 그렇지요.
집안일 도맡고 아이키우기도 맡겠다 하면서
바깥일(사회 활동) 그만두고 집에 머무는
'진보 남자 지식인'이란 몇이나 있을까요... 이 나라에...
 


 우리 말도 익혀야지
 (26) 그럼에도 불구하고 1

 

뿐만 아니라, 적어도 어른 자기보다는 나은 사람이 되어 주기를 바라는 점에서 부모와 교사의 소원은 완전히 일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나 교사가 어린이와의 관계를 맺고 지도를 하는 현장을 보면
《성내운-스승은 없는가》(진문출판사,1977) 42쪽

 

  “뿐만 아니라”처럼 글을 쓸 수 없습니다. “그뿐만 아니라”나 “이뿐만 아니라”나 “저뿐만 아니라”처럼 적어야 올바릅니다. 그런데, 이런 말투가 자꾸 퍼지고 글이나 책이나 신문에 실립니다. 이리하여 이 말투를 바로잡거나 올바로 쓰는 사람은 차츰 줄어듭니다. “어른 자기(自己)보다는”은 “어른인 이녁보다는”으로 손보고, “바라는 점(點)에서”는 “바라는 대목에서”로 손보며, “부모(父母)와 교사의 소원(所願)은 완전(完全)히 일치(一致)한다”는 “어버이와 교사는 서로 한마음이 된다”나 “어버이와 교사는 서로 똑같은 꿈을 꾼다”로 손봅니다. “어린이와의 관계(關係)를 맺고 지도(指導)를 하는 현장(現場)을”은 “어린이와 만나 가르치는 곳을”이나 “어린이와 어울려 가르치는 모습을”로 손질합니다.


  한자말 ‘불구(不拘)’는 “얽매여 거리끼지 아니하다”를 뜻한다 하는데, 외따로 쓰지 않습니다. “-에도 불구하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꼴로 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그렇지만 . 그러하지만
→ 그래도 . 그러하여도
→ 그러한데도 . 그러면서도
→ 그렇긴 하지만
 …

 

  국어사전에 나오는 보기글을 살피면 “몸살에도 불구하고”나 “끝내는 도달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나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인데도 불구하고” 같은 글월이 있습니다. 이 글월은 모두 “몸살이 났지만”이나 “끝내는 닿을 수 없는데에도”나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인데도”로 다듬으면 됩니다.


  우리 겨레 말투로 알맞게 쓰는 길을 생각합니다. ‘그렇지만’이나 ‘그러나’가 있습니다. ‘그러하지만’이나 ‘그러하기는 하지만’이 있습니다. 이 땅에서 아이들 올바르며 아름답게 가르치며 사랑하려는 어버이와 교사부터 우리 말투를 슬기롭게 깨닫기를 빕니다. 4335.1.27.해/4346.11.7.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이뿐만 아니라, 적어도 어른인 이녁보다는 나은 사람이 되어 주기를 바라는 대목에서 어버이와 교사는 한마음이 된다. 그런데, 어버이나 교사가 어린이와 어울리며 가르치는 모습을 보면

 

..

 

 우리 말도 익혀야지
 (405) 그럼에도 불구하고 2

 

그는 자기감정을 놀랄 정도로 잘 통제하는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혼자서 울고 있는 그를 본 적이 있다
《존 버거,장 모르/김현우 옮김-행운아》(눈빛,2004) 121쪽

 

  ‘자기감정(自己感情)’은 ‘마음’으로 다듬으면 됩니다. “놀랄 정도(程度)로”는 “놀랄 만큼”으로 손보고, “잘 통제(統制)하는”은 “잘 다스리는”이나 “잘 가누는”이나 “잘 추스르는”으로 손봅니다. “울고 있는”은 “우는”으로 손질합니다.

 

 잘 다스리는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 잘 다스리는 사람이지만
→ 잘 추스리는 사람인데
→ 잘 가누는 사람이기는 하나
 …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일본 말투입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제법 널리 알려졌습니다. 이제는 이런 말투를 안 쓰는 사람이 부쩍 늘었어요. 그러나 이런 말투는 이 말투 나름대로 말맛이 있다면서 끝까지 붙잡고 쓰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어느 한편으로는, 이 말투가 일본 말투인 줄 몰랐다고 하면서 놀라지만, 막상 ‘우리가 널리 쓰는데 일본 말투라고 하면서 못 쓰게 할 까닭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쓰건 안 쓰건 그리 대수롭지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를 생각해 봅니다. 이 말을 구태여 쓰려고 하는 사람들 생각은 다시금 돌아봐야지 싶어요. 잘못 들어와서 잘못 퍼진 말인 줄 환하게 드러났다면 이녁 입이나 손에 너무 굳어서 고치기 어려워서 어쩔 수 없다고 하면 모르되, 잘못된 말투를 그대로 쓰는 일은 옳지 않습니다. 또한, 어른인 나는 잘못된 말투를 그대로 쓴다고 하더라도 이 나라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교사나 어버이가 이런 말투를 그대로 쓰면 아이들은 앞으로 이런 말투에 물들고 말아요. 어른들 말투와 말씨에서 그치지 않고, 아이들 말투와 말씨로 퍼집니다.


  어쩌면,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써야 글쓴이 글맛이 살아날 수 있을 테지요. 그러면, ‘그러나’나 ‘그렇지만’이나 ‘그런데’를 쓰면 글쓴이 글맛이 죽는가요? 이 보기글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아예 털고 ‘-이지만’와 ‘-인데’와 ‘-이기는 하나’처럼 씨끝을 바꾸면 글쓴이 글맛이 살아나지 못할까요.


  요즈음은 ‘고맙다’라 안 하고 ‘땡큐(쌩큐)’라 말하는 사람 많고, ‘좋아’라 안 하고 ‘굿’이라 말하는 사람 많습니다. 이런 말투와 말씨도 개성이라 한다면 개성일 텐데, 이러한 개성까지 살려야 글맛이나 말맛이 나는지 여러모로 궁금합니다. 참말로, 글맛이나 말맛이란 무엇일까요. 글맛을 살리고 말맛을 살찌우는 길이란 무엇인가요. 4338.4.27.물/4346.11.7.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그는 마음을 놀랄 만큼 잘 다스리는 사람이지만, 혼자서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581) 그럼에도 불구하고 3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제 눈과 마음에는 이 세상 모든 것이 천성산으로 보입니다
《지율-초록의 공명》(삼인,2005) 204쪽

 

  ‘지금(只今)’ 같은 한자말은 그대로 두어도 되지만, ‘오늘’로 손볼 수 있어요. “이 세상(世上) 모든 것이”도 그대로 둘 만하지만, “온누리 모두가”로 손볼 만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 그러나, 그러나
→ 그러나, 참말 그러나
→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 그러나, 그러하나, 그러하지만
 …

 

  우리 삶터가 한결 낫고 깨끗하며 아름다운 쪽으로 나아간다면, 우리가 쓰는 말과 글 또한 한결 낫고 깨끗하며 아름다운 쪽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 삶터가 자꾸 제자리걸음이나 뒷걸음을 한다면, 우리가 쓰는 말과 글 또한 자꾸 제자리걸음이나 뒷걸음을 합니다.


  보기글 첫머리에 ‘그러나’라고 썼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따로 덧달 까닭이 없습니다. 한편,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라고 써서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짙다는 느낌을 힘주어 나타낼 수 있어요. “그러나…”처럼 써도 되고요. 4339.7.6.나무/4346.11.7.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그러나, 참말 그러나, 오늘 제 눈과 마음에는 온누리 모두가 천성산으로 보입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964) 그럼에도 불구하고 4

 

아들이 이스라엘군의 총격에 희생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아들의 장기를 이스라엘의 아픈 아이들에게 내주어 …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나를 거두어 키웠다 … 아무 죄도 없는 아들이 살해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 이스마엘은 … 사람의 마음 안에 숨어 있는 짐승에 대해 쓰고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서로 이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책을 쓰고 싶었다
《가마타 미노루/오근영 옮김-생명의 릴레이》(양철북,2013) 53, 62, 127, 133쪽

 

  “이스라엘군의 총격(銃擊)에 희생당(犧牲當)했다”는 “이스라엘군이 쏜 총에 맞았다”나 “이스라엘군이 쏜 총에 맞아 죽었다”로 손봅니다. “이스라엘의 아픈 아이들에게”는 “아픈 이스라엘 아이들한테”나 “이스라엘에 있는 아픈 아이들한테”로 다듬고, “아무 죄(罪)도”는 “아무 잘못도”로 다듬으며, ‘살해당(殺害當)했다’는 ‘죽었다’나 ‘목숨을 빼앗겼다’로 다듬습니다. “사람의 마음 안에 숨어 있는 짐승에 대(對)해”는 “사람 마음에 숨은 짐승을”이나 “사람들 마음에 숨은 짐승 이야기를”로 손질하고, “서로 이해(理解)할 수 있음을”은 “서로 사랑할 수 있다고”나 “서로 헤아려 줄 수 있다고”나 “서로 어깨동무할 수 있다고”나 “서로 어루만질 수 있다고”로 손질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그런데도 . 그러한데도 . 그런데 . 그러나 . 그렇지만

 

  이 보기글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네 차례 나옵니다. 일본사람이 쓴 책이기 때문인지 이 말투가 잇달아 나옵니다. 아무래도 일본 말투이니 이렇게 자주 나올 테지요. 그러면, 이 말투를 ‘직역’하지 말고, 한국 말투로 알맞게 풀어서 적어야 옳다고 느낍니다. 이 나라 어린이와 어른 누구나 옳고 바른 한국 말투를 책으로 읽고 글로 만나서 말삶 북돋우도록 도울 때에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4346.11.7.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아들이 이스라엘군이 쏜 총에 맞았다. 그러나, 사랑하는 아들 장기를 아픈 이스라엘 아이들한테 내주어 … 그런데, 두 사람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나를 거두어 키웠다 … 아무 잘못도 없는 아들이 죽었다. 그런데도 아버지 이스마엘은 … 사람들 마음에 숨은 짐승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그렇지만 사람은 서로 어깨동무할 수 있다고 보여주는 책을 쓰고 싶었다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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