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보라 밥 먹는다

 


  볶음을 해서 밥과 반씩 갈라 접시에 담는다. 까마중 열매를 올린다. 그러고는 가을민들레 잎사귀 하나 얹는다. 즐겁고 맛나게 먹으렴. 냠냠짭짭 먹으며 무럭무럭 자라렴. 국물도 후루룩 밑바닥까지 삭삭 긁어 먹으렴. 4346.11.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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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31. 2013.10.25.

 


  밥상을 차릴 적에 큰아이와 작은아이가 서로 마주보도록 밥그릇과 국그릇을 놓는다. 그런데, 곧잘 큰아이가 작은아이 밥그릇이랑 국그릇을 제 옆에 붙여 놓는다. “나는 보라랑 같이 앉을 거예요.” 하고 말한다. 그래, 그러면 그렇게 하렴. 놀면서 자주 툭탁거리는데, 곧 서로 앙금을 풀고, 밥을 먹거나 마실을 다니거나 둘이 서로 챙겨 주곤 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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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587) 시험 1 : 시험해 볼까

 

다시 한 번 시험해 볼까 … 얼마나 늘어나는지 시험해 보아야겠다
《이상교·심은숙-빨간 부채 파란 부채》(시공주니어,2006) 8, 20쪽

 

  국어사전을 들추면, 세 가지 ‘시험’이 나옵니다. 모두 한자말입니다. 첫째, ‘恃險’이라는 한자말이 나오고, 말뜻은 “험한 지형에 의지함”입니다. 둘째, ‘猜險’이라는 한자말이 있고, 말뜻은 “시기심이 많고 엉큼하다”입니다. 셋째, ‘試驗’이라는 한자말이 실리고, 말뜻은 “(1) 재능이나 실력 따위를 일정한 절차에 따라 검사하고 평가하는 일 (2) 사물의 성질이나 기능을 실지로 증험(證驗)하여 보는 일 (3( 사람의 됨됨이를 알기 위하여 떠보는 일”입니다.

 

  이 가운데 첫째와 둘째 한자말은 쓸 일이나 쓰일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한자말이 국어사전에 나옵니다. 이 한자말은 왜 국어사전에 실었을까요. 누가 이런 한자말을 쓴다고 국어사전에 버젓이 실었을까요.


  우리 국어사전은 한국말 담는 사전이라기보다, 지난날 권력자와 지식인이 중국 사대주의로 지내며 쓰던 중국한자말하고 일제강점기에 일본제국주의에 기대어 쓰던 일본한자말을 잔뜩 담는 사전입니다. 한국사람이 읽고 살필 만한 한국어사전이 못 됩니다. 생각해 보면 ‘국어사전’이라는 이름부터 옳지 않아요. ‘국어’라는 한자말은 일본강점기부터 일본제국주의가 ‘일본말’을 ‘國語’라고 가리키며 썼어요. 지난날 중국은 ‘중국어’라 했고, 우리 나라는 ‘조선말’이나 ‘조선어’라 했습니다. 일본은 마땅히 ‘일본어’라 해야 했는데, 태평양 나라들을 식민지로 삼으려던 제국주의 권력자와 지식인은 ‘일본어’ 아닌 ‘국어’라는 말을 썼어요. 그러니, 오늘날 이 나라에서 아직도 ‘국어’라는 낱말과 ‘국어사전’이라는 낱말 쓰는 일이란, 식민지 찌꺼기를 못 턴 모습일 뿐 아니라, 속속들이 식민지 물결을 뒤집어쓴 모습입니다. 얄궂은 찌꺼끼도 못난 속모습도 하나도 털지 못했으니 ‘국어사전에 실은 낱말’도 알량할밖에 없구나 싶어요.

 

 다시 한 번 시험해 볼까
→ 다시 한 번 해 볼까
→ 다시 한 번 볼까
 …

 

  국어사전에 나오는 한자말 ‘시험’ 가운데 셋째 것을 사람들이 씁니다. 학교에서 으레 시험을 치르고, 회사에서도 늘 시험을 치지요. 이런 자리에서 쓰는 ‘시험’은 다른 말로 고치기 어려우리라 느낍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하면 ‘중간시험’이나 ‘기말시험’이나 ‘면접시험’ 같은 이름도 얼마든지 고칠 수 있어요. 다만, 이런 이름을 고치자면 입시지옥을 뜯어고쳐야 합니다. 입시지옥을 뜯어고쳐 초·중·고등학교가 시험지옥에서 풀려나면, 그때부터는 시험 때문에 목을 매달 일이 없어요. 시험지옥과 입시지옥이 사라지면, 저절로 새 이름으로 ‘시험’을 가리킬 텐데, 아마 ‘시험’이 아주 없어지고, 새로운 이야기가 샘솟겠지요.

 

 얼마나 늘어나는지 시험해 보아야겠다
→ 얼마나 늘어나는지 보아야겠다
→ 얼마나 늘어나는지 해 보아야겠다
 …

 

  삶에 따라 말을 지어서 씁니다. 삶이 사랑스러우면 말이 사랑스럽습니다. 삶이 쳇바퀴 구르듯 얽매이면 말도 쳇바퀴 구르듯 얽매이는 모습입니다. 삶을 아름답게 가꾸며 살찌우려고 애쓸 적에, 말을 아름답게 가꾸며 살찌우려고 애씁니다. 삶과 말이 함께 흐르는 결과 무늬를 느끼면서, 내 마음 곱고 맑으며 착하게 가꾸는 말을 돌볼 수 있기를 빕니다. 4346.11.8.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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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해 볼까 … 얼마나 늘어나는지 보아야겠다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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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586) 시작 39 : 부채질을 시작

 

김 서방은 부채질을 시작했어 … 다시 부채질을 시작했지 … 한번 궁금해지기 시작하자, 어디 견딜 수가 있어야지
《이상교·심은숙-빨간 부채 파란 부채》(시공주니어,2006) 4, 6, 20쪽

 

  예부터 한겨레가 쓴 일이 없던 한자말 가운데 하나인 ‘시작’이지만, 이제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씁니다. “준비, 시작!” 같은 자리에서는 일본말 “요이, 땅!”이 “준비, 땅!”을 거쳐 잘못된 꼴로 뿌리내리는 모습이지만, 이를 바로잡는 교사와 어버이가 매우 드뭅니다. 한국말은 “하나, 둘, 셋!”이라고 말하거나 가르치는 어른을 찾아보기 아주 어려워요.


  교육대학교에서도 한국말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고, 교사가 되는 젊은이 또한 스스로 한국말을 배우려 하지 못합니다. 이런 흐름을 바로잡지 않으면 한국말은 앞으로 어찌 될까요. 잘못된 정치 흐름이나 사회 흐름만 바로잡으려 애쓸 노릇이 아니라, 잘못된 말버릇과 말투 또한 바로잡으려 애쓸 수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한국말을 올바로 배우며 슬기롭게 쓰도록 이끌 수 있어야지 싶어요.

 

 김 서방은 부채질을 시작했어 → 김 서방은 부채질을 했어
 다시 부채질을 시작했지 → 다시 부채질을 했지
 한번 궁금해지기 시작하자 → 한번 궁금해지자

 

  한자말 ‘시작’을 한 번 써 버릇하면 걷잡을 수 없습니다. 다른 한자말도 자꾸 쓰다 보면 손과 입에 익숙하게 달라붙습니다. 그러니까, 아름답고 알맞으며 올바른 한국말도 한 번 쓰고 두 번 쓰면서 차츰 익숙하게 다스릴 수 있습니다. 어른과 아이 모두 한국말을 차근차근 새로 배운다는 마음이 되어야지 싶어요. 4346.11.7.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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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서방은 부채질을 했어 … 다시 부채질을 했지 … 한번 궁금해지자, 어디 견딜 수가 있어야지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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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부채 파란 부채 네버랜드 우리 옛이야기 16
이상교 지음, 심은숙 그림 / 시공주니어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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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09

 


어리석은 이한테 벼락돈이란
― 빨간 부채 파란 부채
 심은숙 그림
 이상교 글
 시공주니어 펴냄, 2006.6.1.

 


  이상교 님이 글을 쓰고 심은숙 님이 그림을 그린 《빨간 부채 파란 부채》(시공주니어,2006)를 읽습니다. 우리 겨레에 예부터 내려오는 이야기를 되살려 빚은 그림책입니다. 나는 어릴 적에 “빨간 부채 파란 부채” 이야기를 곧잘 들었습니다. 어른들은 이 옛이야기가 재미나다며 들려주었고, 나도 퍽 재미나다 느끼며 들었습니다. 그런데, “빨간 부채 파란 부채” 이야기가 아주 재미나지는 않았어요. 어딘가 꺼림칙했습니다. 부채 하나로 코가 늘었다 줄었다 하는 이야기는 재미나기는 했는데, 이런 부채로 큰돈을 거머쥐고 나서는, 스스로 할 일이 없어 제 코를 자꾸 늘리기만 하는 모습이 더없이 어리석구나, 이렇게 할 짓이 없나 하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어릴 적에는 이런 얘기를 쉬 꺼내지 못했습니다. 어른들이 이야기를 들려주면 그저 듣기만 해야지, 무어라 토를 달지 못해요.


.. 김 서방은 부채를 손에 들고 곰곰이 생각에 잠겼어. ‘이 부채를 써서 부자가 될 좋은 방법이 없을까?’ ..  (8쪽)

 

 


  나는 어느덧 어린이에서 어른이 됩니다. 어른들한테서 옛이야기를 듣다가, 이제는 이 옛이야기를 새 글과 그림으로 엮은 그림책을 장만해서 우리 집 아이들한테 보여줍니다. 아이들과 그림책을 펼쳐 읽다가 곰곰이 헤아려 봅니다. 무척 가난하다는 김 서방네는 왜 땅바닥에 무언가 떨어진 것 있는가 살피며 길을 걸었을까요. 옛날 사람들 가운데 이렇게 ‘하는 일 없이 길바닥 보며 거닐’ 만큼 한갓진 사람이 있었을까요. 김 서방은 틀림없이 흙을 일구는 시골사람일 텐데, 시골에서 흙을 일구는 사람은 봄이건 여름이건 가을이건 겨울이건 일손을 쉴 틈이 거의 없습니다.


  따스한 봄부터 가을까지 바지런히 나무를 하지요. 봄부터 가을까지 들일을 할 뿐더러, 틈틈이 짚을 꼬아 신을 삼고, 새끼를 엮습니다. 바구니와 둥구미와 돗자리를 엮습니다. 가을걷이를 마치면 지붕을 새로 잇느라 부산할 뿐 아니라, 콩을 털랴 곡식을 까부르랴 밤 늦도록 일손을 붙잡습니다. 봄에는 보리를 거두랴, 논과 밭을 갈아엎으랴, 거름을 내랴 노상 일입니다. 김 서방이 무척 가난하다 하다면, 어쩌면 시골사람으로서 시골일에 게으르기 때문 아니었을까요. 하늘에서 돈이 뚝 떨어지기를, 아니 옛날에는 돈이 그리 흔하지 않았으니, 하늘에서 금이니 은이니 뚝뚝 떨어지기를 빌지 않았을까요.


  그러나, 흙을 파며 살던 사람이 이런 게으른 생각을 했을까 알쏭달쏭합니다. 나물을 뜯고 방아를 찧고 절구를 빻고 아침저녁으로 온갖 일을 했을 텐데 싶어요. 옛날 사람은 오늘날 사람처럼 돈으로 이것을 사거나 저것을 얻지 않아요. 모든 집과 옷과 밥을 스스로 흙을 일구고 숲에서 캐내어 얻습니다.


.. 부자가 된 김 서방은 하루 종일 빈둥거렸어 ..  (20쪽)

 


  일하는 사람은 갑작스레 부자가 된다 하더라도 일손을 하루아침에 버리지 못합니다. 몸에 익은 일을 하지 않으면 몸이 근질거리지요. 늘 익은 대로 몸을 놀리지 않으면 외려 견디지 못합니다. 새벽 일찍 일어나 흙을 만지고, 저녁에 해 떨어진 뒤에는 짚을 엮으면서 온갖 살림살이를 빚어요.


  그림책 《빨간 부채 파란 부채》에 나오는 김 서방이 부자가 된 뒤 하루 내내 빈둥거렸다 하면, 이녁은 여느 때에도 일하기를 귀찮거나 싫어한 사람이지 싶어요. 그러니 무척 가난에 찌든 삶이었을 테고, 어쩌다가 벼락부자 되었다지만, 무엇을 하며 삶을 누려야 할는지 하나도 모르는 삶이었구나 싶어요.


  스스로 땀흘려서 얻은 돈과 집이 아니라, 하늘에서 뚝 떨어진 돈과 집을 갑자기 얻어 빈둥거리는 삶이 된 김 서방은 참말 할 일이 없고, 하고 싶은 일이 없어요. 스스로 꿈을 키우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꿈이 없고, 살아가는 뜻이 없어요. 이러니, 김 서방한테 벼락돈이 찾아와도 이를 건사하거나 다스릴 재주가 없습니다. 무척 가난하게 살았다면 가난한 살림이 얼마나 고달픈가를 알 테니, 다른 가난한 이웃을 돕는 일을 할 만해요. 그렇지만 김 서방은 이러한 길로 나아가지 않습니다. 여느 때에도 이웃사랑을 헤아리지 못했을 테니, 마냥 빈둥거리다가 제 코를 늘리는 놀이를 일삼지요.


.. “코끝이 서늘하고 축축한 걸 보니 구름 속을 지나는 모양이군.” 그래도 김 서방은 부채질을 멈추지 않았어. 코는 하늘나라 옥황상제님이 사는 집의 부엌까지 닿았어 ..  (24쪽)

 


  바보스럽게 살아가면, 어떠한 돈이나 이름이나 힘이 주어지더라도 슬기롭게 못 씁니다. 슬기롭게 살아가면, 어떠한 돈이나 이름이나 힘이 없더라도 즐겁게 살아갑니다. 바보스럽게 살아가면, 돈이고 이름이고 힘이고 넉넉하다 하더라도 아름답게 다스리지 못합니다. 슬기롭게 살아가면, 스스로 삶과 꿈과 사랑을 즐겁게 지으면서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림책을 덮으려다가, 이 그림책에 깃든 글월이 아이들한테 좀 어울리지 못한다고 느낍니다. 우리들은 “부채질을 한다”고 말하는데, 그림책에는 자꾸 “부채질을 시작(始作)했다”와 같은 말이 나옵니다. 또, “코가 자꾸 늘어나” 하면 될 텐데, “코가 계속 늘어나는 거야”와 같은 말이 나와요.

 

 김 서방은 부채질을 시작했어 → 김 서방은 부채질을 했어
 다시 부채질을 시작했지 → 다시 부채질을 했지
 코가 계속 늘어나는 거야 → 코가 자꾸 늘어나
 코가 도로 줄어드는 거야 → 코가 도로 줄어들어
 한 번 시험해 볼까 → 한 번 해 볼까
 얼마나 늘어나는지 시험해 보아야겠다 → 얼마나 늘어나는지 보아야겠다
 한참이나 궁리를 했지 → 한참이나 생각을 했지

 

  옛이야기를 되살리거나 오늘 새 이야기를 짓거나, 아이들한테 들려주는 이야기는 슬기로운 넋을 담을 뿐 아니라, 슬기로운 말이 되도록 마음을 기울여야 합니다. 옛이야기는 줄거리로만 아이들을 일깨우지 않아요. 예부터 옛이야기를 어른들이 아이들한테 들려주면서 한국말을 옳고 바르며 아름답고 알맞게 가르칩니다. 곧, 그림책에 깃드는 말은 아이들이 즐겁게 배워서 사랑스레 쓸 말이 되어야 합니다. ‘시험(試驗)하다’나 ‘궁리(窮理)’ 같은 한자말을 아이들 그림책에 꼭 넣어야 했는지 헤아릴 노릇입니다.


  더 생각해 보면, 옛이야기 “빨간 부채 파란 부채”를 오늘날 삶에 맞추거나 지난날 삶을 더 살피면서, 가난한 김 서방이 얼마나 어리석었고 게을렀던가를, 또 시골사람 시골일이 어떠한가를 차근차근 살을 붙여 보여줄 수 있습니다. 옛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대물림하면서 새로운 빛을 더 담고, 두고두고 아름다운 삶과 사랑을 보여주는 꿈이기도 합니다. 4346.11.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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