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75] 언제나

 


  둘로 나눌 수 없는 삶, 하늘, 바다, 흙.
  둘로 가를 수 없는 꽃, 나무, 마음, 빛.
  언제나 하나이고 한결같은 이야기.

 


  둘로 나눌 수 없는 삶입니다. 이 삶과 저 삶으로 한 사람 삶을 나눌 수 없습니다. 늘 모든 삶이 하나로 움직이고 흐릅니다. 하늘과 바다와 흙도 둘로 나눌 수 없습니다. 정치꾼은 국경선을 가르지만, 흙은 국경선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하늘과 바다도 금으로 나누지 못합니다. 꽃과 나무를 둘로 가르면 죽습니다. 마음과 빛을 둘로 갈라 보았자 이내 하나로 됩니다. 언제나 하나로 아름다운 사랑입니다. 늘 웃을 수 있는 삶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오직 하나요 한결같은 이야기를 떠올리며 생각을 짓습니다. 4346.11.1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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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만 원

 


  서천여고 아이들한테 이야기를 들려준 일삯을 받는다. 이달에는 1인잡지를 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석 달 앞서 만들어 놓은 한글파일을 연다. 오늘 주문을 넣을까 하다가 하루를 더 생각해 보기로 한다. 낮에 아이들 자전거에 태워 마실을 다녀오다가 문득 한 가지 떠오른다. 옆지기가 지난 시월 첫머리에 람타학교 강의를 들으러 부산으로 동생과 함께 다녀오며 배움삯 35만 원을 옆지기 동무한테서 빌렸다. 빌린 돈이 있었네, 빌린 돈부터 갚아야겠네.


  자전거마실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빌린 돈을 보낸다. 이러면서 1인잡지 낼 돈은 사라진다. 그래도, 곧 다른 일거리 들어와서 강의를 다녀온다든지, 사외보나 잡지에서 글을 써 주면, 그 돈으로 1인잡지를 낼 수 있겠지. 아침에 주문하려던 생각을 하루 미루기를 잘 했다. 4346.11.1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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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삶에 한 줄, 재미나게 읽는 책

 


  사진책은 누가 읽는 책일까 생각해 봅니다.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 읽는 사진책이라 할 테지요. 만화책은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읽을 테고, 시집은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 읽을 테며, 소설책은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 읽을 테지요. 그런데, 사진을 좋아한다고 하는 사람들 가운데 즐겁게 사진책을 장만해서 읽거나 나누는 사람이 뜻밖에 몹시 적습니다. 사진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정작 사진기를 새로 갖추거나 더 낫다 하는 장비로 옮기는 데에 사로잡힐 뿐, 사진책을 알뜰살뜰 헤아리면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일이 좀처럼 늘지 못해요.


  시를 좋아하는 분들은 시읽기뿐 아니라 시쓰기도 해 봅니다. 소설읽기를 좋아하는 분들은 소설읽기를 하는 만큼 소설쓰기까지 나아가기는 어렵다 할 테지만, 글쓰기는 즐겁게 하곤 합니다. 그러니까, 사진을 좋아한다는 분은 여러 갈래로 나눌 만해요. 첫째, 사진기를 좋아하는 사람, 둘째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사람, 셋째 사진에 찍히기 좋아하는 사람, 넷째 사진책을 좋아하는 사람, 다섯째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 얼추 이렇게 나누어 봅니다. 이 가운데 넷째와 다섯째에 드는 사람이 가장 적지 싶어요. 그래서 사진책을 즐겁게 장만해서 읽거나 나누는 손길이 얕구나 싶습니다.


  2012년 12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나온 사진책 가운데 내 마음을 사로잡은 사진책을 가만히 헤아려 봅니다. 어느 사진책이라고 안 아름답지 않으며, 어느 사진책이라고 내 마음으로 안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어느 사진책이든 재미난 삶을 보여줍니다. 어느 사진작가이든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어느 사진이든 맑고 밝은 빛과 그늘을 보여줍니다.


  몽골에서 마주한 독수리사냥 이야기를 엮은 이장환 님 《독수리사냥》(삼인,2013)을 읽으며 눈과 마음을 탁 틀 수 있었습니다. 아라키 노부요시 님이 일흔 고개를 넘으며 들려준 사진 이야기 《천재 아라키의 애정사진》(포토넷,2013)은 애틋한 사랑노래로 읽었습니다. 김민호 님이 차분한 빛으로 그린 《동백꽃 아프리카》(안목,2013)는 따사로운 볕살과 같았습니다. 호시노 미치오 님 사진과 삶을 어린이 눈높이로 엮어 아이들하고 함께 읽을 만한 《호시노 미치오의 알래스카 이야기》(논장,2013)는 아이들 가슴을 부풀게 할 만하리라 느낍니다. 오오타 야스스케 님이 내놓은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책공장더불어,2013)과 같은 책을 읽으며 삶을 이루는 바탕과 우리 이웃을 새삼스레 돌아보았어요. 그레그 마리노비치·주앙 실바 두 사람이 쓴 《뱅뱅클럽》(월간사진,2013)은 인종갈등과 전쟁으로 얼룩진 삶터에서 사랑을 지키며 사진을 찍는 고단함과 보람을 알려줍니다. 탈북청소년과 이주노동자와 고려인에 이어 재일조선인과 어깨동무한 김지연 님이 선보인 《일본의 조선학교》(눈빛,2013)를 보며 나라이름이란 대수롭지 않고, 오직 마음속 빛을 볼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안에서 전주로 사진터를 옮긴 김지연 님이 지난 삶 갈무리한 《정미소와 작은 유산들》(눈빛,2013)은 우리한테 보배는 늘 곁에 있다고 보여줍니다.


  손승현 님 《밝은 그늘》(사월의눈,2013)과 강영희 님 《배다리 사진 이야기, 창영동 사는 이야기》(다인아트,2012)와 박진영 님 《Way of photography》(atelier Hermaes,2012)는 여느 책방에서 다루지 않습니다. 이 책들은 출판사에 연락하거나 특정 책방을 찾아가야 만날 수 있습니다. 손승현 님 사진에서는 빛을, 강영희 님 사진에서는 넋을, 박진영 님 사진에서는 숨을 찬찬히 느낍니다. 빛으로 삶을 읽고, 넋으로 삶을 마주하며, 숨으로 삶을 헤아립니다.


  올해에 비로소 알아보고 즐긴 사진책들을 하나씩 떠올립니다. 이 사진책들은 그동안 얼마나 사랑받았을까 궁금합니다. 인병선 님 《짚문화》(대원사,1989)는 삶과 밥과 꿈이 어우러진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기식 님 《잉카의 웃음, 잉카의 눈물》(작가,2005)은 잉카 문명을 구경꾼이나 관광객이나 방관자 아닌 ‘이웃’으로서 만나는 이야기를 펼칩니다. 아베 사토루 님 《도시락의 시간》(인디고,2012)은 바로 우리 삶이 사진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유진 스미스 님 사진책 《W. William Eugene Smith》(la Fabrica, 2011)와 《Minamata》(Holt, Rinehart & Winston,1972)를 드디어 올해 장만해서 읽습니다. 미국으로 배움길 다녀온 옆지기가 들고 온 유진 스미스 님 사진빛을 바라보며 참 따스하다고 느꼈어요. 유리 꾸이진 님은 《Kazakstan nuclear tragedy》(반핵 생물학 협회 폰드,1997로 핵무기와 핵발전소 문제를 낱낱이 밝힙니다. 시마 유키히코 님은 《無花果の木の下で》(美術出版社,1998)에서 바람과 같이 흐르는 삶과 사랑을 살며시 붙잡는 손길을 보여줍니다.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른 자리에서 다 다른 빛을 느껴 다 다른 사진을 찍습니다. 이 다 다른 사진은 다 다른 출판사에서 다 다른 손길로 어루만져 다 다른 사진책으로 내놓습니다. 다 다른 이야기를 다 다른 사진책에서 읽으며 재미납니다. 나도 내 삶을 내 깜냥껏 찍고 엮어 내놓으면 이 재미난 사진책들 사이에서 새로운 이야기 하나 들려줄 수 있겠지요. 재미난 삶에서 재미난 사진 태어나고, 재미난 웃음 나누려는 손길에서 재미난 이야기 샘솟습니다. 4346.11.1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여느 책방에서 만날 수 있는 사진책) **
이장환 님 《독수리사냥》(삼인,2013)
아라키 노부요시 《천재 아라키의 애정사진》(포토넷,2013)
김민호 《동백꽃 아프리카》(안목,2013)
호시노 미치오 《호시노 미치오의 알래스카 이야기》(논장,2013)
오오타 야스스케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책공장더불어,2013)
그레그 마리노비치·주앙 실바 《뱅뱅클럽》(월간사진,2013)
김지연 《일본의 조선학교》(눈빛,2013)
김지연 《정미소와 작은 유산들》(눈빛,2013)


** (따로 출판사에 연락하거나 특정 책방에서 만날 수 있는 사진책) **
손승현 《밝은 그늘》(사월의눈,2013)
강영희 《배다리 사진 이야기, 창영동 사는 이야기》(다인아트,2012)
박진영 《Way of photography》(atelier Hermaes,2012)


** (올해 내가 새로 알아보며 좋아한 사진책) **
인병선 《짚문화》(대원사,1989)
이기식 《잉카의 웃음, 잉카의 눈물》(작가,2005)
아베 사토루 《도시락의 시간》(인디고,2012)
유진 스미스 《W. William Eugene Smith》(la Fabrica, 2011)
유진 스미스 《Minamata》(Holt, Rinehart & Winston,1972)
유리 꾸이진 《Kazakstan nuclear tragedy》(반핵 생물학 협회 폰드,1997)
시마 유키히코 《無花果の木の下で》(美術出版社,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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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살아가며 밥과 집과 옷, 이 세 가지를 늘 건사하고 돌본다. 그런데, 오늘날 사람들은 밥과 집과 옷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한다. 밥도 집도 스스로 장만하거나 돌보지 못하고, 옷조차 스스로 못 지을 뿐 아니라, 빨래마저 못 하기 일쑤이다. 곰곰이 돌아보면, 이제 어머니도 아버지도 빨래를 하지 않는다. 기계가 빨래 일감을 맡을 뿐이다. 빨래를 하는 보람과 고단함과 즐거움과 재미가 불현듯 사라졌다. 그림책 《빨래하는 날》은 손으로 빨래하던 삶을 아마 조선 무렵 즈음으로 맞추어 보여준다. 우리 겨레가 예부터 돌보던 빨래살이를 찬찬히 보여주는 예쁜 그림책이다. 진작에 나왔어야 하는 그림책인데, 막상 어른들은 이러한 그림책을 아이들한테 베풀지 않았다. 어른들 스스로 빨래살이와 동떨어진 채 살아온 탓이다. 나라밖 명작그림책만 읽힌들 삶을 어떻게 다스리겠는가. 먹고 자고 입는 삶을 제대로 보여주고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빨래하는 모습을 예쁘장하게 그리기는 하지만, 어딘가 어설픈 대목이 드러난다. 예부터 빨래는 ‘손빨래’이다. 빨래하는 ‘손길’이 제대로 드러나야 한다. 그림책에 나오는 사람들(캐릭터)을 예쁘게 그리기는 했으나, 정작 빨래를 주무르고 깁으며 손질하는 ‘손 모습’이 너무 작다. 여느 그림에서도 손과 발은 얼굴 크기만 하게 그려야 옳은데, 더욱이 빨래 그림책에서 손이 너무 작다. 이래서야 빨래가 무언지 제대로 밝힐 수 있겠는가. 게다가, 늦가을에 이불빨래를 하는데, 나뭇잎에 노란 물이 거의 안 들었다. 냇가에서도 나뭇가지에서 톡톡 떨어지는 잎이 노란잎 아닌 푸른잎이다. 냇둑에서 자라는 풀도 모두 푸른 잎일 뿐, 누렇게 시든 잎이 하나도 없다. 마당에서 피어나는 맨드라미가 구월께에 꽃이 벌어지는 하지만, 가랑잎이 지는 철에도 이렇게 꽃송이가 벌어질까. 기와집인데, 대청마루가 너무 낮다. 기둥을 받치는 돌보다 낮은 자리에 대청마루를 그리기까지 했다. 잘못 그린 그림을 따지면 너무 많다. 판화 기법을 쓰든 어떤 기법을 쓰든 좋다만, 시골집, 시골마을, 기와집, 가을날, 풀과 나무와 꽃, 일하는 사람 모습과 손놀림, 냇가와 냇둑, …… 제대로 살필 대목은 제대로 살피면서 예쁘게 그릴 수 있기를 바란다. 요즘 사람들은 빨래살이를 잊었으니 이렇게 손빨래 하던 삶을 새롭게 이 책에서 배울는지 모른다만, 막상 손발을 써서 이불빨래 할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본다. 아마, 이 그림책에 나오는 잘못된 그림을 알아차리는 이도 드물겠다고 느낀다. 이제는 시골집에서 살아가는 사람도 거의 없으니까. 4346.11.12.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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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하는 날
홍진숙 글, 원혜영 그림 / 시공주니어 / 2013년 7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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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수정’이라는 분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어딘가 낯익다고 느꼈다. 그러나 왜 낯익었는지 알지 못한 채 지나갔다. 오늘 〈고흥뉴스〉라는 전남 고흥 조그마한 시골에서 나오는 작은 누리신문에 목수정 님 이야기가 올라왔다. 무슨 일이고 누구인가 하며 글을 읽다가, 목수정 님 아버님이 ‘목일신’인 줄 처음으로 깨닫는다. 그렇구나. 고흥에서는 “목일신 동요제”를 한다. 동요잔치 가운데 제법 크고 뜻있는 자리이다. 목수정 님은 바로 이러한 아버지한테서 넋을 물려받으면서 새롭게 사랑을 키우며 살아가는 분이었구나. 고흥에서 서울까지 참 멀고, 고흥에서 프랑스는 더 멀다. 참으로 머나먼 나라에서 살아가며 새로운 길을 걸어가시는구나 싶은데,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든 마음은 한 갈래가 되리라 느낀다. 가슴속에 숲을 안고 푸른 넋이 되면, 글에도 그림에도 푸른 물이 짙게 들면서 지구별을 따사롭게 품는 이야기가 솟으리라 본다. 책읽기란 숲읽기이다. 숲읽기란 삶읽기이다. 삶읽기란 사랑읽기이다. 울타리를 훌훌 넘나들면서 울타리가 담 아닌 오솔길 되도록 하려는 발걸음을 돌아본다. 4346.11.12.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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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경독서- 감성좌파 목수정의 길들지 않은 질문, 철들지 않은 세상 읽기
목수정 지음 / 생각정원 / 2013년 8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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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11-12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그 분이시죠? 목일신님이요.

파란놀 2013-11-12 11:49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저도 예전에는 누가 지은 노래인지 몰랐는데,
고흥에 와서 비로소 알았어요.
참말... '일베'라고 하는 곳에 글을 올리는 사람이나
몇몇 국회의원이나... 정신머리가 없는 이들이로구나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