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76] 박 사랑꽃

 


  대만에서 태어나 살다가 한국으로 와서 살아간다는 어느 분이 텔레비전에 나옵니다. 이녁 이름은 ‘박애화’라고 합니다. 이름이 참 곱다고 생각하다가 문득, ‘애화’란 ‘사랑꽃’을 한자로 적은 말인 줄 깨닫습니다. “박 사랑꽃”이로군요. 대만에서 태어났으니 이분 어버이는 한자로 이름을 지어 주었겠지요. 대만사람이건 중국사람이건 대만말과 중국말은 한자로 적으니까요. 그러면, 이분 어버이가 한국사람이라면 어떤 이름을 지어 줄 만할까요. 사랑스러운 딸을 낳은 어버이는 아이한테 어떤 이름을 붙여서 부를 때에 즐거울까요. 첫째 아이한테 ‘사랑꽃’이라는 이름을, 둘째 아이한테 ‘마음꽃’이라는 이름을, 셋째 아이한테 ‘웃음꽃’이라는 이름을, 넷째 아이한테 ‘노래꽃’이라는 이름을 나누어 줄 수 있어요. 아이들은 이 이름을 곱게 받아들여 젊은 나날 누리고 할매 할배 되는 때에도 고운 이름에 서린 고운 넋을 둘레에 기쁘게 베풀 만합니다. ‘애화·정화·소화·가화’가 아니어도 아리땁습니다. 4346.11.15.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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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손승현 님과

 


  사진 찍는 손승현 님이 《밝은 그늘》이라는 사진책을 대구에 있는 조그마한 출판사 ‘사월의눈’에서 펴냈다. 이 사진책은 여느 새책방에서는 다루지 않는다. 인터넷책방에서도 다루지 않는다. 그러면 어떻게 이 사진책을 만날 수 있을까? 글쎄, 길을 찾고 책을 찾는 분이라면 틀림없이 이 사진책 만나는 책길을 찾으리라 느낀다. 나는 이 사진책을 장만하려고 고흥에서 대구까지 마실을 하며 하룻밤을 묵는다.


  2013년 11월 14일 목요일 저녁, 대구 삼덕동에 있는 ‘사월의눈’ 일터에서 조촐하게 책잔치 연다. 이 자리에 함께한다. 사진 찍는 손승현 님이 들려주는 말 가운데 세 가지를 간추려 내 공책에 적바림한다.  하나, “해가 뜨는 아침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저절로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다.” 둘, “사진을 찍어서 선물로 주면 서로 친구가 된다.” 셋, “삶은 밝지 않은데 밝게 보고 싶어 밝게 사진을 찍는다.”


  날마다 새 아침이 찾아온다. 새 아침이면 새로 뜨는 해를 바라본다. 새로 뜨는 해에는 지구별 골골샅샅 따사롭게 쓰다듬는 고운 볕과 빛이 있다. 이 볕과 빛을 가슴으로 듬뿍 담으면 글도 사진도 저절로 샘솟기 마련이다. 글을 한 줄 썼으면 깨끗한 종이에 옮겨적어 선물로 건넨다. 사진을 한 장 찍었으면 예쁜 종이에 뽑아 선물로 건넨다. 사랑 한 줄기 솟았으면 마음으로 곱게 안아 살며시 내민다. 그리고, 이녁 삶이 밝기에 사진을 밝게 찍지, 이녁 삶이 어둡대서 사진을 밝게 찍지는 않는다. 겉으로 드러나기에는 안 밝다 하지만 속내는 아주 밝고 환하기에 언제나 밝은 빛 흘러넘치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사진을 찍는 내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며 즐거운 벗님들하고도 이 세 가지 말을 가슴으로 담아 함께 누리고 싶다. 4346.11.15.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람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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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녁은 이름을 얻으셔요

 


  스스로 ‘비평가’나 ‘평론가’라는 이름을 붙이는 분들이 왜 재미없거나 따분하거나 어렵거나 딱딱하게 글을 쓰는가 하고 돌아본다. 처음부터 비평가나 평론가라는 일(직업)이 있을 수 없다. 누구나 비평하고 평론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러니까 누구나 말하고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을 따로 할 사람이란 굳이 없어도 된다.


  그러나, 비평가나 평론가가 일이 되면서, 비평을 해야 하기에 비평을 하고, 평론을 해야 하기에 평론을 한다. 글이 아니라 비평과 평론이 된다. 이야기가 아닌 비평과 평론으로 넘어간다.


  비평과 평론으로 자리잡자면 어떤 틀을 잡아야 한다. 틀을 세우지 않으면 비평이나 평론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알맹이는 없더라도 틀이 있어야 비평이 되고 평론이 된다. 이리하여, 어느덧 알맹이는 동떨어진 채, 아니 알맹이는 하나도 없는 채, 껍데기만 남는 비평과 평론이 늘어나고, 껍데기만 남은 비평과 평론이 모인 책을 읽으며 다시 비평과 평론을 낳아 학위를 받고 교수가 되며 기자가 되는 사람이 생겨난다.


  글이란 재미있어야 글이다. 글이란 사랑스러울 때에 글이다. 글이란 아름답게 빛나면서 글이다. 그런데, 글이 글답지 못하고 비평이나 평론에 머물면, 그예 재미없고 따분하고 어렵고 딱딱하고야 만다.


  글이 재미있는 까닭은, 글이 삶을 담기 때문이다. 글이 사랑스러운 까닭은, 글이 삶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글이 아름다운 까닭은, 글이 삶을 빛내기 때문이다.


  재미있고 사랑스러우며 아름다운 비평이나 평론이 아예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참말 재미있고 사랑스러우며 아름다운 비평이나 평론이 있다. 그런데, 이런 비평이나 평론은 ‘비평’이나 ‘평론’이기보다 ‘글’이요 ‘이야기’이다. 이름표만 비평이나 평론으로 붙였을 뿐이다.


  문학평론이나 사진평론이나 그림평론이나 정치평론이나 사회평론이나 교육평론이나 스포츠평론이나 대중가요평론이나 영화평론 …… 수많은 평론이 ‘평론’이라는 자리를 얻고 이름값 지키려 하면 부스러기가 된다. 이웃과 삶을 나누려는 글이 되고, 동무와 사랑을 속삭이려는 이야기가 되며, 지구별 푸른 숨결과 함께 웃음짓는 노래가 될 때에 비로소 어여쁜 글이다.


  글을 써서, 아니 비평과 평론을 써서 이름을 얻고 싶다면, 이녁은 이름을 얻을 노릇이다. 그런데, 이름을 얻어서 무슨 보람이나 즐거움이 있을까. 글을 써서, 아니 비평과 평론을 써서 돈을 얻고 싶다면, 이녁은 돈을 얻을 노릇이다. 그렇지만, 돈을 얻어서 무슨 재미나 사랑이 샘솟을까. 글을 써서, 아니 비평과 평론을 써서 힘을 거머쥐고 싶다면, 이녁은 힘을 거머쥘 노릇이다. 그러나, 힘을 거머쥐어서 무슨 뜻과 빛이 있을까.


  글쓰기는 오직 삶쓰기이다. 글쓰기는 그예 사랑쓰기이다. 글쓰기는 마침내 빛쓰기이다. 삶을 쓰며 사랑을 노래하고 빛이 되는 글이다. 글 한 줄로 꿈을 키우는 아이들이 푸른 바람 마시면서 나무를 어루만질 수 있기를 빈다. 4346.11.15.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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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밤, 술

 


  고흥에서 길을 나선다. 순천버스역에서 시외버스를 갈아타서 진주로 온다. 진주에서 다시 대구로 가는 시외버스를 탄다. 대구 삼덕동에서 사진벗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는 잠잘 곳을 찾아 골목을 걷는다. 이때 갑자기 와장창 깨지는 소리 들린다.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자동차 한 대 전봇대를 들이받으며 50센티미터 즈음 하늘로 붕 떴다가 바닥으로 쿵 하고 떨어진다. 저 자동차, 틀림없이 술을 마신 뒤 몰았구나. 술도 조금 아닌 많이 퍼마신 뒤 몰았구나. 그런데 몇 초쯤 뒤 이 자동차가 다시 길을 간다. 엄청나게 전봇대를 들이받았는데 멀쩡하게 제 갈 길을 간다.


  시골이었으면 저 자동차는 틀림없이 논바닥에 처박았거나 못에 풍덩 뛰어들었거나 벼랑에서 굴렀으리라. 도시이니, 처박을 논바닥도 빠질 못도 떨어질 벼랑도 없다. 그런데, 전봇대 아닌 가게를 들이받았다면, 길을 가던 사람을 들이받았다면, 참으로 끔찍하다.


  왜 술을 마시고 자동차를 몰까. 왜 술을 마셨으면 택시를 안 탈까. 자동차를 집으로 가져가고 싶다면 요즈음 아주 많은 대리운전을 불러야 할 노릇 아닌가. 술을 퍼마신 뒤 자동차 모는 이들은 여느 때에 자동차를 어떻게 몰까. 도시에서 자동차를 모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인가. 그리고, 시골에서 막걸리와 소주 아무렇지 않게 들이부은 뒤 경운기며 짐차며 모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인가. 4346.11.15.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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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아침마다 빛이 달라
동트는 쪽으로 한참
구름과 하늘과 해
바라본다.

 

햇살 퍼지는 기운
온몸으로 받아
오늘 날씨 헤아린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일월 사월 칠월 시월
보름 사리 조금 그믐
언제나 새롭게 맞이하는
이 하루는
밝은 빛이 숨쉬는
이야기밭.

 


4346.11.1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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