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타 콩콩꼬마그림책
민정영 글.그림 / 길벗어린이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13

 


노래하는 아이들
― 내 기타
 민정영 글·그림
 천둥거인 펴냄, 2010.5.17.

 


  아이들은 할 수 없는 일이 없습니다. 아이들은 무엇이든 즐겁고 신나게 할 수 있습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이것이든 저것이든 느긋하게 하도록 지켜보지 못합니다. 어른들은 어른 눈높이로 아이들을 재거나 따지기 일쑤입니다.


  거꾸로 생각해 보셔요. 우리 어른들 가운데 아이들처럼 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아이들이 놀듯이 놀 수 있는 어른은 몇이나 되는가요. 아이들이 노래하고 꿈꾸듯이 노래하거나 꿈꾸는 어른은 어디에 있는가요.


.. 아빠는 “너한테는 너무 커.” 하고 말하지만 ..  (3쪽)


  아이들은 돈을 벌어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자가용을 몰아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주식투자를 해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전투기나 군함이나 탱크를 만들어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전쟁을 해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이웃이나 동무를 깎아내리거나 비아냥거려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휴전선이나 파벌이나 학벌을 만들어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인종차별이나 계급차별을 해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입시지옥이나 교통지옥을 만들어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은 4대강사업을 하지도 않고, 대통령선거를 하지도 않습니다. 아이들은 음주운전을 하지도 않고, 술집이나 다방을 만들지도 않습니다. 아이들은 공장을 짓거나 골프장을 만들지도 않습니다. 아이들은 고속철도나 고속도로도 닦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무엇을 할까요? 노래를 하지요. 아이들은 무엇을 하나요? 신나게 놀아요. 아이들은 무엇을 하는가요? 맛나게 밥을 먹고, 기쁘게 춤을 추며, 어버이 손을 이끌며 나들이를 다니고 싶어요.


  아이들은 밭에서 씨앗을 아주 잘 심습니다. 아이들은 호미질을 아주 잘 합니다. 아이들은 자전거를 아주 잘 탑니다. 아이들은 먼길도 씩씩하게 잘 걷습니다. 아이들은 새와 벌레와 개구리가 노래하는 소리를 참 잘 듣습니다. 아이들은 바람소리와 바람내음을 잘 깨닫습니다. 아이들은 해와 달과 별이 어떤 빛인지 잘 읽습니다. 아이들은 따사로운 어버이 품을 아주 좋아합니다.


  이 아이들한테 무엇을 시키는 어른인가요. 이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도록 하는 어른인지요. 이 아이들을 어떻게 마주하는 어른입니까.

 

 


.. 나는 기타를 쳐요. 이렇게도 치고 ..  (6쪽)


  민정영 님 그림책 《내 기타》(천둥거인,2010)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이 그림책이 아이들 눈높이에서 그렸는지, 어른들 생각으로 그렸는지 곰곰이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딱히 악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아이들한테는 무엇이든 악기입니다. 쿵쿵 소리 나는 마룻바닥도 아이들한테는 악기입니다. 아이들은 마루에서 뛰기를 무척 좋아합니다. 뛰니까 좋고, 쿵쿵 소리 나서 좋으며, 쿵쿵 뛰며 마룻바닥이 덜덜 떨리는 결을 좋아합니다. 나도 아이였을 적에 이 느낌들 참으로 즐겼어요. 아이들이 대청마루에서 쿵쿵 소리를 내며 뛰는 모습을 어찌저찌 말릴 길 없습니다. 얼마나 재미있는 놀이요 삶인데 말리겠어요. 너무 뛴다 싶으면 마당으로 내려가서 마당에서 뛰라고 얘기할 뿐입니다.


  아이들은 나무문도 즐겁습니다. 시골집 나무문은 창호종이 바른 빗살무늬 깃듭니다. 오래되어 삐걱거리는 소리 나는 이 나무문을 열고 닫으며 놉니다. 참말 나무문이니, 아이들로서도 나무를 만지는 느낌이 있고, 되게 재미있습니다. 그만 하라 말하고 또 말해도 놀밖에 없습니다. 나도 아이였을 적에 이 나무문 여닫는 일이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몰라요.


  밥을 먹으며 숟가락이 밥그릇에 닿는 소리도 노래입니다. 신을 발에 꿰고 골목을 거닐 적에 나는 소리도 노래입니다. 겨울날 두툼한 옷을 입고 주머니에 손을 넣은 뒤 몸을 뒤틀 적에 팔과 몸이 스치며 나는 소리도 노래입니다. 손바닥끼리 비비고, 손바닥으로 얼굴 비비는 소리도 노래입니다. 온 삶이 노래요, 온 하루가 노래입니다.


.. 우리 둘이 아주아주 아름다운 노래를 부를 거예요 ..  (24쪽)


  아이들은 언제나 아름답게 노래를 부릅니다. 아이들은 ‘커서 아름답게 노래를 부르겠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바로 오늘 이곳에서 아름답게 노래를 부릅니다. 아이들은 무대에 서서 여러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겠다는 꿈을 키우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언제나 노래를 부르니까요. 텔레비전에서 본 모습이 있으니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부르겠다고 말할 텐데, 이래서야 아이들 마음을 담은 그림책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아이들한테는 모든 모습이 노래요, 모든 놀이가 노래인걸요.


  몸피만 아이가 된 어른 눈길로 보여주는 그림책으로 나아가기보다는, 마음도 몸도 오롯이 아이가 되어 삶빛 들려주는 그림책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빕니다. 다섯 살 아이 마음으로, 여섯 살 아이 넋으로, 일곱 살 아이 눈빛으로, 어른 삶이나 어른 사회나 어른 굴레나 어른 눈높이 아닌, 온통 아이다운 사랑과 꿈으로 즐겁게 뛰노는 이야기를 담을 수 있기를 빕니다.


  아이들한테는 무서움이 없어요. ‘무섭다’라는 말은 어른들이 가르치거나 보여줘서 알지요. 아이들은 밤은 밤대로 즐겨요. 아이들은 우주를 날고 별 사이를 다니며 해랑 달하고 동무합니다. 기타를 벗삼아 하늘을 날 테지요. 기타와 나란히 바닷속을 노닐 테지요. 기타와 함께 땅밑으로 마실을 다니고, 기타하고 둘이서 너른 숲속에서 온갖 동무를 사귈 테지요.


  그림책 《내 기타》가 조금 더 아이들 마음빛으로 다가서면서 한결 너르며 깊은 꿈날개를 키울 수 있었으면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4346.11.1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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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 파란별 어린이

 


  이마에 파란별을 그린다. 이마뿐 아니라 팔에도 종아리에도 허벅지에도 별을 그린다. 손바닥에도 손등에도 별을 그린다. 그래, 네 몸은 온통 별빛이니 이렇게 별을 그리며 놀 만하구나. 네 마음은 오롯이 별밭이니 이처럼 별무늬 환하게 놀고 싶구나. 4346.11.1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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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 누나 따라가

 


  산들보라는 아직 대문 손잡이에 손이 안 닿는다. 누나가 대문을 열어 주어야 바깥으로 나갈 수 있다. 누나가 씩씩하게 대문을 열고 고샅길로 놀러 나가면, 산들보라는 어느새 누나 꽁무니를 좇는다. “누나, 같이 가!” 하고 부르면서 콩콩콩 달린다. 4346.11.1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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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책

 


  한 해가 저물 무렵 올 한 해 빛낸 책을 가만히 돌아보곤 합니다. 신문사나 책방에서도 ‘올해 책’을 다루곤 하지만, 나는 나대로 내 ‘올해 책’을 찬찬히 짚어 봅니다. 아무래도 신문사나 책방에서는 많이 팔리거나 읽힌 책을 올 한 해 빛낸 책으로 여기는데, 내가 느끼는 내 ‘올해 책’이란 마음을 밝히거나 살찌운 아름다운 책입니다.


  마음으로 촉촉히 젖어든 아름다운 책 가운데에는 뭇사람 많이 사서 읽은 책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마음으로 살포시 안긴 어여쁜 책 가운데에는 신문소개 받은 적 없고 사람들이 거의 알아주지 않은 책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읽거나 보았는지는 대수롭지 않습니다. 어느 영화를 천만 사람이 보았든 오백만 사람이 보았든 대단하지 않아요. 어느 책이 백만 권이나 십만 권이 팔렸든 대단하지 않아요. 내가 누리는 영화나 책은 잘 팔리거나 널리 알려진 영화나 책이 아닙니다. 삶을 밝힌 빛이 있어 마음밭에 사랑씨앗 뿌리도록 이끈 영화나 책일 때에 아름답습니다. 신문사나 책방에서 뽑은 ‘올해 책’에 이름이 오르지 않더라도 우리 마음에 곱게 스며들었으면 모두 아름다운 ‘올해 책’입니다.


  빛을 읽습니다. 삶을 읽습니다. 꿈을 읽습니다. 사랑을 읽습니다. 책을 사이에 놓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읽습니다. 싱그러운 밤별을 읽고, 아이들 노랫소리를 읽습니다. 밥 끓는 소리를 읽고, 까르르 웃고 떠드는 소리를 읽습니다. 올해에 나온 아름다운 책은 앞으로 오랫동안 내 이웃과 동무 마음을 조용히 건드리면서 눈빛과 마음빛 시나브로 밝혀 주리라 믿습니다. 4346.11.1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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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내버스 기다리며

 


먼동이 트고
빈들에 햇살 드리우면서
멧새들 아침 여는 노래
마을마다 그득하다.

 

느티잎 누르스름 물드는 곁에
씀바귀 민들레 새로 돋아
어느새 작은 꽃에 작은 씨앗
새로 날린다.

 

동백나무 겨울맞이로 바빠
꽃몽우리 굵고 단단하다.
하늘빛 차츰 파랗다.
할매 할배 아침일 복닥복닥.

 

군내버스는 오늘도 10분 늦어
시월 마지막 날들
살포시 깊어 가는 빛 바라본다.

 


4346.10.30.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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