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04) -의 : 피터의 선물

 

엄마는 피터의 선물을 받고 매우 기뻐하셨어요
《엘사 베스코브/김상열 옮김-엄마의 생일 선물》(비룡소,2003) 33쪽

 

  요즈음 어른들은 ‘매우’나 ‘무척’이나 ‘아주’ 같은 한국말을 제대로 못 씁니다. 으레 ‘정(正)말’이라는 낱말만 씁니다. 적어도 ‘참말’이나 ‘참으로’로 손볼 수 있으면 반가울 텐데, 신문에서도 책에서도 얄궂은 말씨가 자꾸 퍼집니다. 이 글월에서는 ‘정말’ 아닌 ‘매우’로 나와 반갑습니다.

 

 피터의 선물을 받고
→ 피터한테서 선물을 받고
→ 피터가 주는 선물을 받고
→ 피터가 내민 선물을 받고
 …

 

  선물은 주거니 받거니 합니다. 선물을 누가 나한테 줄 적에는 ‘아무개한테서’ 받는다고 말합니다. 곧, 이 보기글은 ‘피터한테서’로 바로잡아야 올바릅니다. 토씨 ‘-의’를 함부로 넣으면 틀립니다. 선물을 주고받는다는 느낌을 살리려면 “피터가 주는”이나 “피터가 내민”이나 “피터가 건넨”으로 손질하면 됩니다. 또는, “피터가 가져온”이나 “피터가 마련한”으로 손질할 수 있어요. 4346.11.23.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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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피터한테서 선물을 받고 매우 기뻐하셨어요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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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글씨 간판

 


  새책방도 처음에는 간판을 손글씨로 넣었으리라 본다. 지난날에는 간판글씨를 뚝딱뚝딱 만드는 일 없이 나무판에 붓으로 척척 그렸으리라 본다. 간판집에서 글판을 처음 만들고 난 뒤, 새책방은 으레 글판을 붙여 책방이름 알리는 간판을 올렸으리라 느낀다. 이와 달리 헌책방은 간판조차 없이 가게를 꾸리는 일이 잦았고, 이럭저럭 살림돈 모여 간판을 올릴 수 있은 뒤에는, 덧붙일 이야기 있으면 손글씨로 이래저래 적어 넣었을 테지.


  ‘간판 없는 새책방’이 있을까. ‘간판 없는 헌책방’은 참 많았다. 책방이름을 따로 안 짓는 헌책방들인데, 이곳 헌책방지기는 “그냥 헌책방이라면 되지, 굳이 이름을 붙이느냐?” 하고 얘기했다. “간판 없어도 책 볼 사람은 다 찾아온다.”고 했고, “간판에 돈 쓰기 아깝다.”고 했다. 간판 올릴 돈이 있으면 헌책을 더 장만해서 책손이 바라는 책을 더 갖추어야 할 노릇이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새책방이라면 간판이 잘 보여야 할까. 곰곰이 돌아본다. 아니, 장사를 하는 가게라면 어디나 간판이 잘 보이도록 큼지막하게 걸거나 불을 번쩍번쩍 비추기까지 한다. 가게 꾸리는 돈 못지않게 간판 알리는 돈을 많이 쓴다. 기름집을 보면, 기름집에서 다달이 쓰는 전기삯이 무척 세다고 한다. 그래도 벌이가 되니 기름집 간판불 밝히는 데에 돈을 엄청나게 쏟아부을 테지.


  어릴 적부터 여러 책방과 도서관 다니는 동안, 새책방과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잘 갖추면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새책방은 ‘새책방인 탓’에 바닥에 책을 쌓지 않는다. 새책방 가운데 책꽂이를 늘리고 늘려 천장까지 빼곡하게, 골마루가 비좁도록, 이렇게 책을 갖추려는 데는 못 보았다. 새책방에서는 오래도록 안 팔리는 책 있으면, 좀 철이 지났다 싶은 책 있으면, 출판사에 가볍게 반품한다. 도서관에서도 책이 많이 쌓이면, 책이 좀 낡거나 대출실적 없으면, 이런 책을 가볍게 버린다.


  헌책방에서도 책이 지나치게 쌓이면 짐차를 불러 버리기는 하지만, 헌책방에서는 책을 더 꽂으려고 책꽂이를 자꾸 늘린다. 책꽂이를 늘리고도 모자라 책탑을 쌓는다. 책탑으로도 모자라 책방 앞 길가에도 새로운 책탑을 쌓는다. 언젠가 어느 헌책방지기가 문득 한 마디 했다. “이렇게 책방 앞에 쌓은 책탑이 헌책방 간판이지요. 헌책방에 간판이 달리 뭐 있나요.” 그러고 보면, 동네헌책방 자주 드나드는 단골 가운데 어떤 분은 이녁이 단골로 거의 날마다 드나드는 그 헌책방 이름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분은 “내가 여기 책 보러 오지, 간판 보러 오나? 책방이름 몰라도 거기에 책방 있는 줄 아니까 오지.” 하고 얘기했다. 4346.11.23.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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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지시 찾아가던 책방들

 


  책방마실만 즐기던 때에는 어느 책방이고 즐겁게 다녔다. 책이 있는 곳이라면 책방뿐 아니라 길거리에 깐 좌판도 지나치지 못한다. 고등학교를 다닐 무렵, 그리고 고등학교를 마치고 여러 해 동안, 간판이 있거나 없는 작은 헌책방과 길거리 좌판을 즐겨 찾아다녔다. 이 사이, 대학교 교육이 이 나라에서는 잔뜩 일그러졌다고 느껴 등록금 댈 돈을 스스로 아름다운 책 장만해서 읽는 데에 쓰자 생각했고, 군대에서 스물여섯 달을 보내고 사회로 돌아온 뒤 사진을 배워, 책방마실을 하는 틈틈이 사진을 찍어 보았다. 내가 즐겁게 다닌 책방을 사진으로 담고, 내 마음을 살찌운 책을 고맙게 갖추어 준 책쉼터를 사진으로 옮긴다.


  사진을 찍지 않더라도 내가 다닌 모든 책방 모습을 내 가슴속에 또렷이 아로새긴다. 사진을 찍은 뒤로는 내 가슴속에 또렷이 새긴 모습을 새삼스레 짚으며, 이날 이곳에서 어떤 책을 만났고 이 책들을 품에 안으며 얼마나 벅차고 설렜는가 돌아본다. 이제는 사라진 책방을 그리고, 이제는 사라진 책방 옆에 있던 더 일찍 사라진 책방을 그린다. 사진으로 미처 담지 못한 다른 사라진 책방을 그리고, 내가 모르는 지난날 일찌감치 사라진 책방을 그린다.


  책방에는 무엇이 있을까. 책이 있지. 헌책방에는 어떤 책이 있을까. 헌책이 있지. 책방에 있는 책은 무엇인가. 삶을 살찌우는 길동무가 되는 책이지. 헌책방에 있는 헌책은 무엇인가. 누군가 따사롭게 사랑하며 마음으로 새겨읽은 밥 한 그릇과 같은 책이지.


  새책방에서 만나는 책들한테는 내가 첫사랑을 베푼다. 헌책방에서 만나는 책들한테는 내가 두사랑 또는 세사랑 또는 네사랑을 나누어 준다. 첫사랑도 나한테 애틋하고, 두사랑과 세사랑과 네사랑 또한 나한테 살갑다. 사랑은 차례나 번호를 매기지 않으니까. 사랑은 그예 사랑일 뿐이니까. 책은 모두 책이요, 아름다운 마음밥은 늘 아름다운 마음밥 되어 내 삶을 북돋는 웃음꽃 되니까. 4346.11.23.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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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38 2013.11.10.

 


  작은아이한테 밥을 먹일 적에 밥이나 반찬이 떨어질까 봐 곧잘 한손으로 밑을 받치면서 먹이는데, 이 모습을 눈여겨보았는지, 작은아이가 스스로 국을 떠서 먹으며 한손으로 숟가락 밑을 받친다. 보라야, 맞기는 맞는데, 국그릇을 바로 밑에 두고 국물을 떠먹을 적에는 손을 안 받쳐도 될 텐데. 네 입에 들어가는 국보다 네 손에 떨어지는 국이 더 많구나.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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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1-23 23:43   좋아요 0 | URL
이 사진, 너무나 좋습니다!
빛과 보라의 모습이 기막히네요~*^^*

파란놀 2013-11-24 06:23   좋아요 0 | URL
아침을 먹을 적마다
아침볕이 아주 보드랍고 고와요~
 

꽃밥 먹자 37. 2013.11.16.

 


  한여름에 곧잘 긴치마와 긴소매 저고리를 입겠다던 큰아이는 찬바람 부는 날을 기다렸다. 왜냐하면 긴소매 치마저고리는 추운 날 입는 옷이라고 얘기했기에. “날이 추우니까 한복 입어도 되죠?” 아침에 일어나면 치마저고리로 스스로 갈아입는다. 치마저고리를 입고 한참 뛰면서 놀다가 치마가 퍽 길어 발에 밟혀서 번거롭다 싶으면 다른 옷으로 갈아입지만, 아침저녁으로 한두 차례씩 치마저고리 차림을 하면서 논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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