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내와 머스마한테는 저마다 다른 삶길이 있다 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가시내라서 이렇게만 해야 하거나 머스마라서 저렇게만 해야 하지 않다. 이런 생각은 누가 아이들한테 심을까. 아이들은 즐거우며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자라야 하지 않겠는가. 집과 마을과 학교는 아이들한테 어떤 곳일까. 집은 즐거운 곳인가. 마을은 사랑스러운 곳인가. 학교는 아름다운 곳인가. 아이들은 스스로 자란다. 아이들은 동무들과 손을 맞잡고 걸으며 자란다. 아이들은 하늘숨을 쉬면서 자란다. 몸은 작으나 마음은 어느새 훌쩍 크는 아이들이다. 4346.11.28.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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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소년학급단 1
후지무라 마리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8월
4,200원 → 3,780원(10%할인) / 마일리지 210원(5% 적립)
2013년 11월 28일에 저장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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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에 올라앉아 그림놀이 어린이

 


  아이들은 가장 느긋하고 즐겁게 놀고 싶다. 그림 하나 그릴 적에도 가장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지, 두 번째나 세 번째로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는 일이 없다. 여섯 살 사름벼리는 단골 헌책방에 마실을 가서 그림놀이를 한다면서 책상에 올라선다. 책상에 엎드려서 그림을 그린다. 아서라 얘야, 그림을 왜 책상에 올라가서 그리니, 책상에 종이만 놓고 그려야지, 하지만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래, 넌 아직 이모저모 제대로 가리는 나이는 아닌가? 4346.11.27.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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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과 진주와 대구에서 놀란 이야기

 


  나는 여행을 다니지 않는다. 어느 곳에 가든 헌책방이 있는 마을로 찾아간다. 헌책방이 없는 마을을 간다면, 시골에서 살아가는 예쁜 이웃을 찾아가는 길이거나, 살붙이나 동무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요 몇 달 사이에 부산과 진주와 대구에 있는 헌책방에 찾아갈 일이 있었다. 세 군데는 경상도라는 곳에 있으며, 아마 정치 흐름이 비슷하리라 본다. 그런데, 세 군데에서 찾아간 헌책방마다, 책방에 텔레비전을 둔 곳에서는 모두 ‘TV조선’을 틀고 하루 내내 이곳에서 흐르는 이야기를 듣는다.


  책방에 가면 으레 여러 시간 있는 터라, 여러 시간 ‘TV조선’을 함께 들어야 하니 귀가 몹시 아팠고 골이 매우 지릿거렸다. 그러면, 부산과 진주와 대구에서 ‘텔레비전을 보는 책방지기’는 왜 ‘TV조선’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들여다보는가. 왜 이분들은 책방에 그득 쌓인 책을 읽지 않고 ‘TV조선’을 눈이 빠져라 들여다보는가. 무엇보다 ‘TV조선’에서는 어떠한 이야기를 보여주는가.


  책방에 텔레비전을 들이지 않고 ‘조선일보’를 구독하는 헌책방지기를 보면, 이분들은 신문을 다 읽은 뒤 어김없이 책을 펼쳐서 읽는다. 책방에 텔레비전을 두는 분들은 책을 읽지 않으며, 언제나 한 갈래 생각으로 이녁 마음을 딱딱하게 굳히는구나 싶다.


  1992년부터 선거철마다 ‘기호 1번’만 찍은 우리 아버지도 어느 날부터 ‘TV조선’만 보신다. 아이들 데리고 할머니 할아버지 뵈러 찾아갈 적마다 텔레비전 소리 때문에 골이 무척 아프다. 그나마 아이들한테 만화영화 보여주시겠다며 ‘TV조선’에서 다른 곳으로 돌려주시지만, 아버지는 ‘TV조선’이 그리워서 다른 방으로 옮긴 뒤 ‘TV조선’을 켜서 혼자 들여다보신다.


  어느 날 문득 궁금해서 고향이 부산인 고흥 이웃한테 이녁 아버님은 부산에서 어떤 방송을 보시느냐 물었는데, 그분 아버님도 ‘TV조선’만 들여다보신단다.


  ㅈㅈㄷ을 보거나 말거나 대수롭지 않다. ㅈㅈㄷ만 본대서 나쁘지 않다. 다른 신문을 보더라도 그 신문만 본다면 그리 아름답지 않다. 온누리를 골고루 품을 줄 알 때에 아름답고, 지구별이 사랑스레 빛나려면 어떠한 넋이 되어 어떠한 일을 해야 사랑스럽게 빛나고 우리 삶이 즐거운가를 깨달을 수 있어야 한다고 느낀다. 남녘땅 나이 있는 분들 마음자리에는 ‘TV조선’이 아주 단단히 뿌리내렸다. 4346.11.27.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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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340 : 씨앗을 파종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지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씨앗을 파종하고 첫 번째 싹이 흙을 뚫고 뾰족이 올라왔을 때의 그 감격이란
《박효신-바람이 흙이 가르쳐 주네》(여성신문사,2007) 25쪽

 

  ‘과연(果然)’은 ‘참말’이나 ‘참으로’로 다듬고, ‘기대(期待)’는 ‘설렘’이나 ‘두근거림’으로 다듬습니다. “올라왔을 때의 그 감격(感激)이란”은 “올라왔을 때 그 뿌듯함이란”이나 “올라왔을 때 그 보람이란”이나 “올라왔을 때 그 기쁨이란”으로 손봅니다.


  한자말 ‘파종(播種)’을 찾아보면 “곡식이나 채소 따위를 키우기 위하여 논밭에 씨를 뿌림. ‘씨뿌리기’, ‘씨 뿌림’으로 순화”로 풀이합니다. 우리가 쓸 만한 한국말이 아닌 셈입니다.

 

 씨앗을 파종하고
→ 씨앗을 뿌리고
→ 씨뿌리기를 하고
 …

 

  낱말뜻을 찬찬히 헤아리지 않기 때문에 “씨앗을 파종하고”처럼 말합니다. 낱말뜻을 찬찬히 헤아렸다면 “씨앗을 뿌리고”처럼 말하겠지요. 시골에서 흙을 만지는 사람도, 농협이나 공공기관 일꾼도, 모두 ‘씨앗’과 ‘뿌리기’를 말할 때에 아름다우리라 생각해요. 흙에도 마음에도 아름다운 말을 뿌릴 수 있기를 빌어요. 4346.11.27.물.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참말 내가 해낼 수 있을지 두려움과 설렘이 섞인 채 씨앗을 뿌리고 첫 싹이 흙을 뚧고 뾰족이 올라왔을 때 그 기쁨이란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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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를 가리키는 한국말을 올바로 쓰는 모습을

거의 못 봅니다.

아무래도 가르치거나 말하는 사람조차 없어

제대로 못 쓰리라 느껴요.

 

..

 

겨를
  “어떤 일을 하다가 생각을 다른 데로 살짝 돌릴 만한 짧은 때”를 ‘겨를’이라고 해요. ‘겨를’은 그리 길지 않은 때를 가리켜요. 10분이나 한 시간쯤, 또는 두어 시간 안팎을 가리킵니다. 그래서 “숨 돌릴 겨를이 없다”나 “너하고 말할 겨를이 없단다”처럼 써요.


말미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 어떤 일을 살짝 쉬고 다른 일을 하는 때”를 ‘말미’라고 해요. 이를테면, 회사에 다니는 어른들이 ‘휴가’를 얻는다고 하면 ‘말미’를 얻는 셈입니다. 날마다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는 어린이가 하루나 며칠쯤 학교에 가지 않고 다른 볼일을 보아야 할 적에도 ‘말미’를 얻는다고 해요.



  “벌어진 자리”를 ‘틈’이라고 해요. 이 낱말은 “사람들 틈”과 “빠져나갈 틈을 찾다”와 “너와 나 사이에 틈이 생겼다”처럼 써요. 이 뜻과 느낌을 바탕으로 ‘겨를’과 비슷하게 “어떤 일을 하다가 다른 일을 하거나 다른 생각을 할 만한 짧은 때”를 뜻하기도 합니다. “그럴 틈이 없다”나 “살짝 틈을 내어 찾아왔어”처럼 써요.


사이(새)
  “어느 한 자리에서 다른 자리까지”를 가리켜요. “우리 집과 너희 집 사이에 책방이 있어”처럼 씁니다. 한편, “어느 때부터 다른 때까지”를 가리킵니다. “한 시에서 두 시 사이에는 낮잠을 자자”처럼 써요. 그리고, “어떤 일을 할 만한 때”를 가리킵니다. “쉴 사이 없이 달리다”나 “앉을 사이 없이 일을 돕다”처럼 써요. ‘틈’과 ‘사이(새)’는 모두 다른 일을 할 만한 때를 가리킨다 할 수 있지만, ‘틈’은 다른 일을 하는 모습을 가리키며 쓰고, ‘사이(새)’는 다른 일을 할 수 없는 모습을 가리키며 씁니다. “틈을 내다”처럼 쓰지만 “사이를 내다”처럼은 못 써요. 한편, “쉴 새 없다”와 마찬가지로 “쉴 틈 없다”처럼 쓸 수 있기도 합니다. ‘사이’는 “서로 사귀는 사람”이나 “서로 알고 지내는 사람”을 가리켜요. “누나와 나 사이”라든지 “둘은 어느덧 좋아하는 사이가 되었다”처럼 씁니다.

 

(최종규 . 2013 - 새로 쓰는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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