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숟가락을 먹으려고 논을 일구고 밭을 갑니다. 밥 한 숟가락을 나누려고 김을 매며 풀을 뜯습니다. 밥 한 숟가락을 아이한테 주려고 꽃을 바라보고 나무를 포옥 안습니다. 밥 한 숟가락을 이웃하고 먹고 싶어 샘물을 뜨며 오이 하나 땁니다. 밥 한 숟가락 얻기까지 흙손이 됩니다. 밥 한 숟가락 얻는 동안 흙내음 맡습니다. 밥 한 숟가락 나누는 사이 흙빛 노래를 부릅니다. 밥 한 숟가락에는 무엇이 깃들까요. 밥 한 숟가락에는 어떤 넋이 감돌까요. 밥 한 숟가락 함께 먹는 사람은 서로 사랑을 속삭입니다. 밥 한 숟가락 나누는 사람은 즐겁게 어깨동무하는 꿈을 키웁니다. 이리하여, 밥 한 숟가락으로 시를 한 줄 읊습니다. 4346.11.28.나무.ㅎㄲㅅㄱ


7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밥 한 숟가락에 기대어
서정홍 지음, 최수연 사진 / 보리 / 2012년 7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2월 23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3년 11월 28일에 저장

부끄럽지 않은 밥상- 농부 시인의 흙냄새 물씬 나는 정직한 인생 이야기
서정홍 지음 / 우리교육 / 2010년 12월
13,500원 → 12,150원(10%할인) / 마일리지 67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2월 23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3년 11월 28일에 저장

윗몸 일으키기
서정홍 지음, 안태성 그림 / 현암사 / 2007년 6월
8,500원 → 7,650원(10%할인) / 마일리지 420원(5% 적립)
2013년 11월 28일에 저장
절판

아내에게 미안하다
서정홍 지음 / 실천문학사 / 2008년 6월
6,000원 → 5,400원(10%할인) / 마일리지 300원(5% 적립)
2013년 11월 28일에 저장
구판절판


7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국어사전을 아무리 신나게 들여다보아도 이 낱말이

서로 어떻게 다른 자리에 쓰는가를 알 길이 없습니다.

여러 시대에 나온 여러 사전을 두루 살필 때에

비로소 말뜻과 말느낌을 제대로 갈라서 알아볼 수 있습니다.

 

..

 

겨우
  “힘을 들여서 어렵게”와 “넉넉하지 못하기에 잘해 보았자 얼마 되지 않는”을 뜻하는 ‘겨우’는 “눈길을 겨우 헤치고 왔다”나 “이 책을 겨우 읽었다”라든지 “너는 하루 내내 밭을 겨우 이만큼 맸구나”나 “배고픈데 밥을 겨우 이만큼 주나요”처럼 씁니다.


고작
  “좋거나 크게 보려 하지만 아무것이 아님”과 “애써서 따지거나 헤아려 보았자”를 뜻하는 ‘고작’은 “아침부터 걸었지만 십 리 걸음이 고작이었다”라든지 “고작 밥과 국뿐이지만 즐거운 저녁이다”나 “고작 한다는 말이 핑계뿐이니”처럼 씁니다.

 

기껏
  “일부러 힘을 들이거나 애썼으나”와 “힘이 미치는 데까지 제 나름대로 애를 써서”를 뜻하며, “기껏 다리를 놓았더니 큰물에 떠내려 갔다”나 “기껏 보냈는데 잃어버렸구나”라든지 “기껏 들려주는 말이지만 아픔을 달래지 못한다”나 “기껏 도와주려 했지만 많이 모자라는구나”처럼 씁니다.


가까스로
  “애쓰거나 힘써서 어렵지만 어느 만큼 맞출 수 있도록”이나 “어느 만큼 맞추거나 넘기기에 힘들게”를 뜻하며, “가까스로 눈물을 참았다”나 “아이를 업고 고개를 가까스로 넘어왔다”라든지 “가까스로 버스 막차를 탔다”나 “빌린 돈을 가까스로 갚는다〔처럼 씁니다.


에계계
  “‘에계’를 힘주어 하는 말”입니다.


에계
  “그리 좋지 않거나 많이 못 미치거나 작은 무언가를 낮게 보면서 하는 소리”입니다. “에계, 이래서 어디에 쓰겠니”나 “에계, 아직 멀었네”처럼 써요. ‘에계계’와 ‘에계’는 느낌씨입니다. ‘겨우·고작·기껏·가까스로’ 같은 낱말을 쓰며 모자라거나 아쉽거나 힘든 느낌을 나타내기도 하고, 이 느낌씨로 한결 짙거나 또렷하게 나타내기도 합니다. ‘겨우’는 넉넉하지 못하다는 느낌이 더 드러나고, ‘고작’은 아무것이 아니라 할 만하거나 아주 적다는 느낌이 더 드러나며, ‘기껏’은 힘을 쓰고 쓰더라도 닿지 않는 느낌이 더 드러납니다. ‘가까스로’는 힘을 많이 들여야 비로소 살짝 닿을 만큼 되는 느낌이 더 드러납니다. 

 

(최종규 . 2013 - 새로 쓰는 우리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적' 없애야 말 된다
 (393) 선천적 1 : 선천적으로 태어난

 

사람은 선천적으로 아름다운 얼굴로 태어난 사람도 있고, 못생긴 얼굴로 태어난 사람도 있다
《박도-아버지는 언제나 너희들 편이다》(우리문학사,1997) 27쪽

 

  얼굴은 타고 태어납니다. 어버이가 내 얼굴과 몸을 낳아 줍니다. 처음부터 타고서 태어나는 얼굴이요 몸입니다.


  한자말 ‘선천(先天)’은 “태어나면서부터 몸에 지니고 있는 것”을 뜻한다 합니다. ‘선천적(先天的)’은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을 뜻한다 해요. 곧, 이 보기글처럼 “선천적으로 … 태어난 사람도 있고”처럼 적으면 겹말이 됩니다. 한자말 ‘선천’을 쓰더라도 “선천으로 아름다운 얼굴인 사람도 있고”처럼 적어야 올발라요. 국어사전을 보면 “선천적 재능 때문이라기보다는”과 “선천적으로 약한 체질이어서” 같은 보기글이 나와요. 이 보기글은 “타고난 재주 때문이라기보다는”과 “처음부터 여린 몸이어서”로 손질합니다.

 

 선천적으로 아름다운 얼굴로 태어난 사람
→ 처음부터 아름다운 얼굴로 태어난 사람
→ 태어날 적부터 아름다운 얼굴인 사람
→ 아름다운 얼굴로 태어난 사람
→ 아름다운 얼굴을 물려받은 사람
 …

 

  어버이가 물려주는 얼굴인 만큼, ‘태어날’ 적부터 얻은 얼굴입니다. 태어날 적부터 얻은 얼굴이란 ‘물려받은’ 얼굴이거나 ‘이어받은’ 얼굴이에요. ‘처음부터’ 이러한 얼굴입니다. 잘생기고 못생기고를 떠나 고맙게 받은 얼굴을 고마운 말빛으로 나타내는 길을 하나둘 생각합니다. 4338.12.24.흙/4346.11.28.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사람은 아름다운 얼굴로 태어난 사람도 있고, 못생긴 얼구롤 태어난 사람도 있다

 

..

 


 '-적' 없애야 말 된다
 (1668) 선천적 2 : 선천적으로 타고난

 

저런 능력이야말로 다람쥐들에겐 선천적으로 타고난 거야

《한스 페터슨/김정희 옮김-마티아스와 다람쥐》(온누리,2007) 155쪽

 

  ‘능력(能力)’은 ‘재주’나 ‘솜씨’로 다듬어요. “타고난 거야”는 “타고나”나 “타고나지”로 다듬어 줍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거야


→ 처음부터 타고나
→ 하늘에서 타고나지
→ 처음부터 있지
→ 어버이한테서 타고나지
 …

 

  “선천적으로 타고난”은 겹말입니다. 둘 가운데 하나를 덜어야 알맞습니다. 누군가는 ‘타고난’을 덜는지 모르나, 한국말을 올바르고 사랑스레 쓰고 싶은 분이라면 ‘선천적으로’를 덜어 줍니다.


  다람쥐는 나무 잘 타는 재주를 어미 다람쥐한테서 물려받습니다. 어미 다람쥐는 새끼 다람쥐한테 나무 잘 타는 재주를 물려주어요. 타고나는 재주요, 먼먼 옛날부터 하늘이 내려 즐겁게 누리는 재주입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다람쥐들한텐 타고나지”처럼 적으면 되는데, 사이에 꾸밈말로 ‘처음부터’나 ‘하늘에서’를 넣을 수 있습니다. 4346.11.28.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저런 재주야말로 다람쥐들한텐 처음부터 타고나지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글

 


  글은 어떻게 쓸 수 있을까. 머리로 꾸며서 쓸 수 있을까. 책을 좀 읽으면 글을 쓸 수 있을까. 이야기 잘 풀어내는 사람한테서 이모저모 도움말 들으면 글을 쓸 수 있을까.


  글을 쓰려면 마음속에서 우러나와야 한다고 느낀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즐거움과 보람과 아름다움을 곱게 품으면서 이야기가 차근차근 마음속에서 우러나와야 한다고 느낀다. 우러나오지 않을 때에는 글이 되지 못한다고 느낀다. 우러나오는 글이 아니라, 머리로 만들거나 손으로 꾸밀 적에는 글이 될 수 없다고 느낀다.


  살아가는 마음에서 글이 나오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글이 흐른다. 동무를 생각하고 숲을 노래하는 마음에서 글이 샘솟는다. 풀과 꽃과 나무를 아끼면서 돌보는 마음에서 글이 태어난다. 차분하고 즐겁게 흐르는 글을 살짝살짝 집어서 종이에 찬찬히 옮겨적는다. 반가운 님한테 글종이를 선물한다. 내 마음을 곱게 드린다. 4346.11.2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글쓰기)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sslmo 2013-11-28 14:51   좋아요 0 | URL
마음에 기쁨이 고이듯이 무엇인가 한가득 고여,
감추지 못하고 흘러나오듯하는 글쓰기를 생각해본적 있어요.
그럴려면, 전 한참을 더 안으로 고여들어야 할 듯~^^

파란놀 2013-11-28 15:23   좋아요 0 | URL
고이지 않아도
즐겁게 스스로 길어올리면 돼요.

즐거운 마음과 사랑으로 누리는 삶이면
글이나 그림이나 사진이나 노래나 춤 모두
저절로 흘러나올 테니까요~
 

헌책방에서 노는 아이들

 


  아이들은 어디에서나 논다. 집에서도 마루에서도 마당에서도 골목에서도 찻길에서도 아이들은 거리끼지 않는다. 아이들로서는 어디이든 삶터이고 놀이터 된다. 어른들이 따로 돈을 들여 시설을 마련한 데가 놀이터 아니다. 아이들이 놀면 어디나 놀이터 된다.


  아이들은 헌책방에서 개구지게 뛰어논다. 헌책방이라 해서 시끌벅적 뛰어놀아도 되지 않지만, 아이들은 새책방에서든 헌책방에서든 거리끼지 않는다. 어떤 어른은 헌책방에 있는 책을 만질 적에 장갑을 끼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아무것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어떤 어른은 헌책방에 있는 책은 먼지와 세균이 많다 여기는데, 아이들은 어느 하나 따지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먼지와 세균은 어디에나 있고, 헌책방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들락거리는 도서관에서 오래도록 묵는 책이야말로 먼지와 세균을 많이 품지 않을까.


  순천에 있는 헌책방집 막내와 우리 집 큰아이는 같은 또래이다. 우리 집 작은아이는 누나랑 형이 노는 틈에 함께 끼어 놀고 싶다. 아이들은 책방마실을 하더라도 책보다 놀이가 훨씬 맛있다. 아이들은 온갖 책이 그득한 숲에서 이리 뛰고 저리 노래하면서 논다. 책방에서 놀며 천천히 책내음 맡고, 책방에서 뒹굴며 가만히 책빛 마신다. 아이들 스스로 모르는 사이에 책노래가 아이들 마음속으로 젖어든다.


  골목에서 놀듯 책방에서 논다. 골목에서 놀며 골목숨 마시고 골목빛 먹듯이, 책방에서 놀며 책방숨 마시고 책방빛 먹는다. 시골에서 놀며 시골숨과 시골빛 먹듯이, 책방에서 놀며 책숨과 책빛을 한껏 들이켠다.


  땀 실컷 흘린 뒤 살짝 땀을 식히며 그림책이나 만화책 집어들 수 있겠지. 땀 옴팡지게 쏟은 뒤 살짝 땀을 달래며 나무그늘 찾아 쉬거나 풀밭에 드러누울 수 있겠지. 놀고 쉬고, 놀고 먹고, 놀고 자고, 놀고 노래하는 아이들이다. 천천히 튼튼하게 자란다. 4346.11.2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헌책방 언저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