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1591) 지금

 

지금 내가 ‘거렁뱅이 지팡이’를 짚고 돌아다니며 파리잡이 끈끈이 살 돈을 벌면 … 지금까지 에밀이 깎은 나무 인형 324개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햇살과나무꾼 옮김-에밀의 325번째 말썽》(논장,2003) 19쪽

 

  한자말 ‘지금(只今)’은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오고, 어른들이 아이들한테 으레 들려주는 낱말이라 할 만합니다. 나도 이 낱말을 어릴 적부터 곧잘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말뜻은 “말하는 바로 이때”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한국말은 ‘이때’요, 한자말은 ‘지금’인 셈이에요.

 

 지금 내가
→ 오늘 내가
→ 오늘부터 내가
 …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보기글로 “지금부터 한 시간 동안만 놀자”와 “왜 지금에서야 말을 하느냐”와 “환갑을 넘은 지금까지”가 있어요. 오늘날 사람들이 무척 널리 쓰는 낱말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살피면, 이 보기글은 “이제부터 한 시간 동안만 놀자”와 “왜 오늘에서야 말을 하느냐”라든지 “왜 이제서야 말을 하느냐”와 “환갑을 넘은 오늘까지”로 손질할 수 있어요. 아니, 먼먼 옛날부터 이러한 말투로 이야기를 했어요.


  우리 겨레는 이 땅에서 한자말 ‘지금’을 언제부터 썼을까요. 시골에서 흙을 만지던 여느 수수한 사람들은 이 한자말을 쓰기는 썼을까요. 임금님과 신하와 지식인을 빼면 모두 시골사람이던 지난날, 시골에서 한자말 ‘지금’은 얼마나 쓰임새 넓은 낱말이었을까요.

 

 지금까지
→ 이제까지
→ 오늘까지
→ 여태까지
 …

 

  한자말 ‘지금’을 쓰는 만큼 한국말 ‘이제·여태·이때·오늘’이 설 자리가 없습니다. 때와 곳을 살펴 다 다르게 쓰던 한국말은 자꾸 쓰일 곳을 잃습니다. 아이들은 어른한테서 어떤 말을 물려받을 때에 즐거울까요. 어른은 아이들한테 어떤 말을 물려줄 때에 사랑스러울까요. 오늘 우리가 쓸 말, 이제부터 즐겁게 나눌 말, 여태 아끼며 돌보았으며 앞으로도 맑고 밝게 빛낼 말은 무엇일까요. 4346.11.29.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오늘 내가 ‘거렁뱅이 지팡이’를 짚고 돌아다니며 파리잡이 끈끈이 살 돈을 벌면 … 이제까지 에밀이 깎은 나무 인형 324개가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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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맞은 늦가을 까마중꽃

 


  아침해가 천천히 뜰 무렵, 까마중 꽃송이와 잎사귀에 내려앉은 눈 또는 서리가 천천히 녹는다. 밤새 추웠겠네. 그러나, 이 눈 또는 서리에도 꽃송이는 시들지 않고 잎사귀 또한 스러지지 않는다. 너희는 아주 씩씩하고 야무지구나. 지난밤 잘 잤니. 며칠 더 춥다는데 잘 견딜 만하니. 늦가을 넘어 십이월까지 우리한테 맑은 열매 나누어 주는 까마중꽃아, 네 하얀 꽃빛 이 겨울 문턱에서도 곱다라니 마주하는구나. 너희들 맑으며 씩씩한 숨결을 아이들한테 차곡차곡 물려줄게. 4346.11.2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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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놀이 7 ― 눈 맞으며 달려

 


  손이 시려서 더는 눈을 뭉치기 어렵다고 깨달은 큰아이는 “달려!” 하고 소리치면서 먼저 마당을 달린다. 이에 작은아이는 누나를 따라 “달려!” 하고 함께 외치면서 누나 꽁무니 좇아 달린다. 이리 달리고 저리 달리며 몸이 달아오르게 한다. “눈이 온다! 눈이 와!” 하고 노래하면서 마당을 이리저리 가로지른다. 4346.11.2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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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놀이 6 ― 눈 뭉치기

 


  긴신을 발에 꿰고 마당에 다시 나온 아이들이 눈을 새롭게 만진다. 한창 눈을 뭉쳐서 하늘로 던지는데, 시나브로 큰아이는 손이 시린 듯하다. 눈을 뭉치면서 얼굴에 ‘아이, 손 시려.’ 하는 티가 묻어난다. 그렇지만 눈놀이가 다 그런걸. 만지고 뭉치면서 즐겁지만, 손이 시리고 아리지. 눈놀이는 쉬엄쉬엄 해야 해. 4346.11.2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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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놀이 5 ― 맨손 눈놀이

 


  큰아이가 맨발로 마당에 뛰쳐나온 뒤, 맨손으로 눈을 그러모으는 모습을 보다가 ‘이런, 손이 시리겠네. 장갑을 끼워야 할까.’ 하고 생각한다. 그런데, 눈은 장갑 낀 손으로는 제대로 뭉치기 힘들다. 손에서 나오는 따스한 기운으로 살살 녹이면서 뭉쳐야 제대로 뭉친다. 놀다가 손이 많이 얼면 그때 집으로 들여 손을 녹이고 다시 놀게 하면 되겠지, 하고 다시 생각한다. 맨손으로 한참 놀다가 아이 스스로도 춥다고 여겨 잠옷을 벗고 새로 옷을 껴입고 나와서 다시 눈을 만진다. 4346.11.2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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