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en 님 서재에 '태그구름' 이야기가 있어

문득 궁금해서 내 서재를 보니,

나는 태그구름을 그동안 안 썼다.

옳거니, 이 김에 나도 그걸 써 볼까 생각하며

태그구름 설정을 해 놓고 들여다본다.

 

아, 참 많다. 이래저래 겹치는 태그도 있을 테지만,

그동안 8만 건 남짓 태그를 붙였으니

이렇게 많을 만도 하다.

 

앞으로 태그가 100만 건쯤 될 무렵 돌아보면,

그야말로 웬만한 사람이름이나 책이름

줄줄이 붙겠구나 싶다.

 

참으로 많은 책과 이웃(사람)들이 내 넋을 이루도록 이끌고 도운

아름다운 곁님이 되어 주었다고 깨닫는다.

 

..

 

태그를 한꺼번에 긁으니 용량이 커서 안 올라간다.

다섯 개로 나누어 긁어서 붙여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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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3-11-30 16:14   좋아요 0 | URL
제가 '태그'에 대한 글을 쓰다가 문득 함께살기 님의 '태그'가 궁금해서 슬쩍 엿보러 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님의 서재에 태그가 보이지 않더라구요.

그런데 막상 공개된 함께살기 님의 태그를 보니 정말 입이 다물어지지 않네요.

태그를 쭈욱 훓어보니 특히 '책'으로 부터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태그들이 정말 많네요. 맨 끄트머리에 이르러서는 영어와 일본어로 된 태그까지 수두룩하고요. 정말 엄청나네요. 태그가 무려 8만이나 된다고 하니 8만 대장경 생각도 납니다. ㅎㅎ

파란놀 2013-11-30 13:23   좋아요 0 | URL
제 태그는 좀 많다 보니까, 화면을 많이 잡아먹을 듯해서 일부러 공개를 안 했는데, 이렇게 여러 해 지내며 태그가 쌓이고 보니... 외려 재미난 이야기가 나오기도 해요. 저 스스로도 이렇게 죽 모인 태그들을 재미있게 훑어봤어요. 저 스스로도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요 ^^;;;;;
 

밥상에 하나씩

 


  밥상에 하나씩 얹는다. 아이들이 배고프다면 알아서 무엇이든 집어서 먹겠지 하고 생각하며 밥상에 하나씩 얹는다. 다만, 밥을 끓이고 나서, 국거리를 송송 썰어서 국냄비에 불을 넣고 나서, 지짐판을 달구어 무언가 볶는다면, 한창 볶고 나서, 비로소 밥상을 행주로 슥슥 훔친 다음 접시에 무를 썰어 담고 오이를 썰어 담은 뒤 얹는다. 밥이 거의 다 끓어 뜸을 들인다. 국이 거의 다 끓어 간을 맞춘다. 볶음이 거의 다 익어 뚜껑을 덮고 불을 끈다. 이동안 양배추나 붉은양배추를 썰고 남새 한 가지를 섞어 간장을 살짝 붓고 손으로 휘휘 젓는다. 아이들이 옆에 달라붙어 “왜 손으로 해요?” 하고 묻는다. “손으로 해야 구석구석 잘 섞여.” 하고 말한 다음 손으로 나물무침을 조금 쥐어 아이 입에 넣는다. 무침을 조금 큰 접시에 담아 밥상에 올린 뒤 마당으로 가서 까마중을 훑는다. 겨울이 코앞이니 맨손으로 까마중알 훑으며 손이 시리다. 까마중을 따는 손은 보라빛으로 물든다. 까마중을 담은 접시를 밥상에 올린다. 제법 모양이 나오는걸. 큰아이 작은아이 밥상 앞을 기웃거리며 무와 오이를 먹는다. 아버지가 이렇게 차리는데 너희가 안 먹고 어쩌겠니. 굶을 수 없겠지. 찬찬히 먹다 보면 이렇게 먹는 밥이 가장 맛나고 너희 몸에도 가장 즐거우리라 생각해. 아픈 데 하나 없이 씩씩하게 잘 크잖니. 이제 국냄비에서 곤약을 꺼낸다. 봄과 여름에는 곤약을 물로 헹구어 차갑게 밥상에 올렸으나, 가을로 접어든 때부터 겨울 사이에는 곤약을 국냄비에 함께 넣어 폭 끓여 아주 뜨거울 때에 꺼내어 송송 썬다. 까마중 접시는 일찌감치 빈다. 까마중 접시를 치우고 곤약 접시를 올린다. 아이들 불러 수저 놓으라 이르고는 국그릇부터 올려 준다. 국부터 마시며 속을 따스하게 하렴. 만두는 석 점씩 가위로 잘라 밥에 얹는다. 자, 모두 맛나게 밥을 먹자고. 4346.11.3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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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1-30 09:45   좋아요 0 | URL
언제 보아도~ 아버지의 마음과 정성이 듬뿍 들어간
예쁘고 좋은 밥상입니다~*^^*

파란놀 2013-11-30 10:54   좋아요 0 | URL
예쁘게 잘 먹어 줄 때에 예쁜 밥상 되겠지요.
appletreeje 님 토요일 즐거이 누리셔요~~
 

책아이 75. 2013.11.24.

 


  아버지가 대청마루에 펼쳐서 읽던 사진책에 버스가 나온다. 작은아이가 버스 모습을 보고는 제 장난감 자동차를 둘 가져온다. 붕붕붕 하면서 둘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다가는 콩 박게 하기도 하고, 주욱 뻗어 달리게도 한다. 책 둘레에서 빙글빙글 돌면서 자동차놀이를 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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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가운 상말
 618 : 줄탁동기

 

‘줄탁동기(啐啄同機)’라는 말을 들어 본 적 있니? 어려운 말이라고? 그래, 좀 낯설긴 하지. 뜻을 한번 들어 봐
《이운진-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질 너에게》(창비,2012) 188쪽

 

  어려운 말을 써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며 좋은 말이 많은데, 굳이 어려운 말을 만들어서 써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말이 어렵다면 왜 어려울까요. 우리가 쓰는 말이 아니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한국사람은 한국말을 하는 사람이지, 한문이나 한자를 쓰는 사람이 아닙니다. 한문이나 한자를 쓰던 한겨레는 임금을 둘러싼 몇몇 지식인뿐입니다. 고작 1%조차 안 되는 지식인이 쓰던 한문이나 한자는, 시골에서 흙을 만지며 살아가던 99%가 넘는 여느 한겨레한테는 어렵고 딱딱하며, 어떻게 보면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라 할 만한 말입니다.

 

 줄탁동기
→ 병아리 알깨기
→ 병아리 깨기
→ 알깨기
 …

 

  아이들 앞에 서는 교사라면, 아이들이 알아들을 만한 말을 할 노릇입니다. 아이들이 못 알아들을 말을 들먹이면서 무언가 가르치려 하는 일은 덧없습니다. 아직 아이들이 모르는 풀이름과 벌레이름과 나무이름과 짐승이름을 알려주는 일은 좋아요. 그러나, 우리를 둘러싼 삶자락 이야기 아닌, 권력자 둘레에서 쓰던 바깥말을 들추려는 말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부질없습니다.


  아이들 앞에서 ‘똘레랑스’를 말하면서 가르쳐야 하지 않아요. 아이들한테는 ‘너그러움’이나 ‘넉넉함’을 말해야지요. 너그럽게 마음을 다스리라고 가르쳐야지요. 그러니까, 아이들 앞에서는 ‘줄탁동기’ 아닌 ‘병아리 알깨기’를 말해야 합니다. 한자를 밝혀서 적어도 알아들을 수 없는 엉뚱한 바깥말 아닌, 누구나 쉽게 받아들여 알아들으며 나눌 말을 할 때에 비로소 어른이요 교사입니다. 한국사람이 한국땅에서 가장 슬기롭게 주고받으며 꽃피울 한국말을 살찌울 때에 아름다운 어른이고 사랑스러운 교사입니다. 4346.11.3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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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3-11-30 13:13   좋아요 0 | URL
졸탁동기 또는 졸탁동시는 송나라의 선승이었던 원오극근이 쓴 《벽암록》이라는 책에 나오는 말이더라구요. 오래 전에 저도 '졸탁동기'라는 말 때문에 그 책을 몇 번 펼쳐 본 적이 있었는데, 워낙 어려운 책이어서 도저히 읽어나갈 수가 없더라구요. '병아리 알깨기'처럼 쉬운 우리말로 간단히 해결될 말이긴 하지만 '알깨기'는 새 생명의 탄생과 그 아픔을 말하는 듯하고, 졸탁동기는 '동기'를 강조하는 말이어서 느낌은 조금 다르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파란놀 2013-11-30 13:21   좋아요 0 | URL
이 말을 1:1로 옮길 낱말은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송나라 그분이 책을 쓰며 스스로 '새 말을 지었'듯이, 우리도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름답고 뜻있는 말을 새로 지을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바로 그렇게 할 때에 말이 태어나고 생각이 자라며 문화가 꽃을 피우겠지요!

꼬마요정 2013-11-30 21:5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함께살기님께서 일러주신대로 국립국어원을 찾았는데.. 너무 어렵네요..ㅎㅎ 그래도 나름대로 우리말을 잘 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더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외국 지명이나 고유명사, 이름 등을 읽을 때, 영어 중심으로 읽잖아요.. 국제적으로도 그런 걸 규정하는 규칙이나 그런 게 있나요? 국제음성기호를 찾아봐도 그런 말이 없고 요즘 다들 영어로 읽으니까 영어 중심주의 혹은 미국의 자국어 중심주의인가.. 싶어서요. 미국인들이 일부러 영어식으로 다 읽는건가 싶기도 하구요.

파란놀 2013-11-30 21:51   좋아요 0 | URL
다른 나라는 으레 '그 나라 말투'대로 읽어요. 영어 투대로 읽는 나라는
일본과 한국, 이 두 나라가 대표라 할 텐데,
그나마 일본사람은 '일본영어(재패니쉬)'로 읽고,
이런 재패니쉬를 한국에서 다시 콩글리쉬로 쓰기 일쑤이기도 하답니다 ^^;;;;

꼬마요정 2013-11-30 22:06   좋아요 0 | URL
오~ 고맙습니다. 정말 궁금했거든요~

그렇다면 미국인들도 그 나라 발음으로 읽는거에요? 그럼 한국인들은.. 왜 영어 투대로 읽는 걸까요? 저는 미국 따라하는 건 줄 알았어요ㅠㅠ


파란놀 2013-11-30 22:29   좋아요 0 | URL
한국사람은, 거의 미국한테 문화식민지이거든요. 그래서 학자들이 미국말대로(영어라지만 영국 영어 아닌 미국 영어로) 쓰기를 즐기고, 또 오늘날 학자한테 스승 되는 이들은 일본책으로 일본말 익히며 배운 버릇 때문에 일본식 영어를 아주 많이 끌어들였어요. 이래저래 한국 지식인은 '마음에 아무 줏대가 없'어서 영어를 아주 많이 쓰고, 다른 여러 나라를 그 나라 말이나 문화 아닌 영어로 바라보는 엉뚱한 눈꺼풀을 뒤집어썼다고 할 수 있어요..
 
온 세상에 친구가 가득 작은 곰자리 5
신자와 도시히코 지음, 오시마 다에코 그림, 한영 옮김 / 책읽는곰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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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17

 


너랑 나는 지구별 어깨동무
― 온 세상에 친구가 가득
 오시마 다에코 그림
 신자와 도시히코 글
 한영 옮김
 책읽는곰 펴냄, 2008.8.13.

 


  지난날에 아주 흔한 새가 종달새였어요. 도시 사회가 되고, 시골에 농약을 엄청나게 뿌려대는 오늘날에는 거의 사라진 새인데, 내 어릴 적 국민학교에서 수다쟁이한테 ‘종달새’란 이름을 붙이기도 했어요. 노래를 아주 잘 부른다 싶으면 ‘꾀꼬리’라 했고, 제법 잘 부른다 할 적에는 ‘종달새’라 하기도 했어요. 종달새는 수다쟁이라 할 만하면서도 노래가 제법 고운 새라 할 수 있어요.


  이원수 님 동시로 〈종달새〉가 있습니다. “종달새 종달새 너 어디서 우느냐 보오얀 봄 하늘에 봐도 봐도 없건만 비일비일 종종종 비일비일 종종종” 하고 첫머리를 열고, “종달새 종달새 네 동무는 많구나 누나 따라 십 리 길 가도 가도 네 소리 비일비일 종종종 비일비일 종종종” 하고 이어져요. 아이들로서 십 리 길이란 만만하지 않지만 씩씩하게 다니는 길이에요. 깊은 멧골에서 살아가는 아이는 오십 리 길도 다닌다고 했어요. 그나저나, 십 리 길을 가는데 가도 가도, 봐도 봐도 종달새 모습이요 종달새 노래라 했어요.


  싯말을 가슴에 담고는 눈을 감고 가만히 이 모습을 그려 봅니다. 가도 가도 종달새가 보이고, 어쩌면 종달새가 내 뒤에서 뾰로롱 따라오고, 가도 가도 종달새 노래가 숲에 그득하고, 이러한 마실길에서, 예전 시골마을 아이는 무엇을 느꼈을까요. 흐드러지는 종달새 노랫소리만 가득하고, 자동차 빵빵거리는 소리는 하나도 없었을 그무렵 그곳에서 아이는 무엇을 생각했을까요.


.. “흥! 미래 너 나빠! 뭐 괜찮아. 나는, 책꽂이에 있는 책이 다 내 친구니까.” ..  (5쪽)


  종달새 깃든 숲에는 종달새 동무가 많습니다. 종달새는 서로서로 모여 서로서로 노래합니다. 종달새 곁에는 찌르레기 있겠지요. 찌르레기 살아가는 숲에는 찌르레기 동무가 많습니다. 찌르레기는 서로서로 모여 서로서로 노래합니다.


  작은 새들이 무리를 지어 날아다닙니다. 한 번 날갯짓을 하면 온 숲을 쩌렁쩌렁 울릴 만합니다. 자그마한 새 한두 마리가 난대서 온 숲을 울리지 않지만, 자그마한 새라 하더라도 수백 마리가 무리를 지어 한꺼번에 날아오르면 숲을 쩌렁쩌렁 울릴 수 있습니다. 가을걷이 마친 빈들 한쪽 억새밭에서 옹기종기 모인 참새 수십 마리가 사람 발걸음에 화들짝 놀라 한꺼번에 파득파득 날갯짓을 할 적에도 소리가 꽤 커요.


  그래, 작은 새는 작은 새끼리 무리를 지어 동무하고 벗삼습니다. 작은 새는 작은 새끼리 서로 돕고 아끼면서 함께 살아갑니다. 가도 가도 동무요, 봐도 봐도 동무입니다. 어디에서나 동무이고, 언제나 동무예요.

 

 


.. “산이랑 미래는 친구. 미래랑 붕붕이는 친구. 그러니까 산이랑 붕붕이도 친구야. 나도 붕붕이랑 친구고, 그렇지?” ..  (14쪽)


  오시마 다에코 님이 그리고, 신자와 도시히코 님이 글을 쓴 그림책 《온 세상에 친구가 가득》(책읽는곰,2008)을 읽으며 내 곁 동무를 곰곰이 떠올립니다. 사람한테는 사람이 동무라 할 텐데, 사람뿐 아니라 나무도 동무예요. 풀포기도 동무요 꽃송이도 동무입니다.


  엊저녁 마당을 밝히는 전등을 켰더니 처마 밑 제비집 둥지에 살짝 들어와 잠자던 딱새 두 마리가 깜짝 놀랐는지 파다닥 날갯짓을 해요. 아차, 맞구나, 너희가 이곳에 깃들어 봄까지 지낼 생각이었구나. 잘못했네. 다음에는 불 안 켤게. 집집마다 제비집 있고, 제비집은 여름이 끝나는 팔월 막바지에 한국을 떠나요. 올해에는 팔월 이십오일하고 팔월 이십칠일에 제비가 무리를 지어 떠나는 모습을 보았어요. 팔월 막바지는 낮에도 아직 한참 덥다 할 테지만, 해가 진 저녁과 밤에는 살짝 썰렁해요. 제비들은 이만큼 썰렁한 날에도 추위를 견디기 쉽지 않은 듯해요. 더 생각해 보면, 이무렵에는 제비들 좋아하는 먹이도 많이 줄 테지요.


  제비는 집을 아주 튼튼하게 잘 지어요. 미처 집을 짓지 못한 작은 새가 있다면, 아직 집을 짓지 않은 작은 새가 있으면, 가을과 겨울에 제비집을 빌려 살며시 얹혀 지낼 만해요. 제비는 이듬해 봄에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서는 ‘뭐야? 낯선 새 냄새가 나네? 누가 왔다 갔을까?’ 하고 고개를 갸웃갸웃할는지 몰라요. 그래도, 제비와 딱새는 서로 동무예요. 딱새와 박새도 서로 동무예요. 박새와 참새도, 참새와 콩새도, 콩새와 종달새도, 모두모두 사랑스러운 동무입니다.


.. “어떡해. 난 그런 친구가 없나 봐.” 정글짐 위에서 고은이가 말했어요. “고은아, 넌 만날 정글짐 위에서 뭐 해?” “하늘이랑 이야기해.” “뭐야, 그러면 고은이는 하늘이랑 친구잖아.” 모두 하늘을 올려다보며 소리쳤어요. “친구의 친구는 친구!” ..  (30쪽)


  새한테는 나무 한 그루가 사랑스러운 동무입니다. 나무한테는 새가 반가운 동무입니다. 나무한테는 하늘이 동무가 되고, 땅이 동무가 되어요. 빗물은 나무한테도 풀한테도 꽃한테도 동무입니다. 풀과 꽃은 벌레한테도 동무예요. 벌레는 들짐승한테도 동무이겠지요. 모두모두 동무입니다. 바다도, 들도, 숲도, 냇물도, 돌멩이도, 모래도, 흙도 서로서로 동무예요.


  이 지구별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무입니다. 이 지구별을 저마다 알뜰살뜰 가꾸며 보듬으면서 사랑을 속삭이는 동무입니다. 따사로운 눈빛을 나무며 맑게 웃어요. 너그러운 손길을 뻗어 어깨동무를 하며 뛰놉니다. 어른들은, 또 정치꾼은, 또 권력자는, 또 이런저런 재벌기업은, 서로 나라와 나라를 나눈다든지, 회사와 회사를 나눈다든지, 권력과 권력을 나눈다든지 합니다만, 아이들은 나라와 나라가 따로 없어요. 한국 아이와 일본 아이는 그저 동무입니다. 일본 아이와 베트남 아이는 그저 동무예요. 베트남 아이와 라오스 아이도, 라오스 아이와 부탄 아이도, 부탄 아이와 핀란드 아이도, 핀란드 아이와 폴란드 아이도, 서로 동무입니다.


  동무로 지내는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돼요. 동무로 서로 아끼던 아이들이 커서 어른이 되겠지요. 아이였을 적에 서로 동무하던 사랑을 잘 건사하며 빙그레 웃음꽃 피울 줄 아는 어른이라면, 다른 어른들이 예전에 무시무시하게 만들어 놓은 모든 울타리를 걷어치구고, 온갖든 전쟁무기와 군대를 없애며, 갖가지 푸대접과 따돌림과 해코지 따위 싹 쓸어낼 수 있겠지요. 너와 내가 동무이니, 서로 아껴요. 너하고 내가 동무이니, 밥을 나누고 돈을 나무며 힘과 넋과 사랑과 꿈 모두 나눠요. 어깨동무하며 노래부르며 놀면 참말 아름답고 즐거우며 사랑스럽습니다. 4346.11.3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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