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햇살 좋아라

 


  여러 날 제법 춥다가 날이 포근하게 풀린다. 그러나, 이렇게 포근하게 풀린 날씨는 처음 추워지던 날씨하고 비슷하다. 겨울이 되면 제법 춥다 하더라도 조금만 날씨가 풀려도 무척 포근하다고 느끼곤 한다. 이렇게 포근한 날에는 온 집안 문을 활짝 연다. 비질을 하고 걸레질을 한다. 이불을 바깥에 널고, 빨아야 할 이불이 있으면 일찌감치 빨래한다.


  잠자리에 쓰는 나무널을 걷어 마당에 널어 말린다. 평상에 햇볕이 드리우면 베개도 꺼내어 널어야지. 겨울날에 찾아드는 따사로우며 맑은 햇살이 아주 좋다. 추운 겨울 사이사이 반짝반찍 빛나는 햇살이란 모든 숨결 푸르게 보듬는 사랑스러운 손길이다. 4346.11.3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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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뜻

 


  나는 왜 글을 쓰고 책을 내는가 하고 생각해 본다. 처음 글을 쓰던 날부터 돌이키면, 남들이 쓰는 글은 굳이 내가 쓰지 말자고 여겼다. 남들이 읽는 책은 굳이 나까지 안 읽어도 된다고 여겼다.


  그런데, 책은 한 사람만 읽으라고 태어나지 않는다. 적어도 열 사람이나 백 사람, 또는 천 사람이나 만 사람쯤은 읽는다. 남들이 안 읽는 책을 읽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책 꼴을 갖추어 태어났으면 나 아닌 많은 사람들이 읽기 마련이다. ‘남들이 읽는 책’이란 ‘남들이 자주 추켜세우거나 알리는 책’이다. 신문이나 잡지나 방송이나 인터넷에 자주 오르내리는 책들이라든지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라 할 수 있다. 다만, 어떤 책이든 내가 읽고 싶으면 읽으면 된다. 애써 토를 단다면, 사람들이 많이 읽는대서 나까지 이 물결에 휩쓸릴 까닭이 없다뿐이다.


  남들이 안 쓰는 글이 있을까. 글쓰기에서는 아예 없지 않으리라 본다. 이를테면, 헌책방을 이야기하는 글을 쓰는 사람이 없다. 이 나라 골골샅샅 씩씩하게 책살림 일구는 헌책방이 저마다 어떠한 책빛인가를 이야기하는 글을 쓰는 사람이 없다. 한국말을 슬기롭게 익히도록 길동무 구실을 하는 글을 쓰는 사람이 없다. 한국말 밝히는 새로운 사전을 엮으면서 한국말 사랑하는 빛을 들려주는 글을 쓰는 사람이 없다.


  집일 도맡으며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삶을 노래하는 글을 쓰는 사람이 매우 적다. 아예 없지는 않다만 거의 찾아볼 길이 없다. 식구들과 시골로 씩씩하게 찾아가서 시골집 얻어 살아가기는 하는데, 돈이 얼마 없어 땅은 하나도 못 사고 집만 덩그러니 장만해서 이렁저렁 살아가는 하루를 글로 쓰는 사람이 대단히 적다. 아예 없지는 않을 테지만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시골살이를 하면서 농약과 비닐과 화학비료와 항생제를 하나도 안 쓰면서 자가용 또한 몰지 않는 삶 이야기하는 글을 쓰는 사람이 대단히 드물다. 아예 없지는 않을 테지만, 눈 씻고 찾아보아도 좀처럼 안 보인다. 권정생 님이 사셨을 적에는 권정생 님쯤 있었지만, 이제는 더 나타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는 남들이 안 쓰는 글을 쓴다고 느끼지 않는다. 나는 내가 쓰고픈 글을 쓴다. 나 스스로 내 삶을 밝히고 빛내면서, 내 이웃과 동무한테 웃음노래 들려줄 만한 빛이 되도록 글을 쓰고 싶다. 빛을 살리는 글을 써서 빛을 살찌우는 책을 내놓고 싶다. 빛을 사랑하는 글을 써서 빛을 꿈꾸는 책을 나누고 싶다. 4346.11.3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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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180] 곁님

 


  몇 해 동안 ‘옆지기’라는 말을 썼습니다. 요즈음 들어 이 말 ‘옆지기’를 우리 살붙이한테는 쓰기 어렵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수수하고 투박하다 느껴 즐겁게 썼는데, ‘옆’이라는 낱말이 어떤 뜻인지를 살핀다면 한집 살붙이한테는 이 낱말을 안 쓸 때가 나으리라 생각해요. 왜냐하면, ‘옆’은 나를 한복판에 두고 왼쪽이나 오른쪽 가운데 하나를 가리킬 뿐이에요. ‘옆’과 말뜻이 같은 ‘곁’이라는 낱말이 있어요. 둘은 말뜻은 같아요. 다만 쓰임새가 달라요. ‘옆’은 자리를 가리키는 데에서만 쓰지만, ‘곁’은 내가 가까이에서 돌보거나 아끼는 사람을 가리키는 데에서도 써요. 다시 말하자면, ‘옆지기 = 이웃·동무”입니다. ‘곁지기 = 한솥밥 먹는 살붙이’입니다. 한솥밥을 먹어도 살붙이 아닐 수 있는데, 살붙이 아니면서 한솥밥을 먹는 사이라면 이러한 사람도 ‘곁지기’가 될 테지요. 그러나, 다르게 생각해 보면, ‘곁’뿐 아니라 ‘옆’이라는 낱말에도 새로운 느낌과 쓰임새 담을 만해요. ‘곁님’ 못지않게 ‘옆님’이라 쓸 수 있어요. 그런데, 말느낌을 섣불리 넓히면, 길을 가다가 문득 마주친 낯선 사람을 따사롭게 마주할 이름이 없어요. ‘옆님·옆지기’는 지구별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든 이웃과 동무를 가리킬 이름이 되고, 보금자리 가꾸어 함께 살아가는 살붙이는 ‘곁님·곁지기’가 되어야 알맞겠다고 느낍니다. 4346.11.3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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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비가 올 무렵 피어나는 꽃이기에 제비꽃이라 하는데, 이제 이 나라 날씨가 엉망진창 되면서, 제비꽃은 너무 이른 늦겨울이나 이른봄에 피기까지 한다. 삼월부터 갑자기 포근해지며 제비꽃이 피기도 하는데, 그렇대서 제비가 이 땅에 찾아오지는 않는다. 제비는 사월을 넘겨야 찾아온다. 무엇보다도, 시골뿐 아니라 도시에도 제비꽃은 피고 지는데, 제비꽃 피고 지는 도시로 제비가 찾아오지 못한다. 도시에는 제비들 먹이가 없는데 어떻게 오나. 애써 온들 무얼 먹고 사는가. 하늘에서는 제비가 날고, 들에서는 풀벌레가 노래하며, 밭에서는 나비가 춤출 때에 비로소 제비꽃을 실컷 누릴 수 있다. 꽃그릇에 꽃만 심어 놓을 적에도 이럭저럭 꽃을 즐긴다지만, 참다운 꽃놀이요 꽃삶이 되려면, 꽃을 둘러싼 수많은 이웃과 동무를 나란히 살피며 사랑할 수 있는 보금자리 되어야 한다고 느낀다. 제비도 제비꽃도 이 땅에서 아름답게 사랑받을 수 있는 날을 그린다. 4346.11.30.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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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과 개미
모리타 타츠요시 그림, 야자마 요시코 글, 윤태랑 옮김 / 한림출판사 / 2004년 5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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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개불알풀 이야기
야자마 요시코 글.그림, 최종호 옮김, 타다 타에코 감수 / 진선아이 / 2012년 9월
10,800원 → 9,720원(10%할인) / 마일리지 54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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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5년에 처음 나온 위인전 《이육사》가 2006년에 《광야의 별 이육사》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새 옷을 입는다. 책이름이 달라지지만 알맹이는 같다. 이육사라는 이름 석 자 앞에 ‘광야의 별’이라 붙여 주는데, 일본 제국주의를 이 땅에서 몰아내려 하던 이육사 님을 떠올린다면 일본 말씨 ‘-의’를 함부로 붙이지 않았다면 훨씬 아름다웠으리라 본다. ‘너른 들 빛내는 별’이라 할 이육사 님이라 해야 아이들도 한결 쉽고 넉넉히 헤아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양반집이라지만 시골일 똑같이 하는 집안에서 태어나 흙을 만지고 나무를 사랑하며 숲과 들을 누린 이육사 님 삶에는 언제나 들내음과 별빛이 춤춘다. 이육사 님이 일본 제국주의하고 맞서 싸웠다 할 수 있을 테지만, 이보다는 삶다운 삶을 찾으려 했고, 길다운 길을 걸어가면서 꿈다운 꿈을 이루려 했다고 이야기해야 올바르겠다고 느낀다. 사랑다운 사랑이 이 땅에 감돌아 서로 즐거이 어깨동무할 멋진 마을을 가슴에 담으면서 씩씩하게 우뚝 서서 별이 되었겠지. 4346.11.30.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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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의 별 이육사
김명수 지음, 장호 그림 / 창비 / 2006년 8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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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
이육사 지음 / 미래사 / 2002년 3월
7,000원 → 6,300원(10%할인) / 마일리지 3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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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원전주해 이육사 시전집
이육사.박현수 지음 / 예옥 / 2008년 5월
23,000원 → 20,7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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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육사의 시와 산문
이육사 지음 / 범우사 / 2002년 10월
6,000원 → 5,400원(10%할인) / 마일리지 3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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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3-11-30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닐곱 해 전에 추석때 시골에 가는 길에 '이육사 문학관'에 들렀던 적이 있었어요. 귀성길에 아침 일찍 서울을 떠나 안동 하회마을을 들르고, 거기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도산서원을 들렀다가 퇴계 종택과 이육사 문학관까지 거쳐서, 또 거기서 가까운 제 고향 시골로 하루를 꼬박 나들이를 다니며 귀성을 한 셈이었지요.

안동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이육사 선생님의 시들은 친구들이 죄다 외웠고, 노래처럼 부르고 다니던 친구들도 많았어요. 이육사 선생님은 퇴계 이황 선생님의 후손이었던 데다가, 안동에서는 안동김씨나 안동권씨는 크게 내세울 만한 양반 가문이 못 되고, 안동지방 최고의 양반 가문이 바로 '진성 이씨' 가문이었기 때문에 더욱 이육사 선생님을 우러러 봤고, 같은 학급의 친구들 가운데도 진성이씨 가문의 친구들이 꽤나 어깨를 으쓱거리며 나녔던 기억도 떠오르네요.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안동 지방으로 나들이를 한번 해보셔도 좋을 듯해요.


파란놀 2013-11-30 13:28   좋아요 0 | URL
안동에 편해문 님이 있어 와룡면에 다녀온 적 있어요. 이번에 이육사 위인전을 읽고 보니, '진성 이씨' 다른 집안은 거들먹거린다고 하지만, 이육사(이원록) 님 집안은 거들먹거리지 않고, 조용히 농사를 지으면서 바른 길을 걸으려고 했다고 나오더라고요. 그리고 이육사 님도 처음에는 안동 소재지 쪽이 아닌 깊은 시골에서 살았기에, 막상 곰곰이 따지면 '안동'이라고 하는 고장보다는 '다른 작은 마을 이름'으로 이육사 님을 기려야 하겠구나 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곧, 이육사 님 위인전 읽은 느낌도 쓸 생각이에요. 그 이육사 문학관은 어떻게 있는지 궁금하네요.

oren 2013-11-30 13:58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 님께서 와룡면을 다녀가신 적이 있으시군요. 제가 안동에서 고등학교에 다닐 때 2년 동안 '와룡면 중가구동'에서 '자전거'로 약 4km쯤 떨어진 모교로 통학을 다녔지요. ㅎㅎ 따스한 봄날과 가을날 자전거를 타며 학교를 오가는 일은 정말 기분좋은 일이었지요. 물론 한여름 폭풍이 휘몰아칠 때나 한겨울 매서운 강바람에 살을 에이는 듯한 추위를 느낄 때에도 자전거 타는 일은 늘 즐거웠어요. 중학교 1학년때부터 3년 동안 자전거로 시골의 자갈투성이 신작로길을 왕복 8km쯤 다닐 때에 비하면, 안동으로 유학을 나와 매끈한 아스팔트길을 달리는 기분은 확실히 다르더군요.

이육사 문학관은 퇴계 종택에서 가까운 곳에 있더라구요. 그곳은 행정구역 상으로는 (옛날에) 안동군 도산면이지만, 지리적으로는 봉화 청량산 자락에 위치해 있는 셈이고 안동 시내와는 제법 떨어져 있는 것도 사실이지요.

파란놀 2013-11-30 18:17   좋아요 0 | URL
와룡면 이하리에
전래놀이 이야기꾼 편해문 님이 살아요.
와룡면을 살짝 돌아보았을 때
멧골과 숲과 들과 냇물이
참 예쁘구나 하고 느꼈어요.

그런 곳에서 아름다운 자전거길 누리셨군요!
언제까지나 그 넋과 빛이 oren 님 마음속에서
싱그러이 살아서 숨쉬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