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흙을 만지는 사람들은 무엇을 가장 좋아할까. 숲에서 나무와 벗삼는 사람들은 무엇을 가장 좋아할까. 바다에서 고기를 낚는 사람들은 무엇을 가장 좋아할까.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는 무엇을 가장 좋아할까. 만화지기 박재동 님은 그야말로 만화가 가장 좋다 말한다. 아마, 만화를 그리다 보면 밥 먹을 생각조차 잊으리라 본다. 나도 글을 쓰거나 사진을 찍다 보면, 밥때를 쉬 지나치곤 한다. 그러나, 아이들 돌보는 어버이로 지내니, 밥때를 놓칠 수 없다. 나 혼자라면 밥때를 지나치지만, 곁에 아이들 있으니, 밥때에는 모든 일 내려놓고 밥을 짓는다. 시골에서 흙을 만지는 이들도, 아무리 흙과 풀과 나무가 좋더라도 밥때가 되면 으레 밥을 짓고 차려서 즐겁게 누린다. 그러면, 밥을 잊을 만큼 만화나 글이나 춤이나 노래나 영화나 여러 가지에 폭 빠지는 사람은 바보일까? 아니다. 아니라고 본다. 몸이 힘들지 않고 고단하지 않으며 지치지 않는 새 기운 샘솟도록 하니, 만화가 밥보다 더 좋을 수 있다. 아니지, 만화를 그리면서 저절로 기운이 샘솟는다면 밥을 차리거나 먹지 않아도 배부른 만큼, 삶이 아름답게 빛난다고 해야 할까. 눈망을 빛내고 삶을 밝히는 일이야말로 우리들이 저마다 즐겁게 할 일이라고 해야 할까. 4346.12.5.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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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보다 만화가 더 좋아
이영옥 지음, 박재동 그림 / 산하 / 2005년 6월
8,000원 → 7,200원(10%할인) / 마일리지 400원(5% 적립)
2013년 12월 05일에 저장
품절

인생만화- 그림쟁이 박재동이 사랑한, 세상의 모든 것들
박재동 글.그림 / 열림원 / 2008년 1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2월 23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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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동의 실크로드 스케치기행 1
박재동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4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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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박재동의 손바닥 아트
박재동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11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2월 24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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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12-05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밥보다 책이 더 좋아요~ ㅎㅎ

파란놀 2013-12-05 21:07   좋아요 0 | URL
저런!
그래도 밥 잘 챙겨 드셔요~ ^^
 

[함께 살아가는 말 181] 한국말사전

 


  오늘을 살아가면서 어제에 쓰던 말을 애써 떠올려야 하지는 않다고 느껴요. 그렇지만, 곧잘 어제에 쓰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하고 곰곰이 되새겨 보곤 합니다. 이를테면, 1800년대 사람들은 ‘감사합니다’ 같은 일본 한자말을 썼을까요? 1500년대 사람들은 이런 일본 한자말을 썼을까요? 신문도 방송도 따로 들어오지 않던 1960∼70년대 시골에서 이런 한자말 쓰던 사람 있었을까요? 어제를 살던 사람과 시골서 살던 사람이라면 모두 ‘고맙습니다’ 하고만 말했으리라 느껴요. 아이를 낳아서 돌보는 어버이는 아이한테 어떤 말을 물려줄까 궁금합니다. 이냥저냥 쓰는 말을 아이한테 물려줄는지, 앞으로 삶을 빛내고 사랑을 꽃피우도록 북돋울 만한 말을 아이한테 물려줄는지 궁금합니다. 어느덧 스무 해가 되는 일인데, 1995년 8월 11일부터 ‘국민’학교라는 이름을 ‘초등’학교로 바꾸었어요. 일제강점기 제국주의와 군국주의 찌꺼기를 털자는 뜻이었어요. 그런데 대통령을 비롯해 참 수많은 사람들이 ‘국민’이라는 낱말을 버젓이 써요. 우리가 학교에서 가르치거나 배우는 과목은 ‘국어’예요. 한국말 아닌 ‘국어’ 교과서에, ‘국어’사전이에요. 아름답거나 사랑스럽거나 즐겁게 나눌 우리들 어제를 밝히던 말은 스러지면서, 얄궂거나 슬프거나 아프게 짓밟히던 우리들 어제가 드러나는 말은 외려 단단히 뿌리내려요. 우리 말은 어떤 이름을 붙인 사전에 담아야 할까요. 우리 삶은 어떤 낱말과 말투로 엮는 이야기로 살찌워야 할까요. 우리 꿈은 어떤 사랑으로 빛내어 어깨동무해야 할까요. 4346.12.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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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도 겨울눈 책읽기

 


  서울 공덕동에 있는 한글문화연대로 찾아간다. 서울시에서 공문서와 보도자료에 쓰는 말이 얼마나 올바른가를 살펴보아 주기를 바란다는 일감을 맡겼다고 해서, 이 일을 함께 하기로 했다. 뜻있는 여러 사람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한다. 앞으로 어떻게 이 일감을 맡아 해야 할까 생각한다. 한참 이야기를 하고 나서 낮밥을 먹기로 한다. 사무실에서 나와 밥집으로 가는 길에 두리번두리번 돌아본다. 이 둘레에 어떤 나무들 어떻게 있는지 궁금하다. 아직 잎이 안 진 나무가 있지만, 웬만한 나무는 모두 잎이 졌다. 은행나무는 노란 은행잎 한두 닢 달랑달랑 남기도 하지만, 거의 모두 떨어지고 가지만 덩그러니 있다. 그런데, 잎 모두 진 은행나무이건, 목련이건, 겨울눈 앙증맞게 있다. 너희는 잎을 떨구면서 벌써 겨울눈을 품었니? 사람들은 아마 너희를 ‘앙상한 나무’라 말할는지 모르지만, 앙상하다는 겨울나무에 아무것도 없지는 않아. 누구보다 먼저 잎을 떨구는 대추나무에도 겨울눈 그득하던걸. 살구나무와 복숭아나무에도, 감나무와 매화나무에도 온통 겨울눈 그득하던걸. 나란히 걷던 한 분한테 “저기 나무 좀 보셔요. 잎 떨군 지 얼마 안 되었을 텐데 겨울눈이 가득가득 맺혔어요.” 하고 이야기한다. 도시에서 살거나 일하는 이들도 둘레에서 씩씩하게 뿌리내리며 푸른 숨결 나누어 주는 이 나무들을 살며시 보듬거나 얼싸안아 주기를 빈다. 4346.12.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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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고무신

 


  시골집 떠나 서울과 인천으로 마실을 나오면서 고무신을 꿴다. 털신으로 바꿀까 하다가 그냥 고무신을 꿴다. 양말을 신을까 말까 하다가 신는다. 아침해 아직 안 뜬 어둑어둑한 새벽에 군내버스를 기다린다. 발이 좀 시리다. 군내버스는 읍내에 닿고, 서울로 달리는 첫 시외버스를 오십 분 즈음 기다린다. 발이 꽤 시리다. 한참 기다린 끝에 서울 가는 첫 시외버스를 타고 한 시간쯤 지나니 발가락이 녹는다.


  서울에 닿아 지하철을 탄다. 버스를 갈아탄다. 딱딱한 아스팔트길 걷는다. 발바닥이 이럭저럭 아프다. 발뒤꿈치며 발가락이며 뻑적지근하다.


  시골도 요새는 온통 시멘트길에 아스팔트길이지만, 조금만 걸어가면 흙땅과 풀밭을 밟을 만하다. 도시에서는 흙이나 풀로 이루어진 땅바닥을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 고무신을 꿰고 도시로 마실을 다니기란 발을 괴롭히는 일 될까. 도시사람은 굽이 높거나 바닥 두꺼운 신을 꿸밖에 없겠다고 느낀다. 도시사람은 굽 높거나 바닥 두꺼운 신을 자주 장만해야 하고, 여럿 건사해야 하는구나 싶다. 시골에서는 고무신 한 켤레면 넉넉하지만, 도시에서는 참 다르구나 싶다.


  형네 집에서 잠을 자면서 문득 생각한다. 나도 도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인데, 아주 시골사람처럼 말을 하네. 그래, 시골에 집을 마련해서 시골살이 하니까 시골사람이지, 그러니 이렇게 시골스런 이야기를 하지. 4346.12.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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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

 


안 먹는 이한테는
저 달디단 민들레잎
쓰디쓰다.

 

안 멋는 이한테는
고들빼기잎 씀바귀잎
손댈 엄두 안 난다.

 

까마중알 안 먹는 이한테
까마중잎 어찌 건넬까.

 

꽃마리 작은 꽃송이 모르니
코딱지나물 맑은 꽃송이
같이 먹기 어렵다.

 

나물 한 줌 숲짐승 먹고
나물 두 줌 애벌레 먹으며
나물 석 줌 들사람 먹는다.

 


4346.12.3.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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