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저기 어린이

 


  사름벼리가 아버지를 부른다. 왜 불러? 저기저기. 저기 뭐? 저기 비행기 있어. 저기에 무슨 비행기가 있어? 이리 와 봐. 왜? 이리 와 보라구요. 나무에 비행기가 있다구요. 아이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종이비행기가 쏙 꽂혔다. 종이비행기를 날리다가 그만 동백나무 품에 안겼다. 아이는 손이 안 닿는다. 혼자서 종이비행기 꺼내려고 깡총깡총 뛰어 보았을까. 무언가 받치고 올라가려 해 보았을까. 어른은 손을 뻗어 슥 꺼내면 되지만, 아이한테는 너무 높은 나뭇가지. 4346.12.1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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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비행기 놀이 1

 


  종이비행기를 접는다. 아직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접지는 못한다. 곁에서 살짝 거든다. 다 접은 종이비행기를 손에 쥐는 아이는 활짝 웃는다. 얼른 날이 밝아 마당에서 종이비행기 날리며 놀 수 있기를 기다린다. 아침이 밝기 무섭게 종이비행기를 들고 마당으로 나온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날리고, 저곳에서 이곳으로 날린다. 쉬잖고 뛴다. 신나게 달린다. 종이비행기는 힘으로만 날릴 수 없는 줄, 스스로 날리며 놀다가 차츰 알겠지. 4346.12.1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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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즈카 오사무 이야기 2: 1947 ~ 1959
반 토시오, 테즈카 프로덕션, 아사히 신문사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291

 


즐겁고 아름답게 노래하자
― 테즈카 오사무 이야기 2 : 1947∼1959
 반 토시오+테즈카 프로덕션 글·그림
 김시내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3.7.25.

 


  나는 글을 쓰기를 좋아합니다. 말보다 글을 한결 좋아합니다. 가만히 돌아보면, 혀가 짧은 나를 놓고 국민학교에서 숱하게 창피를 겪다 보니, 말하기하고 퍽 멀리 떨어졌구나 싶어요. 혀가 짧아 ㄹ을 제대로 소리내지 못했는데, 교과서 읽기를 시킬 적마다 ㄹ 소리를 내려고 무던히 애써야 했어요. 담임교사가 날마다 무엇을 따져서 읽기를 시키는지 먼저 헤아립니다. 날짜에 맞추어 번호로 시키는지, 분단에 따라 시키는지, 자리에 따라 이리저리 돌아가며 시키는지, 가시내와 사내를 갈마들며 시키는지, 이모저모 재빠르게 따져서, 내 차례가 되면 어디를 읽는가 곰곰이 살펴요. 내가 읽을 자리를 마음속으로 수없이 먼저 읽습니다. ㄹ이 얼마나 많이 들어가는지 따지고, 입을 이리 벌리고 저리 잡아당기면서 잘 읽자고 다짐합니다.


  막히지 않고 잘 읽고 앉으면 히유 한숨을 돌려요. 소리가 새면 담임교사는 몽둥이로 머리를 내리치고, 교실은 웃음바다가 됩니다. 한글도 제대로 못 읽는다는 손가락질을 받아요.


  혀가 짧으니 노래를 부르는 때에도 고단합니다. 국민학교 담임교사는 혀가 짧든 노래를 못 부르든 차근차근 이끌지 않아요. 잘 부르는 아이한테 맞춥니다.


  이제 와 돌아보면, 못 부르는 아이한테 맞추기보다 잘 부르는 아이한테 맞추어야, 못 부르는 아이도 잘 부를는지 몰라요. 그런데,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느긋하게, 차근차근 부드러이 이야기하며 가르칠 법한데, 왜 이렇게 안 했을까 궁금합니다. 조금만 못 하면 때리고, 조금 더 못 하면 두들겨패며, 아주 못 하면 아주 깔아뭉개듯이 비아냥거리는 모습은 교사답지도 어른답지도 못하다고 느꼈어요. 어린 나날부터 이런 모습을 지켜보고 겪어야 하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말하기하고는 차츰 멀어지면서 글쓰기하고 가깝게 지냈다고 느껴요.


- 데즈카 오사무는 무더위 속에 아카바네에서 우에노까지 걸어갔습니다. 도쿄의 교통기관을 잘 몰랐다고는 해도 참 잘도 걸어간 것입니다. (13쪽)
- 여담이지만 테즈카 오사무의 작품 중 《도로로》라는 만화가 있습니다. 전란으로 양친을 잃은 천애고아이면서도 움츠러들지 않고 냉혹한 사회를 살아가는 주인공. 테즈카 오사무의 소망을 담은 이 주인공은 당시 부랑아들이 모델이 되었습니다. (14쪽)


  어릴 적 버릇은 아직까지 있습니다. 아마, 버릇이라기보다 삶일 테지요. 나는 글을 쓰면서 내 글을 늘 스스로 읽습니다. 손으로는 글을 쓰고, 눈으로 글을 좇으면서 입으로 글을 읽어요. 글을 쓰면서 내 글을 내 입으로 읽습니다. 어릴 적부터 혀짤배기라고 놀림을 자꾸 받다 보니, ‘혀짤배기도 얼마든지 말을 잘 할 수 있다’는 모습 보여주려고, 안간힘을 다하던 모습이 고스란히 스무 살 서른 살 마흔 살 이어집니다.


  그런데, 글을 쓰면서 늘 내 글을 입으로 말하다 보니, 글을 쓰는 매무새가 사뭇 달라져요. 그저 글만 쓴다면 내 글은 마냥 글투가 될 텐데, 글을 말로 읽으면서 쓰니, 나 스스로 귀로 듣기에 즐겁도록 글을 쓰는 결로 달라지는구나 싶어요. 따로 ‘입말 되도록 글을 쓰지’는 않지만, 귀로 들을 만한 말이 아니라면 글로 못 쓰는 매무새가 몸에 배어요. 무엇보다, 글을 쓰면서 늘 입으로 되뇌니, 시나브로 내 혀짤배기 소리도 차츰 나아지는구나 싶어요. 혀짤배기가 제대로 소리를 못 내는 말마디를 굳이 말하려고 용을 쓰지 말고, 혀짤배기도 소리를 잘 내는 낱말을 고르고 말씨를 살펴 ‘말을 하는’ 매무새가 길이 들고, 글도 내 나름대로 새로운 맛이 나는구나 싶어요.


  이러면서 참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동무나 이웃하고 ‘말을 나누는 재미’를 새삼스레 익힙니다. 다만, 말을 나누더라도 곧잘 혀짤배기 소리가 튀어나오지요. 글을 쓰며 말할 적하고 말만 할 적은 달라요. 글로 쓰면서 말을 하면 혀짤배기 소리가 나오지 않지만, 말만 할 적에는 아직 혀짤배기 소리가 나와요. 어릴 적에는 이렇게 혀짤배기 소리가 나오면 얼굴이 벌개졌는데, 나이가 들면서 얼굴이 벌개지지는 않고, ‘혀짤배기는 내 모습인걸’ 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다음 말로 넘어갑니다.


- “웃음이 없는 만화는 의미가 없다고 오해하는 분들이 있다. 진정한 만화란 그림에 따라, 그 표현에 따라 독자를 울리거나 흥분시키거나, 또는 차분히 생각하게 하여서 그제야 그 진가를 나타낸다. 우는 만화와 화내는 만화가 있는 이상, 만화는 더욱 그 표현 범위를 넓혀 갈 수 있다.” (24쪽)
- “어른의 감각으로 어린이 만화를 그리는 도쿄 만화가보다, 어린이의 감각을 잃지 않은 우리가 나서야겠죠!” (46쪽)


  글을 쓰며 살아가는 모습을 돌아보노라면, 내가 혀짤배기 아니었으면 글을 썼을까 싶기도 합니다. 혀짤배기 아니었어도 글을 썼을 텐데, 그때에는 어떤 글을 썼을까 가끔 궁금해요. 시외버스를 타고 먼길 마실을 다닌다든지, 기차를 타고 아이들과 할머니 할아버지 뵈러 가는 길에, 곧잘 이런 대목을 돌아봐요. ㄹ을 제대로 소리낼 줄 알고, 노래도 썩 잘 부르는 내 모습이었으면, 난 어떤 삶을 일구었을까 하고.


  말을 안 더듬고 할 수 있으면 이런 모습대로 글도 훨씬 잘 쓴다고 할는지 모릅니다. 이런 걱정이나 저런 근심이 없이 퍽 훌륭한 자리로 나아갔을는지 모릅니다. 그런 모습이 나쁘다고 느끼지 않아요. 그러나, 아무 걱정이나 근심이 없이 살았으면, 그런 내 모습은 다른 사람들 모습과 얼마나 ‘다를까’ 싶어요. 참말 나다운 글을 쓸 수 있을는지, 참말 나답게 내 삶을 새롭게 일구면서 글을 빚을 수 있을는지 아리송해요.


  여섯 살 큰아이는 말을 또박또박 아주 잘 합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입을 쉬지 않습니다. 조잘조잘 온 집안을 큰아이 목소리로 채웁니다. 밥을 하는 곁에서, 잠자리에 드는 곁에서, 집 안팎에서 노는 동안 언제나 조잘조잘 종알종알 떠듭니다.


  뜨거운 국물이나 기름이 튀랴 좀 옆으로 가라 해도 옆으로 안 갑니다. 찰싹 달라붙어서 종알종알 노래합니다. 노래를 하지요. 참말 노래를 부릅니다. 수다가 노래와 같고, 어느 때에는 아예 노래를 잇달아 불러요.


  즐겁니? 즐거우니 떠들고 즐거우니 노래할 테지? 혀짤배기 소리 하나 없는 큰아이를 보면서, 곁님처럼 혀를 동그랗게 말 줄 알고 ㄹ은 아주 훌륭하게 소리를 내는 큰아이를 보면서, 말하고 이야기하며 노래하는 재미를 이렇게 신나게 누리는구나 싶어 놀랍고 반갑습니다.


  그런데, 혀짤배기 소리가 없고 말을 더듬지 않는대서 신나게 말한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여섯 살 큰아이는 다섯 살 적에도, 서너 살 적에도, 두 살 적에도, 그야말로 수다쟁이였어요. 아직 어려 소리가 새더라도 끝없이 종알거립니다. 아직 말을 잘 몰라 틀린 낱말로 말을 하더라도 씩씩하게 종알거립니다. 왜냐하면, 종알거리고 싶거든요. 말하고 싶거든요. 노래하고 싶거든요.


  틀린 낱말이건 아니건 대수롭지 않아요. 옳게 쓰거나 맞게 쓰거나 대단하지 않아요. 하고 싶은 말을 할 뿐이요,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를 뿐입니다.


- “너는 어느 게 좋으니?” “그야 만화지요.” “그럼 좋아하는 길을 가렴.” (50쪽)
- “이제 전쟁은 지긋지긋해. 전쟁 따위, 결국 모두가 상처입을 뿐이잖아!” (55쪽)
- “〈밤비〉의 언뜻 보면 단조로워 보이는 동물의 생태 속에는 평범한 드라마에는 도저히 미치지 못할 만한, 철학이나 인생관이 있지 않은가. 《정글 대제》도 사자가 밀림의 왕이 되어 끝나는 것보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죽음에 이르고, 생명은
끊임없이 반복되지만, 자연은 태초의 모습 그대로라는, 그런 자연계의 영속성을 표현해 보자.” (89쪽)


  만화지기 데즈카 오사무 님 삶을 기리면서 반 토시오 님과 테즈카 프로덕션이 함께 빚은 만화책 《테즈카 오사무 이야기 2 : 1947∼1959》(학산문화사,2013)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은 뒤 〈신의 베레모〉라는 일본연속극을 보았어요. 어느 날 문득 이 일본연속극을 보았는데, 데즈카 오사무 님이 《블랙잭》이라는 만화책을 어떻게 그렸는가 하는 대목을 보여주어요. 만화책을 그려서 번 돈으로 만화영화를 만드는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깜짝 놀랐어요. 연속극에 나오는 배우들 연기는 어설프지만, ‘만화지기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비슷하게 연속극으로 엮어 선보인다’는 대목이 놀라워요. 일본사람이 데즈카 오사무 님을 얼마나 깎듯이 애틋하게 아끼는가를 헤아릴 수 있어요. 연속극 〈신의 베레모〉에서도 나오는 말이요, 데즈카 오사무 님 자서전에도 나오는 얘기인데, 이녁은 손수 그려내는 만화를 ‘양과 질 모두 가장 훌륭하’도록 힘을 쏟았다고 해요. 만화를 그리기도 가장 많이 그리고, 그린 만화는 만화대로 가장 사랑받을 수 있도록 마음을 쏟아요. 잡지에 싣는 작품이 처음에 그리 사랑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아이들은 차츰 알아보리라 믿으면서 ‘인기투표 1위’를 받을 수 있도록 그리려 해요.


  마감에 맞추어 다 그린 작품조차 도움이와 편집자한테 찬찬히 보여주면서 “재미있습니까? 참말 재미있습니까?” 하고 물어요. 모든 사람한테 다 물어 보는데, 왜 물어 보느냐 하면, 이럭저럭 재미있다고는 하지만 데즈카 오사무 님 스스로 어딘가 마음에 안 들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어느 한 사람이라도 ‘여기는 좀 아쉽다’ 하고 말해 주기를 바라지요. 어느 한 사람이 이렇게 말해 주면 “그렇지요? 나도 재미없다고 생각했어요.” 하고 말하면서, 애써 그린 원고를 모두 버리고는 아예 새 작품으로 그립니다.


-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을 정도로 시간이 없어, 시간에 맞추려면 난잡한 것밖에 안 되는데.” “테즈카 씨, 어떤 것을 그리든 괜찮네만, 어린이를 배신하는 것만큼은 하지 말게나. 어린이를 배신할 바에야 만화를 그만두는 편이 낫지.” 불쑥 내던진 카토 켄이치 씨의 말. 이후 다시금 테즈카 오사무는 마음을 다잡고 만화를 그리는 일에 전념했습니다. (110쪽)
- “테즈카 선생님이 저렇게 바빴던 이유는 물론 에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한 자금 조성이라는 목표도 있었기 때문이지만, 그것뿐만 아니라 선생님 자신이 넘치듯 뿜어져 나오는 주제, 아이디어를 그리고 싶어서, 너무나 그리고 싶어서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었지 않을까. 질뿐만 아니라 양에 있어서도 어느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다는, 그런 마음이 선생님을 움직였던 것이 아닐까.” (178쪽)


  만화책 《테즈카 오사무 이야기 2 : 1947∼1959》를 읽고, 연속극 〈신의 베레모〉를 보면서 생각합니다. 글을 쓰며 살기로 한 내 다짐이라면, 나는 글쓰기에서 누구보다 많이 쓰고, 힘껏 쓴 글은 어떤 글보다 사랑받을 수 있도록 할 노릇일 테지, 하고 깨닫습니다. 바지런히 쓰는 글 모두 아름다운 빛이 서릴 수 있도록, 힘껏 쓰는 글마다 따사로운 사랑이 드리울 수 있도록, 온마음 쏟을 때에 비로소 글쓰기가 이루어진다고 느껴요.


  이와 마찬가지예요. 아이들과 마주하는 삶도 언제나 가장 즐겁고 아름다울 때에 참말 즐겁고 아름다우리라 느껴요. 즐겁게 살며 놀아야 즐거워요. 아름답게 ‘노래하며’ ‘노래해야’ 아름답지요. 아름답게 노래하지 않으면 노래가 아름답지 않아요. 이름난 누군가 불러 주어야 아름다운 노래가 되지 않아요. ‘아름다운 마음’일 때에 아름다운 노래예요. 그래서, ‘아름답게 노래해’야, ‘아름다운 노래가 되’어요.


- “만화를 그리면서 만화만 읽어서는 안 돼요. 책을 더 읽거나 영화를 보는 등 공부해서 지금의 만화보다 더 좋은 것을 그려 주세요.” (181쪽)
- “여러분, 앞으로도 많이 공부해 주세요. 만화와는 직접 관련이 없지만, 전 의학 연구를 계속하고 있답니다. 우렁이 정충의 연구지요.” (217쪽)


  씨앗을 심는 사람은 한 해만 씨앗을 심고 그치지 않습니다. 해마다 새롭게 씨앗을 심습니다. 해마다 새롭게 씨앗을 심으면서 해마다 새롭게 배웁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글 하나 훌륭히 썼으니 이제 글을 안 써도 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훌륭하다 여기는 글은, 어느 글지기가 빚은 숱한 글 가운데 하나예요. 그 글을 바탕으로 다른 훌륭한 글을 쓰지 않아요. 그 글은 지난해에 심은 씨앗과 같아요. 글 하나 내놓았으면 새롭게 새 씨앗을 심듯이 새 글을 쓰기 마련이에요. 글을 하나 내놓고, 새롭게 글을 또 내놓으면서 새롭게 배우지요.


  아이들과 지내는 하루도, 어제 하루 잘 ‘놀아 주었’으니, 이튿날에는 안 ‘놀아 주어’도 되지 않아요. 날마다 새롭게 놀아요. 날마다 새롭게 가르치고 배우고 입히고 먹이고 씻기고 하면서, 어버이와 아이가 함께 자라요. 서로 돕고 아끼면서 삶을 노래해요.


  즐겁게 일구는 삶입니다. 아름답게 가꾸는 사랑입니다. 즐겁게 노래하는 삶이에요. 아름답게 어깨동무하는 사랑이에요. 4346.12.1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 아버지 만화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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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인지 대통령 이름이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는다. 퍽 여러 해 되었다. 고향인 인천을 떠난 뒤부터 대통령 이름이 가물가물하더니, 충청북도 멧골집을 거쳐 전라남도 고흥 시골마을에 깃든 뒤에는, 대통령뿐 아니라 국회의원도, 군수도 누구인지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생각할 일이 없다. 시골에서는 흙이 하느님이다. 시골에서는 햇볕과 바람이 이웃이다. 시골에서는 나무와 풀과 꽃이 동무가 된다. 그러니, 시골에서 정치를 말하거나 얘기할 일이 없기도 하다. 가만히 보면, 시골에서는 신문을 펼칠 일이나 텔레비전을 켤 일도 없다. 시골에 살며 ‘세상이나 사회와 멀어지지 않느냐’ 하고 묻는 분들이 있는데, 신문이나 방송에 나오는 이야기란, ‘도시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사고’요, 더 들여다보면 ‘도시 가운데에서 서울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사고’투성이라 할 만하다. 그러니, 굳이 신문도 방송도 들여다볼 까닭이 없다. 시골마을 흙을 살피고, 시골마을 나무와 숲과 하늘과 냇물을 돌아볼 노릇이다. 다만, 이 나라는 서울에 사람이 아주 많이 산다. 서울을 둘러싸고 절반 넘는 사람이 살아갈 뿐 아니라, 모든 사회 얼거리와 경제 얼거리와 문화 얼거리 따위가 서울하고 이어진다. 이리하여, 서울에서 대통령을 하거나 정치를 하는 이들 움직임과 목소리가 신문과 방송을 그득 채우는데, 이런 사람들을 나무라거나 꾸짖는 일도 재미있기는 할 테지만, 정작 사회도 정치도 문화도 바꾸려 한다면, 바보스러운 사람 이야기를 아예 안 건드려야 바꿀 수 있지 않나 싶다. 바보스러운 이를 가리켜 바보라 하기보다는, 사랑스러운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사랑스러운 웃음과 노래를 두루 나누고 실컷 펼칠 때에, 비로소 ‘516 군사독재’이든 무엇이든 두엄더미에 던져넣어 거름이 되도록 삭힐 수 있으리라 본다. 4346.12.18.물.ㅎㄲㅅㄱ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516 공화국- 장도리의 대한민국 現在史 2012~13
박순찬 지음 / 비아북 / 2013년 11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2월 24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3년 12월 18일에 저장

나는 99%다- 장도리의 대한민국 現在史 2010~12
박순찬 지음 / 비아북 / 2012년 8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2월 24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3년 12월 18일에 저장

만화 박정희 1
백무현 지음, 박순찬 그림, 민족문제연구소, 뉴스툰 기획 / 시대의창 / 2005년 5월
9,900원 → 8,910원(10%할인) / 마일리지 490원(5% 적립)
2013년 12월 18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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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박정희 2
백무현 지음, 박순찬 그림 / 시대의창 / 2005년 5월
9,900원 → 8,910원(10%할인) / 마일리지 49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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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눈 책읽기

 


  몇 살 적인지 잘 안 떠오르지만, 아마 열 살 언저리였지 싶은데, 어느 날 밥을 먹다가, 밥그릇에 담긴 쌀알마다 노란빛이 끄트머리에서 곱게 피어나는구나 하고 느꼈다. 밥알을 젓가락으로 하나하나 집으면서 곰곰이 들여다보았다. 밥알을 하나씩 입에 넣어 야금야금 깨물어 보았다. 하얀 속살은 어떤 맛이고 노란 씨눈은 어떤 맛인지 헤아려 보았다. 아주 천천히 야금야금 깨물어 보니, 하얀 속살과 노린 씨눈은 저마다 맛이 다른 줄 알 수 있었다. 한참 밥알을 하나씩 야금야금 깨물어 되게 천천히 밥을 먹은 적이 있다.


  어릴 적에 어머니 일손을 거들며 조리로 쌀을 일 적에, 물로 가만히 씻고 보면, 하얀 쌀알에 노란 씨눈이 반짝반짝 빛나곤 했다. ‘그래, 너를 먹으며 기운을 내는구나. 너를 먹어야 기운이 솟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 뒤로는 어디에서 밥을 먹든 씨눈이 어느 만큼 맑게 빛나는가를 살핀다. 씨눈이 있는 밥은 조금 더 많이 씹으면서 밥맛을 즐기고, 씨눈이 없는 밥은 씹는 맛이 없어 저절로 입에서 녹아 삼켜야 하곤 한다.


  읍내에서 쌀을 사거나 이웃 할매가 건네는 쌀을 받을 적에 으레 씨눈을 살핀다. 요즈음은 누런쌀이더라도 씨눈을 깎곤 한다. 생김새는 누런쌀이라지만, 씨눈 없는 누런쌀이 있기도 하다. 일본 한자말로 ‘오분도미’라든지 ‘삼분도미’라든지 ‘칠분도미’ 같은 말을 쓰는데, 쉬운 한국말로 ‘씨눈 있는 누런쌀’이나 ‘씨눈 없는 누런쌀’이나 ‘씨눈 있는 흰쌀’이나 ‘씨눈 없는 흰쌀’처럼 쓰면 참으로 좋으리라 느낀다. 아마 도시에서는 씨눈을 살릴 만큼 깎는 흰쌀을 어렵잖이 찾을 수 있으리라. 도시에 있는 커다란 가게에서는 그 자리에서 쌀겨를 벗겨서 팔기도 하니까. 외려 시골에서는 어디를 가다 씨눈을 모조리 깎아서 판다. 씨눈 있는 쌀을 찾기가 어렵다.


  시골에서 살아가며 애써 유기농이니 친환경농이니 한다 하더라도, 막상 씨눈을 모조리 깎아서 버린다면, 밥을 먹는 뜻이나 보람이 얼마나 될까. 씨눈을 안 먹고서 밥을 먹었다 할 수 있을까. 예부터, 기운을 솟도록 북돋우는 알짜는 씨눈과 껍질에 있다고 했는데, 왜 오늘날 시골에서는 씨눈도 껍질도 모두 버리려 할까. 언제부터 이 나라 시골에서 씨눈과 껍질을 모두 버리는 삶 되었을까. 4346.12.1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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