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아이 90. 2013.12.21.ㄱ 치마저고리와 밥상

 


  치마저고리로 갈아입고 놀겠다는 큰아이가 밥을 먹다가 그림책을 방바닥에 펼친다. 얘, 밥은 어쩌고? 배가 안 고플까. 배가 안 고프니 그냥 놀고 싶을까. 아니면 바바파파 그림책이 밥보다 재미있니? 아버지가 차린 밥은 바바파파한테는 뒤로 밀리니?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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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12-24 20:24   좋아요 0 | URL
밥보다 그림책이 더 좋은가봅니다.^^

파란놀 2013-12-25 01:49   좋아요 0 | URL
뭐... 바바파파이니... ^^;;;;;
ㅠㅜ
 

잠들어 주어 고맙구나

 


  졸린 눈빛이 무엇인지는 큰아이가 태어난 2008년부터 깨달았다. 이무렵까지 어떤 얼굴을 놓고 ‘졸린 눈빛’이라 하는지 알지 못했고 헤아리지 않았다. 2008년에 큰아이가 우리한테 온 뒤 날마다 하루 내내 마주하며 지내고 보니, 이제는 아이 얼굴을 바라보지 않아도, 아이 말씨와 뒷모습과 느낌만으로도 얼마나 즐겁거나 졸립거나 기쁘거나 힘들거나 한가를 또렷하게 알아챈다. 아이가 언제 배고파 하는가를 굳이 말로 들려주지 않아도 안다. 아이가 얼마나 졸리는가를 애써 말로 밝히지 않아도 안다. 그러나, 한창 신나게 뛰노는 아이들은 “얘야, 많이 졸립지? 자고 일어나서 또 놀자.” 하는 말을 한귀로 흘리려 한다. 재미있으니까. 신나니까. 즐거우니까. 잠을 쫓으면서 놀이로 빠져든다. 그래서 더 놀도록 물끄러미 지켜본다. 다시금 아이한테 묻지만, 좀처럼 잠들려 하지 않는다. 그러니 더 놀도록 새삼스레 바라본다. 그러고 나서, 이제 더 아이 몸이 못 견디겠다 싶을 무렵 “쉬 하자, 쉬.” 하고 부른다. 그러면 문득 ‘아하, 내가 쉬가 마려웠구나.’ 하고 아이가 깨닫는다. 잠들기 앞서 쉬를 누이지 않으면, 자다가 쉬가 마려워 깨야 하니 아주 찡얼거린다. 한창 자다가 쉬를 누러 깨야 하면 아이로서 얼마나 부아가 날까. 놀이를 뚝 그치고 쉬를 누고 보면, 아이는 ‘어, 내가 몸이 좀 힘들구나. 졸립구나.’ 하고 알아챈다. 이때에 살살 달래고 다독이면서 품에 안는다. 무릎에 앉힌다. 섣불리 눕히지 않고 따사롭게 품에 안고 토닥토닥 노래를 부른다. 이러면 어느새 아이는 눈이 스르르 감기고 고개를 폭 떨군다. 꿈나라로 깊디깊이 날아간다. 살그마니 아이를 무릎에 누인다. 이렇게 한동안 있은 뒤에 비로소 잠자리에 눕힌다. 이불을 덮는다. 그러면 어느새 아이는 온몸을 쪽 펴고는 살그마니 돌아눕는다. 새근새근 나즈막히 숨소리를 내며 달게 잔다. 참으로 고맙지. 잘 놀고 잘 먹고 잘 자는 아이란, 더할 나위 없이 고맙지. 4346.12.2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

 

아이를 품에 안고 재우는 모습은 남이 사진으로 찍어 주지 않아,

아이가 놀다가 제풀에 지쳐 곯아떨어진 사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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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12-25 01:38   좋아요 0 | URL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는 아이~ 건강한 아이죠!
잠잘 때는 정말 천사가 따로 없죠.^^

파란놀 2013-12-25 01:48   좋아요 0 | URL
언제나 이 세 가지로 즐겁게 자랄 수 있기를 빌고,
어버이로서 이 세 가지를 즐겁게 돌볼 수 있어야지 싶어요~
 

전업주부+전업작가 글쓰기

 


  아이들이 깊이 잠든 한밤에 일어나 새벽까지 글을 쓴다. 밤 한 시부터 새벽 여섯 시 오십 분쯤 겨우 하루 일을 마치고 아이들 사이에 눕는다. 아이들이 여덟 시 무렵부터 잠에서 깼다고 느낀다. 몸이 무거워 도무지 못 일어나는데, 큰아이가 동생 쉬를 누여 주고 같이 노는 소리를 귓결로 듣는다. 아홉 시가 되어 기지개를 켜고 일어난다. 아이들 먹일 밥을 헤아린다. 두 아이는 마당 한쪽에서 꽃삽으로 땅을 쪼다가 맨발로 털퍽 주저앉아 온몸에 흙을 덮으면서 논다. 얘들아, 오늘 날짜가 십이월 이십사일 한겨울이거든. 너희들 여기가 한여름 바다인 줄 아니.


  두 아이 옷을 모두 갈아입히고 씻겨야 한다고 느끼며, 밥부터 차린다. 옷 갈아입히고 씻기고 나서 바로 따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끓인다. 아이들이 마당에서 온통 흙투성이 되어 노는 모습을 보면서, 밀린 글을 조금 쓴다. 작은아이가 “추워, 이제 안 해.” 하면서 마루로 올라서려는 소리를 듣는다. 부리나케 자리에서 일어나 작은아이가 마루에 못 올라오도록 막는다. “자, 밖에서 옷 다 벗고 들어와. 씻어야지.” 따순 물 나오도록 보일러 단추를 누른다. 미리 챙긴 아이들 옷가지를 씻는방 앞에 갖다 놓는다. 큰아이는 혼자서 옷을 씩씩하게 다 벗고, 또 씩씩하게 옷가지에 묻은 흙을 탁탁 턴다. 두 아이를 함께 씻는방으로 들어오도록 한다. 이동안 나는 반바지와 반소매 차림으로 갈아입는다. 따순물을 튼다. 먼저 머리가 긴 큰아이부터 머리를 감긴다. 어느덧 물이 따끈따끈하고, 두 아이한테 물을 골고루 뿌리면서 비누질을 하고 천천히 씻긴다.


  다 씻긴 아이들 머리를 말리고 물기를 닦은 뒤 방으로 들어가자 하면서 “달려!” 하고 말한다. 벌거숭이 두 아이가 방으로 달려간다. 방에서 큰아이는 스스로 옷을 꿰고, 작은아이는 하나하나 입혀 준다. 옷을 다 입은 아이들더러 부엌에 앉으라고 말한다. 대접에 밥이랑 국을 함께 담는다. 오늘 국은 수제비국. 아이들끼리 풀이랑 밥 골고루 먹으라 말하면서 빨래를 한다. 흙투성이 옷을 조물조물 주무른다. 흙때 잘 빠지도록 여러 차례 되비빔질 한다. 오늘은 여러 달만에 빨래기계를 쓰기로 한다. 비빔질을 모두 마친 빨래를 빨래기계에 넣는다. 이렇게 하면 빨래기계 쓰는 뜻이 있느냐고도 하지만, 비빔질 안 하고 빨래기계에 넣으면, 나중에 마당에 널 적에 보면 옷소매나 옷깃이 제대로 안 빨리기 마련이다. 비빔질을 잘 해서 넣어야 제대로 빨린다.

 

  빨래를 하는 김에 걸레를 빨았고, 방과 마루를 쓸고 닦는다. 걸레를 빨아서 마당에 넌다. 방에 깔았던 깔개를 마당에 널어 해바라기 시킨다. 부엌으로 돌아가니 큰아이는 밥을 다 먹었다. 작은아이도 거의 다 먹었다. 내 몫을 뜨기 앞서, 오늘 저녁에 먹을 쌀을 냄비에 담아 씻는다. 엊그제부터 뜯은 누런쌀 봉투에 바구미가 꽤 많다. 이 녀석들은 이 겨울에도 용하게 이렇게 새끼를 치며 쌀을 파먹는구나.


  작은아이 곁에 앉아 작은아이 입에 풀을 넣어 준다. 나와 작은아이는 이윽고 밥을 다 먹는다. 이동안 빨래기계가 빨래를 다 해 주었다. 옷걸이를 챙겨 마당으로 옷가지를 들고 나온다. 차곡차곡 펴서 넌다. 두 아이는 마루를 가로지르면서 신나게 논다. 등허리를 조물주물 주무른다. 눈두덩도 주무르고 손목과 팔뚝을 주무른다. 오늘 쓸 글은 얼마나 있지? 아이들이 서로 잘 보듬으며 노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조금 더 일하기로 한다. 이따가 작은아이 낮잠을 재워야지. 4346.12.2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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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3-12-24 15:06   좋아요 0 | URL
님 혼자서 다 하시나 봅니다.
정말 대단하세요.
새벽까지 글 쓰시고 얼마 눈도 못 붙이시고 아이들 돌보시느라 고생이 많으세요.
그래도 글 속에 행복이 묻어납니다.

파란놀 2013-12-24 19:14   좋아요 0 | URL
네, 혼자서 바깥일과 안일 도맡고
아이들하고도 혼자서 지낸다고 할까요.
@.@

가게아재는 아니지만
씩씩하고 꿋꿋하게,
마치 아이들마냥
야무지게 살아갑니다~ ^^

순오기 2013-12-25 01:36   좋아요 0 | URL
참 부지런하고 행복한 삶을 꾸려가는 분이라 느껴요!^^

파란놀 2013-12-25 01:49   좋아요 0 | URL
스스로 이렇게 살도록 제가 만들지 않았나 싶곤 해요.
그리고 이렇게 살면서 날마다 새롭게 배우는 일이 아주 많아요~~
 

고무장갑

 


  며칠 앞서 빨래를 하고 난 뒤 왼손 둘째손가락 첫째 마디가 텄다. 바야흐로 겨울이로구나. 다른 곳은 아직 안 텄는데, 이곳이 트면서 빨래를 할 때뿐 아니라 설거지를 할 때에도 자꾸 건드려 따끔거린다. 우체국에 가느라 어제 면소재지를 다녀왔는데, 면소재지 하나로마트 앞에서 무언가 잔뜩 늘어놓고 예수님나신날맞이 에누리잔치를 하던데, 고무장갑이 문득 보였지만 슥 지나쳤다. 고무장갑을 한 켤레 장만해야 했을까.


  아침에 밥을 차리면서 물이 닿을 적마다 따끔거린다. 또 밴드를 붙여야 할까. 손가락씌우개를 씌워야 할까. 옛날 사람들은 어떠했을까. 옛날 사람들은 흙과 물과 풀을 늘 만지니 손가락이 틀 일 없었을까. 옛날 사람도 똑같이 손가락이 트며 따끔거렸을 테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이 지나가면서 튼 자리에 새 살이 돋고 새 굳은살 박혀 나아졌을까. 옛날 사람은 튼 자리를 천으로 둘둘 동여매고 일을 한 뒤, 일을 마치면 천을 풀어 말렸을까. 4346.12.2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동백마을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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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12-24 13:05   좋아요 0 | URL
고무장갑 하나 마련하세요.^^
조금은 도움이 될 텐데요..

크리스마스 이브 행복한 날 되세요^^

파란놀 2013-12-24 13:11   좋아요 0 | URL
아침부터 손가락이 따끔하기는 했는데
그대로 아이들 씻기고 빨래를 했는데
또 밥도 짓고 설거지도 하는데
그럭저럭 괜찮더라구요 ^^;;;

겨울맞이 첫 손트기라서,
이제부터 제 손도 이런 겨울살이에
맞추어 주는구나 싶어요.

후애 님도 예쁘며 즐겁게
성탄절 누리셔요~~~~~
 

사진과 함께 23. 사진을 왜 찍는가

 


  사진을 왜 찍는가? 누군가 이렇게 묻는다면 언제나 한 마디로 말한다. 찍고 싶어서요. 그러면 왜 찍고 싶은가 하고 물을 수 있겠지. 이때에는, 사진으로 찍어서 언제까지나 곁에서 누리고 싶어서요, 하고 말한다. 즐겁게 찍은 사진 한 장을 오래도록 곁에 두면서 새록새록 지난 어느 한때 이야기를 건사하고 싶으니 사진을 찍는다.


  즐겁게 돌아볼 지난 어느 한때 이야기는, 아주 놀랍도록 아름답다 싶은 멧자락이나 바다나 숲일 수 있다. 예쁘장한 아이들 얼굴이나 몸짓일 수 있다. 애틋한 골목동네 옛 보금자리일 수 있다. 어떠한 모습을 사진으로 찍든 나 스스로 즐거우면서 애틋하게 돌아볼 이야기가 있으니 사진으로 찍는다. 입학식이나 졸업식 자리에서 찍는 사진도, 이 사진 하나로 수많은 새 이야기 길어올릴 수 있으니 즐겁다.


  사진을 왜 찍는가? 즐겁게 누리려고 찍는다. 사진을 왜 찍는가?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려고 찍는다. 사진을 왜 찍는가? 사진 한 장 찍는 동안 웃음꽃이 저절로 피어나니까 찍는다. 사진을 왜 찍는가? 더없이 기쁘고 더없이 반가우며 더없이 반갑다고 느끼면서 찍는다.


  사진을 찍는 까닭을 돌아본다. 사진을 읽고 싶으니 찍는다. 사진으로 찍어서 두고두고 다시 읽고(보고) 싶으니 찍는다. 읽으려는 사진을 찍는다. 이웃과 동무한테 보여주기도 하고, 먼 뒷날 아이들한테 물려주려고 사진을 찍는다.


  글을 왜 쓸까? 읽으려고 쓴다. 남이 읽든 내가 읽든, 누군가 읽도록 하려고 글을 쓴다. 사진을 왜 찍을까? 남이 읽든 내가 읽든, 누군가 읽도록 하려고 사진을 찍는다. 이야기를 듬뿍 담아서 사진을 찍는다. 이야기를 고이 실어서 사진을 찍는다. 어느 사진은 맑은 웃음이 흐르리라. 어느 사진은 밝은 눈물이 흐르리라. 웃음이 묻어나는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슬퍼 눈물이 주르르 흐르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이야기는 웃음만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이야기는 눈물도 이야기가 되며, 아픔과 생채기가 이야기가 된다.


  댐을 짓는다며 물에 가두는 시골마을 모습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다든지, 아파트를 올리려 재개발을 한다고 골목동네 허무는 모습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을 적에는, 가슴이 아픈 채 찍는다. 지구별 아픈 이웃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을 적에도, 끔찍한 싸움터에서 사진을 찍을 적에도, 아프고 쓰리고 시리며 괴롭지만, 이 삶을 이웃들과 더 널리 나누어 부디 새로운 사랑이 샘솟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된다. 그래서, 사진은 이야기를 찍는다. 사진은 삶을 찍어 이야기를 길어올린다. 꿈을 피우고 사랑을 나누는 빛을 사진으로 찍는다. 4346.12.2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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