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안전 지킴이함’과 나무 한 그루

 


  시골에서 살며 비로소 나무에 빨래줄을 맸다. 도시에서 살 적에는 전봇대에 매거나 벽에 못을 박아 맸다. 그러나 몇 달 뒤에 빨래줄을 풀었다. 나무에 맨 빨래줄이 나뭇줄기를 파먹고 들어가는 자국을 보았기 때문이다.


  지난날에는 시골에 높다라니 선 것이 따로 없었을 테니 그저 나무에 이것저것 줄을 맸으리라. 그네도 나뭇가지에 매고 빨래줄도 아주 마땅히 나무에 매기 마련이다. 그런데, 나무에 꼭 줄을 매야 한다면 나뭇가지나 나뭇줄기가 다치지 않도록 천으로 두껍게 두른 뒤에 매야 한다고 느낀다. 나무도 어엿한 목숨이요, 싱그럽게 살아가는 숨결이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나무에 못을 박기도 한다. 나무가 아픈 줄 살피지 않고 못을 박는다. 살아서 움직이는 목숨한테 못을 박는 셈인데, 스스로 나무마음이 되지 않으니 아무렇지 않게 못을 박는다. 고흥 녹동초등학교 옆을 지나가다가, 나무 한 그루에 매달린 현수막을 보고, 나뭇줄기에 덩그러니 박힌 ‘아동안전 지킴이함’을 본다. 나무에 못을 쾅쾅 때려서 붙인 ‘아동안전 지킴이함’이 참말 어린이를 지켜 줄까. 어떤 어린이를 어떻게 지키려는 마음으로 나무에 못을 박을까. 학교 교사가 했을까, 읍내 경찰이 했을까. 어른들은 사랑이 무엇인 줄 참 모른다. 4346.12.2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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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유채꽃 노랗게

 


  겨울에는 무슨 풀을 먹을까 하고 살짝 걱정했으나, 걱정할 일이란 없었다. 겨울에는 이렇게 유채가 노랗게 꽃을 피우니까. 가을이 저물고 겨울이 다가올 무렵부터 스멀스멀 싹을 틔우는 유채는 겨우내 우리를 먹여 살리는 아름다운 풀빛이 된다. 그런데, 유채는 언제부터 이 땅에 들어왔을까. 배추는 고려 적부터 책에 적혔다 하고, 유채는 1643년에 《산림경제》라는 책에 적혔다 하는데, 책에 적히기 앞서부터 이 땅에 있었겠지.


  처음 이 땅에서 배추를 보고 유채를 본 사람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배추꽃을 보고 유채꽃을 본 사람들은 어떤 눈빛이었을까. 배추잎을 뜯고 유채잎을 뜯은 사람들은 어떤 사랑이었을까.


  책에 적힌 발자취로 헤아리면 갓은 배추와 유채보다 훨씬 오래되었단다. 이 땅에 살던 옛사람은 갓잎과 배추잎과 유채잎으로 겨울을 났으리라. 갓꽃과 배추꽃과 유채꽃을 보며 이 겨울이 저물고 새봄이 찾아오는 줄 생각했으리라. 꽁꽁 얼어붙는 찬바람이 불어도 푸른 잎사귀를 내밀고 노란 꽃송이 터뜨리는 갓꽃과 배추꽃과 유채꽃을 바라보면서 마음속에 따사로운 불빛을 품었으리라. 4346.12.2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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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낮잠도 안 자고 신나게 놀다가

저녁 여덟 시나 아홉 시를 넘겼는데에도

잘 생각을 안 하면...

 

아아아...

 

어떻게 할까 하다가,

요 한두 해 사이,

싸이 아저씨가 재미난 것을 만들어 주었기에,

우리 식구는 가끔

 

'강남스타일 패러디'와 '젠틀맨 패러디'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어떻게 만들었는지 구경한다.

 

그러면,

여섯 살 세 살 두 아이는

방바닥이 꺼져라

쉬잖고 춤을 춘다.

 

대단하다. 너희들.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안 자고 놀면서

또 이렇게 춤까지 추네.

 

그나저나,

우리는 강남스타일 패러디와 젠틀맨 패러디를 보면서

아주 재미난(?) 세계여행을 하네.

 

그야말로... 지구별 웬만한 나라

거의 모든 패러디를 다 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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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3-12-28 09:59   좋아요 0 | URL
아이들 노는 걸 보면 저 작은 몸집 어디에서 끝없는 에너지가 나올까 싶어요.
저희 수퍼남매도 그렇게 놀았답니다.
초등학교 가면 서서히 노는 횟수가 줄어들다가 이제는 이렇게 안 노네요.
아이들 노는 것 한 때이니 즐기시길 바라요.

파란놀 2013-12-28 11:54   좋아요 0 | URL
학교에 다니지 않고
'다른 아이들'과 같지 않게 지내면
앞으로도 이렇게 잘 놀리라 느껴요 ^^

우리 집 아이들은 학교에 안 간답니다.
유치원도 어린이집에도 안 갔지요.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서 '안 논다'기보다
학교교육과 틀에 억눌려 '놀고 싶은 마음을 스스로 억누르는' 것이
있다고 느껴요.

아무튼, 언제나 즐겁고 아름답게 하루 누리셔요~~
 

 

  어느새 판이 끊어진 만화책을 찾기란 몹시 힘들다. 그렇다고 아예 못 찾지는 않는다. 만화책은 대여점마다 한 질씩은 들어가기 마련이라, 문을 닫는 대여점이 있으면, 또 대여점에서 낡은 책을 내놓으면, 이 책들이 헌책방에 들어온다. 다만, 대여점에서 여러 사람한테 많이 읽힌 책은 많이 지저분하다. 《하나다 소년사》 1권과 2권을 헌책으로 만난 뒤, 3권과 4권도 헌책으로 만날 수 있을까 꿈꾸며 기다렸다. 여러 달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만났다. 즐겁게 읽는다. 아름다운 이야기를 찡하게 읽는다. 이 만화책이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짧게 끝나는 만화이니, 소장용으로 큼직하게 두 권으로 다시 묶어서 태어날 수 있을까. 그나저나, 4권까지 읽고 보니 5권이 마지막 권이네. 이런, 5권도 찾아내야겠구나. 4346.12.27.쇠.ㅎㄲㅅㄱ


2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하나다 소년사 4
이시키 마코토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04년 11월
3,800원 → 3,420원(10%할인) / 마일리지 190원(5% 적립)
2013년 12월 27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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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다 소년사 3
이시키 마코토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04년 11월
3,800원 → 3,420원(10%할인) / 마일리지 190원(5% 적립)
2013년 12월 27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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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3-12-27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기다리는 그 마음~ 제가 조금 알아요. 5권을 꼭 만나시길 빌어요.
저도 절판 된 책을 구할 수 없어서 재출간 요청을 드렸던 적이 있었거든요.

파란놀 2013-12-27 20:45   좋아요 0 | URL
이 만화책은... <피아노의 숲>은 나올 때마다 바로 그 주에 사서 읽으면서도
놓친 책이에요 ㅠ.ㅜ

왜 그때 놓쳤는가 한숨을 쉬어도 안 될 일이라서
참 기다리고 기다리면서 겨우 한 권씩 사서 읽는답니다 ㅠ.ㅜ

머잖아 5권도 제 품으로 오겠지요. 이궁...
 

 

  누군가 “삶은 여행”이라고 말했는데, 거꾸로, “여행은 삶”이기도 하다. 먼길을 떠날 때에 여행이 되지 않는다. 한 곳에 눌러앉아 지내기에 삶이 되지 않는다. 하루하루 아름답게 가꾸는 넋이 바로 삶이면서 여행이다. 언제나 새로운 하루 맞이하면서 즐겁게 웃고 노래하는 얼이 바로 여행이면서 삶이다. 지구별을 두루 돌아다닐 적에도 여행이 되면서 삶이고, 조그마한 시골마을이나 자그마한 골목동네에서 오순도순 어깨동무하는 나날 또한 삶이면서 여행이다. ‘박 로드리고 세희’라는 이름을 길게 드리우면서 지구별 곳곳 누비는 분은 《나는 평생 여행하며 살고 싶다》라는 책을 내놓으며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을까. 이녁이 누리는 삶이란 어떤 빛이면서 여행일까. 이녁이 즐기는 여행이란 어떤 꿈이면서 삶일까. 4346.12.27.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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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생 여행하며 살고 싶다- 학교 대신 세계, 월급 대신 여행을 선택한 1000일의 기록
박 로드리고 세희 글.사진 / 라이팅하우스 / 2013년 12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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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27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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