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한 해에 한 그루씩

 

봄눈
여름잎
가을열매
겨울가지

 

차근차근 익히면

 

예순 해 살며 예순 가지
여든 해 살며 여든 가지

 

나무를
마음자리에 포근히 담는다.

 


4346.12.25.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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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1-01 00:01   좋아요 0 | URL
오오...새해의 첫 시작을 '나무를'을 듣는군요!
참 아름답고 좋습니다~*^^*

파란놀 2014-01-01 00:05   좋아요 0 | URL
appletreeje 님도 올해에
올해 나무 한 그루 가만히 마주하면서
가슴으로 예쁘게 안아 보셔요~
 
발바닥 이야기 과학은 내친구 5
야규 겐이치로 글 그림, 엄기원 옮김 / 한림출판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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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05

 


발바닥으로 그리는 사랑과 꿈
― 발바닥 이야기
 야규 겐이치로 글·그림
 엄기원 옮김
 한림출판사 펴냄, 2007.1.30. 9500원

 


  맨발로 다니면 재미있습니다. 바닷가 모래밭에서도, 바닷물에 첨벙 뛰어들 적에도 재미있습니다. 골짜기에 가서 동글동글한 돌을 밟으며 골짝물에 몸을 담글 적에도, 빨래터에 가서 물이끼를 벗기고 첨벙첨벙 물장난을 할 적에도 재미있어요.


  숲길을 맨발로 걸어도, 고샅길을 맨발로 다녀도, 밭이나 논에서 맨발로 돌아다녀도 재미있습니다. 발바닥에 닿는 느낌이 싱그럽고, 발가락으로 건드리는 흙과 풀이 상큼해요.


  맨발로 이불을 꾹꾹 눌러서 빨래할 적에도 재미있습니다. 맨발로 대청마루를 쿵쿵 걸어도 재미있습니다. 아이들이 마당에서뿐 아니라 대청마루에서 콩콩 일부러 소리내며 뛰노는 까닭도, 콩콩 소리뿐 아니라 발바닥에 닿는 느낌이 재미있기 때문이리라 생각해요.


.. 이 책은 맨발로 읽어야 해 ..  (1쪽)


  한국말에 ‘양말’은 없었어요. 현대 서양문명이 들어오면서 비로소 ‘양말’이라는 낱말을 써요. 예전에는? 예전에 한겨레는 버선을 신었어요. 그런데 들이나 숲이나 바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버선도 따로 싣지 않았어요. 예부터 여느 시골사람은 누구나 맨발로 일했어요. 손으로 흙을 만지고, 발로 흙을 느꼈어요. 손으로 풀내음을 맡고, 발로 풀빛을 받아들였어요.


  한겨레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 살던 시골사람도 맨발로 일하며 살았어요. 영국이든 미국이든 독일이든 프랑스이든, 시골에서 태어나 자라는 아이들은 모두 맨발로 놀면서 자랐어요. 맨손으로 흙을 만지고 맨발로 흙을 밟았어요.


  그렇지만 어느새 맨손이나 맨발로 살아가는 사람이 사라져요. 아이들도 맨손으로 흙을 만지지 못해요. 흙을 만지며 노는 아이들은 아주 드물어요. 흙이 있는 놀이터부터 사라지고, 흙이 있던 운동장도 사라져요. 아이들은 양말에 신으로 발을 감싸요. 손에 흙을 묻히지 않으니 손에서 흙내음이 나지 않아요. 손에서 흙내음이 나지 않으니, 몸이 흙빛하고 멀어져요. 지난날 사람들은 흙빛 손과 발이었고, 흙빛 얼굴과 몸이었지만, 오늘날 사람들은 허여멀건 손과 발이요 얼굴과 몸이에요.


  흙을 만지고 밟을 적에는 늘 햇볕을 먹어요. 손으로도 발로도 얼굴로도 몸으로도 늘 햇볕을 먹어요. 햇볕을 먹는 동안 바람을 마셔요. 손과 발과 얼굴과 몸 모두 햇볕하고 나란히 바람을 마시면서 튼튼해요. 바람을 마시는 사이 빗물을 들이켜지요. 냇물과 도랑물도 들이켜고요.


  아이도 어른도 손빛은 흙빛이면서 햇빛이고 바람빛이요 물빛이었습니다. 아이와 어른은 모두 발빛은 흙빛으로 맑고 햇빛으로 환하며 바람빛으로 푸르고 물빛으로 맑았어요.


.. 발바닥으로 여러 가지를 느낄 수 있어. 잔디 위. 발바닥이 따끔따끔. 기분이 좋아 ..  (12∼13쪽)

 


  사람들은 날마다 밥을 먹지만, 손수 흙을 일구어 나락을 거두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모내기나 풀베기나 가을걷이에 하루쯤 일손을 거드는 사람 또한 거의 없습니다. 일손을 거드는 사람도 거의 없지만, 일손을 거들어야지 하고 생각하는 사람조차 거의 없습니다. 한 해에 하루나 이틀조차 말미를 내지 못해요. 시골에서 벼가 어떻게 자라고 배추가 어떻게 잎을 늘리는지 들여다보는 사람이 매우 드물어요. 한겨레는 김치를 먹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김치가 될 배추나 무를 손수 씨앗으로 심어서 거두는 사람은 아주 적어요.


  어른부터 손으로 흙을 만지지 않아요. 아이들도 어른을 따라 손으로 흙을 만지지 않아요. 어른부터 맨발로 논밭을 드나들지 않아요. 아이들도 어른을 따라 맨발로 논밭을 드나들 일이 없어요.


  맞벌이를 하거나 바깥일로 바쁜 어른들이니, 아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유치원이나 유아원이나 어린이집을 들락거려요. 아이들은 어버이와 함께 자라지 못하고, 아이들은 어버이와 나란히 흙내음을 맡지 않아요. 아이들은 어버이 살내음조차 맡기 쉽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학습과 교육이라는 멍에를 뒤집어씁니다.


.. 잘 걷는 사람일수록 대개 발허리가 넓고 다리도 튼튼해서 오래 걸어도 지치지 않아 ..  (27쪽)


  야규 겐이치로 님 그림책 《발바닥 이야기》(한림출판사,2007)를 읽으며 가만히 생각합니다. 발바닥을 이야기하는 그림책을 보면서, 우리 어른들 가운데 발바닥을 생각하거나 아끼는 분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합니다. 어른들은 으레 자가용을 몰아요. 자가용을 안 몰면 버스나 전철을 타요. 어른들 가운데 자전거로 일터를 오가는 이는 매우 드물어요. 어른들 가운데 두 다리로 걸어서 일터를 드나드는 이는 더더욱 드물어요.


  어른들은 맨발로도 다니지 않아요. 어른들은 맨손으로도 일하지 않아요. 어른들은 스스로 손맛과 발맛을 느끼지 않아요. 아이들 또한 어른들한테서 손맛이나 발맛을 물려받지 못해요. 어른들이 가르치는 지식은 배우지만, 어른들한테서 삶이나 사랑이나 꿈은 이어받지 못해요.


  잘 걷는 사람은 다리뿐 아니라 몸도 튼튼하겠지요. 발가락과 발바닥으로 흙냄새와 풀냄새와 해냄새와 바람냄새와 물냄새 맡을 줄 안다면, 손과 코와 살갗으로도 흙이랑 풀이랑 해랑 바람이랑 물이 베푸는 냄새를 살가이 받아들이겠지요.


  꼭 발바닥만큼 삶을 읽으리라 느껴요. 참말 발바닥만큼 사랑을 나누리라 느껴요. 그예 발바닥만큼 꿈을 키우리라 느껴요. 4346.12.3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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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2-31 23:58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님! 지난 한해동안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새해에도 더욱 건강하시고 곁님과 벼리와 보라의 아름다운 시골집
늘 즐겁고 행복한 일만 가득하시길 빌겠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파란놀 2014-01-01 00:06   좋아요 0 | URL
저야말로 2013년 즐겁게 누릴 수 있도록
맑은 빛 나누어 주셔서 고마웠어요.

2014년에도 늘 맑은 웃음과 꽃과 사랑을
둘레에 예쁘게 베풀어 주셔요~~ ^^
 

책아이 96. 2013.12.24.ㄹ 무지개빛 책읽기

 


  읍내에서 장만한 큰아이 겨울바지는 올겨울을 끝으로 작은아이한테 물려주어야 하리라 느낀다. 이 바지를 몇 해 입었을까. 두 해? 세 해? 처음에는 퍽 큰 바지였을 테지만 어느새 몸에 꼭 맞는다. 한 살을 더 먹어 일곱 살이 되면 더는 못 입을 테고, 나중에 동생이 물려입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작았을 때 입었지?’ 하고 묻겠지. 아이들 옷만큼은 예부터 색동옷으로 입힌 까닭을 새삼스레 더듬는다. 아이들이 온누리 무지개빛을 몸으로도 느끼고 마음으로도 받아들이도록 힘쓴 옛사람 넋을 되새긴다. 우리 아이들이 책을 손에 쥐어 읽을 이야기 또한 언제나 해맑고 환한 무지개빛이겠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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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95. 2013.12.24.ㄷ 이게 뭐야

 


  윌리엄 스타이그 님 이야기책 《진짜 도둑》을 무릎에 거꾸로 펼치고는 그림 하나를 손가락으로 콕 짚고는 “이게 뭐야?” 하고 묻는다. 곧바로 알려줄 수 있지만 언제나처럼 “뭘까?” 하고 되묻는다. 참말 무엇일까? 아이야, 네가 한 번 마음속으로 이름을 불러 보렴. 너한테 낯익으면 낯익은 대로, 낯익지 않으면 낯익지 않은 대로, 네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이름으로 살가이 불러 보렴.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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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하게 쓴다면 비슷하게 쓰지만

다르게 쓴다면 다르게 쓰는 세 낱말입니다.

그런데, 국어사전 말풀이를 살피면

세 낱말이 어떻게 다른 줄 알 길이 없습니다.

어쩌면, 말풀이는 거의 똑같이 붙일밖에 없을 수 있어요.

그러면, 말풀이는 거의 똑같이 붙이더라도

쓰임새가 어떻게 다른가를 잘 밝혀 주어야지 싶습니다.

 

..

 

너그럽다·넓다·넉넉하다
→ 어느 자리를 가리키는 자리에서나, 마음이나 생각을 나타낼 적이나, ‘너그럽다·넓다·넉넉하다’를 두루 씁니다. 세 낱말은 모두 크거나 시원한 마음씨를 나타냅니다. 다만, ‘너그럽다’는 마음씨를 가리키는 자리에만 쓰고, 비탈이 가파르지 않고 부드러운 곳을 가리킬 때에 씁니다. ‘넓다’는 마음씨를 가리키는 자리와 크기와 깊를 가리키는 자리에 써요. ‘넉넉하다’는 마음씨를 가리키는 자리를 비롯해서, 크기를 나타내는 자리에도 살짝 쓰고, 돈이나 어떤 부피가 많거나 크다고 하는 데에서도 씁니다.


너그럽다
1. 마음이 크고 시원하다
 - 동무가 잘못했지만 너그럽게 봐주렴
 - 할머니는 늘 너그럽게 웃으신다
2. 비탈이 부드럽다
 - 이 멧골은 어린이도 넘을 수 있을 만큼 너그럽다


넓다
1. 어느 자리가 크다
 - 바다는 이렇게 넓구나
 - 우리 집 마당은 꽤 넓다
2. 길이가 크다
 - 드디어 넓은 길로 나왔다
 - 두 팔을 넓게 펼치고 가을바람을 마신다
3. 마음이 크고 시원하다
 - 우리 어머니는 마음이 넓어
 - 넓은 마음으로 이웃을 사랑한다
4. 생각이나 지식이나 품이나 테두리가 무척 크거나 깊다
 - 거기까지는 몰랐는데, 너는 참 생각이 넓구나
 - 두루 여행을 다니면서 이것저것 넓게 배웠다
 - 이웃을 넓게 사귀면서 손님을 자주 치른다


넉넉하다
1. 마음이 크고 시원하다
 - 오늘도 놀다가 바지를 찢었지만, 어머니는 넉넉히 웃으며 기워 주셨다
 - 이웃 아저씨는 넉넉하시니까 어린 고양이를 맡아 주시겠지
2. 어느 자리가 크다
 - 자리가 넉넉하니 아무 데나 앉아
3. 남을 만큼 많다
 - 밥을 넉넉히 펐어
 - 오늘은 넉넉하니까 마음껏 놀자
4. 살림이 제법 넘쳐서 남을 만큼 많다
 - 우리 집은 넉넉해서 자전거를 새로 사 주셨어
 - 살림도 넉넉하고 사랑도 넉넉하니 즐겁다
 

(최종규 . 2013 - 새로 쓰는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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