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문화연대에서 하는 서울시 공공기관 언어순화 일을 거들려고

서울로 가는 길이다. 일은 1월 3일 낮부터 저녁까지 하는데

고흥에서는 그날 바로 가기가 힘드니

하루 먼저 길을 나서려고 한다.

 

오늘은 어디에서 묵으면 좋을까.

아무튼, 고흥에서는 첫 차를 타서 가도 많이 머니

다른 데로 나가기만 하면 어디에서든 가까우리라.

 

곁님과 아이들이

포근한 시골마을 보금자리에서

잘 지내리라 믿으며

즐겁게 다녀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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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볼 사람은 알아볼 글쓰기

 


  모든 사람이 알아보도록 글을 쓰지 않는다. 내 글을 알아볼 사람만 알아보도록 글을 쓴다. 모든 사람이 알아차리도록 책을 쓰지 않는다. 내 책을 알아차릴 사람만 알아차리도록 책을 쓴다.


  마음이 있는 사람은 다 알아보기 마련이다. 사랑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알아차리기 마련이다. 마음이 있는 사람한테 들려줄 노래를 글로 쓴다. 사랑이 있는 사람과 나누고픈 웃음꽃을 책으로 쓴다.


  내가 어느 책 하나를 장만해서 읽는다고 할 적에는, 이 책을 쓴 사람 마음과 사랑을 함께 나눈다는 뜻이라고 느낀다. 내가 어느 글 하나를 찾아서 읽는다고 할 때에는, 이 글을 쓴 사람 넋과 숨결을 어깨동무한다는 뜻이로구나 싶다.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곳에는 이야기꽃이 핀다. 마음이 없는 자리에는 이야기가 없고 지식과 정보만 춤추다가 말다툼이나 말꼬리잡기가 이어진다. 마음으로 이야기를 속삭이는 곳에는 이야기잔치가 열린다. 마음이 없는 곳에는 이야기도 꿈도 사랑도 없이 차갑고 메마른 겉치레가 흐른다.


  모든 사람한테 읽히려는 글이란 있을까. 모든 사람한테 읽힐 수 있는 글이 있을까. 이원수 님 동시도, 권정생 님 동화도, 마음이 없는 사람한테는 가슴으로 젖어들지 못하는 책이 될 뿐이다. 최명희 님 문학도, 박경리 님 문학도, 사랑이 없는 사람한테는 가슴으로 파고들지 못하는 책이 되고 만다. 4347.1.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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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책이 있다

 


  여기에 책이 있는데 어디를 보니? 코앞에 있는 책은 왜 안 쳐다보고 자꾸 저 먼 데만 바라보니? 네 앞에 있는 책부터 보렴. 네 앞에 있는 책을 살뜰히 볼 수 있을 적에 비로소 저 먼 데에 있는 책을 알아볼 수 있어. 네 발밑에서 자라는 풀을 알고 느끼며 뜯어서 먹을 줄 알 때에, 비로소 밭을 가꾸어 푸성귀를 돌볼 수 있어. 밭을 가꾸어 푸성귀를 돌볼 때에 바야흐로 숲에서 자라는 모든 풀이 얼마나 상큼하고 푸르며 싱그러운가를 알 수 있어.


  책은 여기에 있어. 책은 바로 네 가슴에, 네 마음속에, 네 눈빛에, 네 온몸에 있어. 스스로 빛이 되어야 책을 읽지. 스스로 빛이 되지 않는데 어떻게 책을 읽겠니. 스스로 빛이 되지 못하면 어떤 책을 손에 쥐더라도 사랑과 꿈을 읽어내지 못해. 스스로 빛이 될 적에는 어떤 책을 손에 쥐어도 사랑과 꿈을 깨달으면서 맞아들이지.


  훌륭하다는 책을 내 손에 쥔다 한들 읽을 수 없어. 스스로 훌륭해야 비로소 훌륭한 책을 알아보면서 받아들여. 스스로 사랑스러워야 비로소 사랑스러운 책에서 흐르는 사랑빛을 알아채고는 받아먹어.


  온 사랑 담아서 쓴 책은 온 사랑으로 읽을 때에 어깨동무를 하지. 온 사랑 담아서 쓴 책을 줄거리훑기만 하거나 대학입시교재로 삼아서 들여다보면 무엇을 얻을까. 내가 바로 책이고, 풀 한 포기가 바로 책이요, 바람 한 줄기가 바로 책이야. 책은 바로 여기에 있어. 4347.1.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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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살과 일곱 살

 


  일곱 살이 된 큰아이는 새해 첫날 아침에 “나 이제 일곱 살 되었어?” 하고 묻는다. 지난해에는 “나 여섯 살 아니야. 다섯 살이야!” 했고, 그러께에도 “나 다섯 살 아니야. 네 살이야, 네 살!” 하던 아이인데, 일곱 살이 되니 나이를 스스럼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셈일까. 네 살이 되는 작은아이는 나이를 놓고 딱히 생각이 없다. 작은아이더러 세 살이라 하면 그러려니 네 살이라 해도 그러려니, 백 살이라 해도 그러려니 한다. 작은아이는 아직 스스로 몇 살이라고 말할 줄 모른다. 4347.1.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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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빛 읽는 손길

 


  박노해 님이 쓴 시를 읽던 고등학생 때인 1992년 여름날이었다. 기계를 하도 만지다가 손그림이 모두 지워져 그만 주민등록증 새로 고칠 적에 눈물을 흘린다는 이야기를 보고는 숨이 멎었다. 문득 궁금해서 사포로 손그림을 긁어 보았다. 책상이나 벽이나 바닥에 손가락과 손바닥을 질질 문대어 보았다. 칼로 살살 살점을 잘라 보기도 했다. 날마다 한두 시간쯤 철봉을 잡고 턱걸이와 뒤돌아넘기를 해 보았다. 손그림은 웬만해서는 지워지거나 벗겨지지 않는다. 언제나 무엇이든 손으로 쥐고 잡고 만지고 하는데, 손그림은 그야말로 씩씩하게 열 손가락마다 다 다른 모양새로 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어머니 아버지와 제금나서 따로 산 지 스무 해가 넘은 오늘, 내 손그림을 새삼스레 들여다본다. 첫째 아이를 낳고 둘째 아이를 낳으면서 날마다 수없이 기저귀를 빨래하고 다리고 걸레질을 하고 물을 만지고 아이들 쓰다듬고 하면서 손그림이 살짝 무디어지곤 했다. 칼이나 낫에 벤 손가락이 아물면서 손그림이 살짝 울퉁불퉁 바뀌기도 한다. 그렇지만 빨간 물 묻혀 척 찍으면 손그림이 번듯하게 나온다. 손그림이 사라질 만큼 되자면 손으로 얼마나 일을 많이 해야 했을까. 손그림이 사라진다면, 맨손으로 무언가 잡을 적마다 자꾸 미끄러져 얼마나 힘들면서 고단할까.


  책을 많이 읽는 사람도 손그림이 무디어질까. 글을 많이 쓰는 사람도 손그림이 지워질까. 책짐을 많이 나르는 사람이나, 헌책방에서 책먼지를 쉴새없이 닦는 사람도 손그림이 살짝살짝 뭉그러질까.


  손가락과 손바닥에 손그림이 있어 책을 손에 쥔다. 손가락에 손그림이 있으니 얇은 책종이를 살몃살몃 붙잡아 찬찬히 넘긴다. 책을 읽는 손길은 어떤 이야기를 얻고 싶을까. 책을 살피는 손길에는 어떤 빛이 서릴까. 책빛은 우리들한테 어떤 노래가 될까.


  종이를 만지면서도 책빛을 읽는다. 나무를 심거나 돌보면서도 책빛을 읽는다. 밥을 짓고 설거지를 하며 아이를 품에 안으면서도 책빛을 읽는다. 박노해 님은 공장에서 함께 기름밥 먹는 동무와 이웃을 바라보면서 책빛을 읽었을 테지. 우리는 모두 언제나 엄청난 책빛을 읽고 나누는 이웃들이다. 4347.1.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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