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빨랫감

 


  지난밤은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다고 느낀다. 그래 보았자 겨울 가운데 하루요, 전남 고흥 겨울 날씨는 다른 고장하고 견줄 수 없이 포근하다. 다만, 보일러 온도계 있는 방이 밤새 13도까지 내려갔다. 한낮이 되어 비로소 빨래를 하려고 씻는방에 가서 빨래통을 뒤집는데 어제 모은 빨랫감이 꽁꽁 얼어붙었다. 올들어 처음 있는 일이다. 따순물을 부어 얼어붙은 빨랫감을 녹이고 얼음조각을 떼어낸다. 그러고는 척척 비누질을 하고 비빔질과 헹굼질을 한다. 한낮 햇볕은 포근하니 이럭저럭 잘 마르겠지. 다 마르지 않으면 방으로 들여서 마저 말리면 될 테고.


  겨우내 꽝꽝 어는 멧골자락에서 지내던 겨울을 되새겨 본다. 겨우내 그리 춥지 않다 할 만한 이곳 시골마을 날씨를 헤아린다. 아이들은 낮이 되어 햇볕이 따사로우니 마당에서 뛰어논다. 아이들도 즐겁고, 빨래해서 너는 어버이도 즐겁다. 4347.1.1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동백마을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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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구미 고르기

 


  지난 구월에 집안에 들인 누런쌀에서 바구미가 나온다. 다른 쌀에서는 바구미가 나오지 않는데, 이 누런쌀에서만 바구미가 나온다. 다른 쌀을 섞어서 불리기 앞서 바구미부터 고른다.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찍어서 개수대에 톡톡 턴다. 이 바구미는 어디에서 태어나 어떻게 이 누런쌀 틈바구니에서 깨어났을까.


  어릴 적에 어머니 일손을 거들며 바구미 고르기를 으레 했다. 어릴 적에 툭하면 바구미를 고르면서 ‘바구미 고르지 않는 쌀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기도 했다. 어머니는 바구미 깃든 쌀푸대 주둥이를 열어서 바람을 쏘여 놓곤 했는데, 바구미가 볼볼 기어나와서 마룻바닥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바구미를 고르며 예나 이제나 생각한다. 바구미 먹는 쌀은 농약을 덜 친 쌀일까? 바구미가 깃들 만큼 농약은 적게 남거나 없다고 여겨도 될까?


  바구미 있대서 농약을 적게 치거나 안 쳤을는지 알 길은 없다. 다만, 어릴 적이나 요즈음이나 바구미를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서 잡은 다음 개수대에 톡톡 털며 생각한다. 손가락으로 꾸욱 누르면 손끝에 붙잡히는 아주 작은 바구미인데, 이 작은 바구미와 개미를 나란히 놓으면 어느 벌레가 더 튼튼하거나 셀까? 손끝으로 누를 적마다 퍽 단단하며 야무진 벌레라는 생각을 지울 길 없다. 고작 쌀속을 파먹으면서 이렇게 단단하며 야무진 껍데기와 다리를 내놓으며 살아간다니, 참 대단하구나 싶기도 하다. 아무튼, 바구미들아, 너희는 쌀푸대 말고 풀숲으로 가서 너희 삶을 너희 깜냥껏 누리기를 빈다. 4347.1.1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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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나온 지 제법 지났지만 인터넷책방에 1월 10일에 배본이 된다고 해서

찬찬히 기다렸다. 드디오 오늘, 알라딘에도 목록이 올라왔다.

 

- 아이스께끼 파는 여인, 안목 펴냄

 

한국 작가 이름으로 나오는 사진책은

퍽 널리 알려진 분이 아니라면

좀처럼 소개도 안 되고 팔리지도 못 한다.

이 사진책은 부디 널리 사랑받을 수 있기를 빈다.

 

- 똥으로 종이를 만드는 코끼리 아저씨, 책공장더불어 펴냄

 

코끼리똥으로 종이를 만드는 이야기를 얼핏얼핏 들었는데

이 이야기 하나만으로 예쁜 책이 태어났다.

참으로 놀랍고 대단하지 않나?

코끼리는 풀을 많이 먹기에 코끼리가 먹은 똥에 섬유질이 많아

이 똥으로 종이를 만들 수 있단다.

그러면, 사람들도 고기 아닌 풀을 많이 먹으면

사람똥으로도 얼마든지 종이를 만들 수 있으리라.

 

- 책 여행자, 호미 펴냄

 

책은 도서관에도 있고, 숲과 멧골에도 있으며,

사람들 가슴속에도 있다.

책으로 떠나는 마실이란 무엇일까.

예쁜 빛이겠지.

 


3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아이스께끼 파는 여인- 박대원 사진집
박대원 사진, 박태희 글 / 안목 / 2013년 12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2014년 01월 10일에 저장
품절

똥으로 종이를 만드는 코끼리 아저씨- 코끼리 똥으로 만든 재생종이 책
투시타 라나싱헤 지음, 류장현.조창준 옮김, 로샨 마르티스 그림 / 책공장더불어 / 2013년 11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14년 01월 10일에 저장

책여행자- 히말라야 도서관에서 유럽 헌책방까지
김미라 지음 / 호미 / 2013년 12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2월 24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4년 01월 10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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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30. 2013.11.8. 가을꽃 어린이

 


  가을이면 마을마다 논둑을 노랗게 물들이는 산국이 그득하다. 이 산국은 언제부터 시골마을 논둑마다 피어났을까. 어떤 빛이 드리우면서 노란 꽃송이 되었을까. 멀리까지 꽃내음 날리는 산국이 있는 곳으로 간다. 꽃 한 송이를 꺾는다. 손에 쥐고 논길을 달린다. 꽃내음이 골고루 흩어진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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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4-01-10 13:02   좋아요 0 | URL
산국도 예쁘지만 벼리가 더 예쁩니다~^^

파란놀 2014-01-10 13:46   좋아요 0 | URL
꽃 들고 달리는 아이가 참 예뻐요.
한손으로는 작은아이 태운 수레를 미느라 기울기를 제대로 못 맞추고 찍었지만,
참 예쁘지요~
 

사루비아 다시 만나기

 


  가을이 무르익는 십일월에 사루비아를 만난다. 지난해와 똑같은 자리에서 새삼스레 만난다. 우리 마을에는 사루비아꽃이 피는 집이 없지만, 이웃 호덕마을 끝자락에 있는 집에서 사루비아꽃이 핀다. 따로 꽃밭에서 피지 않는다. 고샅길과 시멘트담 사이에서 핀다. 예전에 이 고샅이 시멘트 아닌 흙길이었을 적에는 아주 홀가분하게 피고 졌을 텐데, 시멘트로 덮인 뒤에는 가까스로 숨통을 틔우면서 피리라 본다.


  사루비아꽃을 보겠다는 생각으로 이웃마을 끝자락 집 앞을 지나가지는 않았다. 저절로 이무렵에 이곳 앞을 지나갈 뿐이다. 사루비아꽃이 우리를 불렀을까. 우리가 사루비아꽃을 불렀을까.


  이웃마을과 우리 마을 모두 아이들이 넘치고 복닥거리던 때에는 사루비아꽃이 남아날 틈이, 아니 쉴 틈이 없었으리라. 아이들이 꽃술 톡 뽑아 쪽쪽 빨아대느라 사루비아 꽃밭 앞은 빨간 꽃술이 잔뜩 흩어졌으리라. 앞으로 이 시골마을 가을자락에 사루비아 꽃술 흩어진 모습 다시 드리울 수 있을까. 4347.1.1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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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1-10 06:45   좋아요 0 | URL
십일월에도 사루비아꽃이 피는군요!
정말 어렸을 때 사루비아만 보면 꽃술 쪽쪽 빨아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달짝해서 자꾸 꽃술 빼먹었던~ 참 그러고보니 '사루비아'라는 이름의 과자도
생각 나네요. 기다랗고 검은 깨가 송송 뿌려져 있던~^
그런데, 논옆으로 콘크리트 기둥같은 것(?)들이 쭉 서 있네요?

파란놀 2014-01-10 07:56   좋아요 0 | URL
아, 전봇대랍니다 ^^;;
시골에는 전봇대를 그야말로 아무렇게나 박아요.
그리고 논둑 따라 선 전봇대에서
전기를 뽑아서 양수기를 돌려요~

hnine 2014-01-10 10:54   좋아요 0 | URL
깨꽃이라고도 하지요. 사루비아는 '샐비어'를 일본식으로 읽은 것! ^^

파란놀 2014-01-10 12:24   좋아요 0 | URL
네, 그렇군요.
그런데 '깨'를 닮아 깨꽃이라고 하면
참깨꽃하고 들깨꽃하고 이름이 비슷한 셈이네요.
그렇다고 꿀풀이라는 이름도 있어 꿀꽃이라고도 할 수 없고.

새 이름을 슬기롭게 생각해 보아야겠네요...

후애(厚愛) 2014-01-10 13:01   좋아요 0 | URL
저도 어릴적에 사루비아꽃만 보면 쪽쪽 빨아먹었던 기억이 나네요.ㅎㅎ



파란놀 2014-01-10 13:47   좋아요 0 | URL
그곳에 약을 쳤는지 안 쳤는지 따지지도 않고
참 잘도 빨아서 먹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