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시를 쓰기 

 

 

  아이와 함께 시를 쓰기로 했다. 일곱 살이 되어 곧 한글을 뗄 듯한 큰아이가, 교재나 교본으로 한글을 익히면 재미없으리라 느껴, 아이와 함께 읽을 시를 쓴다. 그러니까, 아버지는 시를 쓰고, 아이는 시를 읽는다.

 

  아이가 읽을 만한 시를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쓰려고 생각한다. 아름답지 않은 글이라면 굳이 배울 까닭이 없다고 느낀다. 사랑스럽지 않은 글이라면 딱히 배울 만한 뜻이 없다고 느낀다. 그런데, 마음과 삶을 아름답고 사랑스러워야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시를 쓸 수 있다. 아이와 시를 쓰기로 했다면, 내 마음과 삶이 언제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울 수 있도록 찬찬히 돌아보고 가꾸며 보듬을 수 있어야 하는구나 하고 느낀다.

 

  아이한테 시를 들려주려고 시를 쓰다 보니, 저절로 내 삶을 새롭게 가꾼다. 곰곰이 돌아보면, 나는 스스로 삶을 아름답고 사랑스레 가꾸고 싶어서 큰아이를 이 땅에서 맞이한 셈이요, 큰아이는 아버지하고 시노래 부르면서 즐겁게 꿈꾸고 싶어 내 곁에 찾아왔구나 싶다.

 

  시 한 줄이란 참 아름답다. 시 한 줄을 글로 적을 수 있으니 참 사랑스럽다. 사름벼리야, 너하고 나누는 시노래는 앞으로 네 동생하고도 나눌 시노래가 된단다. 4347.1.1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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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위의 자작나무 창비시선 290
장철문 지음 / 창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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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말하는 시 46

 

 

시와 아이와
― 무릎 위의 자작나무
 장철문 글
 창비 펴냄, 2008.7.25.

 


  아이들은 날마다 노래를 부릅니다. 가락을 입혀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아무런 가락이 없이 조잘조잘 재잘재잘 도란도란 수런수런 노래를 부르기도 합니다. 아이와 하루 내내 함께 지내는 사람이라면 아이들이 들려주는 노래를 늘 듣습니다. 귀담아듣든 흘려듣든 늘 노래를 들어요.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를 듣는 누군가는 이 노래를 종이에 정갈하게 옮겨적습니다. 누군가는 이 노래를 마음에 담습니다. 누군가는 이 노래를 한귀로 흘립니다. 누군가는 텔레비전이나 라디오를 켜서 이 노래가 사그라들도록 잠재웁니다.


..살모사도 밥을먹느라고 벼포기 사이에서 뜸부기 둥지로 머리를 내민다 ..  (8월의 식사)


  올해로 일곱 해째 내 곁에서 함께 살아가는 큰아이한테,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하는 노래를 들려줍니다. 한참 노래를 들려주다가 늘 가만히 되뇝니다. 이 노래에는 뜸북새가 나와요. 그러면, 우리 식구 살아가는 시골마을 논배미에 뜸북새 있는가? 나도 곁님도 아이도 뜸북새를 본 적이 없고, 찾을 길 없는데, 이 노래를 들려줄 만한가? 노래로는 즐겨도 될까? 볼 수 없는 새를 노래하면 우리 마음에서 무엇이 자랄까? 뜸북새는 시골 논배미에 다시 찾아들 수 있을까? 시골 아재 아지매는 기계를 내려놓고 호미와 쟁기와 가래와 낫을 들고 논배미에서 풀내음을 맡을 수 있을까?


.. 아이가 운다. 낮잠에서 깨어나 머리하러 간 엄마를찾아 운다. 안아도 얼러도 장난감을 주어도 관심 밖이다. 마루로 부엌으로 방으로 베란다로 두리번거리며 운다. 아빠의 얼굴을 만지며 운다. 아빠의 목을 더듬으며 운다. 아빠에게 애원해도 엄마가 없다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아이가 운다 ..  (아내가 머리하러 간 사이)


  아이가 날마다 노래를 하듯이, 나도 날마다 노래를 합니다. 이루지 못하는 꿈이 있으면 어서 이루기를 바라며 노래를 합니다. 이루는 꿈이 있으면 즐겁게 이루네 하고 노래를 합니다. 사랑을 꿈꾸며 노래를 부릅니다. 사랑을 속삭이며 노래를 부릅니다.


  아이를 품에 안고 노래를 합니다. 마당에서 뛰노는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를 들으면서 나도 따라서 노래를 합니다. 밥을 지으면서 노래를 부릅니다. 밥을 차리면서 노래를 부릅니다. 밥상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아이를 부르다가 노래를 부릅니다. 수저를 들며 노래를 부릅니다.


  아이들 옷가지를 손으로 복복 비벼서 빠는 동안 노래를 합니다. 잘 빨아서 잘 마르기를 바라며 마당에 옷가지를 널 적에 노래를 합니다. 해바라기를 하며 노래를 하고, 빨래를 걷어서 개는동안 노래를 합니다.


.. 아가야, 이 소똥하고 이마받이한 녀석아! / 아빠한테 삼촌이 있었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적이 없다 ..  (소주를 먹다)


  삶이란 언제나 노래이지 싶어요. 삶이란 늘 노래로 거듭나지 싶어요. 삶이란 노상 노래가 있어 아름답구나 싶어요.


  노래가 없으면 어떤 하루가 될까요. 노래가 없이 어떤 재미가 있을까요. 대중노래도 좋고 일본노래나 서양노래도 좋습니다. 어느 노래이든 좋습니다. 새가 지저귀는 노래도 좋고, 풀벌레가 들려주는 노래도 좋아요. 노래가 없는 삶이란 따분하고, 노래가 있는 삶이란 아름답습니다.


  그러니까, 아름답고 싶어 노래를 해요. 사랑스럽게 살아가고 싶어 노래를 해요. 나긋나긋 상냥하게 노래를 합니다. 빙그레 웃으면서 노래를 하고, 활짝 함박웃음 터뜨리면서 노래를 합니다.


.. 아빠, 나는 잠 안 자고 / 아직 깨어 있는데 / 왜 밤이 오는 거지? / 똥 누는 아이의 손을 잡고 앉아서 / 파래지는 바깥을 보는 시간 / 아이를 향해 희게 웃으며 / 목 놓아 우는 시간 /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행복한 시간 .. (똥 누는 시간)


  장철문 님 시집을 읽습니다. 무릎에 무슨 자작나무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장철문 님이 날마다 누리는 삶을 노래하는 이야기를 읽습니다. 처음에는 맨숭맨숭 알쏭달쏭하다가,  아이 이야기가 나오면서 눈빛 반짝반짝 밝히더니, 다시 아이 이야기가 사그라들면서 민숭민숭 아리송하게 흐르는 이야기를 읽습니다.


.. 아버지가 손을 내밀었다 / 살아서 처음 // 아버지 손도 따뜻했다 ..  (손)


  아이하고 노닥거리는 하루를 조금 더 들려주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하다가 입맛을 다십니다. 그래도 이렇게 아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저씨 시인이란 드물거든요. 그나마 이렇게 포대기를 두르며 아기를 달랜 하루를 시로 적바림하는 아저씨 시인이란 찾아보기 힘들거든요.


  시란 얼마나 쉬운가요. 시란 얼마나 재미있는가요. 시란 얼마나 착한가요. 시란 얼마나 아름다운가요. 시란 얼마나 좋은가요.


  일곱 살 아이하고 읽을 시를 써 보셔요. 일흔 살 할매하고 나눌 시를 써 보셔요. 문학비평가나 국문학과 학생한테 읽힐 시가 아닌, 대입시험 문제로 나올 시가 아닌, 문학이나 예술이라는 옷을 입는 시가 아닌, 아이와 노래할 시를 써 봐요. 할매와 손을 잡고 덩실덩실 춤을 출 만한 시를 써 봐요.


.. 할아버지와 손녀와 손자와 할머니와 큰엄마와 엄마와 큰아빠와 아빠와 작은엄마와 작은아빠가 냉이를 캐러 가고 있다 ..  (길목)


  우리들은 모두 아이입니다. 나를 낳고 돌본 어버이 곁에서 우리는 모두 아이입니다. 우리들은 모두 어버이입니다. 내가 낳아 돌보는 아이 곁에서 우리는 모두 어버이입니다. 곧, 우리들은 모두 사람이고, 사랑이며, 숨결입니다. 우리들은 모두 빛이고, 바람이며, 햇살입니다.


  시를 써요. 사람다운 눈빛 밝히면서 시를 써요. 시를 노래해요. 사랑스러운 바람이 산들산들 흐르는 시를 노래해요. 아이하고 어깨동무를 하면서 맑게 웃고 시를 써요. 아이가 흐드러지게 놀도록 마당을 내주면서 다 같이 시를 노래해요. 4347.1.1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재 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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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린다 

 

 

박정희와 전두환과 김영삼에다가

김대중과 노무현을 지나

이명박과 박근혜까지 가로지르는

새마을

경제개발

도시화

세계화

물결치는 국민소득 몇 만 달러

있기에

 

몇 분 동안

새까맣고 고요한

깊디깊고 길디긴

멧자락 숨구멍

고속버스로 달린다.

또 달린다.

자꾸자꾸 달린다.

 

전라남도 멧골은 온통 구멍길

자꾸자꾸 거듭거듭

멧자락 구멍으로

고속버스 파고들어

백이십 백사십으로 싱싱

달린다.

 

 

4347.1.16.나무.ㅎㄲㅅㄱ

 

..

 

전라남도에 새 고속도로와 고속철도를 놓으면서

산마다 구멍(터널)을 엄청나게 뚫었습니다.

어느 정부가 들어서도

이런 개발은 끊이지 않습니다.

무엇이 발전일까요.

몇 분 동안 백사십으로 밟으며 지나가는 터널이란

우리한테 무엇일까요?

참말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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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서울로 일을 보러 나오면서, 서울에서 여관에서 묵으면 글을 쓰려고, 메모리카드에 이것저것 밑글을 써서 갈무리를 했는데, 막상 인터넷 되는 여관에 들어와서 가방을 뒤지다가 아차차 메모리카드를 집에 그대로 두고 나왔다고 깨닫는다.여관 컴퓨터에는 글쓰기 프로그램이 없을 뿐 아니라, 미리 챙긴 밑글도 없지.하하하 헛웃음이 난다. 뭐지? 난 뭘까? 허전한 마음에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오늘 서울에 와서 들른 헌책방에서 장만한 책들 즐겁게 읽어야지. 어쩌겠니. 손에 아무것도 없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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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지를 들고 서울로 간다. 

택배로 부칠까 생각하다가

이제껏 교정지를 택배로 부친 적 없다는 대목 떠올린다.

 

화가들이 그림을 손수 들고 출판사에 가져가서 맡기듯

글을 쓰는 사람은

교정지와 원고를 손수 들고 찾아가기 마련이라고 느낀다.

 

아이들은?

함께 따라가고 싶어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좋을 대로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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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1-16 13:30   좋아요 0 | URL
아~ 교정지를 맡기려 가시는군요~
아름답고 예쁜 책, 어서 빨리 만나고 싶습니다~*^^*

파란놀 2014-01-17 20:23   좋아요 0 | URL
이제 한 달쯤 뒤에 예쁘게 나올 수 있어요.
두근두근 설렙니다~

후애(厚愛) 2014-01-17 20:27   좋아요 0 | URL
저도 빨리 만나고 싶습니다!!
어떤 책일까 무척 궁금하네요.^^

파란놀 2014-01-17 21:08   좋아요 0 | URL
아주 멋진 책이랍니다 ^___^
두근두근 기다려 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