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순이 4. 마루문 걸레질 (2014.1.19.)

 


  쓸고 닦고 이불을 털어서 말리는 아버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큰아이가 “나도 도울래.” 하면서 걸레를 물에 적시고는 대청마루를 신나게 닦는다. 그러고는 피아노방을 함께 닦더니, 마루문을 닦겠다고 문을 붙잡고 논다. 큰아이한테 “걸레 이리 줘 보렴.” 하고 말하고는 빨아서 다시 건넨다. 손이 닿는 데까지 죽죽 뻗으면서 유리문을 닦는다. 잘 하네. 예쁘네. 이제 아버지는 빨래를 할 생각인데, 이에 앞서 너희 머리를 감자. 자, 나중에 더 걸레질을 하고 벼리랑 보라랑 머리 감으러 가자.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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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먹는 밥

 


  아이들한테 차려 주는 밥이란 아이들만 먹는 밥이 아니다. 아이들이 먹어야 할 밥을 따로 차리지 않는다. 아이들이 먹기를 바라는 밥을 애써 차리지 않는다. 아이하고 함께 맛나게 즐길 밥을 차린다. 어버이로서 여느 때에 늘 즐기는 밥을 차려서 아이들이 이 밥을 기쁘게 맞이해서 아름답게 먹을 수 있기를 바란다.


  아이만 생각해서 차리는 밥이란 없다. 아이를 생각할 적에는 저절로 어버이인 내 몸을 함께 생각한다. 어버이인 내 몸을 생각할 적에도 똑같이 아이들 몸을 나란히 생각한다. 함께 살아가는 숨결인 줄 느끼면서, 서로 맑고 밝게 웃을 나날을 가만히 그린다.


  평화롭게 누리는 삶이란 너와 내가 모두 평화로운 삶이다. 어느 한쪽만 평화로울 수 없다. 나는 누런쌀밥을 즐겨먹기는 했으나, 날푸성귀를 즐겨먹지는 않으면서 지냈다. 날푸성귀가 어떤 풀맛인가를 느낀 지는 아직 열 해가 안 되었다. 날무도 날배추도 날당근도 날오이도 실컷 즐긴 지는 몇 해 안 되었다. 기름으로 지지고 볶기를 내키지 않다 보니, 아이한테 지짐이나 볶음이나 무침은 되도록 차리지 않고, 나 또한 으레 날것으로 먹기 마련이다. 오이지도 맛있지. 그런데 날오이도 되게 맛있다. 김치도 맛있다 할 만하겠지. 깍뚜기도 배추김치도 맛있다 하리라. 그런데 날무도 참 맛있다. 양배추도 여느 풀도 간장으로 살짝 버무려서 올린다. 이렇게 먹을 적에 내 뱃속이 가장 느긋하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뱃속이 느긋할까. 하루에 한두 차례 아이들이 누는 똥을 들여다보고 냄새를 맡으면, 아이들도 이런 밥차림이 몸에 맞는구나 하고 느낀다.


  이 겨울 지나고 새봄 찾아오면 아이들과 함께 집 둘레 온갖 풀을 찬찬히 뜯어서 즐겨야지. 아이들이 한 살 두 살 더 먹을수록 스스로 흙에서 풀을 얻고 흙벌레와 흙나무를 찬찬히 눈여겨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가까이에서 가장 또렷하고 힘있게 밥차림 이야기를 알려주는 사람은 바로 아이들이다. 4347.1.20.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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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2014-01-20 11:56   좋아요 0 | URL
보기만 해도 건강해질 것 같은 밥상이네요.
재료가 좋지 않을 때 양념과 조리법이 복잡해집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죠.

파란놀 2014-01-20 13:55   좋아요 0 | URL
그렇기도 하겠네요.
재료가 안 좋다든지,
재료를 다룰 줄 모를 적에,
양념을 자꾸 쓰면서
조리법도 어려워지겠어요.
 

산들보라 수저 가지런히

 


  밥상을 다 차린 뒤 아이들을 부른다. 어느덧 작은아이도 밥상에 수저를 착착 놓을 줄 안다. 누나 수저 어머니 수저 아버지 수저를 잘 골라서 놓는다. 그러고는 제 수저도 가지런히 놓으려고 두 손으로 모아서 추스른다. 4347.1.20.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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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52. 2014.1.7.

 


  아이들이 스스로 밥과 풀을 알맞게 집어서 먹을 수 있는 날을 기다린다. 머잖아 찾아오리라 생각한다. 그때까지 아이 입에 밥과 풀을 넣어 주거나 아이 숟가락에 올려 준다. 서두를 까닭이 없다. 찬찬히 함께 먹으면 된다. 즐겁게 먹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도 아이들과 즐겁게 밥을 먹을 때에 마음속에 고운 빛이 서리는구나 하고 느낀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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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01. 2014.1.12.ㄴ 밥상맡 거꾸로 책

 


  밥상맡에서 만화책을 무릎에 펼치는 누나 흉내를 내는 작은아이. 늘 누나 흉내를 하는 따라돌이인데, 따라돌이로 놀면서 책은 으레 거꾸로 쥔다. 거꾸로 쥐어 넘기는 책은 어떤 재미일까. 나도 어릴 적에 작은아이처럼 거꾸로 책을 쥐며 놀곤 했을까. 거꾸로 본다지만 무엇을 거꾸로 볼까. 똑바로 보는 책은 무엇일까. 반듯하게 펴서 책을 읽는다는 이들은 참말 반듯하고 똑바르게 지구별 삶자락을 읽는가.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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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4-01-20 11:15   좋아요 0 | URL
거꾸로 보는 책, 너무 예쁘네요.

파란놀 2014-01-20 11:19   좋아요 0 | URL
네, 예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