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놀이 2 - 둘이 함께

 


  큰아이가 억새 한 포기 뽑아 달라면서 부른다. “어디만큼 뽑을까?” “음, 저기.” 큰아이가 바라는 대로 길게 뽑는다. 이제 작은아이도 하나 뽑아 달란다. 그래 저쪽에 긴 억새 있으니 저기에서 뽑자. 두 아이는 억새 한 포기 손에 쥐고 좋다. 깔깔 웃으면서 자동차 없는 시골길 한복판을 성큼성큼 걷는다. 마을 어귀 배롱나무 가지에 살살 문질러 본다. 아무렴, 좋지. 즐겁지. 재미있지. 우리 시골은 온통 놀잇감이니까. 4347.1.2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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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1-21 23:00   좋아요 0 | URL
억새 한 포기만 가지고도, 즐겁게 노는 벼리와 보라가 참 부러워요~!
아 저 나무가 배롱나무군요~?
벼리의 신발도 보라의 바지도 참 예쁘네요~*^^*

파란놀 2014-01-21 23:09   좋아요 0 | URL
시골에서는 모두 배롱나무라 하고,
도시로 가면 다들 백일홍이나 '목백일홍'이라고 하더라구요.

보라는 갑자기 '한복' 입다고 말해서
어제부터 아주 오랜만에 입혔어요.

보라 신은
누나가 지난해까지 신던 털신이랍니다 ^^;
 

같은 영화를 사흘째 내리 다시 보기

 


  일본에서 ‘기적 사과’를 선보인 분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보았다. 처음에는 나 혼자 본다. 아이들과 볼 만한지 꼼꼼히 살핀다. 이튿날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본다. 그 다음날,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한 번 더 본다. 그러고 다음날에는 네 식구가 함께 영화를 본다.


  영화에 나오는 사과밭 아재가 바보스러운 길을 걸어가며 둘레 사람들을 슬프게 할 적에, 영화를 보는 아이들도 울고 나도 운다. 마지막으로 열한 해째를 맞이해 비로소 ‘농약도 비료도 풀베기도 없이’ 숲 그대로 가꾼 끝에 얻은 사과 한 알을 보면서, 그러니까 사과밭이 아닌 ‘사과숲’을 보면서 즐겁게 눈물을 흘린다.


  며칠에 걸쳐 같은 영화를 네 차례 보면서 생각한다. 우리 지구별에 태어난 영화 가운데 아름다운 영화는 아주 많다. 아이들하고 《말괄량이 삐삐》 디브이디는 네 편 모두 수백 번 되풀이해서 보았지만 언제나 새삼스레 다시 본다. 작은아이가 열 살쯤 되면 《말괄량이 삐삐》는 디브이디 넉 장을 따로따로 천 번쯤 보겠다고 느끼기도 한다.


  얼마나 재미있는가. 영화 한 편을 천 번씩 다시 볼 수 있다면. 우리 삶에 얼마나 고운 마음밥이 될까. 영화 한 편을 열 해에 걸쳐 천 번쯤 볼 수 있다면.


  시골에서 살아가는 이웃들이 《기적의 사과》라는 영화를 볼 뿐 아니라, 후쿠오카 마사노부 님 책과 함께 《자연 재배》라는 책을 읽으면서 우리들 아름답게 살아갈 집이란 바로 ‘숲’인 줄 깨닫기를 빈다. 시골 아닌 도시에서 살아가는 이웃들 또한, 도시에서 저마다 ‘아파트’ 아닌 ‘숲’을 돌보면서 몸과 마음을 곱게 다스릴 수 있기를 빈다. 4347.1.2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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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1-21 22:58   좋아요 0 | URL
<기적의 사과>는 책으로도 읽었고, 영화도 제게 있는데
아직 못 보았어요~
오늘 밤에는, 저도 이 영화를 보고 자야겠습니다~*^^*

파란놀 2014-01-21 23:08   좋아요 0 | URL
오오, 이 영화를 아시는군요!
개봉한 지 얼마 안 되었더라고요.
영화를 얼마나 짜임새있게 잘 만들었는지,
또 이야기는 얼마나 아름답게 잘 엮었는지,
이 나라 모든 시골 이웃들한테
이 영화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굴뚝굴뚝 같아요...
 
주명덕 Joo Myung-Duck 열화당 사진문고 1
열화당 편집부 엮음 / 열화당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주명덕 님 사진책 <장미>는 새책방에서 팔지 않습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이렇게 다른 주명덕 님 책에 이 사진책 느낌글을 붙입니다. 도서관에 이 책이 깃들어, 사람들이 널리 살펴볼 수 있는 길이 열리기를 빌어 마지 않습니다.





..


 

찾아 읽는 사진책 156

 


하나도 사진, 둘도 사진
― ROSE
 주명덕 사진
 한미사진미술관, 2009.6.13.

 


  하나를 보아도 사진입니다. 둘을 보아도 사진입니다. 꽃집에서 보아도 사진입니다. 씨앗을 받아 찬찬히 돌보며 나무로 키워 늘 지켜보아도 사진입니다. 어느 쪽에서도 사진은 태어납니다. 어느 곳에서도 사진을 읽습니다.


  장미를 보아도 사진입니다. 괭이밥꽃을 보아도 사진입니다. 동백을 보아도 사진입니다. 후박꽃을 보아도 사진입니다. 동백씨앗이 천천히 여물다가 굵어지고 무르익으며 벌어지는 모습을 보아도 사진입니다. 후박꽃 망울이 차츰 굵고 단단해지다가 천천히 벌어지면서 한껏 흐드러지도록 터지는 모습을 보아도 사진입니다. 어느 꽃을 보아도 사진은 태어납니다. 어느 꽃잎과 풀잎을 읽어도 사진을 깨닫습니다.


  나그네도 사진입니다. 마을사람과 토박이도 사진입니다. 나그네로 슬쩍 지나가다가 담아도 사진입니다. 마을사람이 한결같이 지내는 삶자락 담아도 사진입니다. 토박이가 토박이다운 눈썰미와 마음으로 그려도 사진입니다. 여행자가 되어야만 사진이 되지 않고, 마을사람 눈길로 바라보아야만 사진이 되지 않습니다. 다만, 서로 다른 삶을 서로 다른 사랑으로 담아 서로 다른 이야기와 빛이 흐르는 사진이 됩니다.


  주명덕 님이 일흔 나이 언저리에 선보이는 사진책 《ROSE》(한미사진미술관,2009)를 읽습니다. 이 사진책은 시중에 돌지 않고, 새책방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러면 도서관에는 있을까요? 네, 국립중앙도서관에는 있습니다. 그러면 다른 도서관에는 있을까요? 음,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국립중앙도서관에 가면 이 사진책을 만날 수 있습니다. 또는, 이 사진책을 펴낸 한미사진미술관에 찾아가면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주명덕 님은 사진책 첫머리에서, “장미는 예쁘고 아름답다. 흰장미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품격이 백작부인 같다. 남대문 꽃시장 나의 단골 아줌마는 항상 좋은 백장미를 골라 준다. 나는 백장미를 좋아한다. 그리고 사랑한다. 그 사랑을 나는 내 사진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하고 밝힙니다. 그런데, 한자말 ‘우아(優雅)하다’는 ‘아름답다’를 뜻합니다. 한국말 ‘아름답다’를 한자말로 옮기면 ‘우아하다’가 되는 셈입니다. 그리고, 한국말로는 ‘흰장미’이고, 한자로 적으려면 ‘백(白)장미’가 되지요. “우아하고 아름다운 품격”이란 “아름답고 아름다운 품격”이에요.




  한국사람이 ‘아름다운 흰장미’를 바라보든, 일본사람이나 중국사람이 ‘優雅한 白장미’를 바라보든 똑같은 꽃입니다. 미국사람이 ‘beautiful white rose’를 바라보아도 똑같은 꽃이에요.


  사진책 《ROSE》는 흰장미를 다발로 처음 만날 적에 곱게 빛나는 모습부터 찬찬히 시들어 마른 모습까지 흑백사진으로 보여줍니다. 차근차근 흐르는 사진을 보여주는 주명덕 님은 “어느덧 내 나이가 칠순이 되었다. 장미 사진들을 보니 내 삶을 보여주는 것과 같다. 이제부터, 이제부터 더욱 좋은 사진 작업을 해야만 한다. 희망과 용기를 갖도록 도와주십시오.” 하는 말을 붙입니다. 그래요, 하얗게 빛나는 장미는 주명덕 님이 풋풋한 눈빛으로 사진기를 처음 쥐던 때 모습일 테고, 차츰 흰빛이 바래는 흐름은 주명덕 님이 신나게 사진기를 쥐면서 뛰어다닐 적 모습일 테지요. 이러다가 뻣뻣하게 시들면서 마르는 장미빛이란 주명덕 님이 일흔 고개를 지나가는 모습이 되겠지요.


  장미꽃은 언제 가장 아름다울까요. 사람은 언제 가장 빛날까요. 장미꽃은 언제 가장 맑을까요. 사람은 언제 가장 환하게 웃을까요. 장미꽃은 언제 가장 돋보일까요. 사람은 언제 가장 싱그럽게 웃으면서 일할까요.


  어린이가 가장 아름다우리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흔 할매나 여든 할배쯤 되어야 가장 멋스러우리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름다움도 멋도 빛도 따로 금으로 죽 그어서 가르지 못합니다. 오늘이 더 아름답거나 어제가 더 아름답지 않습니다. 모레가 한결 아름다울 수 있거나 이듬해에 훨씬 아름다울 수 있지 않습니다.


  갓 돋은 장미꽃은 갓 돋은 대로 곱습니다. 한창 무르익다가 천천히 시들며 씨앗을 맺으려는 꽃송이는 이러한 결대로 곱습니다. 꽃잎이 모두 진 나뭇가지는 나뭇가지대로 곱습니다. 겨울을 나면서 새눈이 돋는 모습은 새눈대로 곱습니다.


  작은 씨앗은 씨앗으로서 곱습니다. 우람한 나무는 우람한 나무로서 곱습니다. 찔레나무는 찔레나무대로 곱고, 탱자나무는 탱자나무대로 곱습니다. 버들잎은 버들잎대로 고우며, 억새잎은 억새잎대로 곱지요.


  고운 눈빛으로 바라보면 어느 나무라도 곱습니다. 사랑스러운 손길로 쓰다듬으면 어느 풀이라도 사랑스럽습니다. 고운 빛을 사진으로 담지 못한다면, 고운 눈길로 바라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랑스러운 무늬를 사진으로 싣지 못한다면, 사랑스러운 손길로 어루만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문가 되어야 사진을 잘 찍지 않습니다. 사진을 쉰 해쯤 찍고 나야 비로소 빛을 볼 수 있지 않습니다. 즐겁게 살아가려는 사람이 즐겁게 사진을 찍습니다. 사랑을 속삭이는 하루를 밝히는 사람이 사랑스러운 사진을 내놓습니다.


  하나도 사진입니다. 둘도 사진입니다. 하나를 읽어도 사진입니다. 둘을 읽어도 사진입니다. 셋이나 넷까지 담거나 보여주어야 사진이지 않습니다. 하나에서 그치거나 둘에서 머물더라도 안 볼 만한 사진이 되지 않습니다. 언제나 즐겁게 나누는 사진이요, 저마다 기쁘게 어깨동무하는 사진입니다. 일흔 나이란 대수롭지 않고, 오랜 사진길은 놀랍지 않습니다. 꿈을 키우는 삶빛일 때에 곱습니다. 사랑을 나누는 눈빛일 때에 아름다운 사진입니다. 4347.1.2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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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 동생한테 등을 내주며

 


  엎드려서 노는 큰아이가 동생한테 등을 내준다. 그러나, 등을 내준다기보다 엎드린 누나 등짝에 동생이 폭삭 앉는다고 해야 옳으리라. 큰아이는 동생이 등짝에 앉아도 싫은 티를 내지는 않는다. 다만 등허리 쪽으로 앉으면 무겁고 힘들다 말하고, 엉덩이 쪽으로 앉으면 아무 말을 않는다. 누나가 바닥에 엎드려서 책을 보거나 글씨쓰기를 하거나 그림을 그릴 적마다 놓치지 않는 작은아이는, 누구라도 방바닥에 눕거나 엎드리면 올라타려고 한다. 4347.1.2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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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9년에 처음 나왔다가 어느새 사라진 어린이문학 가운데 《미스 히코리》가 있다. 미국에서는 1947년에 뉴베리상을 받았다는 작품이다. 나는 이 책을 예전에 헌책방에서 문득 보고는, 1979년 그무렵에도 이 땅 아이들한테 마음밥이 될 아름다운 책을 나누고 싶어 하던 사람들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국민학교 다니며 이 예쁜 책을 읽지 못했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이 책을 슬기롭게 알아보고 예쁘게 갖추어 준 어른이 없었으니까. 지난날 이 책이 널리 사랑받을 수 있었다면, 어릴 적부터 이 책을 읽었을 테고, 이 책을 읽고 자란 아이들 마음에 고운 빛이 깃들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는 밑거름이 되었겠지. 처음 한국에 번역된 뒤 서른 몇 해 지나 새롭게 번역된 이 책은 앞으로 얼마나 사랑받을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예쁘게 알아보면서 아이들과 맑은 삶빛을 꽃피우는 길 걸을 수 있을까. 4347.1.21.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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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히코리
캐롤린 베일리 지음, 김영욱 옮김, 갈현옥 그림 / 한림출판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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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주문하면 "2월 25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4년 01월 21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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