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름벼리 빨래널기 거들래

 


  빨래를 마친 옷을 잔뜩 안고 평상에 놓는다. 옷걸이에 꿸 옷가지는 옷걸이에 꿰어 널고, 그냥 널 옷가지는 그냥 넌다. 처음에는 아버지 혼자 하는데, 어느새 큰아이가 알아보고는 “나도 할래!” 하면서 옷걸이를 들고 천천히 꿴다. 키가 자라고 몸이 자라며 마음이 자라는 큰아이가 여러모로 일손을 거드니 한결 일찍 끝나면서 개운하게 마무리짓는다. 4347.2.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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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이 즐거우냐

 


  마당에서 뛰어놀려는 아이들이 신을 꿴다. 양말 안 신고 그냥 뛰쳐나간다. 작은아이는 처음에 고무신을 꿰려 하다가 긴신으로 바꾸어 꿴다. 큰아이는 털 달린 긴신을 꿴다. 두 녀석 모두 맨발이다. 바람이 싱싱 부는데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두 녀석 쳐다보는 아버지도 맨발로 섬돌에 선다. 아이들 둘레를 맨발에 고무신을 꿴 채 함께 걷고 달린다. 나부터 양말을 찬찬히 신은 다음 고무신을 꿰면, 두 아이 모두 양말부터 찬찬히 신은 다음 저희 신을 찾아서 발에 꿰려나. 뭐, 놀다 보면 아이들이 스스로 잘 느낄 테지만, 양말을 신을 적보다 맨발일 적에 한결 홀가분하다. 양말을 신고 한참 달리거나 뛰다 보면 발에 땀이 찬다. 맨발로 놀아도 발가락에 땀이 날 테지만, 땅바닥에 닿는 느낌은 맨발일 적에 더 재미나다. 이 재미를 더욱 느끼고 싶어 맨발로 뛰노는지 모른다. 4347.2.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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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자전거 환경지킴이 3
이상교 지음, 오정택 그림 / 사파리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42

 


자전거를 달리는 즐거움
― 초록 자전거
 오정택 그림
 이상교 글
 사파리 펴냄, 2010.2.25.

 


  이상교 님이 쓴 글이 오정택 님이 그림옷 입힌 《초록 자전거》(사파리,2010)를 읽습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풀빛 자전거는 시커먼 자동차를 아랑곳하지 않고 하늘을 훨훨 날기도 하고, 빨간 풍선을 매달고 사뿐사뿐 나긋나긋 달리기도 합니다. 도심지를 벗어나 자전거길 있는 공원을 달리면서 풀내음을 마시기도 합니다.


.. 방학을 맞아 엄마가 새 자전거를 사 주셨어요. 날씬한 초록 자전거는 내 마음에 쏙 들었어요 ..  (3쪽)


  자동차가 한 대만 지나가도 아주 시끄럽습니다. 자동차를 모는 사람이 아닌, 여느 길을 천천히 걷거나 자전거를 달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습니다. 천천히 달리는 자동차라도 시끄럽습니다. 그리고, 자동차 한 대가 지나가더라도 골목에서는 모든 사람이 담에 바싹 붙거나 비켜야 합니다. 자동차에 꼭 한 사람이 탔어도 수십 수백 사람이 비키거나 물러서야 해요.


  이 나라 교통법이나 교통행정에서는 언제나 자동차가 으뜸입니다. 걷는 사람은 맨 꼴찌입니다. 아니, 걷는 사람은 아예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서울을 생각해 봐요. 서울에서 자동차가 한강을 건너도록 수많은 길이 있으나, 서울에서 사람이 한강을 건너도록 알맞게 길을 내지 않아요. 사람만 건널 수 있는 한강다리란 없습니다. 사람이 한강다리 한쪽 귀퉁이에서 살금살금 건널 수 있으나, 자동차 때문에 귀가 찢어져야 하고 매캐한 배기가스를 엄청나게 마셔야 합니다.

 


.. 오토바이도 자동차도 자전거처럼 조용히 지나가면 참 좋을 텐데 ..  (19쪽)


  서울을 비롯해 자전거길 있는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자전거길을 달리는 오토바이가 있습니다. 공원을 지킨다는 이들조차 자전거 아닌 오토바이를 몹니다. 게다가, 자전거길에 개를 끌고 나오는 사람이 있고, 자전거길에서 뒤로 걸으며 운동하는 사람이 있으며, 손을 맞잡고 나들이를 하는 젊은 짝꿍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자전거길 아닌 거님길을 자전거로 달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리저리 뒤죽박죽입니다.


  어느 도시에는 찻길 한쪽에 자전거길을 마련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도시마다 있는 자전거길은 거의 주차장입니다. 상주도 순천도 창원도 인천도, 자전거길은 자전거 다니는 길이 아니라 주차장 구실을 합니다. 자전거가 자전거길을 달리지 못합니다.


  더없이 슬프고 고단한 우리 삶터를 돌아본다면, 그림책 《초록 자전거》는 그야말로 꿈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우리 삶이 너무 팍팍하고 메마르며 고달픈 나머지, 그림책에서는 시커먼 자동차를 우습게 여기듯이 자전거가 훨훨 날아요.

 


.. 자동차 소리가 멀어지자 씽씽이의 바퀴살 소리가 들려왔어요 ..  (22쪽)


  그런데, 그림책 《초록 자전거》는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무엇보다 자전거 그림이 엉터리입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는 자전거를 엉거주춤하게 등을 구부리고 타요. 게다가 팔꿈치가 손잡이 아래로 처집니다. 무릎도 제대로 펴지 못하면서 발판을 굴러요. 도무지 알맞지 않습니다.


  자전거를 탈 적에는 등을 곧게 펴야 합니다. 아주 빨리 달리려는 경주용 자전거가 아니라면 등을 구부릴 까닭이 없어요. 더욱이, 자전거를 달릴 적에 손잡이는 곧게 편 등허리에서 곧게 뻗어서 잡습니다. 손잡이를 잡은 손등은 내 얼굴이 아닌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앞쪽으로 살짝 기울이도록 해야 올바릅니다. 팔을 곧게 펴서 손잡이를 잡지 않으면 손잡이가 이리저리 춤추어요. 아니, 자전거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옆으로 팩 쓰러집니다. 자전거 발판을 구를 적에는 한쪽 다리가 곧게 펴질 만큼 안장대를 맞추어야 무릎 관절이 안 다쳐요. 곧, 그림으로 그리자면, 한쪽 다리가 발판 아래쪽까지 곧게 뻗도록 그려야 올바릅니다.


  한편, 자전거 꽁무니에는 풍선을 줄에 매달아 달면 안 됩니다. 아주 위험합니다. 줄에 매달아 풍선을 달면, 자전거를 달리다가 풍선이 이리저리 춤추다가 줄이 뒷바큇살에 걸려요. 줄이 뒷바큇살에 걸리면 자전거가 갑자기 섭니다. 이러면서 크게 다치지요. 자전거 뒤쪽에 무엇을 달자면, 깃대꽂이를 붙인 다음, 대나무살처럼 튼튼하면서도 바람에 따라 알맞게 휘는 깃대를 꽂은 다음, 이 깃대에 달아야 합니다. 깃발이든 풍선이든 줄로 매달면 안 됩니다. 줄로 매단 채 자전거를 달리면 옆을 달리는 자동차한테도 위험하고, 마주 달리거나 뒤에서 따라오는 자전거한테도 몹시 위험하지요.


  그림책 《초록 자전거》 뒤쪽에는 “자전거를 탈 때에는 이렇게 하기로 해요!” 하면서 여덟 가지를 밝히지만, 정작 이 그림책에서는 ‘자전거를 위험하게 타는 모습’을 그린 셈입니다.


  한 가지를 덧붙여, “자전거 안전 수칙”만 아이들한테 되풀이해서 들려주기 앞서, “자전거 타는 즐거움”을 말할 수 있기를 빌어요. 어른들 스스로 자동차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아이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추우나 더우나 시원하나 따뜻하나 자전거로 마실을 하는 기쁨과 웃음과 사랑을 한결 포근하게 그림책이나 동화책에 담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7.2.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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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툭 치다

 


  느낌글을 쓰려고 책을 사진으로 찍는데, 마루와 방 사이를 바지런히 오가며 뛰노는 작은아이가 뒤에서 툭 친다. 툭 치는 바람에 찰칵 하고 사진기를 누를 적에 크게 흔들린다. 요 녀석, 마룻바닥에 쪼그려앉아서 사진을 찍는 아버지는 거들떠보지 않느냐?


  일곱 살 큰아이도 동생하고 놀면서 걸핏하면 아버지를 툭툭 친다. 사진을 찍을 적에도 글을 쓸 적에도 자꾸 팔을 치고 등과 허리를 친다. 글을 쓰다가 볼펜이 비죽 밀리면서 공책이나 책에 굵다락 줄이 죽 그어진다. 아아, 디지털사진은 지우고 다시 찍으면 된다지만, 볼펜으로 망가진 공책이나 책은 어쩌니?


  일을 하지 말고 놀자는 뜻일까. 일은 조금 쉬라는 뜻인가. 툭툭 건드리지 않을 때까지 함께 땀을 쏘옥 빼도록 놀아야 한다는 뜻이려나.


  하기는. 일곱 살과 네 살 아이가 까르르 웃고 떠들면서 뛰놀지 않으면 안 어울린다. 너희들 너는 자리에 걸리적거린 아버지가 잘못했지. 4347.2.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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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함께 32. 어떤 사진을 빚는가

 


  아이들과 조그마한 집에서 지내니, 아이들은 늘 어머니 아버지와 같은 방에서 먹고 자고 놀고 뛰고 구르고 합니다. 커다란 집에서 지낸다면, 아이들은 따로 방을 하나씩 얻겠지요. 앞으로 아이들이 무럭무럭 커서 저희 방을 바라면 집을 조그맣게나마 새로 짓거나 아이들이 지낼 방을 따로 마련해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어버이와 아이가 방을 따로 쓴다면, 어버이는 어버이대로 홀가분하고 아이는 아이대로 홀가분할 수 있겠지요. 어버이와 아이가 방을 같이 쓴다면, 어버이는 자다가도 틈틈이 아이들 이불을 여밀 수 있으며, 아이들이 밤에 쉬가 마려워 부르면 곧바로 함께 일어날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 더 낫다고 여기지 않아요. 퍽 이른 나이부터 혼자 씩씩하게 잠들도록 해도 되고, 나이를 꽤 먹은 뒤에까지 온 식구가 한 이불 덮는 살가움을 누리도록 해도 됩니다. 함께 밥을 먹고, 함께 걸레질을 하며, 함께 씻습니다. 함께 방을 치우고, 함께 책을 읽으며, 함께 나들이를 갑니다.


  커다란 집이기에 더 좋거나 다 좋지 않습니다. 조그마한 집이기에 덜 좋거나 다 나쁘지 않습니다. 어떠한 집에서 살든, 스스로 좋은 삶을 볼 수 있으면 좋은 사랑을 누립니다. 어떠한 집에서 지내든, 스스로 좋은 삶을 못 보고 나쁜 구석만 자꾸 바라보면, 마음속에는 자꾸 나쁜 빛이 깃듭니다.


  아주 좋은 어딘가를 찾아가야 좋은 사진을 찍는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아주 멋진 누군가를 찾아내야 멋진 사진을 찍는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영화배우를 찍어야 훌륭한 사진이 되지 않습니다. 시골 흙일꾼이나 바닷가 고기잡이를 찍으면 시골스럽거나 안 멋있는 사진이 되지 않습니다.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는 누군가를 사진으로 찍든, 사진기를 쥐고 이녁을 마주하는 우리 스스로 ‘좋은 마음’이 될 때에 ‘좋은 빛’을 깨달아 ‘좋은 이야기’ 담는 ‘좋은 사진’을 찍는다고 느껴요.


  어떤 사진을 빚느냐는 어떤 눈길로 어떤 삶을 가꾸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할 만합니다. 어떤 사진을 찍으며 살아가느냐는 어떤 마음으로 어떤 사랑을 꽃피우려 하느냐에 따라 바뀐다고 할 만합니다.


  좋은 것이 있으니 좋은 것을 볼 수 있어요. 나쁜 것이 있으니 나쁜 것을 볼 수 있어요. 그러면,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쁠까요. 우리는 왜 좋거나 나쁜 것을 가를까요. 좋거나 나쁜 것을 가르는 마음결은 누구한테서 배웠을까요.


  좋거나 나쁘거나 굳이 가르지 않는 마음이라면, 언제나 스스럼없는 모습을 느끼고 꾸밈없는 모습을 만나리라 봅니다. 사진이란 바로 이 대목을 밝히는 즐거움 아닐까 싶습니다. 좋은 사진을 찍겠다느니, 안 좋은 사진을 찍겠다느니, 하고 가르지 않습니다. 이래야 좋거나 저래야 안 좋다 하고 말할 수 없는 사진입니다. 스스로 살아가는 대로 사진을 찍습니다. 스스로 사랑하는 대로 사진을 빚습니다. 스스로 꿈꾸는 대로 사진을 나눕니다. 4347.2.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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