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변방은 어디 갔나 창비시선 332
고은 지음 / 창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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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말하는 시 49

 


시와 언저리
― 내 변방은 어디 갔나
 고은 글
 창비 펴냄, 2011.7.11.

 


  우리 집 네 식구 살아가는 시골마을에서 이웃 할매와 할배는 젊은 사람과 아이가 마을에 있어 좋다고 말씀하시면서도, 젊은 사람과 아이가 왜 이런 깊디깊은 두멧시골로 와서 살려 하느냐고 물으시곤 합니다. 언제부터인가 이 나라에 퍼지고 만 얄궂은 말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고’처럼, 서울로 가야지 왜 시골로 오느냐고 한 말씀을 합니다.


  이 나라 모든 시골 군과 읍과 면에서는 아이들을 도시로 내보내기에 바쁩니다. 군수님과 초·중·고등학교 교사뿐 아니라, 여느 어버이까지 한목소리로 ‘아이들은 서울(또는 서울과 가까운 도시)로 가야 한다’고 외칩니다. 시골에서 나고 자라는 아이들이 시골에서 뿌리를 내리며 살도록 북돋우는 여느 어버이를 만나기 아주 어렵습니다. 시골에서 나고 자라는 아이들이 시골바람을 쐬고 시골내음을 맡으며 시골노래를 부르도록 가르치거나 이끄는 어버이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 함박눈이 내리나부다 / 울음에 / 함박눈이 내리나부다 ..  (대설주의보)


  시골에서 고즈넉하게 생각에 잠깁니다. 눈은 하늘에서 내립니다. 비는 하늘에서 내립니다. 하늘이 없으면 아무도 살아남지 못합니다. 하늘에서 비가 오지 않으면 모두 메말라 죽습니다.


  도시에서는 물꼭지 틀면 물이 콸콸 나오니, 아마 비 없는 가뭄이 어떤 끔찍함인지 잘 모를 텐데, 하늘이 이 땅을 돌보지 않으면 누구나 살아남을 수 없어요. 왜냐하면, 돌고 도는 흐름이 사라지면, 아무도 숨을 쉴 수 없기 때문입니다.


  풀과 나무가 자라 푸른 숨결 내뿜어 주기에 짐승과 벌레와 사람이 숨을 쉬어요. 풀과 나무가 자라 숲과 들을 이루어 주기에, 짐승도 벌레도 사람도 밥을 얻어요. 풀과 나무가 자라 숲과 들을 베풀어 주기에, 숲과 들을 가로지르며 냇물이 흐르고 바닷물이 파랗습니다.


  잘 헤아려 보셔요. 비가 내릴 적마다 숲이나 들에서는 흙이 쓸려 냇물로 모이고, 냇물은 흙을 온통 바다로 보내요. 바닷가 갯벌은 숲과 들에서 흘러온 흙이 쌓이면서 새롭게 빛납니다. 그렇지만 비가 오고 또 온대서 멧봉우리가 깎이지 않아요. 왜냐하면, 흙이 빗물에 쓸려서 내려가더라도, 풀과 나무가 새로운 흙이 되어 주거든요. 그러니까, 풀과 나무가 없는 멧자락이 되면, 멧봉우리는 곧 허물어지고 사라집니다.


.. 나무 없는 / 나뭇잎새 없는 저녁이었다 / 나는 일어서서 / 멀리멀리 / 저물어버린 하늘을 쳐다보았다 ..  (어떤 동시)


  시골마을과 숲과 멧골 한쪽에 시멘트로 높다란 둑을 쌓아 댐을 지었기에 도시사람은 언제나 물꼭지 틀어서 물을 씁니다. 그런데, 이런 물조차 가뭄이 길어지면 말라서 사라져요. 더군다나, 댐에 가둔 물은 흐르는 물이 아닌 고인 물입니다. 고인 물은 썩습니다. 썩은 물로는 목숨을 살리지 못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사람은 나면 도시로 보낸다’는 소리란, 문명과 물질과 기계가 춤추는 곳에서 문명과 물질과 기계에만 기대어 살도록 길들인다는 뜻입니다. 문명과 물질과 기계는 ‘자연과 동떨어져’도 살아갈 수 있는 듯 눈속임을 하지만, 비가 한 번만 몰아쳐도 도시가 흔들려요. 땅이 한 번 쩍 갈라지면 엄청난 문명도 하루아침에 사라집니다. 바닷물이 한 번 철렁 넘치기만 해도 수십만 사람이 한꺼번에 죽습니다. 핵발전소뿐 아니라 화력발전소와 제철소와 화학공장과 정유공장을 비롯해 온갖 공장이 바닷가에 있어요. 후쿠시마뿐 아니라 포항에, 울산에, 울진에, 광양에, 여수에 …… 큰 물결 몰아친다고 생각해 보셔요. 어찌 될까요. 모조리 다 죽겠지요. 그러니까, 한꺼번에 다 같이 죽음길로 가도록 하는 짓이 바로 문명입니다. 하루아침에 모조리 사라지도록 하는 짓이 곧 문화입니다.


  도시 한켠 조그마한 골목동네 할매와 할배가 왜 꽃그릇과 스티로폼 상자에 흙을 퍼담아 조그맣게 텃밭을 가꾸는지를 헤아려요.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인 도시 한켠 골목동네가 어쩜 그렇게 푸른 숲과 들처럼 빛나는가를 돌아봐요.


.. 혜화동에 눈이 내립니다 / 명륜동에 눈이 내립니다 / 삼선교에 눈이 내립니다 // 코엑스에 눈이 내립니다 / 모랫말에 눈이 내립니다 ..  (눈 오는 날)


  고은 님 시집 《내 변방은 어디 갔나》(창비,2011)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고은 님네 ‘언저리’는 어디일까요? 어디로 갔을까요?


  우리 지구별 언저리는 어디에도 없고, 어디로 가지도 않습니다. ‘지구본’을 장만하거나 만들어서 콕 찍어 보셔요. 지구별 어느 나라 어느 시골 어느 마을도 ‘언저리(변방)’가 아닙니다. 안쪽도 바깥쪽도 없는 지구별입니다. 한복판도 테두리도 바깥도 구석도 없는 지구별입니다.


  모두 똑같은 삶터입니다. 모두 똑같은 사람입니다. 모두 똑같은 숨결이요 꿈이고 사랑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한복판이면서 언저리요, 한복판이나 언저리라고 금을 그을 까닭 없이 아름다운 숨결이자 꿈이고 사랑입니다. 4347.2.1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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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194] 종이책

 


  책은 예나 이제나 책입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종이책’이라는 낱말이 생깁니다. 컴퓨터가 널리 자리잡고, 디지털파일로 글을 쓰는 사람이 나타나면서, 따로 ‘종이로 만든 책’을 사서 읽지 않고, 컴퓨터를 켜서 화면에 흐르는 글을 읽는 사람이 나온 뒤부터입니다. 이제는 ‘전자책’이나 ‘누리책’이 나옵니다. 전자책이나 누리책을 읽도록 해 주는 단말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책은 예나 이제나 똑같이 책이지만, 앞으로는 ‘종이책·누리책(전자책)’으로 나눌밖에 없구나 싶어요. 가만히 보면, 편지는 늘 손으로 쓰는 편지였지만, 일찌감치 ‘손편지(종이편지)’와 ‘누리편지(인터넷편지)’로 나뉘었어요. 신문도 ‘종이신문·누리신문(인터넷신문)’으로 나뉜 지 제법 되었습니다. 머잖아 ‘종이돈·누리돈(전자돈)’으로 나뉠 수 있겠지요. 나무한테서 얻은 종이로 꾸리던 삶이 차츰 달라집니다. 4347.2.1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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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4-02-13 13:13   좋아요 0 | URL
저는 전자책보다 종이책이 더 정감이 갑니다.^^

파란놀 2014-02-13 17:58   좋아요 0 | URL
머잖아 종이책은 더 못 만들는지 모르는데,
언제까지 되든
이 책들 아름답게 누려야지 싶어요..
 

책아이 109. 2014.2.9.ㄴ 군내버스 노래순이

 


  읍내로 마실을 다녀오는 군내버스에서 큰아이가 아버지 앞가방에 꽂은 작은 노래책을 달라고 말한다. 작은 노래책을 건네받은 큰아이는 노래책에 적힌 깨알같은 글을 천천히 읽는다. 깨알같은 글을 읽은 뒤 노래를 부른다. 아버지가 곧잘 불러 주어 익숙한 노래는 척척 씩씩하게 부르고, 아직 낯익지 않은 노래는 스스로 가락을 붙여서 부른다. 군내버스에 탄 다른 사람은 딱히 아랑곳하지 않고 예쁘게 노래를 부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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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4-02-13 13:14   좋아요 0 | URL
두 아이가 참 곱습니다!!!^^

파란놀 2014-02-13 17:58   좋아요 0 | URL
다투기도 하지만
서로 아끼면서 잘 놀아요 ^^
 

책아이 108. 2014.2.9.ㄱ 어느새 똑바로

 


  작은아이가 어느새 책을 똑바로 펼쳐서 들여다본다. 보름쯤 앞서까지만 해도 늘 책을 거꾸로 쥐고 들여다보는 시늉을 했는데, 이제는 거꾸로 펼치지 않고 똑바로 펼쳐서 들여다본다. 그림과 나란히 글이 있는 줄 알아챘을까. 누나가 책을 보는 모습을 잘 살핀 끝에 이렇게 보아야 하는구나 하고 깨달았을까. 누나가 곧잘 글자를 몇 가지 알려주기도 한다. 작은아이는 글에 눈을 뜨자면 아직 한참 멀었으리라 느끼지만, 가끔 책도 슬그머니 들여다보면서 노는 재미를 붙일 수 있겠구나 싶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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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4-02-13 12:40   좋아요 0 | URL
이뻐요.. 아기 ..너무 이뻐요...~~^^

파란놀 2014-02-13 17:58   좋아요 0 | URL
참 예쁘게 잘 놀아요~ ^^
 

아이 글 읽기
2014.2.10. 큰아이―지우개질
 

 


  글씨를 쓰다가 틀려도 지우지 말고 그대로 쓰라고 말한다. 그런데 곁님은 아이더러, 잘못 썼으면 지우고 새로 쓰라고 말한다. 아이는 어머니 말도 아버지 말도 모두 받아들인다. 잘못 썼대서 굳이 고치지 않아도 되는 까닭은, 잘못 쓴 글을 들여다보면서 아하 이렇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는 한편, 새로 예쁘게 쓰면 되기 때문이다. 지우고 고쳐서 써도 되는 까닭은, 지우개질을 익히기도 하고 한결 반듯하게 쓰는 버릇을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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