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집 34. 아이를 기다리는 길 2014.2.9.

 


  마을 한 바퀴를 돌든, 우리 서재도서관을 다녀오든, 아이들은 시골길을 걷는다. 아이들이 걷는 이 길에 걸리적거릴 것은 없다. 때때로 마을 할배 경운기가 지나가지만, 경운기는 아이를 윽박지르지 않는다. 아이들 걸음처럼 느린 경운기가 지나가면 아이들은 물끄러미 바라본다. 오토바이나 자가용이나 짐차는 아이들을 윽박지른다. 이런 자동차는 모두 빵빵거리면서 아이들이 비키도록 내몬다. 차츰 따스한 빛이 감도는 겨울바람을 쐬면서 마을 한 바퀴를 돌면서 작은아이가 잘 따라오기를 기다린다. 네 발걸음에 맞출 수도 있지만, 네가 다리힘을 키우도록 누나랑 아버지는 살짝 앞장서 걷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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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생각한다

 


  떠돌이 개가 우리 집으로 찾아온 지 이레가 된다. 오늘은 아침부터 떠돌이 개가 어디론지 마실을 가고는 저녁 늦도록 들어오지 않는다. 비 오는 날 어디를 돌아다닐까. 엉뚱한 사람을 잘못 따라가다가 붙들리지는 않았을까 걱정스럽다. 저녁에 두 아이를 재우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문득 큰아이가 “보라야, 누나가 개 이름 ‘아오’라고 지었다.” 하고 말한다. 네가 이름을 지어 주네 하고 생각하다가 왜 ‘아오’라고 지었는지는 묻지 않는다. 큰아이가 잠자리에서 온갖 이야기를 조잘조잘 하기에 가만히 귀여겨듣기만 한다. 너는 어떤 마음으로 떠돌이 개한테 이름을 지어 주었니? 너는 어떤 눈길로 떠돌이 개를 바라보니? 너는 어떤 사랑으로 떠돌이 개를 쓰다듬고 안으며 아껴 주니?


  떠돌이 개가 따뜻할 때에 먹기를 바라며 밥 한 그릇 덜었지만, 밥이 식도록 아직 보이지 않는다. 밤이 깊어 비가 그치면 슬그머니 찾아오려나. 아무쪼록 어느 곳에서든 따사로이 잠을 자고 배부르게 밥을 먹으면서 시골자락 밤과 아침과 낮을 고이 누릴 수 있기를 빈다. 한참 떠들던 아이는 어느새 조용하다. 잠들었구나. 4347.2.1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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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55. 2014.2.15.

 


  토마토를 얻었다. 풀무침을 하고는 토마토를 잘게 썰어서 꽃접시에 빙 두른다. 다른 접시에 담을까 하다가 함께 담아 보기로 한다. 이렇게 하니 눈으로 보기에도 한결 예쁘다. 몇 가지 못 차리는 밥상이라 하더라도 어떻게 올리느냐에 따라 눈으로 보는 맛이 달라지지 싶다. 당근과 무를 썰어서 나란히 놓으니 빛깔이 괜찮네. 아이들 없이 혼자 살던 지난날에는 이런 밥상을 차린 적이 없다. 나 혼자 차려서 나 혼자 먹던 밥상에 고운 빛이 흐르도록 한 적이 없다. 아이들이 있으니 밥상 빛깔이 달라진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밥상 빛깔을 더 손질하고 가다듬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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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 걷는 재미

 


  산들보라야, 우리한테는 자가용이 없으니 늘 걷지. 군내버스를 타고, 자전거를 타며, 가끔 이웃이 자가용에 태어 줘곤 하지. 너희들은 늘 두 다리로 이 땅을 밟아. 이 땅을 밟으면서 하늘숨을 마시지. 하늘빛 닮은 노래를 듣고, 하늘무늬 닮은 노래를 부르면서, 하루하루 새롭게 살아간다. 4347.2.1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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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즈음에는 시골 아이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동화나 동시로 쓰는 어른이 거의 없다. 그도 그럴 까닭이, 시골에서 살아가는 어른이 부쩍 줄었을 뿐 아니라, 시골을 그리는 작품을 쓰더라도 옛날 추억을 건드릴 뿐, 오늘부터 앞으로 시골에서 살아갈 아이들 삶과 사랑을 돌아보지 못한다. 도시 아이들은 언제나 도시에서만 살고, 시골 아이들은 모두 도시로 떠나야 할까. 이 나라 모든 학교는 농사짓기는 가르치지 않을 뿐 아니라, 농사꾼이 되도록 가르치지도 않는데, 앞으로 이 나라 사람들은 무엇을 먹고 입고 마시면서 살아야 할까. 임길택 님이 멧골마을 작은학교에서 아이들과 만나면서 느끼고 생각한 이야기를 푼푼이 담은 《산골 마을 아이들》을 새삼스럽게 들춘다. 1990년에 처음 나온 이 동화책은 2014년을 거쳐 2040년쯤에는 아이들한테 어떤 빛으로 읽힐 수 있을까 궁금하다. 앞으로 2040년쯤에는 이 동화책에 깃든 이야기를 헤아리거나 알아채거나 마주할 만한 아이는 모조리 사라지고 없으려나. 4347.2.17.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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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마을 아이들
임길택 지음 / 창비 / 199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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