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57. 2014.2.20.

 


  지난 한 주 몸이 많이 아플 뿐 아니라, 아픈 몸으로 해야 할 일이 잔뜩 찾아든 바람에, 아이들한테 밥을 제대로 챙겨 주지 못했다. 미처 밥을 끓이지 못하고 풀버무리도 마련하지 못해 라면만 주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라면만 놓은 밥상조차 맛있게 받아들여 준다. 언제나 가장 고마우면서 사랑스럽고 멋진 님이란 바로 아이들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얘들아, 라면을 먹더라도 이제는 마당이 무척 따스하니까, 햇볕을 쬐면서 후박나무한테 ‘잘 먹겠습니다!’ 인사하고 먹지 않으련?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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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 라면 맛나게 먹기

 


  혼자만 맛있게 먹는 사람이 있고,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한테 군침이 돌게 하는 사람이 있다. 우리 집 아이들은 밥을 어떻게 먹을까? 굳이 라면을 한 가닥씩 집어서 높이 들었다가 천천히 혀에 얹어서 먹는 사름벼리는 어떤 밥맛을 선보인다고 할 만할까? 4347.2.2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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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고 행복하게 2 - 시골 만화 에세이
홍연식 글 그림 / 재미주의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316

 


시골살이란 무엇일까
― 불편하고 행복하게 2
 홍연식 글·그림
 재미주의 펴냄, 2012.8.16.

 


  한국사람으로서 한국말을 옳고 바르며 알맞게 쓰는 사람이 매우 드뭅니다. 지난날에는 시골사람은 한국말을 제대로 살가이 썼지만 이제 시골사람도 텔레비전 연속극에 길들어 제대로 살가이 쓰는 말하고 자꾸 동떨어집니다. 도시사람은 입시지옥과 영어바람과 물질문명과 돈벌이에 휩쓸리면서 일찌감치 한국말을 팽개쳤다고 할 만합니다. ‘행복한 불편’이라든지 ‘불편한 행복’ 같은 말을 들으면, 참 아리송합니다. 두 낱말은 함께 어울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자말 ‘행복’은 한국말로는 “즐거움”을 가리킵니다. 한자말 ‘불편’은 한국말로는 “힘듦 또는 괴로움 또는 거북함”을 가리킵니다. 두 낱말은 함께 쓸 수 없어요. 즐거운 사람은 힘들거나 괴롭거나 거북하지 않아요. 힘들거나 괴롭거나 거북한 사람은 즐겁지 못해요. 너무 마땅한 이야기인데, 힘들거나 괴롭거나 거북한 사람은, ‘홀가분하지 않’습니다. 한국말 ‘홀가분함’은 한자말로 ‘자유로움’입니다. 다시 말해서, 힘들거나 괴롭거나 거북한 사람은 스스로 삶을 짓거나 가꾸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남한테 휘둘리는 삶이라는 뜻이에요. 곧, 남한테 휘둘리는 삶일 적에는 즐거울 수 없어요. 남이 어떻게 나오건 꿋꿋하거나 씩씩하게 내 삶을 스스로 짓거나 가꿀 적에 즐겁습니다.


  홍연식 님이 시골살이를 누린 이야기를 그린 만화책 《불편하고 행복하게》(재미주의,2012) 둘째 권을 읽으며 가만히 생각합니다. 스스로 힘들거나 괴롭거나 거북하게 살면서 ‘즐거움’이라고 말할 만한지 곰곰이 헤아립니다. 스스로 ‘즐겁다’ 하고 말하면, 힘들거나 괴롭거나 거북한 일이 있어도 얼마든지 견딜 만한지 찬찬히 돌아봅니다.


- “봄은 봄대로 따뜻하겠지만, 겨울 또한 멋진 계절.” (16∼17쪽)
- “학교를 지금 그만두면 후회할 거예요.” “그건 나도 아는데 그게.” “당장 급한 것보단 중요한 걸 먼저 해요, 여보.” (50쪽)
- “하지만 우린 우리니까! 우린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들이잖아요. 펴엉생 늙어 죽을 때까지 글 쓰고 그림 그릴 수 있는 특권이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게 아니죠!” (54쪽)

 


  홍연식 님은 곁님과 처음 깃든 멧골집에서 ‘즐겁게’ 살아가려 합니다. 즐겁게 살아가려 할 적에는 돈이 바닥난다든지 추위가 찾아온다든지, 이런저런 일이 있어도 힘들지 않습니다. 가난하면 가난할 뿐입니다. 추우면 추울 뿐이에요. 막차가 끊기면 막차가 끊길 뿐이에요. 다른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 하나둘 힘든 일이 기어듭니다. 괴롭거나 거북한 일이 찾아듭니다. 힘들거나 괴롭거나 거북한 일이 생겨도 ‘시골에서 살아가는 즐거움’을 새삼스레 돌아보는데, 끝내 힘들거나 괴롭거나 거북한 일을 버티지 못하고 시골을 떠납니다. 다른 곳으로 삶자리를 옮겨요.


  흔히 ‘귀촌’이나 ‘귀농’이라는 낱말을 쓰지만, ‘시골살이’는 귀촌도 귀농도 아닙니다. 그저 시골에서 꾸리는 삶이 시골살이입니다. 잘나지도 않으나 못나지도 않은 삶이 시골살이예요. 남한테 자랑할 삶이 아니면서, 남한테 굽힐 삶이 아닙니다. 언제나 스스로 즐겁게 웃고 노래하는 삶이 시골살이입니다.


  내 밥을 스스로 짓습니다. 내 집을 스스로 돌봅니다. 내 옷을 스스로 챙깁니다. 다른 사람 눈초리에 따라 옷차림이 휘둘릴 까닭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들여다보거나 말거나 내 밥상은 내 몸을 살찌우도록 차립니다. 다른 사람이 보건 말건 내 집은 우리 식구들이 아름답게 살아가도록 알뜰살뜰 여밉니다.


- ‘산 속의 눈은 아직 녹지 않았지만 분명 봄은 우리 주위에 버젓이 다가와 있다. 크게 앓고 난 이후로 더 이상 몸이 나빠지진 않았다. 내 몸도 새 봄을 맞을 준비가 되었다.’ (87쪽)
- ‘이 산엔 아내와 내가 산다. 그래서 이 산의 주인은 나와 아내이다. 도시에 산다면 현관문 밖의 일은 신경쓰지 않는다. 시골에 산다면 마을 밖의 일엔 신경쓰지 않는다.’ (110∼111쪽)
- ‘비가 와서 풀뽑기가 한결 수월하군. 쓰레기와 등산객들의 차들이 차지하던 이 땅엔 이제 우리가 뿌린 생명들로 가득하다.’ (140쪽)

 


  시골살이에 힘들거나 괴롭거나 거북한 일은 없다고 느낍니다. 힘들다면 도시살이가 힘들리라 느껴요. 도시에서는 손수 일굴 땅이 없거든요. 손수 일굴 땅이 없는 도시에서는 오직 돈만 벌어서 돈으로 가게에서 푸성귀와 열매와 곡식을 사다 먹어야 합니다. 닭고기이든 돼지고기이든 소고기이든, 돈을 벌어야 이런 고기를 사다 먹습니다. 도시에서는 오직 돈으로 목숨이 간당간당합니다.


  시골살이가 괴로울 일은 없습니다. 도시살이가 괴로울 뿐입니다. 시골집은 비싸지 않을 뿐더러, 시골집을 돈으로 사고파는 일이란 없습니다. 시골집은 ‘시골에서 살아갈 사람’이 알맞게 얻어서 알맞게 손질해서 살아갑니다. 헌 집을 고쳐서 살다가 스스로 새 집을 흙과 돌과 나무와 짚을 써서 천천히 지어요. 이와 달리 도시에서는 돈으로만 집을 얻습니다. 게다가 도시에서는 돈으로 집을 얻어도 서른 해쯤 지나면 재개발 바람이 부니 고향을 떠나야 해요. 도시에서 태어난 아이한테는 고향이 없습니다. 해마다 전세값이나 월세값이 끔찍하게 오르는 도시입니다.


  시골살이에서 거북한 대목이 있다면 농약 때문입니다. 경운기와 짐차 때문입니다. 비닐쓰레기조차 함부로 태우는 일이 거북합니다. 어느 독재자가 외친 새마을운동이 크게 휩쓸고 지나간 뒤, 시골 어디에서나 농약과 비료를 끔찍하게 씁니다. 농약과 비료가 아니면, 시골 늙은 할매와 할배로서는 농사를 못 짓는다 할 만하기도 합니다. 시골에서 싱싱 달리는 자가용은 드물지만, 늙은 할배는 경운기를 몰다가 자빠져서 크게 다치거나 목숨을 잃기 일쑤예요. 젊은 시골사람은 술을 잔뜩 들이켜고는 짐차를 몰며 사고를 내거나 스스로 목숨을 잃기 일쑤입니다.


  술을 마셔도 옛날처럼 두 다리로 걸어다니면서 마시면, 힘들 적에 들판이나 풀숲에라도 누우면서 쉬다가 별바라기를 하면 술이 깨서 걱정이 없을 테지만, 소주를 몇 병씩 마시고는 경운기나 짐차를 몰면, 다른 사람을 들이받기도 하지만 스스로 골로 가기까지 합니다. 시골살이에서 거북한 대목은 바로 이렇습니다. 그런데, 도시에서는 밤도 낮도 따로 없어요. 밤에도 시끄럽고 너무 밝습니다. 밤에도 자동차 소리가 그치지 않아서, 풀벌레나 멧새가 지저귀는 노래를 못 듣습니다. 도시에는 개구리가 깃들 물가나 논둑이 없습니다.


- ‘흰눈이 저 보기 싫은 철골 구조물마저 하얗게 덮어 주고 있다. 그런데 난 왜 눈이 하는 것처럼 내 맘 속에서 기어나오는 증오심을 덮지 못하는 건가. 누구길래 (우리 집 개) 참돌이를 쇠파이프로 때리고 겁을 준 걸까.’ (274쪽)
- ‘이사 온 그날 밤을 생각해 본다. 산새와 풀벌레만이 깨어 있음을 알리던 캄캄한 이곳의 밤을.’ (313쪽)


  만화책 《불편하고 행복하게》 둘째 권을 읽으면, 시골에서 살고 싶다는 뜻을 품고 시골로 간 젊은이가 겪을 만한 고단한 나날이 잘 나타납니다. 이와 맞물려, 고단한 사이사이 즐겁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흐릅니다. 아무래도 고단함과 즐거움이 나란히 있다 보니 ‘불편하고 행복하게’처럼 말하지 싶습니다.
  그러면, 왜 ‘불편’이 앞에 나올까요? 왜 ‘행복’이 뒤에 나올까요?


  처음부터 시골살이는 ‘불편’이 크다는 생각에 젖었기에, 즐거움을 찾는 길보다는 ‘불편’을 줄이거나 없애려고 자꾸 마음을 쓰고 말지 않았나 싶습니다. ‘불편’이란 시골뿐 아니라 도시에서도 누리기 마련이에요. ‘불편’을 줄이거나 없애려면 삶을 바꾸어야 해요. 삶터만 바꾼대서 불편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삶을 바꾸고, 사랑을 심어야 비로소 불편이 사그라듭니다.


  즐거움은 시골로 간대서 바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도시를 벗어나기만 한대서 즐겁지 않습니다. 도시에서 살든 시골에서 살든, 스스로 아름답고 착하며 참다운 넋이 될 때에 비로소 즐겁습니다.


  홍연식 님이 만화책 《불편하고 행복하게》를 그릴 무렵에는 ‘불편’과 ‘행복’이라는 열쇠말에 갇혔구나 하고 느낍니다. 이제 아이들 낳아 복닥복닥 지낸다고 하는데,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도 ‘불편’과 ‘행복’을 나란히 헤아릴는지 궁금해요. 이제부터는 불편이랑 행복을 나란히 놓는 시골살이 이야기가 아닌, ‘꿈과 사랑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어느 곳에서 무슨 일을 하면서 살든, 스스로 꿈을 키우고 사랑을 꽃피울 때에 아름다우면서 기쁘게 웃는 맑은 노래물결 이루어집니다. 4347.2.2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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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12] 교과서

 


  햇볕처럼 따사롭고
  바람처럼 싱그러우며
  풀내음처럼 고소하지.

 


  아름답고 알찬 모든 책을 다 교과서로 삼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교과서라 한다면, 햇볕처럼 따사로울 수 있어야 하고, 바람처럼 싱그러울 수 있어야 하며, 풀내음처럼 고소할 수 있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해와 바람과 풀을 이야기하지 못한다면 교과서라 하기 어렵다고 느껴요. 과학 지식이나 국어 지식이나 수학 지식이나 사회 지식을 다루는 교과서가 아니라, 삶을 밝히고 사랑을 알려주며 꿈을 가꾸는 책이 비로소 교과서라고 느낍니다. 시험 지식으로 아이들을 가둔다면, 이런 책은 전쟁무기와 똑같다고 생각해요. 4347.2.2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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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마을 아이들 창비아동문고 119
임길택 지음 / 창비 / 199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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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심는 손이 무릎에서 놀면 무릎이 썩어 시집도 못 간다." 지은이 아버지가 정아를 보고 농담을 하였다. 정아는 그러지 않으려 애를 썼으나 이번엔 네 포기도 못 심고 "아이고 허리야." 하는 소리를 그만 입 밖에 내고 말았다. 밤마다 어머니가 허리를 밟아 달라는 까닭을 이제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190쪽

아버지는 순미의 청에 못 이겨 고구마를 받더니 이렇게 말했다. "순미도 이젠 이름 쓰는 걸 배워야 내년에 학교엘 가지." "학교 가면 선생님이 매 때린다는데 가기 싫어요."-95쪽

개울 양쪽 산엔 온갖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었습니다. 나무들은 혼자서만 넓은 땅을 차지하려 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자기들이 서 있는 곳 말고는 풀씨 하나에까지 터를 내주어 함께 살고자 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서로 가지를 주고받으며 하늘을 함께 채우고, 키 큰 나무들은 가지를 높이 달아 아래 하늘을 키 작은 나무들에게 내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숲속엔 늘 평화가 깃들어 있는지도 모르는 일입니다.-51쪽

아저씨는 밤이 무섭지 않다고 않다고 하였습니다. 산도 나무도 하늘도 모두 아저씨를 지켜 주기 위해 잠을 자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바위 밑에 누워 나뭇가지들 사이로 바라보는 하늘만큼 아름다운 것도 드물다 하였습니다. 그 많은 별들을 누가 만들었는지, 그 넓은 하늘은 어디에 닿아 있는 것인지, 그런 생각에 끝없이 빠져들다 보면 신기하게도 만나는 사람들끼리 다투지 말고 또 욕심 부리지 말고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20~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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