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책보다

 


  더 많은 책보다 더 즐거운 책을. 더 많은 책보다 더 사랑스러운 책을. 더 많은 책보다 더 아름다운 책을. 더 많은 책보다 더 따뜻한 책을. 더 많은 책보다 더 슬기로운 책을. 더 많은 책보다 더 알찬 책을.


  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진 숲도 좋고, 우람하게 자란 나무가 한 그루 있는 들도 좋다. 온갖 나무가 서로 곱게 어우러진 나무밭도 좋고, 우리 아이들과 함께 천천히 자라는 나무가 있는 시골집 마당도 좋다.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꿈꾸는 삶이란, 나 스스로 바라면서 사랑하려는 삶이라고 느낀다. 아이들한테 물려주고 싶은 책이란, 나 스스로 하루를 알뜰살뜰 가꾸면서 빛내는 길에 동무가 되는 책이라고 느낀다. 나는 내 어버이한테서 값진 선물을 받지 않았다. 오직 하나 사랑을 받았을 뿐이다. 나는 내 아이한테 값진 선물을 주지 않는다. 오로지 하나 사랑을 줄 뿐이다.


  값진 책도 틀림없이 있으리라. 퍽 비싸다 싶은 값으로 사고팔리는 책은 틀림없이 있으리라. 그런데, 내 눈길은 값진 책한테 가지 않는다. 내 손길은 값진 책으로 뻗지 않는다. 내 눈길은 사랑스러운 책한테 간다. 내 손길은 아름다운 책으로 뻗는다. 이레쯤 있으면 우리 집 뒤꼍에 매화꽃이 피려나. 매화나무 꽃망울이 터질듯 말듯 부풀어오른다. 살짝 만지니 보들보들 폭신폭신 따스하다. 4347.3.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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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시경 2014-03-04 08:13   좋아요 0 | URL
사랑스러운 책,, 따스한 책,,아름다운 책을 만나는 하루를 보내고 싶어요~아침에 읽는 이 글이 너무 좋고 정겹네요^^

파란놀 2014-03-04 08:48   좋아요 0 | URL
아침에 읽으신 글이 착한시경 님 마음에
아름다운 빛을 베풀었다면
저로서는 아주 고마우면서 즐겁습니다 ^^

책읽는노력가 2014-03-04 18:57   좋아요 0 | URL
좋은 글 감사하게 잘 읽었습니다. 보수동 사진이 반갑네요 ///ㅅ///

파란놀 2014-03-04 21:55   좋아요 0 | URL
보수동 책방들이
따사로이 사랑받으면서
예쁜 책들에 깃든 넋이
널리 퍼지면 좋겠어요/
 


  그림할머니 박정희 님이 이녁 아이들을 보살피던 때에 손수 이야기를 지어 그림을 붙인 《깨끗한 손》이 새롭게 나왔다. 새롭게 나온 책에는 그림할머니 박정희 님 그림이 아닌 젊은 그림작가가 그림을 그려 넣는다. 아무래도 쉰 해 가까이 묵은 오래된 수채그림을 요즈음 그림책에는 쓰기 어려웠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쉰 해 즈음 묵은 수채그림을 고스란히 살려서 선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이 그림을 못 살릴 까닭은 없지 않을까. 새로 선보이는 그림을 곰곰이 들여다본다. 스물아홉 살 젊은이가 그린 그림이 담긴 《깨끗한 손》을 살펴본다. 이 그림책에서는 무엇보다 손과 얼굴을 알맞게 그려야 한다. 하루 내내 바깥에서 개구지게 놀면서 까무잡잡한 살결에 땟국이 흐르는 얼굴과 손을 얼마나 알맞게 그렸는지 차근차근 들여다본다. 박정희 님은 “깨끗한 손”을 그렸고, 무돌 님은 “너무 깨끗한 손”을 그렸다. 박정희 님은 “개구쟁이 아이 얼굴과 손”을 그렸고, 무돌 님은 “이쁘장한 아이 얼굴과 손”을 그렸다. 4347.3.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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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손- 사랑, 성실
박정희 지음, 무돌 그림 / 노란돼지 / 2014년 2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2월 27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4년 03월 04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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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사진 찍기

 


  여권을 만들기로 한다. 여권사진을 찍는다. 읍내로 아이들을 데리고 마실을 간다. 딱히 읍내에 갈 일은 없으나 면소재지에서는 사진을 못 찍기도 하고, 면소재지에 사진관이 있더라도 군청까지 가야 하니 읍내마실을 한다.


  여권사진을 찍자니 넥타이를 매고 양복 웃도리를 걸쳐야 한단다. 법으로 이렇게 못박았는지 모르겠으나, 한국사람이면 치마저고리나 바지저고리 차림이어야 걸맞지 않을까? 집에 양복 한 벌 없는 사람을 헤아리는 사진관에는 양복 웃도리가 있다.


  여권사진을 찍는데 머리를 감고 갈까 말까 생각해 보다가, 머리 감을 겨를에 다른 일을 하자 생각하며 부스스한 채 나갔다. 내 사진이 아닌 아이들 사진을 찍으려 했다면 아이들을 씻기고 새옷 입히고 했을까. 머리도 안 감고 옷도 여느 때에 입던 차림 그대로 갔다. 여느 때처럼 맨발에 고무신을 꿰고 읍내마실을 나갔다. 시골사람이니까.


  아마 이달에 외국으로 취재여행을 가야 할 텐데, 그때에도 내 차림새는 맨발 고무신이 되리라 생각한다. 방송사에서 이 꼴을 보기 싫다면 양말과 가죽신을 협찬받아서 억지로 나한테 신길는지 모른다. 그러면 나는 고무신을 가방에 챙겨서, 방송사 촬영기가 사라진 자리에서는 슬그머니 양말과 가죽신을 벗고는 고무신을 꿰어야지. 취재여행이 끝나면? 글쎄, 나로서는 가죽신도 등산신도 운동신도 꿸 일이 없으니 어디 누구한테 주면 좋겠는데. 4347.3.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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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14. 2014.3.2. 네 손이 닿는 자리

 


  아이들은 자란다. 아이들은 마음과 몸이 나란히 자란다. 어른들도 자란다. 어른들도 마음과 몸이 함께 자란다. 어른은 키가 더 자라지는 않으나 몸 곳곳이 알맞고 고르게 자란다. 어른이든 아이이든 스스로 겪고 치르는 삶에 따라 힘살이 새롭게 붙으며 눈길이 새롭게 빛난다. 네 살 산들보라야, 네 손은 어디까지 닿니? 네 손은 어디에 있는 책까지 건드릴 수 있니? 앞으로 네가 만지면서 사랑할 책들은 어디만큼 있을까?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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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에서 내 책을 소개한 지가 언제인지 까마득하다. 2006년 <헌책방에서 보낸 1년> 뒤로 처음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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