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글 읽기

2014.3.7. 큰아이―책상맡에 앉아



  일산 이모네 집에서 글씨를 쓴다. 노트북을 켜서 만화영화를 보여주기 앞서 사름벼리한테 오늘 몫 글씨놀이를 하지 않으면 너도 동생도 볼 수 없다고 얘기한다.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글씨놀이를 한다. 5분은커녕 3분조차 걸리지 않는다. 여느 때에도 이렇게 쉽고 빠르면서 즐겁게 글씨놀이를 하면 네 손아귀에 힘이 제대로 붙으면서 네 글씨도 한결 예쁜 빛이 감돈단다. 스스로 빛이 되고 스스로 넋이 되지. 스스로 꿈을 빚고 스스로 이야기를 엮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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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봇대가 살아온 나날



  서울마실을 한다. 2호선 합정역에서 내려 걷는다. 망원역으로 가는 길이다. 전철역으로는 하나이지만, 인천부터 달린 전철을 새로 갈아타서 기다리기보다는 밖으로 나와 걸을 때에 더 나으리라 여긴다. 갈아타느라 땅밑길을 더 걷고 싶지 않으며, 아이들하고 바깥바람을 쐬며 햇살과 하늘을 마주하고 싶다.


  큰길가를 걷다가 자동차 소리가 너무 시끄럽기에 큰길 안쪽 골목을 걷는다. 시골 아닌 서울인만큼 골목을 걷더라도 큰길 자동차 소리가 어렴풋하게 들린다. 인천만 해도 골목으로 접어들면 큰길 자동차 소리는 들리지 않는데, 서울은 참 자동차가 많다고 새삼스레 느낀다.


  골목에도 자동차가 끝없이 오간다. 좁은 골목마다 두 줄로 자동차가 선다. 사람이 걸어서 지나다니기 고단하다. 자동차를 모는 이들은 좁은 골목을 지나가면서 무엇을 생각할까. 골목이 좁은 까닭은 자동차를 두 줄로 세운 탓인 줄 얼마나 느낄까. 골목이 좁은 까닭은 바로 이녁 스스로 골목에 자동차를 들이밀고 지나가기 때문인 줄 얼마나 알까.


  작은아이 손을 잡고 걷다가 문득 무언가를 본다. 이 골목에 나무가 있나 없나 살피며 걷다가, 골목집 담벼락에 붙은 나무기둥 하나를 알아차린다. 아, 너 나무전봇대로구나. 그렇지만 몸통이 잘린 나무전봇대로구나. 게다가 담벼락과 하나가 되면서 예전에 네가 나무전봇대였는지 무엇이었는지 알아볼 수조차 없구나. 어쩌면 너는 담벼락과 하나가 되었기에 이 모습을 아직 그대로 남길 수 있겠구나. 담벼락과 하나가 되지 못했으면 밑동부터 잘리며 오롯이 사라져야 했겠지.


  서울 시내에는 나무전봇대가 얼마쯤 남았을까. 서울 시내 나무전봇대를 알뜰히 돌보거나 건사하는 손길이나 눈길은 있을까. 나무전봇대 자국으로 남은 이런 예쁜 나무기둥은 얼마나 있는가. 나무기둥으로 남은 나무전봇대가 사람들 삶자국을 보여준다고 깨닫거나 헤아릴 사람은 얼마나 될까. 4347.3.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골목길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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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두 아이



  인천 큰아버지 집에 가는 길에 시외버스에서 두 아이가 곯아떨어진다. 큰아이는 제법 커서 혼자 창틀에 기대어 잔다. 작은아이는 아직 작아 아버지 무릎에 드러누워 잔다. 한 시간 반 즈음 시외버스에서 두 아이를 재운다. 시외버스를 다섯 시간 가까이 탄 아이들은 세 시간 반을 놀고 한 시간 반을 잔다. 큰아이 일곱 살 작은아이 네 살이 되면서 두 아이를 데리고 마실을 하며 퍽 수월하다. 아이들이 한 살을 더 먹으면 두 아이 마실이 더 수월할 테고, 곧 두 살을 더 먹으면 두 아이 마실은 훨씬 수월하겠지. 아이들은 스스로 자라고 스스로 큰다. 스스로 씩씩하며 스스로 즐겁다. 스스로 웃고 스스로 노래한다. 4347.3.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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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와 통하는 탈핵 이야기 (최열, 김익중, 이원영, 한홍구, 우석균, 강양구, 소복이) 철수와영희 펴냄, 2014.3.11.



  어린이가 자라 푸름이가 된다. 푸름이가 자라 어른이 된다. 어른이 된 어린이와 푸름이는 아이를 낳는다. 새로 태어난 아이는 어린이로 자라고 푸름이로 자라며, 새삼스레 다시 어른이 된다. 어린이와 푸름이는 어른이 만든 삶터에서 하루하루 살아간다. 어린이와 푸름이는 곧 어른이 되어 삶터를 새롭게 가꾼다. 그러니, 어른은 어린이와 푸름이한테 앞으로 이 삶터를 어떻게 다시 만들고 새롭게 가꾸어야 아름다울는지 가르치거나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10대와 통하는 탈핵 이야기》는 앞으로 이 땅에서 살아갈 어린이와 푸름이가 자원과 에너지와 전기와 문명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를 찬찬히 들려준다. ‘반핵’이나 ‘찬핵’이 아닌 ‘탈핵’, 곧 핵발전과 핵무기 모두 털어내면서 새 빛을 찾자고 이야기한다. 4347.3.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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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컸어요! 웅진 세계그림책 115
루스 크라우스 지음, 헬린 옥슨버리 그림, 공경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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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55



봄을 먹는 아이들

― 이만큼 컸어요

 루스 크라우스 글

 헬린 옥슨버리 그림

 공경희 옮김

 웅진주니어 펴냄, 2007.6.29.



  봄이 되어 풀이 돋습니다. 풀이 돋아 잎이 벌어지고 줄기가 오르면서 꽃이 피어납니다. 꽃이 지면서 열매가 익고 씨앗이 맺습니다. 아이들은 들과 숲을 쏘다니며 들딸기를 찾습니다. 들딸기 곁에서 찔레싹을 꺾어 먹습니다. 찔레꽃 하얀 잎사귀도 들딸기와 함께 훑어서 먹습니다.


  들딸기와 찔레를 먹는 아이들은 들과 숲에서 자라는 풀잎과 풀줄기를 뜯거나 꺾거나 캐어 먹습니다. 풀열매는 아이들 몸으로 빨갛게 스며들고, 풀잎과 풀줄기는 아이들 몸마다 푸르게 젖어듭니다.



.. 곧 여름이에요. 나무에 새싹이 돋고, 땅에 풀도 자라기 시작했어요. 헛간 옆에는 꽃이 피었어요. 아이가 엄마에게 말했어요. “엄마, 모두모두 크고 있어요. 풀도 크고, 꽃도 크고 나무도 크고 있어요.” ..  (4쪽)

 

 



  어버이는 아이한테 밥을 차려 줍니다. 가장 맛있게 먹을 밥을 차립니다. 손수 흙을 일구어 나락을 거두면, 키를 까부르고 방아를 찧으며 돌을 일어서 솥에 안칩니다. 장작을 때어 아궁이에서 불을 지피고, 보글보글 밥 익는 내음이 퍼지는 사이 국을 끓이고 반찬을 마련합니다. 아이들은 밥내음과 국내음을 맡으며 꼬르륵 노래를 부릅니다. 침을 꼴깍 삼키고 한결 배고픕니다. 그러나 즐겁게 기다리면서 마당에서 놀고 고샅을 달립니다.


  이윽고 밥을 다 차리면 어버이가 부르는 소리가 마을에 퍼집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네 네 소리를 치면서 집으로 달려갑니다. 신을 휙휙 발에서 털고는 섬돌을 콩콩콩 뛰어서 집으로 들어갑니다. 밥상맡에 앉아서 잘 먹겠습니다 외치면서 밥술을 듭니다. 입으로 밥을 퍼넣느라 바빠 조잘조잘 재잘재잘 떠들지 않습니다. 입안 가득 밥을 우물거리면서 꿀꺽 삼키고 나서, 이야 맛있네 하면서 비로소 조잘조잘 재잘재잘 노래를 합니다.



.. 옥수수가 자랐어요, 과수원 나무에 꽃이 활짝 피었어요. 병아리들도 꽤 자랐어요. 강아지도 많이 자랐지요. 아이가 말했어요. “너희들 많이 컸구나.” ..  (12쪽)

 

 



  봄입니다. 골골샅샅 푸른 빛이 퍼지는 봄입니다. 봄은 들과 숲을 푸르게 물들입니다. 푸르게 물든 들과 숲에는 아름다운 노래가 퍼집니다. 나비가 노래하고 벌이 노래합니다. 개미가 노래하고 딱정벌레가 노래합니다. 개구리와 뱀이 노래하고 멧새와 들새가 노래합니다.


  누군가는 들노래를 들으며 들일을 합니다. 누군가는 숲노래를 들으며 숲마실을 합니다. 누군가는 풀노래를 들으며 풀놀이를 합니다.


  아이들은 어버이한테서 놀이를 물려받지 않습니다. 어른들은 아이한테 놀이를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언제나 새삼스레 새 놀이를 빚습니다. 어른한테서 연 만들기를 배운다거나 제기나 썰매 만들기를 배우기도 하지만, 돌치기이든 구슬치기이든 자치기이든 금놀이이든, 늘 새 놀이를 재미나게 만들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지치지 않고 놉니다.


  노는 아이들은 밥을 먹으면서 기운을 냅니다. 노는 아이들은 구슬땀을 흘리면서 서로 아끼고 돌보는 동안 사랑을 느낍니다. 노는 아이들은 날마다 무럭무럭 자랍니다. 노는 아이들은 언제나 씩씩하게 두 다리로 이 땅을 버티고 섭니다.



.. 덩굴에 꽃이 피었어요. 장미도 활짝 피었어요. 옥수수는 어른 키만 해졌어요. 배도 탐스럽게 익었어요. 병아리들도 더 쑥쑥 자랐어요. 강아지도 더 무럭무럭 자랐지요. 아이는 혼자 나가 헛간 옆에 앉았어요. 풀과 꽃을 보았어요 ..  (16쪽)

 

 



  루스 크라우스 님 글에 헬린 옥슨버리 님 그림을 더한 그림책 《이만큼 컸어요》(웅진주니어,2007)를 읽습니다. 날마다 새롭게 자라는 아이들 이야기를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시골에서 시골일을 거들고 시골놀이를 즐기는 아이가 날마다 새롭게 이웃과 동무를 느끼면서 스스로 자라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림책입니다.


  아이는 풀이 자라는 결을 헤아리며 저 또한 자라는 줄 알아차립니다. 아이는 병아리가 자라고 옥수수가 크는 무늬를 바라보며 저 또한 크는 줄 깨닫습니다. 아이는 강아지와 함께 자랍니다. 아이는 배나무 열매와 함께 큽니다. 아이는 하늘숨을 마십니다. 아이는 하늘노래를 부릅니다. 아이는 하늘빛을 먹습니다. 아이는 하늘꿈을 품습니다.


  줄로 키를 재야 아이가 자라는 줄 알지 않습니다. 학교를 다니며 학년이 올라야 아이가 자라는 줄 알아차리지 않습니다. 봄이 찾아오고 여름이 무르익으며 가을이 빛나는 하루를 누리면서 자랍니다. 봄이 피어나고 여름이 환하며 가을이 고운 삶을 누리면서 큽니다. 봄과 함께 봄밥을 먹습니다. 여름과 함께 여름숨을 마십니다. 가을과 함께 가을노래를 부릅니다. 겨울에 겨울놀이를 즐기면서 빙그레 웃습니다.


  아이들은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을 철철이 즐기는 동안 사랑을 배웁니다. 아이들은 철마다 다른 빛을 느끼면서 철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익힙니다.


  봄을 먹는 아이들입니다. 봄을 노래하는 아이들입니다. 봄을 꿈꾸고 봄을 기다리며 봄을 부르는 아이들입니다. 4347.3.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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