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98] 달님



  아이들 이모가 이모부한테 ‘달링’이라고 말합니다. 이 말을 들은 우리 집 일곱 살 큰아이가 이모한테 묻습니다. “이모, 이모는 왜 이모부한테 ‘달님’이라고 해?” 일곱 살 아이는 영어 ‘달링’을 모릅니다. 일곱 살 아이는 한국말 ‘달님’을 압니다. 아이는 제 귀에 들리는 대로 생각하면서 묻습니다. 아이 곁에서 아이 말을 곰곰이 듣다가, ‘달님’이라는 이름이 참 예쁘고, ‘해님’이라는 이름으로 써 볼 때에도 예쁘겠다고 느낍니다. ‘별님’이라든지 ‘꽃님’이라든지 ‘풀님’이라고 서로 부를 수 있겠구나 싶습니다. 영어를 쓰는 나라에서 서로 애틋하거나 사랑스레 부르는 이름은 그 나라에서 가장 애틋하거나 사랑스레 느끼는 대로 붙인 이름입니다. 한국에서도 이와 똑같습니다. 이 땅에서 살아온 우리 스스로 가장 애틋하거나 사랑스레 느끼는 대로 서로 마주하면서 이름을 부르면 됩니다. 숲님, 들님, 새님, 착한님, 고운님, 예쁜님, 같은 이름을 혀끝에 살포시 얹어 봅니다. 4347.3.10.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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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준사랑 2014-03-10 11:01   좋아요 0 | URL
아~고운님,이 전 좋아요 ㅎㅎ 알라딘서재에들렸다가 함께살기님 집에 살짝 놀러왔어요^^

파란놀 2014-03-11 00:39   좋아요 0 | URL
네 고맙습니다.
저마다 예쁘면서 사랑스러운 이름을 가슴에 담으면
저절로 우리 말이 아름답게 피어나리라 느껴요 ^^
 
설희 10
강경옥 글.그림 / 팝툰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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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323



만만한 삶

― 설희 10

 강경옥 글·그림

 팝툰 펴냄, 2014.1.29.



  비가 내립니다. 빗물은 들을 적시고 숲을 어루만집니다. 비가 내리면서 냇물이 붑니다. 비가 오면서 풀과 나무는 한결 푸르게 자랍니다. 비가 내린 땅은 촉촉히 젖습니다. 빗물은 흙빛이 더 고우면서 싱그럽게 거듭나도록 북돋웁니다. 사람들은 비가 내리는 땅에서 자라는 푸른 잎사귀와 빨간 열매를 맛나게 먹습니다.


  비가 오기에 물이 맑습니다. 비가 오면서 시냇물이 흐릅니다. 빗물과 함께 지구별 모든 목숨이 노래합니다. 구름을 이끌고 하늘을 덮으면서 하얗게 빛나는 빗물은 사람들 가슴마다 해맑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물은 비와 같이 흐릅니다. 바닷물도 시냇물도 도랑물도 못물도 아지랑이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서 구름이 되고 빗물로 떨어집니다. 빗물은 시내가 되고 도랑이 되며 못물이 되어 우리 몸으로 들어옵니다. 빗물이 스며든 푸성귀를 먹습니다. 빗물을 먹고 자란 짐승을 고기로 다루어 먹습니다. 빗물이 떨어지는 바다에서 힘차게 헤엄치던 물고기를 낚아서 먹습니다. 우리는 늘 빗물을 온몸으로 받아들여 맑은 빛이 됩니다.



- ‘학교에 가기 위해 일찍 일어나 창밖을 보니, 하얀 눈 속에 설희가 서 있었다. 이름 탓일까. 알고 있는 사실 때문일까. 그건 왠지 너무나도 어울려서, 설희가 마치 이 세상 사람 같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5∼6쪽)

- “하루 차이로 넌 빚이 없어진 거지. 그러니까 그건 네 행운이었던 거야. 받아들여도 돼. 뭐, 삶에는 여러 아이러니가 있잖아. 한끝, 한 걸음 차이로 어떤 결과가 바뀌는 일들이 있지? 사실 사람들은 그런 순간을 동경하기도 하지.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사실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 (12쪽)

- ‘아니, 아니야. 그건 내 행운이 아니야. 실제 나의 행운은 설희를 만난 거다.’ (13∼14쪽)

 

 



  바람이 붑니다. 샛바람이 불고 마파람이 붑니다. 하늬바람으로 바뀌기도 하고 높바람으로 드세기도 합니다. 바람은 지구별을 가만히 돕니다. 저 먼 곳에서 이곳으로 옵니다. 이곳에서 저 먼 곳으로 갑니다.


  브라질 깊은 숲에서 태어난 바람이 이곳으로 옵니다. 이곳에 있는 공장에서 내뿜은 매캐한 바람이 알래스카 얼음나라로 갑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에서 피어나는 방사능 바람이 이 땅으로 날아옵니다. 서울 한복판 끝없는 자동차 물결이 내뿜는 배기가스 바람이 호주 토박이 시골마을로 날아갑니다.


  서울에서도 시골에서도 누구나 바람을 마십니다. 코와 입을 막은 채 1분만 지나도 사람들은 거의 다 죽습니다. 1분이 아닌 10초만에 숨이 끊어지는 사람이 있을 테고, 1분은 견디더라도 2분이나 3분 뒤에 골로 가는 사람이 있을 테지요. 어디에서라도 바람이 없으면 누구나 죽습니다.


  손전화도 고속도로도 부질없습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드높은 이름으로 대통령이 되거나 군수가 되더라도, 바람을 못 마시면 바로 죽어요. 이름 높은 대학교를 나왔든 은행계좌 숫자가 엄청나든, 바람을 안 마시면 이내 죽습니다.


  맑은 바람이 있을 때에 삶이 삶입니다. 푸른 바람이 흐를 적에 삶이 삶입니다. 싱그러운 바람이 불 적에 삶이 삶입니다. 하얀 바람이 오갈 때에 삶이 삶입니다.



- ‘그래, 인정하기 싫었다. 내 시간을 내 감정을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결론 없이 버려야 한다니, 사랑도 아니고 그 사람은 나를 필요로 하지도 않아. 정말 인정하기 싫은 사실.’ (18∼19쪽)

- “시켜 먹으면 안 돼?” “어른 모실 줄 모르는구나.” “뭐? 어, 어른이라니. 왜 그렇게 얘기해.” “맞잖아. 어쩌면 한 몇 백 년쯤 차이 날지도 모르잖아.” (37∼38쪽)

 

 



  봄볕입니다. 골골샅샅 봄볕입니다. 해바라기만 하더라도 즐겁습니다. 해바라기를 하면서 기쁩니다. 들과 숲은 봄볕을 받으면서 새로운 노래가 태어납니다. 멧새는 더 일찍 뜨는 해와 함께 더 일찍 일어나 하루를 엽니다. 개구리는 하나둘 깨어나 새삼스레 봄노래를 베풉니다. 풀벌레도 차근차근 깨어나 풀잎을 갉으면서 제 짝꿍을 찾습니다.


  달력 숫자로 봄이 아니라, 햇볕에 따라 봄입니다. 버스나 전철이나 기차나 자동차나 비행기로 움직인다면 봄을 봄답게 맞이하기 어려울 텐데, 달력이 없어도 봄은 늘 봄입니다. 삼월이나 사월이라는 숫자가 아닌, 해가 오르는 높이에 따라 봄입니다. 풀과 나무는 봄볕을 온몸으로 느낍니다. 풀과 나무는 서로서로 잎망울과 꽃망울을 터뜨립니다. 풀과 나무는 너른 들에서도 매캐한 도시 한복판 길바닥 틈바구니에서도 고개를 내밉니다.


  아이들은 봄볕과 함께 더 까르르 노래합니다. 아이들은 새 봄볕과 함께 천천히 깜순이 깜돌이 됩니다. 햇살을 먹으며 푸르게 웃습니다. 햇빛을 받으며 밝게 노래합니다. 햇발처럼 온누리에 골고루 예쁜 꿈을 퍼뜨립니다.


  봄은 아이들 마음과 같구나 싶어요. 봄은 아이들을 살찌우는 철이로구나 싶어요. 봄은 아이들이 씩씩하게 우뚝 서서 사랑스레 뛰놀도록 이끄는 손길이로구나 싶어요.



- ‘그래, 네가 오래오래 이곳에 살아 주길 정말로 바라고 있어. 설사 같이 안 살더라도 너와 있는 시간이 계속되길 난 바라고 있어.’ (41쪽)

- “그런데 말 안 해 주고 내가 꿈을 꿔서 기억하길 바라는 거지?” “응.” “왜 그래야 해? 말해 주면 안 돼?” “네가 기억해내 주었으면 해. 안 그럼 전생이 아니잖아.” (92쪽)

 

 



  강경옥 님 만화책 《설희》(팝툰,2014) 열째 권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만화책 《설희》는 열째 권에 이르러 비로소 설희 입으로 차분히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설희라는 아이가 지난 1600년대 첫무렵부터 2000년대 첫무렵까지 고이 삶을 이어온 발자국을 넌지시 밝힙니다.


  설희라는 아이는 오늘 이곳에서 ‘설희’라는 이름을 쓰지만, 처음 태어난 멧골자락 작은 집에서는 ‘눈’이라는 이름이었다고 해요. 글도 한자도 모르던 화전민 어버이는 겨울날 눈송이와 함께 찾아온 아이한테 ‘눈’이라는 이름을 주었다고 해요. ‘설희’라는 이름은 글과 한자를 알던 다른 누군가 이 아이한테 주었겠지요.



- “왜 너는 남에게 상처 주는 말 하면서 다른 사람은 너에게 상처 주면 안 된다는 거니? 나야말로 물어 보자. 왜 그런지 몰라도 넌 내가 만만한 거지. 도대체 지금 같은 말을 함부로 내뱉을 수 있는 이유가 뭐야? 들어나 보자.” (65쪽)

- “아영이 돌아갔어.” “응, 싸웠거든. 이제 안 볼 거야. 끝이야.” “끝?” “응.” “뭐, 끝이라고 해서 정말 끝난다면 그럴 만한 사이겠지.” (69∼70쪽)

 

 


  사백 살쯤 산다면, 삶이 어떠할까 가만히 헤아려 봅니다. 사람이 누구나 사백 살쯤 산다면 오늘날 물질문명 사회처럼 더 빠르게 내달리려 할까 궁금합니다. 사람이 누구나 오백 살이나 천 살쯤 산다면 오늘날 도시문명 사회처럼 시골을 버리거나 짓밟으면서 끝간 데 없이 치달리려 할까 궁금합니다.


  오백 살쯤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사백 해 동안 회사원이 되어 돈을 벌어야 남은 백 해를 느긋하게 살아간다고 여기려나요? 천 살쯤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마음을 밝히는 책을 한결 넉넉하게 읽으면서 눈길과 눈썰미와 눈높이를 아름답게 북돋울 만하다고 여기려나요? 만 살쯤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지구별을 끔찍하게 더럽히거나 무너뜨리는 전쟁과 전쟁무기와 군대와 계급질서와 신분 따위를 모두 걷어치울 만하다고 여기려나요?


  고작 백 해 안팎에서 머뭇거리는 사람이기에 자꾸자꾸 툭탁거리며 살아가는가 궁금합니다. 기껏 백 해 언저리에서 맴도는 사람이기에 더 빨리 무언가 거머쥐려고 다른 사람 것을 가로채거나 이웃을 해코지하거나 동무를 따돌리는 짓을 마구 일삼는가 궁금합니다. 그예 백 해쯤이면 권력도 돈도 이름값도 덧없는 종잇조각이 될 테니, 자꾸자꾸 엉터리로 뒤흔들리는 사회가 되는지 궁금합니다.



- “시간이 흐르고, 풍경도 변하고 사람도 변하고, 사람들은 더는 그때 그 사람들이 아니고, 그때의 그 사람들은 시간 속에 사라져 갔겠지. 그리고 그건 언제까지나 반복되겠지.” (152쪽)

- “나도 내 생일은 정확히 몰라. 첫눈이 왔다는 것만 알지. 부모님은 화전민으로 산에서 살면서 글을 모르는 분들이었거든. 그래서 내 진짜 이름은 그냥 ‘눈’이야. 설희란 이름은 다른 사람이 붙여 준 거야. 그 이름이 더 쓰기 편하기도 하고, 눈 ‘설(雪)’ 자는 넣었지. 그게 사백 년 전의 일이야.” “어떻게.” “오래 살게 된 계기 말이지. 나도 너무 오래 살아서 날짜도 뭐도 알지 못하는데, 세상이 정보로 넘쳐나면서 나도 알게 된 거지만, 1609년 8월 25일의 사건 때문이야.” (183∼185쪽)

 

 



  삶이란 참 만만합니다. 이렇게 해도 흐르고 저렇게 해도 흐르는 삶이란 참 만만합니다. 사람들은 스스로 물을 더럽히면서도 정수기이니 수도물이니 댐이니 먹는샘물이니 하면서 걱정 한 줌 없습니다. 사람들은 스스로 바람을 더럽히면서도 더 많은 공산품과 발전소와 물질문명과 아파트와 고속도로와 관광지와 학교를 세우면서 근심 한 자락 없습니다. 사람들은 해를 보지 않으면서도 더 복닥거리고 더 툭탁거리며 더 피를 튀기면서 다투기만 합니다. 스스로 마음속에 해님 같은 포근함을 두지 않는다면, 스스로 가슴속에 별빛 같은 해맑음을 건사하지 않는다면, 그예 시들고 마는 줄 깨닫지 않습니다.


  이웃을 만만하게 보니 이웃을 해코지합니다. 동무를 만만하게 보니 동무를 따돌립니다. 지구별을 만만하게 보니 지구별을 무너뜨립니다.


  이웃을 사랑스레 볼 때에는 이웃을 사랑합니다. 동무를 따사롭게 마주할 때에는 동무와 어깨를 겯습니다. 지구별을 즐겁게 어루만지려 할 적에는 지구별에 푸른 꿈이 깃들도록 숲을 가꿉니다.


  만만한 삶입니까? 사랑스러운 삶입니까? 만만한 돈푼입니까? 사랑스러운 일자리입니까? 만만한 권력이나 명예입니까? 사랑스러운 이웃이요 동무입니까? 만만한 녀석입니까? 사랑스러운 숨결입니까?


  사랑을 노래하지 않으면 즈믄 해를 살더라도 메마릅니다. 사랑을 노래하면 하루를 살더라도 따스합니다. 4347.3.10.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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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자리



  인천마실·서울마실·일산마실을 하면서 틈틈이 글을 쓴다. 글은 어디에서나 쓸 수 있다. 그런데 고흥이 아닌 인천과 서울과 일산에서는 들노래나 숲빛을 누리지 못하면서 글을 쓴다. 인천과 서울과 일산에서는 끊임없는 자동차와 기계가 복닥이는 소리가 퍼지는 한복판에서 글을 쓴다.


  어느 곳에 있더라도 나는 나이기 때문에 내가 쓰는 글은 내 삶이다. 어느 곳에 있더라도 내 마음이나 넋이 흔들릴 까닭이 없으니 내 글은 내 뜻에 따라 흐른다. 다만, 언제나 맑은 물을 마실 수 있는 곳에서 쓰는 글하고 언제나 안 맑은 물에 둘러싸인 곳에서 쓰는 글이 같지 않다. 늘 푸른 바람이 흐르는 곳에서 쓰는 글이랑 늘 안 푸른 바람이 흐르는 곳에서 쓰는 글이랑 같지 않다.


  공부를 하려고 조용한 곳을 찾듯이, 나 또한 아이들과 조용한 곳을 찾아서 살아가야 비로소 글빛 북돋우는 하루가 된다 할 수 있을까. 삶에 따라 태어나는 글이니, 시골에서 살며 쓰는 글과 도시에 머물며 쓰는 글은 사뭇 다를밖에 없을까.


  사람은 어느 곳에 살더라도 스스로 움직인다. 시골에 있기에 하늘빛을 더 바라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둘레가 온갖 건물로 꽉 막힌데다가 자동차가 물결치고 사람이 사람들한테 치이는 자리에서는 좀처럼 하늘빛을 그리지 못한다. 하늘을 올려다볼 틈이 없으니 하늘을 못 보기도 한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가는 그만 자동차한테 받치거나 길바닥에서 넘어지거나 부딪힐 만하다. 내 마음은 어디에서도 내 마음이지만, 인천과 서울과 일산에서 닷새째 지내며 돌아보니, 자꾸 어느 한쪽으로 휩쓸리는구나 하고 깨닫는다. 졸졸졸 흐르는 냇물을 마실 수 없이 쓰는 글과, 아침저녁으로 멧새 노랫소리가 퍼지지 않는 곳에서 쓰는 글과, 온갖 봄풀이 돋는데다가 겨울눈이 터지며 꽃망울이랑 잎망울이 흐드러지는 시골빛을 누리는 동안 쓰던 글은 참 다르구나 싶다. 시골빛을 꿈꾸며 쓰는 글과 시골빛을 누리며 쓰는 글은 참 다르구나 하고 느낀다. 4347.3.10.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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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의 지구 물과 숲과 공기 (몰리 뱅) 마루벌 펴냄, 2006.10.15.



  물이 있어 숲이 있습니다. 숲이 있어 바람이 붑니다. 바람이 불어 물이 있습니다. 물과 숲과 바람은 언제나 서로를 살찌웁니다. 사람은 물을 마십니다. 사람은 숲에서 밥을 얻습니다. 사람은 바람을 들이켭니다. 사람한테 물과 숲과 바람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습니다. 사람을 살리는 물과 숲과 바람이기에, 사람은 스스로 즐겁고 아름다우며 사랑스레 살아가고자 물과 숲과 바람을 아끼고 보살핍니다. 물과 숲과 바람은 사람을 보살피고, 사람은 물과 숲과 바람을 보살핍니다. 서로 좋아하고 서로 어깨동무하면서 서로 노래할 적에 푸른 이야기가 샘솟습니다. 4347.3.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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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숲과 공기- 우리 모두의 지구
몰리 뱅 글.그림, 최순희 옮김 / 마루벌 / 2011년 9월
9,600원 → 8,640원(10%할인) / 마일리지 480원(5% 적립)
2014년 03월 09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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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치가 온 바다 - 치히로 아트북 6, 0세부터 100세까지 함께 읽는 그림책
이와사키 치히로 글·그림 / 프로메테우스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56



새까만 아이들

― 치치가 온 바다

 이와사키 치히로

 임은정 옮김

 프로메테우스 출판사, 2003.7.10.



  아이들은 언제나 새까맣습니다. 봄이건 겨울이든 들과 숲과 냇가에서 놀기에, 아이들은 언제나 새까맣습니다. 아이들은 늘 까무잡잡합니다. 여름이건 가을이건 어버이 일손을 거들기에, 아이들은 늘 까무잡잡합니다.


  아이와 함께 어른들도 언제나 새까맣습니다. 어른이 되기 앞서 누구나 아이였으니 새까맣지요. 어른이 된 뒤에는 들과 숲과 냇가에서 일하면서 쉬니 늘 새까맣지요. 어른이 되어 아이를 낳고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나 아이들과 함께 들바람을 마시고 숲바람을 쐬기에 늘 까무잡잡하지요.



.. 내일부터 여름방학, 난 엄마랑 함께 바다에 가요. 할머니가 계시는 바닷가로요 ..  (1쪽)


 


  서양사람이라서 흰둥이가 아닙니다. 동양사람이나 아프리카사람이라서 깜둥이가 아닙니다. 서양사람도 들에서 놀고 숲에서 일하면 누구나 깜둥이입니다. 아프리카사람도 동양사람도 들에서 일하고 숲에서 살면 서로서로 까무잡잡합니다.


  흙을 만지면서 일하고, 흙으로 집을 지으면서 살림을 가꾸며, 흙에서 자라는 풀에서 실을 얻어 옷을 지은 사람은 한결같이 흙빛입니다. 가장 고우며 맑고 좋은 흙은 빛깔이 까무잡잡합니다. 가장 튼튼하며 밝고 사랑스러운 사람은 흙빛을 닮아 까무잡잡합니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듬뿍 친 논밭을 들여다보면 흙빛이 허여멀겋습니다. 사막을 뒤덮은 모래와 비슷한 흙이 되는 오늘날 논밭입니다. 농약과 화학비료가 아닌 햇볕과 빗물과 바람을 먹으면서 풀이 얼크러지는 논밭은 흙빛이 까맣습니다. 싱그러이 살아서 숨쉬는 흙은 까맣습니다. 해맑게 빛나면서 고소한 흙을 까무잡잡합니다.


  흙과 살결은 같은 빛이 될 때에 아름답습니다. 흙과 살결은 늘 같은 빛이 되면서 사랑스럽습니다. 그리고, 물을 마실 적에는 온몸이 물빛이 되어요. 숨을 쉴 적에는 온몸이 온통 하늘빛이 되어요.


  우리 몸은 흙빛이면서 물빛이고 하늘빛입니다. 여기에, 새 기운이 나도록 먹는 밥은 흙에서 자란 풀에서 오기에, 우리 몸은 새삼스레 풀빛입니다. 봄날 피어나는 아리따운 들꽃에 깃든 노랑처럼, 또 가을날 무르익는 나락빛처럼, 노랗거나 누런 빛이 우리 몸에 감돕니다.



.. 치치랑 함께라면 하고 싶은 게 아주 아주 많은데, 재미있을 텐데, 참 그렇지, 치치에게 편지를 쓰면 되지 ..  (8∼9쪽)

 

 



  이와사키 치히로 님 그림책 《치치가 온 바다》(프로메테우스 출판사,2003)를 읽습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아이가 여름방학을 맞이해 시골 할머니 댁으로 가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아이가 도시에서 여름방학에 시골로 간다면, 아이를 낳은 어버이는 시골내기였다는 뜻일 테지요. 아이를 낳은 어버이는 어릴 적에 늘 바닷가에서 놀며 바닷내음을 마시고 바닷바람을 들이켰다는 뜻일 테지요. 아이들 어버이는 어린 날 언제나 까무잡잡 해맑은 아이였다는 뜻일 테지요.



..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 나는 깜둥이 치치도 깜둥이, 아니 아니 치치는 처음부터 깜둥이였대요 ..  (25쪽)

 

 

 



  놀이공원에서 노는 아이들은 살결이 까무잡잡하게 타지 않습니다. 놀이방에 가거나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은 살갗이 까맣게 바뀌지 않습니다. 학교와 학원에 오랫동안 붙잡히는 아이들은 살빛이 허여멀겋게 됩니다. 예부터 허여멀건 살빛은 파리한 살빛이라 했고, 파리한 살빛이란 아픈 사람 모습이라 했습니다.


  오늘날 아이들은 모두 아픕니다. 오늘날 아이들은 제대로 뛰놀지 못하니 모두 아픕니다. 오늘날 아이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땟국이 줄줄 흐르도록 뛰놀거나 구르지 못하니 모두 아픕니다.


  놀지 못하는 아이는 자꾸 몸앓이를 합니다. 놀지 못한 채 갖가지 지식과 정보를 머릿속에 집어넣도록 학교와 학원에 끄달리는 아이는 그예 몸앓이에 시달립니다. 아이는 무엇을 배워야 하나요. 아이는 어버이한테서 사랑을 배울 노릇 아닐까요. 아이는 무엇을 먹어야 하나요. 아이는 어버이한테서 사랑을 받아먹어야 할 노릇 아닌가요.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 어른이 됩니다. 아이들은 연예인이나 회사원이 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어른이 됩니다.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사랑스러운 짝꿍을 만나 새롭게 아이를 낳는 모습을 마음으로 그려요.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자라서 어떤 어른이 되어 어떤 아이를 낳을 적에 즐거울까 하고 마음으로 그림을 그려요. 아이들이 먹을 밥과 아이들이 누릴 빛과 아이들이 즐길 터를 곰곰이 헤아려요. 새까만 아이들 되도록 새까만 어른이 되어 저마다 이녁 보금자리를 살가이 가꿀 수 있기를 빕니다. 4347.3.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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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4-03-09 21:52   좋아요 0 | URL
책 속의 아이가 벼리를 닮은것 같아 더 정감이 가는 그림책이네요.

파란놀 2014-03-10 05:06   좋아요 0 | URL
즐겁게 노는 아이는 모두 새까맣게 타면서
까무잡잡 어여쁜 흙빛 아이가 될 테니,
우리 집 벼리가 되기도 하고
이웃집 동무가 되기도 하면서
다 함께 지구별 가꾸는
사랑스러운 빛이 될 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