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118] 나이를 먹다

 


  나무는
  바람 햇볕 빗물을 먹으며
  해마다 새 꽃을 피운다.

 


  나이를 먹는 삶이란, 바람과 햇볕과 빗물을 받아들이면서 새롭게 자라는 하루라고 느낍니다. 나이를 먹기에 늙는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새롭게 눈을 뜬다고 느낍니다. 나이를 먹어 늙은 사람이 아닌, 삶이 흐르는 결을 날마다 푼푼이 그러모아 아름다운 사랑으로 나누는 ‘늙음’이라고 느낍니다. 나무를 가리켜 늙었다고 말하지 않거든요. 삼백 살을 먹건 오백 살을 먹건 천 살을 먹건 나무는 늘 나무일 뿐이고, 사람도 서른 살이건 쉰 살이건 백 살이건 모두 똑같이 사람일 뿐입니다. 4347.3.1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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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숲과 공기 - 우리 모두의 지구 자연과 나 4
몰리 뱅 글.그림, 최순희 옮김 / 마루벌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57

 


지구별을 살리는 세 가지
― 우리 모두의 지구, 물과 숲과 공기
 몰리 뱅 글·그림
 최순희 옮김
 마루벌 펴냄, 2006.10.15.

 


  한겨레는 찻잎을 얼마나 즐겼을까 궁금합니다. 임금님이나 양반을 빼고, 시골에서 흙을 만지는 여느 사람들이 찻잎을 얼마나 덖거나 끓여서 마셨을는지 궁금합니다. 한겨레는 예부터 굳이 찻물을 마시지 않고 냇물과 우물물과 샘물을 마시지 않았나 하고 헤아려 봅니다. 찻잎을 우려서 마실 적에 몸에 좋다고 하지만, 애써 찻잎까지 마시지 않더라도 풀잎을 알뜰히 먹는 한편, 맑으면서 좋은 냇물과 우물물과 샘물을 마시면서 몸을 살찌우지 않았으랴 싶습니다.


  오늘날에는 눈을 녹여서 물을 먹기 어렵다고 할 만합니다. 오늘날 하늘은 온갖 먼지와 방사능이 날아다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에는 지난날처럼 빗물을 받아서 쓰기 어려우리라 느낍니다. 참말 오늘날 하늘은 갖가지 먼지와 매연과 배기가스에다가 방사능까지 골고루 드리우기 때문입니다.


.. 옛날에 풀밭을 빙 돌아 마을이 생겨났어요 ..  (7쪽)

 


  물을 잘 마시기만 해도 몸이 튼튼합니다. 아니, 물을 옳게 잘 마시면 몸이 튼튼합니다. 밥을 잘 먹기만 해도 몸이 튼튼합니다. 아니, 밥을 옳게 잘 먹으면 몸이 튼튼합니다. 바람을 잘 들이켜기만 해도 몸이 튼튼합니다. 아니, 바람을 옳게 잘 들이켜면 몸이 튼튼합니다.


  약이란 따로 없습니다. 약풀이나 약밥이 따로 없습니다. 한방에서건 병원에서건, 약으로 삼는 것은 모두 숲에서 나옵니다. 숲에서 자라는 풀이 여느 밥이 되면서 약 노릇입니다. 숲에서 흐르는 물이 여느 마실거리가 되면서 약 구실입니다.


  환풍기라든지 공기청정기를 쓰는 곳에서 쉬어야 몸이 낫지 않아요. 숲에서 부는 바람을 마실 적에 몸이 나아요. 제아무리 대단한 시설과 설비를 갖춘 병원이라 하더라도,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 있는다고 몸이 낫지 않습니다. 맑은 물을 마시고 좋은 밥을 먹으며 푸른 바람을 마실 적에 몸이 낫습니다. 옛날 사람들이 고되다 싶은 일을 하고 풀밥과 샘물만 먹으면서도 다시금 기운을 차린 까닭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해요. 몸을 살리는 물과 밥과 바람을 슬기롭게 깨달아, 이 땅에 농약과 비료를 함부로 뿌리는 길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해요. 몸을 살리는 물과 밥과 바람을 올바로 바라보면서, 시골과 도시를 제대로 가꾸도록 힘을 쏟을 수 있어야 해요.


.. 나무를 많이 잘라내고 나면 숲이 점점 줄어들어요. 이것은 숲에도 나무에게도 숲에 사는 생물들에게도 좋은 일이 아닙니다 ..  (24∼25쪽)

 


  지구별을 살리는 것은 몸을 살립니다. 몸을 살리는 것은 지구별을 살립니다. 정갈한 물과 좋은 밥과 푸른 바람이 지구별을 살립니다. 정갈한 물과 좋은 밥과 푸른 바람이 우리 몸도 살립니다. 자가용이나 석유나 전기가 지구별을 살리지 않습니다. 자가용이나 석유나 전기뿐 아니라, 물질문명이나 현대문명이 지구별을 살리지 않습니다. 돈이 있어야 뭔가 사다 먹는다 하지만, 돈이 지구별을 살리지 않습니다. 시멘트로 집을 짓고 아스팔트로 찻길을 닦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시멘트와 아스팔트가 지구별을 살리지 않습니다.


  골프장이나 발전소나 공장이 지구별을 살리나요? 관광단지나 대학교나 고속철도가 지구별을 살리나요?


  돈으로 짓는 공원이 아닌 숲이 지구별을 살립니다. 따로 나무심기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나무씨앗이 스스로 퍼져 찬찬히 자라도록 할 수 있어야 합니다. 4대강사업이 아닌 냇물이 지구별을 살립니다. 멧골서 스스로 솟는 샘물이 흘러 우리 모두 이 물을 마실 수 있어야 합니다. 공장에서 플라스틱병에 담는 ‘먹는샘물’이 아닌, 멧골서 솟는 ‘샘물’을 마셔야지요. 전기를 써서 돌리는 갖가지 공기청정기 아닌, 철 따라 꽃내음과 풀내음을 싣고 흐르는 바람이 지구별을 살립니다. 별바람을 쐬고 무지개바람을 쐬어야지요. 들바람과 바닷바람과 숲바람을 마셔야지요.


.. 우리는 생각해 보아야 해요. 모두 저마다 자원을 최대한 많이 써서 당장 이익을 얻으려고 하면 우리가 다 함께 사는 지구는 언젠가 파괴되고 말아요 ..  (35쪽)

 


  몰리 뱅 님이 빚은 그림책 《우리 모두의 지구, 물과 숲과 공기》(마루벌,2006)를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몰리 뱅 님은 《물과 숲과 공기》라는 그림책에서 우리한테 묻습니다. 오늘까지 이대로 도시에서 살았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이 삶을 똑같이 잇겠느냐고 묻습니다. 오늘까지 온갖 물질문명을 숱하게 누렸다 하더라도 언제까지나 이 삶을 고스란히 잇겠느냐고 묻습니다.


  도시는 없어도 됩니다. 도시가 없어도 지구별은 무너지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시골은 없으면 안 됩니다. 시골이 없으면 지구별은 무너집니다.


  손전화나 스마트폰이 없어도 지구별은 안 무너집니다. 자가용과 경운기가 없어도 지구별은 안 무너집니다. 대학교와 청와대가 없어도 지구별은 안 무너집니다. 발전소와 공장이 없어도 지구별은 안 무너집니다. 그렇지만, 시골 들과 숲과 내와 바다와 뻘이 없으면 지구별이 무너집니다. 축구선수나 국회의원이 없어도 지구별은 안 무너지지만, 시골사람이 없으면 지구별은 무너져요. 의사나 판사나 교수가 없어도 지구별은 안 무너지지만 시골 흙일꾼이 없으면 지구별은 무너져요.


  학교에서 교사는 아이들한테 무엇을 가르치나요. 집에서 어버이는 아이들한테 무엇을 보여주나요. 우리 아이들은 앞으로 이 지구별에서 어떻게 살아야 즐거울까요. 우리 아이들은 앞으로 이 나라에서 무엇을 하면서 꿈꾸어야 사랑스러울까요. 맑은 물을 마시지 못하는 아이들이 즐거울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좋은 밥을 먹지 못하는 아이들이 기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푸른 바람을 마시지 못하는 아이들이 튼튼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평화를 지키려면 군대가 아닌 낫과 호미가 있어야 합니다. 평등을 이루려면 학교교육이 아닌 시골밥을 두레와 품앗이로 거두어 도란도란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4347.3.1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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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왔어요

 


  닷새 동안 바깥잠을 자면서 마실을 다닌 끝에 시골집에 왔어요. 아침 아홉 시 반에 서울 강남 버스역을 떠난 시외버스는 네 시간 반을 달려 고흥 버스역에 닿았어요. 아이들은 처음에는 안 자려고 하다가 작은아이부터 잠듭니다. 큰아이도 이내 곯아떨어집니다. 아침 일찍 서울에서 버스를 타니 고흥에 낮에 닿는군요. 읍내 가게에 들러 먹을거리를 장만한 뒤 택시를 탑니다. 택시를 타고 집에 닿아 짐을 풀고, 이불을 마당에 넙니다. 자동차 소리만 가득하던 도시를 벗어나 바람소리가 흐드러지는 시골에 있으니 숨통을 틉니다. 부엌과 마루와 방을 비질하고 보일러를 돌립니다. 아이들 옷가지는 이튿날 빨기로 하고 오늘은 내 옷가지만 빨래합니다. 옷을 마당에 널고 기지개를 켭니다. 큰아이는 마당 평상에서 만화책을 펼치고, 작은아이는 마당을 휘저으면서 까르르 웃습니다. 두 아이는 홀가분하게 뛰어놉니다. 해가 기울 무렵까지 큰아이는 만화책만 손에 쥡니다. 왜 뛰어놀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데, 큰아이가 혼자서 손닦개를 가지고 나오더니 “코피 나.” 하고 말합니다. 그렇구나, 큰아이는 몸이 몹시 힘든 탓에 뛰어놀지 않고 책만 손에 잡는구나. 큰아이더러 얼른 자리에 누우라고 합니다. 그러고는 읍내에서 장만한 먹을거리를 밥상에 펼치고, 네 식구가 함께 먹은 뒤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기로 합니다. 작은아이는 안 자겠다면서 한참 칭얼칭얼 웁니다. 그렇지만 자기 싫다는 울음이라기보다 몸이 너무 힘들어 쏟아지는 울음이로구나 싶어요. 큰아이도 작은아이만 한 나이였을 적에 몸이 너무 힘들어 스스로 견디지 못할 적에 이렇게 울었거든요. 곁님이 작은아이를 품고 다독다독 토닥이니 스르르 잠듭니다. 큰아이는 잠옷으로 갈아입고 자리에 누워 몇 마디 나누는 사이 사르르 잠듭니다. 시골집은 깜깜합니다. 시골마을은 조용합니다. 깜깜하고 조용한 시골집에서 네 식구가 새근새근 꿈나라를 누빕니다. 네 시간 반 즈음 드러누워 허리를 편 뒤 살며시 일어납니다. 방바닥에 불을 넣고, 이튿날 아침에 먹을 쌀을 씻어서 불립니다. 아이들 쉬통을 들고 마당으로 나와서 비운 뒤 별빛 가득한 하늘을 보니, 참말 시골집에 돌아왔네 하고 깨닫습니다. 4347.3.1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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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시경 2014-03-11 01:33   좋아요 0 | URL
이 새벽,,,마음이 따뜻해지는 글~ 잘 읽고 갑니다^^ 그 평화로움이 저에게까지 느껴져요,,,

파란놀 2014-03-11 02:28   좋아요 0 | URL
저 스스로 이제 겨우 기운을 차려
지난 하루 돌아보면서
느긋해진 까닭에
착한시경 님한테도
따스한 마음이 옮을 수 있었으리라 생각해요.

밤을 지나 아침을 맞이하면서도
늘 평화롭게 지내시기를 빕니다 ^^
 

한글노래 7. 새봄누리 어린이

 


나는 사름벼리
바다처럼 노래하는
하늘빛 어린이.
샘물같이 춤추면서
꿈꾸고 뛰노는
동백꽃 어린이.
갈퀴덩굴 깨어나는
이월 첫머리에
싸목싸목 웃는
새봄누리 어린이.

 


2014.2.7.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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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빛 마시는 길



  닷새 밤을 지낸 바깥마실을 마치고 시골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곧 지하철을 타고 버스역으로 간다. 짐은 다 꾸렸다. 아이들이 깨어나지 않았지만 살살 깨워서 안고 나가야겠지. 닷새 동안 아이들은 큰아버지와 이모와 이모부와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만나면서 즐겁게 놀았을까. 나중에 아이들은 이번 마실길을 잘 떠올릴 수 있을까. 일곱 살 큰아이는 일곱 살 아이대로 떠올리고, 네 살 작은아이는 네 살 아이대로 되새기겠지.


  시골로 돌아가서 시골물 마실 수 있겠네 하고 생각한다. 시골로 돌아가면 시골바람 들이켤 수 있겠네 하고 헤아린다. 시골빛을 즐기고 시골노래를 다시금 우리 이웃들한테 들려주어야지. 뒤꼍 매화나무는 꽃망울을 터뜨렸을까. 마당 동백나무는 꽃봉오리 몇이나 터졌을까. 시골집도 우리를 기다리리라. 즐겁게 느긋하게 돌아가자. 4347.3.10.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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