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순이 14. 하늘빛 자전거 (2014.2.11.)

 


  사름벼리야, 아버지가 왜 너희 둘을 자전거에 태우고 마실을 다니는 줄 아니? 집에서 올려다보는 하늘빛이 참 곱지만, 여러 마을을 자전거로 돌면서 올려다보는 하늘빛도 무척 곱기 때문이야. 마을마다 다른 삶빛을 읽고, 다른 삶빛 따라 다른 바람빛을 마시면서 다른 하늘빛을 누리자는 뜻이야. 너른 들에서 저 하늘을 보렴. 온통 파란 하늘에 아리땁게 흩뿌리는 하얀 빛깔이 모여 구름이 된다. 구름을 담고, 하늘을 담으면서, 언제나 고운 숨결로 씩씩하게 자라렴.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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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순이 13. 자전거 사이로 놀이 (2014.2.24.)

 


  작은아이는 자전거 사이로 빠져나가는 놀이를 좋아한다. 작은아이가 이렇게 자전거 사이로 빠져나가면 큰아이도 동생 꽁무니를 좇곤 한다. 이러다가 자전거를 쿵 넘어뜨리기도 한다. 얘들아, 자전거가 넘어질 수도 있지만, 뒷거울이 그만 깨질 수 있어. 부디 자전거 사이로 빠져나가기 놀이는 참아 주라. 자전거가 아야 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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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4.2.11.
 : 언제나 하늘을 이고서

 


- 자전거를 이끌고 우체국으로 간다. 수레를 대문 앞으로 내놓는다. 마을 고샅길을 넓히면서 버팀벽 세우는 공사를 한창 한다. 시멘트로 다지고 시멘트를 붓고 시멘트로 덮는 공사이다. 시골에서는 이런 공사를 해야 지역발전이라고 여긴다. 그런데, 온통 시멘트로 덮으면서 풀이 돋을 자리가 사라진다. 우리 집 대문 앞 풀도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질는지 모른다. 저 시멘트가 언제 뒤덮을는지 모른다. 대문 앞에는 봄까지꽃과 별꽃과 꽃마리꽃뿐 아니라, 흰민들레도 피고 노란 유채꽃과 갓꽃도 필 뿐 아니라, 쑥꽃과 냉이꽃이 피고, 제비꽃과 고들빼기꽃까지 피어나지만, 이런 꽃을 알아보는 이는 참 드물다.

 

- 큰아이가 마을 어귀까지 걸어가고 싶단다. 마을 어귀 빨래터 옆에 자전거를 세운다. 큰아이는 여기부터 탄다. 흰개가 우리를 좇아온다. 잘 달리지 못하면서 힘껏 좇아온다. 큰길로 따라오면 아슬아슬할는지 몰라 논둑길을 따라 면소재지로 간다. 흰개는 한참 따라오다가 힘든지 더 따라오지 못한다.

 

- 우체국에 닿으니 두 아이는 우체국 꽃밭 울타리를 타고 올라가서 논다. 너희는 어디이든 타고 올라가서 노는구나. 아무렴, 놀순이와 놀돌이이잖니.

 

- 편지를 부치고 집으로 돌아간다. 하늘을 보렴. 하늘빛이 어떠니? 구름을 보렴. 구름빛이 어떠니? 우리는 언제나 하늘을 이고서 살아간단다. 우리는 언제나 하늘숨을 쉰단다. 시골에서 살기에 하늘숨을 쉬지 않아.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도 모두 하늘숨을 쉬지. 도시사람은 시골과 견주어 아주 매캐한 바람을 마셔야 할 텐데, 그래도 시골에서 흐르는 푸른 바람이 있어 도시사람도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어. 시골숲에서 피어나는 푸른 바람이 도시에 있는 매캐한 바람을 포근하게 감싸 주거든.

 

- 흰개는 마을 어귀를 어정거린다. 우리 자전거를 본다. 통통통통 잰걸음으로 다가온다. 큰아이와 함께 대문을 연다. 이웃 할배는 공사하는 삽차를 바라본다. 공사를 하며 이웃 할배네 논에 쓰레기와 시멘트조각을 잔뜩 떨어뜨린다. 공사하는 일꾼은 담배꽁초도 종이컵도 맥주깡통도 논에 그냥 던진다. 저이들은 밥 안 먹고 살아갈까? 저이들은 저희 아버지 어머니뻘 되는 이들이 일구는 논에 쓰레기를 버리고도 가슴이 멀쩡한가? 길이나 들이나 논밭이나 숲이나 갯벌이나 바다에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사람들 마음속에는 무엇이 들었을까. 이들도 우리와 똑같이 하늘을 이고서 살아가는 사람일 텐데.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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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럽다'와 '지저분하다'라는 낱말을 잘 살펴서 쓸 수 있으면,

추레하다와 꾀죄죄하다도 알맞게 나누어 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느 때에는 이런 낱말을 잘 안 쓰다가

이 낱말들 뜻과 쓰임새를 살피면서

괜히 마음이 힘듭니다.

더럽거나 깨끗한 것은 따로 없을 테지만,

마음에 더러운 때가 끼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겠지요.

 

..

 

 

더럽다·지저분하다·추레하다·꾀죄죄하다
→ ‘더럽다’와 ‘지저분하다’는 서로 같은 뜻이라고 할 만합니다. 그렇지만 두 낱말은 느낌이 다릅니다. ‘더럽다’는 어떤 모습을 보면서 내 마음이 안 좋거나 거북할 때에 씁니다. ‘지저분하다’는 어떤 모습이 보기에 안 좋거나 거북할 때에 씁니다. ‘추레하다’라는 낱말도 뜻은 비슷하지만, 허름해 보인다든지 가난해 보인다고 하는 느낌을 더 얹을 때에 씁니다. ‘꾀죄죄하다’는 보기에 무척 안 좋다고 할 만할 때에 써요. ‘꾀죄죄하다’는 큰말이고 ‘괴죄죄하다’나 ‘꾀죄하다’처럼 쓰면 여린말입니다.


더럽다
1. 때, 먼지, 찌꺼기가 끼거나 묻거나 붙다
 - 어디에서 놀다 왔기에 옷이며 얼굴이 이렇게 더럽니
 - 더러운 옷을 깨끗하게 빨았다
2. 물에 찌꺼기나 다른 것이 섞여서 맑지 않다
 - 냇물이 더러우니 다슬기가 살지 못한다
 - 쓰레기 때문에 바다가 더러워서 들어가 놀지 못합니다
3. 거칠거나 어수선하게 여기저기 널려서 보기에 나쁘다
 - 밀가루를 잔뜩 어질러서 부엌 바닥이 더럽구나
 - 아무렇게나 버린 쓰레기 때문에 저쪽은 너무 더럽다
4. 말이나 몸가짐이 그릇되거나 막되거나 좁다
 - 입에 담기 어려운 더러운 말은 하지 말자
 - 힘이 여린 동무를 괴롭히다니 너무 더러운 짓 아니겠니
5. 어떤 일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마음이 나쁘다
 - 곰곰이 생각해 보는데 이 일은 더러워서 못하겠네
 - 마음이 더러우면 이웃이 하나둘 떠난다

지저분하다
1. 거칠거나 어수선하게 여기저기 널려서 보기에 나쁘다
 - 방바닥이 왜 이렇게 지저분하니
 - 책상 서랍이 너무 지저분하니 좀 치우렴
2. 때, 먼지, 찌꺼기가 덕지덕지 붙거나 묻다
 - 얼굴이 지저분하니 좀 씻자
 - 빗길을 달렸더니 자전거가 많이 지저분하네
3. 말이나 몸가짐이 그릇되거나 막되거나 좁다
 - 왜 자꾸 반칙을 하면서 경기를 지저분하게 할까

추레하다
1. 옷이나 겉에 때, 먼지, 찌꺼기가 끼거나 묻거나 붙어서 말끔하지 않거나 가난한 티가 난다
 - 옷차림은 추레하지만 마음은 깨끗하다
2. 몸가짐이나 남 앞에 선 모습이 하찮거나 허름하거나 떳떳해 보이지 않다
 - 돈이나 힘은 없으나 추레하게 살지는 않는다


꾀죄죄하다
1. 옷차림이나 겉모습이 무척 보기 나쁠 만큼 때, 먼지, 찌꺼기가 붙거나 묻다
 - 퍽 오래 안 씻었는지 꾀죄죄한 옷차림이다
 - 설날인데 꾀죄죄한 옷은 벗고 깨끗한 옷을 입으렴
2. 마음 씀씀이나 하는 짓이 매우 좁고 보잘것없다
 - 꾀죄죄하게 돈 100원 때문에 부아를 내니 

 

(최종규 . 2014 - 새로 쓰는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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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 세고! : 수와 양 끼리끼리 재미있는 우리말 사전 2
박남일 지음, 문동호 그림 / 길벗어린이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58

 


시골살이에서 태어난 말입니다
― 재고 세고!, 수와 양
 박남일 글
 문동호 그림
 길벗어린이 펴냄, 2007.8.25.

 


  박남일 님이 쓴 글에 문동호 님이 그림을 붙인 《재고 세고!, 수와 양》(길벗어린이,2007)이라는 그림책을 읽습니다. ‘끼리끼리 재미있는 우리말 사전’이라는 이름이 붙은 책입니다. 우리가 쓰는 말을 모둠으로 엮어서 찬찬히 들려주는 책입니다. 한국말을 슬기롭게 가르치기보다는 영어와 한자를 지식으로 외우도록 내모는 제도권 학교교육 얼거리를 돌아본다면, 이러한 그림책은 무척 뜻있으며 값있다고 할 만합니다.


  오늘날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제대로 못 쓰거나 안 쓰는 하나치(단위)를 잘 묶어서 보여주는 《재고 세고!》라고 봅니다. 길이와 부피와 물건과 나이와 날짜를 세는 낱말을 차근차근 보여줍니다. 이 그림책을 아이한테 읽히는 어른이 함께 들여다본다면, 어라 이런 말이 있었네, 그동안 잊고 살았구나, 하고 생각할 만하리라 봅니다. 요새는 ‘아름’이나 ‘푼’이라는 낱말조차 들을 일이 드물고, ‘뭇’이나 ‘짐’이나 ‘섬’이나 ‘모숨’ 같은 낱말은 아예 들을 일도 없구나 싶어요.


  ‘열’이나 ‘스물’이라는 낱말도 사람들은 잘 안 씁니다. 한자말로 ‘십’이나 ‘이십’이라 말합니다. ‘하루’나 ‘이틀’ 같은 낱말을 얼마나 쓸까요. ‘일일’이나 ‘이일’이라는 한자말만 쓰지 않나요.


.. 자가 없으면 뼘으로도 길이를 잴 수 있지. 어른 한 뼘은 크고, 아이 한 뼘은 작고. 키가 한 뼘이나 자랐다면 아주 기분 좋은 일이지 ..  (7쪽)


  그런데, 그림책 《재고 세고!》는 큰 틀에서 한국말을 슬기롭게 바라보지 못합니다. “자가 없으면 뼘으로도 길이를 잴 수 있지”라고 말하지만, 예부터 한겨레는 굳이 자를 쓰지 않았습니다. 저도 어릴 적에 으레 듣고 쓰곤 했는데, 손뼘으로뿐 아니라, 손가락 마디로 길이를 쟀고, 팔등을 뻗어서 길이를 재곤 했어요. 한 팔을 뻗어서 잰다든지 두 팔을 벌려서 길이를 잽니다. 걸음으로 길이를 재고 다리를 뻗어 길이를 잽니다.


  골목이나 학교 운동장에서 노는 우리들이 언제 ‘자’를 챙기면서 놀겠어요. 맨몸으로 놀아요. 그러니 온몸을 써서 길이를 잽니다. 때로는 나뭇가지를 주워서 길이를 재요.


  다시 말하자면, 어른도 아이도 언제나 맨몸으로 길이를 쟀습니다. 자로 길이를 잰 사람이라면 가겟집 일꾼이라든지 양반집 사람들뿐이었으리라 느껴요. 집을 짓던 옛사람도 자를 쓰지 않았어요.


.. 옛날에는 쌀가게에서 쌀을 한 말씩 사다 먹곤 했지. 한 말씩 열 말이 모이면 두 가마, ‘한 섬’이 되는 거야 ..  (15쪽)


  ‘가마’는 ‘가마니’와 같은 낱말입니다. 이 낱말은 한겨레가 쓰던 낱말이 아닙니다. 1900년대 첫무렵에 일본에서 들어왔습니다. 한국을 식민지로 삼던 일본이 쓰던 낱말이 ‘가마니’예요. 그러니, 이 낱말을 아이들한테 한국말을 가르치려고 다룰 때에는 알맞지 않습니다. 게다가, 우리 슬픈 발자취가 깃든 낱말이에요.


  열 말이 모이면 두 가마라고 이야기할 까닭이 없습니다. ‘가마’라는 낱말은 일본사람이 쓰는 말이고, 한국사람은 예부터 ‘섬’이라는 낱말을 썼습니다. 아직 곳곳에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 찌꺼기 낱말이 있는데, 그림책에서까지 이런 식민지 찌꺼기 낱말을 다루면서 아이들한테 가르쳐야 한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이런 책일수록 더더욱 말뿌리를 슬기롭게 살피고 올바르게 돌아보아야 한다고 느낍니다.


  더욱이, 옛날에는 쌀을 “사다 먹”지 않았습니다. 옛날에는 누구나 손수 흙을 일구어 나락(벼)을 거두어서, 절구질이나 방아질을 해서 겨를 벗긴 뒤 쌀을 얻어서 먹었습니다.


.. 이제 물건을 세 보자. 재미있게도 물건마다 세는 말이 다 달라 ..  (19쪽)


  물건을 세건 부피를 세건, 모든 낱말은 시골에서 태어났습니다. 물고기를 세건 배추나 무를 세건 볏섬을 세건 모두 시골사람이 쓰는 낱말입니다. 물을 길어 동이에 담을 적이든 솥에 불을 지펴 밥을 지을 적이든 언제나 시골사람이 쓰는 낱말입니다.


  물건을 세는 이름은 “재미있게도 다 달라”라고 할 일이 아닙니다. 삶이 늘 다르고, 물건마다 쓰임새가 다른 만큼, 이 자리와 저 자리에서 쓸 적에 다 다르게 말할밖에 없습니다. 쓰임새를 찬찬히 나누고 일머리를 슬기롭게 가르고자 언제나 다 다른 말씨를 빚어서 썼어요.


  논과 밭은 같은 땅이에요. 같은 땅이지만 어떻게 갈아서 쓰느냐에 따라 논이 되고 밭이 되어요. 들과 숲도 같은 땅이에요. 나무가 우거질 적에는 숲이요, 사람들이 곡식이나 푸성귀를 얻으려고 갈아엎을 적에는 들입니다.


.. 큰 수를 세는 우리말도 있지. 백은 온, 천은 즈믄이야. 온갖 곡식이란 온 가지 곡식, 백 가지 곡식을 말하는 거지. 옛날에 백이라면 거의 모든 것을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백 가지로 모든 것을 나타내기에는 턱도 없지 ..  (31쪽)


  온갖 곡식을 가리키면서 쓴 ‘온’이라는 낱말은 “많다”와 “크다”는 뜻을 가리킵니다. 그래서, ‘온통’이라든지 ‘온누리’처럼 써요. “온 나라에 가득하다”라든지 “온 하늘에 넘친다” 같은 자리를 헤아려 보셔요. ‘온’은 그저 숫자 100만 가리키지 않습니다.


  그림책 《재고 세고!》는 틀림없이 뜻있고 값있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오늘날 아이들은 백이면 백 모두 도시에서 살아가니, 이러한 그림책을 어버이와 함께 읽으면서 한국말을 차근차근 배우도록 돕는 좋은 길동무 같은 책으로 삼을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말뿌리를 깊이 들여다보지 못하니 아쉽습니다. 말뿌리와 함께 삶자취를 넓게 돌아보지 못하니 쓸쓸합니다.


  말이 태어난 뿌리를 짚으면서 낱말을 하나하나 다룬다면, 아이와 어른 모두한테 아름다운 삶빛을 보여주리라 생각합니다. 말이 쓰인 자리를 헤아리면서 낱말을 차근차근 보듬는다면, 우리 겨레가 이 나라를 이루면서 살아온 발자취뿐 아니라 앞으로 살아갈 나날을 슬기롭게 가꾸는 길에 밑거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우스꽝스러운 그림을 붙여야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림책이 되지 않아요. 지식과 정보를 더 다루어야 쓸 만한 그림책이 되지 않아요. 말을 말답게 알뜰히 다루고, 삶을 삶답게 슬기롭게 밝힐 적에 아름다운 그림책이 됩니다. 4347.3.1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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