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에는 순위를 매길 수 없다. 춤에는 등급을 매길 수 없다. 이야기에는 번호를 매길 수 없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한테 1위나 2위라는 숫자를 줄 수 없다. 춤을 추는 사람한테도,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한테도, 이녁은 3위라느니 4위라고 금을 그을 수 없다. 우리가 쓰는 글 한 줄에 순위를 매길 수 있겠는가. 서로 주고받는 편지 한 통에 등급을 붙일 수 있겠는가. 시험을 치른다 하더라도 시험점수나 시험등급을 가를 수 없다. 삶은 그저 삶이다. 즐겁게 부를 노래요, 즐겁게 출 춤이며, 즐겁게 누리는 삶이다. 즐겁게 쓰는 글이요, 즐겁게 찍는 사진이며, 즐겁게 그리는 그림이다. 언제나 즐거운 빛이 감돌기에 한결같이 사랑스러운 하루가 된다. 만화책 《순백의 소리》 여섯째 권에서는 ‘샤미센 경연 단체부’ 이야기가 흐르는데, 어떤 아이는 순위표에 꽁꽁 얽매이고 어떤 아이는 소리결을 더 깊이 들여다본다. 4347.3.1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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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의 소리 6
라가와 마리모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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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쇠를 연금하면서 살아가는 아이는 어떤 빛을 누리면서 이 땅에서 사랑을 찾을까. 만화책 《강철의 연금술사》는 ‘짧은 지식’을 ‘깊은 지식’으로 바꾸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으리라 여기던 아이가 떠나는 여행을 보여준다. 아이는 하루하루 온갖 일을 겪고 치르면서 참말 ‘깊은 지식’이 된다. 누구한테도 뒤지지 않을 만큼 ‘놀라운 지식’에 이르기도 한다. 그러나, 이 지식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이 지식으로는 참말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아이는 천천히 깨닫는다. 아이는 차근차근 알아챈다. 삶은 ‘그 어떤 지식’으로도 가꿀 수 없는 줄 하나하나 받아들인다. 삶은 바로 삶으로 가꾸고, 사랑은 바로 사랑으로 보듬는 얼거리를 배운다. 사랑을 하고 싶으면 사랑을 할 노릇이고, 삶을 누리고 싶으면 삶을 누려야 한다. 새로운 지식을 찾으려는 여행이 아니라, 나 스스로 삶을 깨달으면서 사랑을 나누려는 빛을 가꾸는 여행이다. 4347.3.1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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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연금술사 완전판 18- 완결
아라카와 히로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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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71
아라이 료지 지음, 김난주 옮김 / 보림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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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59

 


두 다리로 걷는 즐거움
― 버스를 타고
 아라이 료지 글·그림
 김난주 옮김
 보림 펴냄, 2007.6.25.

 


  시골에서 살며 자가용이 없는 집이 드뭅니다. 나이든 할매와 할배가 살아가는 집에는 경운기는 있어도 자가용이나 짐차가 없지만, 젊은 식구가 살아가는 집에는 으레 자가용이나 짐차가 있습니다. 시골에서 살며 시골버스를 타는 젊은이는 거의 없어요. 시골에서 살며 아이를 돌보는 젊은 식구가 아이와 함께 시골버스를 타는 일이란 참말 거의 없습니다.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도 웬만하면 자가용을 굴립니다. 도시에서 살며 자가용을 굴리는 이들은 더러 버스나 전철을 타곤 합니다. 도시에서는 자가용과 버스와 전철 가운데 하나를 퍽 쉽게 고를 만합니다. 도시에서는 찻길도 넓고 차편도 많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느라 5분이나 10분이 걸리곤 하지만, 버스를 한 시간이나 두 시간씩 기다리는 일은 없어요. 더욱이, 밤 늦게까지 버스가 있고 전철이 다녀요.


.. 버스를 타고 멀리멀리 갈 거예요 ..  (2쪽)

 


  시골버스는 한두 시간을 가볍게 기다립니다. 사람이 뜸한 깊은 마을이라면 서너 시간을 기다리기도 합니다. 버스가 하루에 한 차례만 지나가는 마을도 있습니다. 시골에서 한 시간에 한 번씩 버스가 다니는 마을은 이럭저럭 손님이 있지만, 두 시간에 한 번 다닌다거나 서너 시간에 한 번 다니는 마을은 손님이 드물어요. 하루에 한 번 버스가 지나가는 마을이라면 손님이 훨씬 드물어요.


  도시에서라면 아마 한 시간쯤 버스를 기다린다든지, 한 시간쯤 두 다리로 걸어서 어딘가를 찾아가는 일이 거의 없지 싶습니다. 한 시간쯤 길을 거니는 도시내기는 얼마나 있을까요. 두 시간쯤 길을 거닐며 이웃한테 찾아가는 도시내기는 몇이나 될까요.


  자전거로 삼십 분이나 한 시간쯤 달려 일터나 학교를 오가는 도시내기가 있을까요. 동무를 만나거나 이웃과 어울리려고 자전거로 한두 시간을 달리는 도시내기는 얼마쯤 있을까요.


..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고 또 지나가고 이제 밤이에요. 라디오도 잠들었어요. 버스는 안 와요 ..  (14쪽)

 


  길은 자동차가 다니기에 길이 아닙니다. 길은 사람이 다니기에 길입니다. 자동차를 타고 달리면 한결 빨리 달릴 수 있는지 모르나, 참말 빨리 달리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자동차를 얻어서 길을 빨리 지나가면 우리 삶에 더 즐겁거나 좋을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두 다리로 마을을 느끼면서 걸어요. 두 다리로 골목을 느끼면서 걸어요. 두 다리로 들과 숲과 멧골과 바다와 냇물을 느끼면서 걸어요. 십 킬로미터쯤이라면 씩씩하게 걸어요. 버스를 십 분 기다리고 십 분쯤 달려 어딘가를 찾아가도 즐거울 테지만, 버스를 안 기다리고 한 시간쯤 천천히 걸어서 찾아가도 즐거워요.


  봄에는 봄내음을 맡으면서 걸어요. 여름에는 여름노래를 들으면서 걸어요. 가을에는 가을빛을 누리면서 걸어요. 겨울에는 겨울하늘을 올려다보며 걸어요.


.. 조금 더 기다리다 마음을 바꿨어요. 버스는 안 탈래요 ..  (30쪽)

 


  아라이 료지 님 그림책 《버스를 타고》(보림,2007)를 읽습니다. 너른 사막과 비슷한 곳에서 누군가 버스를 기다립니다. 하루 내내 기다립니다. 그러나 하루 내내 기다려도 버스는 지나가지 않아요. 버스를 기다리는 하루 내내 온갖 사람을 스치듯이 만나고, 밤새 별잔치를 누립니다. 이튿날이 되어 비로소 버스를 만나는데, 버스에는 사람들이 가득해서 탈 자리가 없습니다. 버스는 스르르 떠납니다. 사막처럼 너른 벌판에 덩그러니 혼자 있는 사람은 한동안 생각에 잠깁니다. 그러다가 씩씩하게 일어서서 두 다리로 걷습니다. 두 다리로 거닐면서 노래를 합니다. 들바람을 마시고 들볕을 머금으면서 천천히 걷습니다.


  두 다리로 걸어가면서 마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두 다리로 걸어가는 동안 이웃마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두 다리로 걸어가면서 멧새 노래를 듣고 풀벌레 이야기를 듣습니다. 두 다리로 걸어가면서 내 몸을 구석구석 새삼스레 느낍니다.


  삼월에는 삼월을 느낍니다. 사월에는 사월을 마주합니다. 오월에는 오월을 헤아립니다. 우리들은 철마다 철을 느끼고 달마다 달을 헤아리면서 아름답게 살아가는 숨결입니다. 4347.3.1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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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와 통하는 탈핵 이야기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12
최열 외 지음 / 철수와영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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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69

 


‘탈핵’은 삶을 찾는 첫걸음
― 10대와 통하는 탈핵 이야기
 최열, 김익중, 이원영, 한홍구, 우석균, 강양구, 소복이
 철수와영희 펴냄, 2014.3.11.

 


  봄비가 내립니다. 오늘은 우체국에 찾아가서 편지를 한 통 부치려 했는데 아침부터 일찍 봄비가 내립니다. 봄비가 내리는 들과 숲은 촉촉하게 젖습니다. 비구름이 뿌옇게 낍니다. 비가 마을을 적시는 동안 경운기 지나가는 소리도 짐차 달리는 소리도 없습니다. 마을은 아주 조용합니다. 두 시간에 한 대 지나가는 군내버스도 빗소리에 묻힙니다.


  빗물로 젖는 나무를 바라봅니다. 뒤꼍 매화나무는 폭신한 꽃망울이 터질 듯 말 듯합니다. 며칠 사이에 확 터지겠구나 싶은데, 오늘 비가 하루 내내 내리면서 미처 터지지 못한 채 빗물에 떨어지는 아이도 있을는지 모릅니다. 겨우내 봄을 기다리며 한껏 부풀던 꽃망울이 빗물에 그만 떨어지만 안쓰럽습니다. 그러나 나무 둘레에 떨어진 애틋한 꽃망울은 다시 흙이 되고 나무로 스며들어 새로운 겨울을 날 테고 새로운 봄을 기다리겠지요.


.. 이미 우리는 전 지구적인 소비를 하고 있어요 … 인간의 수명은 길어야 100년밖에 안 됩니다. 핵발전소의 수명은 40년 안팎이에요. 핵폐기물은 10만 년을 계속 갑니다. 한 세대를 30년으로 볼 때 3000세대의 후손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예요 … 대부분이 핵에 대해 잘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일방적인 홍보의 결과이지요. 우리는 오랫동안 핵이 공해가 없고, 안전하고, 경계적이라고 배워 왔어요 ..  (17, 29, 31쪽/최열)


  처마를 타고 빗물이 흐릅니다. 빗물이 흐르면서 새로운 물줄기가 열립니다. 사람한테는 조그마한 웅덩이가 도랑쯤이 될 테지만, 개미나 거미처럼 작은 벌레한테는 커다란 냇물입니다.


  빗물은 지붕을 적시고 찻길을 적십니다. 빗물은 바다에도 멧자락에도 골고루 드리웁니다. 모든 풀과 나무는 이 빗물을 먹고 자랍니다. 모든 짐승은 풀과 나무가 자라는 숲과 들에서 목숨을 잇습니다. 모든 사람은 풀과 나무와 짐승과 벌레가 골고루 어우러진 지구별에서 얼크러져 살아갑니다.


  어릴 적 비가 오면 비를 맞으면서 놀았습니다. 비가 오는 날에는 빗놀이를 합니다. 눈이 오는 날에는 눈놀이를 하지요. 빗물을 혀로 날름날름 받아먹기도 하고, 얼굴로 빗방울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빗물이 여느 빗물이 아닌 산성비라고 했어요. 예전에는 경제개발이라는 목소리만 외치더니 어느 때부터 냇물과 샘물과 빗물이 모두 더러워져서 마실 수 없다고 했어요. 화학약품을 써서 수도물을 마셔야 한다고 했어요.


  빗물을 맞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처음으로 퍼질 무렵, 한국에서 퍽 멀리 떨어진 어느 나라에서 핵발전소가 터집니다. 핵발전소가 터진 이야기를 어릴 적에 못 들었습니다. 어릴 적에 학교에서는 언제나 ‘핵은 깨끗한 에너지’라고 가르쳤어요. 석유와 석탄은 앞으로 말라서 없어질 테니, 우라늄을 써서 핵발전소를 지어 깨끗한 전기를 써야 한다고 가르쳤어요.


.. 일본은 사고 후 2개만 남기고 모든 핵발전소의 가동을 중지해습니다 … 우리 나라에도 수명을 연장한 핵발전소가 있습니다.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입니다. 모두 지은 지 30년이 넘은 시설들이에요. 바로 옆 일본에서 사고가 났는데도 폐쇄는커녕 안전성을 의심받는 상황에서 재운전을 강행합니다. 특정 학맥과 기관 출신들로 이뤄진 핵발전소 마피아들이 그 배경에 있어요. 막대한 이권이 얽힌 핵발전소를 얌전히 폐쇄할 리가 없는 거죠 … 방사능 물질이 탄소보다 더 환경친화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얘깁니다 ..  (60, 62, 71쪽/김익중)


  1980년대에 국민학교를 다니면서 ‘핵 = 깨끗함’이라고 배웠지만, 언제나 궁금했습니다. 핵에너지가 깨끗하다지만, 일본에 1945년에 떨어진 폭탄은 핵폭탄이지 않아? 한쪽에서는 깨끗한 에너지라지만 한쪽에서는 무시무시한 무기로 쓰잖아?


  어른들은 이 궁금함을 풀어 주지 않습니다. 어른들은 늘 외곬로 지식을 외우고 시험문제를 풀도록 했습니다. 또한, 핵에너지를 얻는 핵발전소 공사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제대로 밝히지 않았어요. 핵발전소를 지으며 전기를 얻으면 핵쓰레기가 나오는데, 핵쓰레기는 수십만 해 동안 꽁꽁 가두어서 새어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했어요. 그렇지만, 핵발전소를 만들 즈음 핵쓰레기를 수십만 해 동안 빈틈없이 가두는 재주는 없다 했어요.


  어느 나라에서는 드럼통에 넣고 바닷속에 버린다고 했어요. 어느 나라에서는 땅속 깊이 파서 버린다고 했어요. 그러나, 이런 핵쓰레기도 저런 핵쓰레기도 수십만 해 동안 방사능을 내뿜어요. 핵발전소에서 얻는 전기는 깨끗하다고 가르치지만, 정작 수십만 해를 더럽히는 무서운 쓰레기일 뿐 아니라, 지구별을 무너뜨리는 끔찍한 폭탄을 만드는 무기예요.


.. 요즘 학교 폭력이 문제시되고 있잖아요. 이런 것들도 아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알려줌으로써 풀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텃밭을 가꾸고 생명의 탄생과 성장을 지켜보는 경험을 하도록 하는 겁니다. 분명히 효과가 있을 겁니다 ..  (100쪽/이원영)


  《10대와 통하는 탈핵 이야기》(철수와영희,2014)라는 책을 읽습니다. 한참 읽다가 1980년대 끝무렵 독일 이야기를 봅니다. 독일에서는 체르노빌 방사능으로 더러워진 우유를 분유로 만들었고, 방사능으로 얼룩진 분유는 몽땅 한국에서 사들였다고 합니다. 한국에 있는 모든 유제품 회사는 1980년대 끝무렵에 한국에서 ‘체르노빌 방사능 분유’를 팔았다고 해요. 1990년대를 넘은 뒤에도 ‘체르노빌 방사능 분유’는 사라지지 않았다고 해요.


  설마 싶어 예전 신문기사를 살펴보니, 1989년에 ㅎ신문에 조그마한 기사가 하나 나옵니다. 다른 신문에서는 이 이야기를 안 다룹니다.


  왜 안 다루었을까요? 왜 오늘날까지 제대로 안 건드릴까요? 왜 한국 유제품 회사는 ‘체르노빌 방사능 분유’를 버젓이 팔았을까요? 그무렵 한국 정치꾼과 기자는 왜 이 같은 이야기를 제대로 파헤치지 않았을까요?


  체르노빌 방사능으로 더러워진 먹을거리는 분유뿐이 아닙니다. 분유도 우유도 빵도 과자도 라면도 모두, 방사능으로 더러워진 농산물로 만들었습니다. 케찹도 마요네즈도 똑같습니다. 1980년대를 거쳐 1990년대를 살아온 아이들은 모두 ‘체르노빌 방사능’이 몸에 차곡차곡 쌓였습니다.


.. 일본에서 원폭이 터졌을 때, 히로시마에 피폭자가 42만 명 정도이고 그중에 죽은 사람이 약 16만 명쯤입니다. 여기엔 조선인 피폭자도 섞여 있습니다. 조선인 피폭자는 히로시마에 5만 명쯤, 나가사키에 2만 명쯤 해서 약 7만 명이 피폭을 당합니다. 죽은 사람은 히로시마 3만 명, 나가사키는 1만 명입니다 ..  (119쪽/한홍구)


  한국 어린이는 지구별 어느 나라보다 아토피를 많이 앓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나는 어린이는 100% 아토피를 앓는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왜 아토피를 100% 앓는지 아무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밝히지 않습니다.


  가만히 따지면, 오늘날 모든 한국 어린이가 아토피를 앓는 까닭은 체르노빌 방사능 농산물 때문만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1960년대부터 휩쓴 새마을운동 때문에 이 나라 시골에서는 농약과 화학비료를 끔찍하게 퍼부었어요. 1960∼70년대에 도시에서 살던 사람은 모조리 농약과 화학비료에 젖어들어야 했습니다. 시골에서 살던 사람은 농약을 뿌리느라 몸이 망가졌겠지요.


  한쪽에서는 방사능 농산물과 가공식품이 춤추고, 한쪽에서는 농약과 화학비료와 항생제에 찌든 농산물과 가공식품이 춤춥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수많은 공장과 발전소에서 내뿜는 매연과 쓰레기가 넘치고, 다른 한쪽에서는 무섭게 늘어나는 자동차가 내뿜는 배기가스와 쓰레기가 넘칩니다. 게다가 흙집과 풀집을 모두 없애서 ‘석면 지붕’을 쓰도록 새마을운동 지도자 박씨가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이제 시골마을 ‘석면 지붕(슬레트지붕)’을 모두 없애려는 움직임이 일지만, 얼마 앞서까지 군대에서든 여느 사회에서든 석면에 고기를 구워먹기 일쑤였어요. 게다가, 석면에 이어 온통 시멘트로 지은 집이 넘쳐요. 시멘트를 안 쓰는 집이 없어요. 시멘트로 지은 집에다가 아스팔트로 길과 빈터를 뒤덮어요. 시골 논둑까지 시멘트로 덮고, 논자락 흙도랑까지 시멘트도랑으로 바꾸어요.


.. 후쿠시마엔 사고를 알리는 어떤 표시도 없었습니다. 경고문도 없고요. 겉으로 보기엔 사고 이전과 차이가 없었어요. ‘일상을 가장한 야만’이라는 표현이 떠올랐습니다 … 지금도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하루 300톤의 오염수가 태평양 바다로 유출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것이 장기적으로 해양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거라는 정도로만 파아가고 있어요 ..  (135쪽/우석균)


  ‘탈핵’ 하나로 이야기가 끝나지 않습니다. 탈핵이란 겨우 첫걸음입니다. 탈핵만 한대서 더러워진 이 나라가 깨끗해지지 않습니다. 핵발전소는 없애지만, 엄청난 고속도로와 공장과 골프장이 그대로 있다면 어찌 될까요. 핵발전소는 없애지만, 시멘트집을 자꾸 늘리기만 하면 어찌 될까요. 핵발전소는 없애지만, 농약과 화학비료와 항생제를 몰아내지 않으면 어찌 될까요. 핵발전소는 없애지만, 자동차를 줄이지 않거나 석유를 줄이지 않으면 어찌 될까요.


  그리고, 핵발전소는 없애는데, 학력차별이나 계급차별이나 재산차별을 없애지 않으면 어찌 될까요. 핵발전소는 없애지만, 모두 도시로만 쏠리는 우리 사회를 바로세우지 않으면 어찌 될까요. 핵발전소는 없애지만, 입시지옥은 그대로 두면 어찌 될까요. 그야말로 탈핵은 첫걸음입니다. 이 첫걸음조차 제대로 디디지 못한다면, 지구별에서 사이좋게 어깨동무하며 살아갈 길은 까마득하기만 합니다. 4347.3.1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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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에서 살아가는 푸름이들이 ‘공동체’란 무엇일까 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지난날에는 이런 이야기를 나눌 일이 없었다. 지난날에는 도시에서건 시골에서건 으레 모둠살이나 마을살이를 했기 때문이다. 도란도란 모둠살이나 마을살이를 했으니 굳이 ‘공동체’란 무엇일까 하고 이야기를 나눌 까닭이 없다. 삶으로 즐겁게 누리니, 지식이나 정보를 주고받지 않아도 넉넉하다. 오늘날은 도시에서나 시골에서나 ‘함께 살아가는 길’을 가르치거나 보여주지 않기 일쑤이다. 학교에서는 시험을 치러 성적을 매기고 등급을 붙인다. 아이들은 서로를 동무나 이웃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스스로 등급으로 여기며 동무나 이웃도 등급으로 마주한다. 그러니, 푸름이한테 따로 인문학교실을 마련해서 ‘품’을 들려주고 가르치며 알려줄밖에 없다. 학교는 있되 삶이 없으니 청소년인문학교실이 있어야 한다. 《나에게 품이란 무엇일까》를 읽으며 생각한다. 이 나라에서 학교란 무엇이고, 교육이란 무엇일까. 이 나라 어른들 마음자리에는 삶이 얼마나 아름답게 피어나는가. 4347.3.1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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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품이란 무엇일까?- 공동체에 대한 고민
윤구병 외 지음 / 철수와영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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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4-03-12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나중에 <숲에서 살려 낸 우리말> 꼭 읽어보겠습니다.^^

파란놀 2014-03-12 17:32   좋아요 0 | URL
아, 고맙습니다 ^^
후애 님이 즐거이 읽고 소개해 주신다면
<숲말>은 널리널리 사랑받으면서
예쁜 꽃책으로 뿌리내리리라 믿어요 ^^

2014-03-12 2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12 2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