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119] 정치

 


  숲에서는
  정치를 하는 목숨 하나 없으나
  다 함께 잘 산다.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이 있기에 정치가 안 된다고 느낍니다. 대통령이 있기에 나라살림을 말아먹고, 국회의원이 있기에 세금을 훔친다고 느낍니다. 학교에서 반장이라고 수업을 안 들어도 되거나 빠져도 되지 않아요. 다 똑같이 배우고 함께 살면서 ‘반장 자리는 돌아가면서 누구나 할’ 뿐입니다. 누구나 다 돌아가면서 맡는 자리이니 전담제여야 할 까닭이 없고, 연금을 받아야 할 일이 없습니다. 대통령도 텃밭을 일굴 노릇이고, 국회의원도 자전거와 버스를 탈 노릇입니다. 공동체이니 공화제이니 민주주의이니 사회주의이니 따질 일은 없습니다. 숲을 보면 되고, 바다에서 배우면 돼요. 풀과 나무와 새와 벌레와 짐승은 정치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바람과 바닷물과 물고기와 물풀과 흙은 정치로 살아가지 않습니다. 함께 잘 살려면, 이름표도 은행계좌도 권력도 모두 내려놓고 그야말로 함께 땀흘리며 웃고 노래하면서 살아야지요. 4347.3.1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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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용 님이 새 만화를 내놓았다. 지난 2013년 8월에 1권을 선보였으니 올 2014년에는 2권을 선보일 수 있을까. 해방 언저리부터 천천히 흐르는 삶을 보여주려 하는 만화책 《영년》에 나오는 사람들은 저마다 무엇을 바라보면서 어떤 길을 걸어간다고 할 만할까. 서로 어깨동무를 하는 길일까, 껍데기일 뿐인 마을살이라는 허울을 송두리째 보여주면서 제 밥그릇을 챙기면 넉넉하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길일까. ‘나라란 무엇인가?’를 묻는 만화라고 하는 《영년》은 한자 ‘零年’으로 적는다. 한국말사전에 없는 이 낱말을 고전용어사전에서 찾아보니 “태음력으로 말하는 한 해”라고 풀이한다. 그러니까, 그냥 “한 해”라는 소리이다. 한 해 사이에 벌어지는 일을 온갖 이야기로 엮는다는 뜻이 될까. 해방 언저리, 한국전쟁 언저리, 전쟁 뒤끝 언저리, 여러 독재자 언저리, 수없는 역사 흐름에서 “한 해” 사이에 사람들 마음이 움직이거나 흔들린다. 즐거움이 슬픔이 되고 아픔이 웃음이 된다. 사랑이 괴로움이 되고, 미움이 살림살이로 바뀌기도 한다. 4347.3.1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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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년 1
박흥용 지음 / 김영사on / 2013년 8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2014년 03월 14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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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이야기 3
모리 카오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325

 


밥하고 살림하는 즐거움을 함께
― 신부 이야기 3
 모리 카오루 글·그림
 김완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1.8.31.

 


  국을 맛있게 끓이려면 맛있게 끓이면 됩니다. 국을 맛없게 끓이려면 맛없게 끓이면 됩니다. 아주 쉽습니다. 맛있게 먹을 국을 생각하면서 마음을 담아 맛있게 끓이면 국이 맛있습니다. 맛있게 먹을 국을 생각하지 못하거나 마음을 담지 못하면 맛없는 국이 됩니다.


  몸을 씻을 적이나 청소를 할 적에도 이와 같습니다. 몸을 깨끗이 하려는 마음이 되어 즐겁게 몸을 씻으면 깨끗합니다. 집안이나 마을을 깨끗이 하려는 마음이 되어 기쁘게 청소를 하면 깨끗해요.


  글을 잘 쓰려면 글을 잘 쓰면 됩니다. 다른 재주나 솜씨가 있어야 글을 잘 쓰지 않습니다. 글에 담고픈 이야기를 마음속으로 그리면서 즐겁게 웃고 노래하는 넋을 담으면 글을 잘 써요.


- “만일 괜찮으시다면, 저희 집에 들르시는 건 어떨까요? 손님이 오시면 어머님도 기뻐하실 테고, 아직 묵을 곳도 정하지 않으신 모양이니.” (19쪽)
- “옛날에는 저 멀리 땅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양이 많았지만, 모두 팔았답니다. 둘이서는 다 돌볼 수도 없고, 사람을 고용하는 것도 힘드니까요. 그래서 당분간 먹고살 돈은 있어요.” (41쪽)

 


  지구별 많은 나라에서 밥하거나 살림하는 몫을 으레 어머니가 맡습니다. 동양에서나 서양에서나 비슷합니다. 아버지가 즐겁게 밥을 하거나 살림을 맡는 일이 몹시 드뭅니다. 아버지는 밥을 안 하고 무엇을 할까요? 아버지는 살림을 안 맡고 무엇을 맡을까요?


  아버지 자리에 선 사람은 으레 집 바깥을 나돌면서 돈을 벌곤 합니다. 아버지 자리에 선 사람은 으레 집 바깥에서 정치를 하거나 문화를 하거나 교육을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무언가를 합니다. 아버지 자리에 서면 집안에 머물려 하지 않아요. 돈을 벌어야 아버지 구실을 하는 듯 여깁니다. 아이키우기는 어머니한테 도맡기고는 하루 내내 집 바깥을 맴도는 아버지가 대단히 많습니다. 밥하는 솜씨가 없다면서 아예 부엌에 얼씬하지 않는 아버지가 참 많습니다.


  어머니 자리에 서는 사람은 태어날 적부터 밥하기를 잘 하는 몸으로 태어났을까 궁금합니다. 어머니 자리에 서는 사람이기에 처음부터 집살림을 잘 맡을 만한 몸으로 태어났을는지 궁금합니다.


  아니겠지요. 어머니도 아버지도 어느 한 가지만 하도록 태어난 몸이 아니겠지요. 어머니도 아버지도 서로 삶을 가꾸고 사랑을 돌보는 자리에 서려고 태어났겠지요.


- “어머님의 마음은 기쁘지만, 제 일은 제가 결정해야지요.” (75쪽)
- “생각해 보면 언제나 이곳에서 살았던 사람들 아닌가. 그저 살아가는 데만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그런 곳에서, 대대로 살아왔던 사람들.” (78쪽)

 


  자전거를 잘 타는 사람은 스스로 자전거를 잘 탄다고 생각합니다. 자전거를 참 잘 타는 사람은 스스로 자전거를 잘 탄다는 생각조차 잊습니다. 자전거를 아름답게 타는 사람은 스스로 자전거와 한몸이 될 뿐 아니라 한마음이 되어 움직입니다.


  성악을 배우니 노래를 잘 부르지 않아요. 가르침을 받거나 학원을 다니기에 노래를 잘 부르지 않아요. 마음속에서 샘솟는 즐거운 웃음빛과 눈물꽃이 있을 적에 비로소 아름다운 가락과 말마디가 깨어나 노래가 됩니다.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가 듣기에 좋거나 아름다운 까닭은, 아이들이 이런 틀이나 저런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 아니에요. 스스로 우러나오는 아름다운 사랑으로 노래를 즐겁게 부르기에 아이들 목소리에 실린 노래가 좋거나 아름답습니다.


  그러니까, 밥하는 즐거움이란 밥 한 그릇에 사랑을 담는 즐거움입니다. 집살림 꾸리는 즐거움이란 집안을 돌보면서 심는 사랑씨앗과 같은 즐거움입니다.


- “어디 가까운 집으로 가 볼까? 다들 식사할 때잖아.” “음, 하지만 여기 음식도 맛있을 것 같은데요. 여기서 함께 먹고 가죠.” “그럴까? 그것도 좋겠네.” “네? 기, 길에서 군것질을 하자고요?” “아, 그렇구아, 여자들이 있었지.” (145쪽)
- “꿩도 맛있을 것 같네요.” “꿩?” “지금 사도 요리는 못하잖아?” “여기서 구워 달라고 하면 돼요.” (151∼1152쪽)

 


  모리 카오루 님 만화책 《신부 이야기》(대원씨아이,2011) 셋째 권을 읽습니다. 중동아시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를 새삼스레 들여다봅니다. 이 만화에 나오는 중동아시아 사내들은 밥을 하거나 바느질을 하거나 살림을 꾸리지 않습니다. 오직 가시내만 밥을 하고 바느질을 하며 살림을 꾸립니다. 그런데, 집에서는 사내들이 밥을 하지만, 길이나 저잣거리에서는 사내들이 밥을 합니다. 저잣거리에서 군것질을 하는데, 밥을 하는 사람도 밥을 사다 먹는 사람도 거의 다 사내입니다.


- “만약 이곳을 떠나는 데 거부감이 없으시다면.” “새로운 곳에는 새로운 행복이 있다고 하지요.” (165쪽)
- “알리 씨는 왜 이 일을 하시죠?” “돈 때문이지 뭐. 수입이 좋으니까.” “아, 돈이요.” “어디 필요한 데라도 있나요?” “아내를 얻으려고 말이야. 예물 말이야. 예물을 구해서 아내를 얻을 거야.” (193∼194쪽)

 


  곰곰이 돌아보면, 요리사로 일하는 사람 가운데 사내가 아주 많습니다. 제빵사 가운데에도 사내가 참 많습니다. 횟집에서건 여느 밥집에서건, 사내들이 참 많이 일합니다. 사내들은 집안에서 집밥을 차리는 일이 드물지만, 집밖에서는 바깥밥을 차리는 일이 아주 흔해요. 게다가, 집밖에서 바깥밥 차리는 사내를 놓고 손가락질을 하거나 나무라거나 놀리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어요.


  호텔이건 레스토랑이건 똑같아요. 요리사도 종업원도 청소부도 사내가 참 많습니다. 사내들이 밥을 차리고 밥상을 꾸미며 비질과 걸레질을 합니다. 그런데, 호텔이나 레스토랑이나 밥집이 아닌 ‘여느 살림집’이나 ‘여느 보금자리’로 가면, 사내들은 으레 손을 놓아요.


  집 바깥에서 일하느라 너무 지쳤기에 집에서는 일을 안 할까요. 집 바깥에서 힘을 다 쏟은 탓에 집에서는 사랑스러운 꿈을 꽃피우도록 힘을 쓰기 어려울까요.


  만화책 《신부 이야기》는 ‘신부’로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신부’는 굴레가 되기도 하고 수렁이 되기도 합니다. ‘신부’는 사랑이나 꿈이 되기도 합니다. ‘신부’는 빛이 되기도 하면서 어둠이 되기도 합니다. ‘신부’가 되어 웃는 사람이 있으나 ‘신부’가 되기에 우는 사람이 있어요. 우리는 저마다 어떤 삶을 가꾸는 하루일까요. 우리는 서로서로 얼마나 사랑하고 어떻게 아끼는 하루일까요. 삶이 꽃이 되면 사랑도 살림도 꽃이 됩니다. 삶꽃을 가꾼다면, 사랑꽃과 살림꽃을 함께 가꿉니다. 4347.3.1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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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4-03-14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보고 싶었던 만화인데 완결이 되면 볼까 말까 생각중이네요.^^
생각을 참 오래하고 있는 것 같아요.^^;;;

파란놀 2014-03-14 22:22   좋아요 0 | URL
그런데, 이런 만화는 으레 여러 해에 걸쳐서 연재를 하기 때문에, 마무리가 된 뒤에는 앞권들, 이를테면 1~3권은 절판이 되기 쉽답니다 ^^;;

모리 카오루 님은 한국에 애독자가 많아 쉬 절판되지 않을 테고, 절판되더라도 애장본으로 두 권씩 묶어 비싼 판으로 다시 나올 만하지만(엠마도 애장본으로 다시 나옵니다 ^^;;), 한창 연재될 적에 함께 즐기셔도 좋으리라 생각해요~
 

미끄럼놀이 5 - 이웃집 작은 미끄럼틀

 


  일산에 있는 곁님 동무한테 찾아간다. 곁님 동무 집에는 우리 집 큰아이와 또래인 아이가 있다. 아이들한테는 처음 만나는 이웃이요 또래인데, 네 살 작은아이는 이웃집에 들어가기 무섭게 미끄럼틀에 꽂힌다. 타도 되느냐 묻지 않고 혀를 낼름 입맛을 다시더니 스르륵 타며 웃는다. 한 번 두 번 열 번 스무 번 미끄럼놀이를 그치지 않는다. 이내 세 아이는 서로 차례차례 미끄럼을 타면서 하염없이 논다. 작은 미끄럼틀이 없어도 잘 놀았을 테지만, 작은 미끄럼틀이 있어 더 신나게 논다. 4347.3.1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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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태어난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과 얽혀 그림엽서 여덟 장을 주는 조촐한 행사가 있다. 표지 인쇄를 하며 남는 종이에 엽서를 앉혀 모두 여덟 장이 나왔는데, 이렇게 선물이 되기도 한다. 제본소나 인쇄소가 아닌 출판사와 작가가 손수 엽서 여덟 장을 나누어서 투명비닐에 넣어야 하기에 책마다 엽서를 넣지 못했는데, 출판사에서 따로 작은 행사를 꾸몄네.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_detail_book.aspx?pn=140228_csnyh_lang

 

그림엽서도 예쁘지만, 그림엽서를 곁들여서 준다고 알리는 홍보그림도 퍽 예뻐서, 갈무리를 해 놓는다. 이런 예쁜 그림이 어우러질 적에 작가는 얼마나 즐거우면서 보람을 느끼는지 새삼스레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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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3-14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너무나 반가운 소식이네요~~
이 예쁘고 좋은 책을 읽으며, 보내주신 그림엽서들를 보니 한층 더 즐거웠는데요.^^
이번에 선물 할 벗들은 이 예쁜 엽서를 함께 받을 수 있다니~ 참 좋습니다~*^^*

파란놀 2014-03-14 14:35   좋아요 0 | URL
언제나 고운 손길로
appletreeje 님 삶과 이웃님들 삶에
예쁜 빛이 반짝반짝 드리우겠지요~?

후애(厚愛) 2014-03-14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엽서가 너무 예쁩니다~!!!!!!^^
탐이 나는군요.ㅎㅎ

파란놀 2014-03-14 22:33   좋아요 0 | URL
저한테 엽서가 있으니
저한테 주소를 말씀하시면 되옵니다 ^^

2014-03-15 14: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슬비 2014-03-16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엽서가 참 이뻤는데, 책과 함께 행사를 한다니 참 좋네요.
남은 종이가 버려지지 않고 이렇게 이쁘게 태어나서 좋아요.

파란놀 2014-03-16 23:28   좋아요 0 | URL
이제 2쇄부터 나오는 엽서는
제가 신나게 이곳저곳에 선물하고 다녀야지요 ^^;

앞으로 엽서가 제법 쌓이면
디자인을 바꾸자고 해서
엽서 말고 '그림종이'를 만들어서
나누어 볼까 하고도 생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