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생각하기에는 비슷하지만

곰곰이 따지면 서로 다른 '둘레'와 '언저리'입니다.

오늘날에는 사람들이 '주위'와 '주변'이라는 한자말에 갇히고 말아

두 가지 한국말을 옳게 가눌 줄 아는 사람이

자꾸 줄어들거나 사라지고 맙니다.

 

..

 

둘레·언저리
→ “집 언저리”라고 하면, 집 옆으로 어느 한쪽을 가리키지만, “집 둘레”라고 하면, 집을 빙 두르는 모든 곳을 가리킵니다. 둘러싼 곳을 가리키기에 ‘둘레’입니다. 그런데, 요즘 어른들은 ‘둘레’라는 한국말보다 ‘주위’라는 한자말을 자주 쓰고, ‘언저리’라는 한국말보다 ‘주변’이라는 한자말을 자꾸 씁니다.


둘레
1. 어느 한 곳에서 바깥으로 비슷한 거리에 있는 모든 곳
 - 마당 둘레에 감나무를 심었다
2. 바깥이나 끝 쪽을 모두 더하거나 한 바퀴 돈 길이
 - 손목이 얼마나 굵은지 둘레를 재다
 - 지구 둘레는 얼마나 긴가


언저리
1. 어느 곳에서 바깥이 되는 자리나 어느 곳을 둘러싼 자리
 - 모임에 끼지 못하고 언저리에서 맴돌다
 - 부엌 언저리에서 찾아보렴
2. 나이나 시간에서 앞뒤
 - 저 아이는 열 살 언저리쯤 되겠지
 - 다섯 시 언저리까지 놀자
3. 어떤 숫자나 모습에서 위아래
 - 1등은 못 하고 늘 그 언저리에서만 맴돈다

 

(최종규 . 2014 - 새로 쓰는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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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883) 다多- 1 : 다문화

 

다문화가 만나는 이 시대의 인류에게 여전히 해당되는 일이다
《윤신향-윤이상, 경계선상의 음악》(한길사,2005) 24쪽

 

 다문화가 만나는
→ 여러 문화가 만나는
→ 온갖 문화가 만나는
→ 수많은 문화가 만나는
 …


  ‘多-’는 한국말이 아닙니다. 한자입니다. 이 한자를 앞가지로 붙여 한자말을 지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다목적’이라 ‘다방면’이나 ‘다용도’ 같은 낱말이 있어요. 그런데, 이런 한자말을 넣은 “다목적으로 쓰입니다”라든지 “다방면에 도움이 됩니다”라든지 “다용도 제품입니다” 같은 글은, “여러 가지로 쓰입니다”나 “여러모로 도움이 됩니다”나 “쓸모가 많은 제품입니다”로 손질할 수 있어요.


  한국말이 아닌 한자를 붙여서 새말을 짓는 일이 나쁘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사람은 한국에서 한국말로 한결 쉬우면서 바르고 알맞게 새말을 지으면 더없이 아름다우리라 봅니다. 한국사람이 굳이 영어로 새말을 지을 까닭이 없듯이, 한국사람은 한국말을 가장 밝고 즐겁게 살찌우면 됩니다. 4340.5.7.달/4347.3.15.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수많은 문화가 만나는 오늘날 사람들한테 한결같은 일이다

 

“이 시대(時代)의 인류(人類)에게”는 “오늘날 사람들한테”로 다듬고, “여전(如前)히 해당(該當)되는 일이다”는 “한결같은 일이다”나 “늘 되풀이되는 일이다”나 “그대로 이어지는 일이다”로 다듬어 봅니다.
‘다(多)’는 “‘여러’ 또는 ‘많은’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라고 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여러’나 ‘많은’으로 써야 알맞으나, 사람들이 자꾸 ‘多’를 얄궂게 붙이는 셈입니다.

 

..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14) 다多-2 : 다목적

 

강력한 한미동맹 과시, 지역경제 활성화 등 꽤나 다목적으로 기획된 축제였다
《노순택-사진의 털》(씨네21북스,2013) 175쪽

 

 다목적으로 기획된
→ 여러 목적으로 기획한
→ 온갖 목적으로 마련한
→ 여러 가지를 살핀
→ 여러 가지를 내세우는
 …


  한국말사전에서 ‘다목적’을 찾아보면 “여러 가지 목적”으로 풀이합니다. 그러니까, 한국말로는 ‘여러 목적’으로 쓰면 된다는 소리입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여러 목적”으로 손보면 되고, “온갖 목적”이나 “수많은 목적”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더 생각해 보면, ‘목적’ 같은 낱말을 자꾸 쓰기에 ‘多’ 같은 외마디한자말이 들러붙는다 할 수 있습니다.


  한자말 ‘목적’을 아예 안 쓰면 어떠할까요. 이 한자말이 없으면 우리 생각을 나타내기 어려울까요. 이런 한자말을 자꾸 쓰는 바람에 한국말이 헝클어지거나 어지러워지지는 않을까요.


   교사나 교수가 아닌 일곱 살 어린이한테 물어 봅니다. 어느 말을 쓸 적에 알아듣기에 좋고, 뜻이 잘 드러나는지 묻습니다. 지식인이나 학자가 아닌 일흔 살 할머니한테 여쭈어 봅니다. 어떤 낱말을 쓸 적에 아름다울는지 여쭈어 봅니다. 4347.3.15.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단단한 한미동맹 뽐내기, 지역경제 살리기 같은 꽤나 여러 가지를 내세우는 잔치였다

‘강력(强力)한’은 ‘단단한’으로 다듬고, ‘과시(誇示)’는 ‘뽐내기’나 ‘자랑’으로 다듬습니다. ‘활성화(活性化)’는 ‘살리기’로 손보고, ‘등(等)’은 ‘같은’으로 손봅니다. ‘기획(企劃)된’은 그대로 둘 만하지만 ‘마련한’으로 손질할 수 있고, ‘축제(祝祭)’는 ‘잔치’나 ‘한마당’으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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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한 줄을 남기더라도

글을 다 읽고서 붙이지

글을 안 읽고서 붙이는 댓글은 없다.

책을 이야기하는 느낌글을 쓸 적에

책을 첫 줄부터 마지막 줄까지 다 살피지 않고 쓴

느낌글은 없다.

 

그러나, 내 댓글을 누군가는

이녁 글을 안 읽고 붙이는 '인사치레 댓글'이라든지

이녁 글하고 아주 동떨어진 '뚱딴지 같은 댓글'이라 여긴다.

 

이녁은 이녁대로 '뚱딴지 같은 인사치레' 댓글이라 여겨

성가셨겠구나 싶은데,

이런 반응을 보이면,

이녁 글을 읽고 즐겁게 댓글을 붙인 사람으로서

너무 가슴이 아픈 생채기이다.

 

댓글은,

어느 한 사람이 쓴 글에 나오는 '내용을 총정리해서 붙이는 글'이 아니다.

그 글을 읽고 '이웃인 내가 마음속으로 피어나는 이야기'를

서로 즐겁게 나누고 싶기에 붙이는 속삭임이다.

 

그래서, 요즘은 몇몇 분들 글이 아니면

아예 댓글을 쓰지 말자고 생각한다.

 

이제, 이웃서재 글을 읽기는 하되

'공감'만 누르고 댓글은 되도록 쓰지 말자고 생각한다.

 

이렇게 이럭저럭 시간이 지나니

이럭저럭 홀가분한데,

홀가분하면서도 참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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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꽃 2014-04-16 15:32   좋아요 0 | URL
댓글....
그것 참...!!!!

파란놀 2014-04-17 02:08   좋아요 0 | URL
네, 그것 참~ ^^;;;
 

사진과 함께 36. 지켜보는 눈길

 


  사진은 ‘지켜보는 눈길’에 따라 태어납니다. 그윽하게 지켜보는 사람은 그윽한 맛이 감도는 사진을 빚습니다. 따사롭게 지켜보는 사람은 따사로운 맛이 감도는 사진을 낳습니다. 애처롭게 지켜보는 사람은 애처로운 맛이 흐르는 사진을 찍습니다.


  똑같이 가난한 사람을 사진으로 찍어도, 어떤 눈길로 지켜보느냐에 따라 사진이 달라집니다. 누군가는 그야말로 가난에 ‘허덕이는 빛’을 사진으로 담고, 누군가는 그야말로 가난하면서 ‘밝게 웃는 빛’을 사진으로 담습니다.


  어느 쪽이 참모습일까요? 어느 쪽이 참삶일까요?


  허덕이는 빛을 찍은 사진이 참모습일까요? 밝게 웃는 빛을 찍은 사진이 참삶일까요?


  그러나, 어느 쪽도 ‘찍힌 사람’이 보여주는 참모습이 아니라고 느낍니다. 어느 사진이든, ‘찍힌 사람’ 참삶이 아닌 ‘찍는 사람’ 참삶이라고 느낍니다.


  고발할 까닭이 없는 사진입니다. 이야기를 하면 되는 사진입니다. 패션사진은 패션을 고발하지 않습니다. 보도사진이나 다큐사진은 무언가를 고발하나요? 얼핏 본다면 고발할 만한 사진일 수 있지만, 어느 사진이든 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픈 사람 이야기를 들려주고, 기쁜 사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사랑이 피어나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눈물에 젖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어느 만큼 지켜본 뒤에 찍는 사진이냐에 따라 빛이 바뀝니다. 어떤 마음결로 지켜보면서 찍는 사진이냐에 따라 빛이 다릅니다.


  사랑으로 지켜보기에 사랑스럽게 누리는 사진입니다. 꿈꾸면서 지켜보기에 꿈이 피어나는 사진입니다. 사진에 담을 넋을 헤아리면서 지켜볼 노릇입니다. 사진으로 보여주면서 어깨동무하고픈 얼을 살피면서 지켜볼 일입니다. 4347.3.1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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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23. 2014.3.13.ㄴ 이불 쓰고 전등불

 


  이불을 쓰고 엎드려고 전등불을 켜고 책을 읽는 맛을 큰아이가 처음으로 겪는다. 곁님이 이렇게 한 번 책을 보니, 큰아이도 따라하는데, 재미있는가 보다. 옆방에서 동생하고 놀던 장난감까지 베개맡에 놓고는 곰곰이 만화책을 들여다본다. 얘야, 이따 잘 적에는 베개맡 장난감은 안 밟히는 자리로 치워야 해. 알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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