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29) -의 : 여덟 명의 학생

 

학교에는 선생님 한 분과 여덟 명의 학생이 있었다
《박형권-돼지 오월이》(낮은산,2012) 30쪽

 

 여덟 명의 학생이
→ 여덟 학생이
→ 학생 여덟이
→ 학생 여덟 사람이
→ 학생 여덟 아이가
 …


  보기글을 살피면, “선생님 한 분”처럼 씁니다. “한 분의 선생님”처럼 쓰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학생 여덟 명”이 아닌 “여덟 명의 학생”처럼 썼을까요. 젓가락 한 벌과 숟가락 한 벌이 있다고 말해야 올바릅니다. “젓가락 한 벌과 한 벌의 숟가락”이라 말하면 올바르지 않습니다. 아주 자잘한 자리라 할는지 모르지만, 이런 글을 읽는 어린이는 이런 글투에 길들거나 물들기 마련입니다. 어린이가 읽는 동화책을 쓰는 어른은 이녁 글투를 더 찬찬히 살피고 가다듬을 수 있어야 합니다. 4347.3.15.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학교에는 교사 한 분과 학생 여덟 아이가 있었다

 

‘선생님’이라는 이름은 아무 곳에나 쓰지 않습니다. 배우는 사람이 우러러 말할 적에 비로소 ‘-님’을 붙여 ‘선생님’처럼 씁니다.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여느 사람을 가르키는 자리라면 ‘교사’라고만 적어야 올바릅니다. 교사가 학생 앞에서 “선생님은 말이지요”처럼 말할 적에도 올바르지 않아요. 교사는 학생 앞에서 “나는 말이지요”나 “저는 말이지요”처럼 말해야 합니다. “여덟 명(名)”은 “여덟 사람”이나 “여덟 아이”나 “여덟”로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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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일기 (도서관일기 2014.3.14.)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2007년부터 ‘사진책 도서관’을 열었지만, 2014년 오늘까지 ‘국가기관 도서관 등록’을 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에서는 주민등록을 하듯이 무엇이나 등록을 해야 알아주는 흐름이 있기에, 우리 도서관도 ‘국가기관에 등록’하면 여러모로 혜택을 받을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도서관법답지 않은 도서관법이 있는 동안에는 ‘도서관 등록’을 할 마음이 없다. 한국에서 도서관으로 등록을 하자면 사서자격증이 반드시 있어야 하고 도서관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 쉽게 말하자면, 대학교 졸업장이 없으면 도서관을 열 수 없는 얼거리이다.


  도서관 사서는 도서관 사서일 뿐이다. 도서분류는 도서분류일 뿐이다. 모든 도서관이 똑같은 틀에 따라 서야 하지 않는다. 모든 도서관이 모든 책을 똑같이 나눌 까닭이 없다. 우리네 도서분류를 살피면, 사진책이나 그림책이나 만화책이나 동화책을 제대로 나눌 수 없다. 아니, 사진책이나 그림책이나 만화책이나 동화책을 제대로 나눌 만한 틀이란 아직 없을 뿐 아니라, 이와 같은 책을 알맞고 아름답게 나누는 틀을 세우려는 전문가조차 아직 없다.


  한국 사회에 도서관은 곳곳에 많이 있다. 요즈음은 예전과 달리 새책을 갖추는 돈을 제법 넉넉히 쓸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 도서관 가운데 전문 도서관은 거의 없다. 전문 도서관이 더러 있어도 서울이나 큰도시에만 있다. 작은도시나 시골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전문 도서관을 누리기 어려울 뿐더러, 모든 사람과 문화가 서울로 쏠리도록 사회 얼거리가 뒤틀렸다.


  도서관일기를 쓴다. 혼자 씩씩하게 걸어가는 도서관 이야기를 혼자 글로 쓴다. 도서관을 건사하고 새로운 책을 갖추며 일기를 쓰는 사람은 나 혼자이다. 그렇지만, 내가 이 도서관을 곁님이랑 아이들하고 지키고 돌보면서 시골마을에서 지낼 수 있도록 돕는 손길은 많다. 여러 아름다운 손길을 즐겁게 받아 한국에 둘도 셋도 없는 재미난 ‘사진책 도서관’을 꾸릴 수 있다.


  그동안 두 권을 찾아서 우리 도서관에 갖춘 《출품하여 입상하려면》이라는 작은 책이 있다. 월간사진 출판사에서 해적판으로 내놓은 작은 사진책이다. 이 작은 사진책을 ‘사진책’으로 여기거나 헤아리는 사진가나 사진비평가는 거의 없다. 이번에 세 권째 이 책을 찾아내어 도서관에 갖추며 생각한다. 방송통신대 졸업사진책 한 권을 순천에 있는 헌책방에서 만나 고맙게 장만하여 우리 도서관에 꽂으며 생각한다. 사진책이란 무엇인가? ‘사진책 도서관’은 어떤 곳인가? 사진읽기와 사진찍기란 무엇인가? 사진빛과 사진삶은 어떠한 결인가?


  지난 2013년 봄에 도서관일기를 책으로 묶을까 하고 생각하며 한 번 그러모은 적 있다. ‘도서관일기’도 ‘사진책도서관일기’도 책으로 펴내기에는 만만하지 않다는 높은 울타리를 지난 한 해에 걸쳐 느꼈다. 왜 어려웠을까. 왜 힘들었을까. 도서관일기는 읽히기 어려울까. 사진책을 갖춘 도서관에서 태어나는 이야기를 나 스스로 제대로 삭히지 못했을까.


  그제 내린 비가 도서관 한쪽에 고였다. 밀걸레를 써서 빗물을 훔친다. 빗물로 도서관 골마루를 구석구석 닦는다. 비가 새는 폐교 건물 도서관이지만, 비가 새기에 이 빗물로 도서관 골마루를 깨끗하게 닦기도 한다. 창문을 활짝 열고 빗물로 골마루를 닦는 동안 싱그러운 바람이 훅 분다. 따스한 봄바람이네. 새로 돋는 풀싹내음을 곱게 실은 예쁜 바람이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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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 아침

 


한길에 자동차들
쉬잖고 흐르지만
햇살은 한결같이
새 봄날 기다리며
따숩게 비춥니다.

 

시골길에 경운기들
더러 지나가는데
멧새는 하루 내내
새 봄빛 받으면서
밝게 노래합니다.

 

마당에 아이들
아침부터 저녁까지
풀바람 풀내음
새삼스레 누리고
까무잡잡 뛰놉니다.

 


4347.3.4.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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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창비시선 333
도종환 지음 / 창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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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말하는 시 51

 


해님도 지구별을 좋아한다
―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도종환 글
 창비 펴냄, 2011.7.18.

 


  새벽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는 재미있습니다. 도시에서는 새벽을 여는 배달 일꾼이 아니고는 이무렵에 일어나서 움직이지 않습니다. 새벽 한두 시부터 자전거에 신문을 그득 싣고 바지런히 골목을 누비며 신문을 돌리면 3분쯤 지날 무렵부터 땀이 흐릅니다. 삼십 분이 지나면 온몸이 땀으로 젖고, 한 시간이 지나면 땀내음이 멀리까지 퍼지면서 볼을 타고 굵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집니다. 자칫 신문종이에 땀이 묻을까 봐 팔뚝으로 이마와 볼에 흐르는 땀을 훔칩니다. 신문을 쥐기 앞서 옷으로 땀을 닦습니다. 1990년대로 접어든 뒤부터 배달 오토바이가 차츰 퍼졌는데, 예전에는 으레 자전거나 두 다리로 신문을 돌렸어요. 두 시간쯤 신문을 돌리다 보면 손에 낀 실장갑까지 땀으로 옴팡 젖습니다. 세 시간쯤 신문을 돌리면 손에 묻은 땀을 옷에 닦아 신문을 넣자는 생각이 흐려집니다. 대문 안쪽에 놓인 신문에 엄지 자국이나 물기가 묻었다면, 이는 모두 배달 일꾼이 흘린 땀입니다.


.. 바람이 사소하게 불어도 흔들릴 풍치의 나날과 / 둘 다 연금도 퇴직금도 없이 견뎌야 할 불안한 / 노후가 벌써부터 걱정이다 ..  (발치)


  시골에서 맞이하는 새벽 세 시는 아주 고요합니다. 멧새도 모두 잠든 때입니다. 여름으로 접어들면 개구리 노랫소리가 막바지에 이르는데, 여름날 새벽 네 시로 넘어설 즈음 개구리 노랫소리도 잦아듭니다. 그렇지만 풀벌레 노랫소리는 그대로 있어요. 시골에서 한여름 새벽 네 시 반 즈음부터 멧새 노랫소리가 퍼지고, 이제 풀벌레 노랫소리는 사라집니다. 멧새가 깨어나 돌아다닐 적에 풀벌레가 노래한다면, 멧새더러 나 잡아 드시오 하는 꼴이 될 테니까요.


.. 나무야 네게 기댄다 / 오늘도 너무 많은 곳을 헤맸고 / 많은 이들 사이를 지나왔으나 / 기댈 사람은 없었다 ..  (나무에 기대어)


  어린 두 아이와 지내는 낮 세 시는 무척 고단합니다. 아이도 고단하고 어른도 고단합니다. 아침부터 신나게 놀던 아이는 낮 두 시 즈음부터 살짝 졸음이 찾아오고 낮 세 시에는 그예 졸음덩어리입니다. 낮잠을 자지 않으면 몸이 힘든 나머지 골부림이 하늘까지 닿아요.


  세 시 즈음에는 어떻게든 아이들을 달래어 토닥토닥 안고 자리에 눕히려 합니다. 일곱 살 큰아이는 낮잠을 안 자려고 끝까지 버티고, 네 살 작은아이는 이내 곯아떨어집니다. 작은아이를 재우려고 눕히고 토닥이다 보면 나도 작은아이 곁에서 곯아떨어지기 일쑤입니다. 이때 큰아이는 혼자 슬그머니 일어나서 만화책을 펼치거나 혼자 소꿉놀이를 합니다.


.. 내가 분꽃씨만한 눈동자를 깜빡이며 / 처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을 때 / 거기 어머니와 꽃밭이 있었다 / 내가 아장아장 걸음을 떼기 시작할 때 / 내 발걸음마다 채송화가 기우뚱거리며 따라왔고 / 무엇을 잡으려고 푸른 단풍잎 같은 손가락을 / 햇살 속에 내밀 때면 / 분꽃이 입을 열어 나팔소리를 들려주었다 ..  (꽃밭)


  봄이면 낮 다섯 시까지 빨래를 마당에 내놓을 수 있습니다. 겨울에는 낮 세 시를 지날 무렵 빨래를 집안으로 들입니다. 여름에는 낮 다섯 시를 지나고 여섯 시가 되어도 마당에 빨래를 내놓을 수 있습니다. 가을에는 낮 네 시까지 빨래를 마당에 내놓고, 다섯 시가 되기 앞서 집안으로 들여요.


  빨래는 시계를 살펴 내놓거나 들이지 않습니다. 햇볕을 살피고 바람을 느낍니다. 햇볕이 따사롭게 내리쬘 적에 빨래를 말립니다. 햇볕이 구름 뒤로 숨거나 멧등성이 너머로 사라지기 앞서 빨래를 걷습니다. 가만히 생각하면, 먼먼 옛날부터 사람들은 해와 바람을 살펴 때를 읽었어요. 해시계가 있어 시계가 아니라 해가 고스란히 시계입니다. 바람시계가 따로 있어 시계가 아니라 바람이 언제나 시계예요.


.. 폭발물 덩어리를 바닷가마다 세워놓고 저것을 녹색의 따뜻한 에너지라 믿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이들은 스텔스 전폭기가 영변을 폭격하고 주전자 물이 다 끓기도 전에 대포동 미사일이 고리 원자로에 떨어져 사방 오십리 잿더미가고 방사능이 황사처럼 반도를 덮는 절멸의 날이 오면 어디에 잠자리를 정하고 어디서 어린 자식들을 키울 것인가 ..  (천변지이)


  도종환 님 시집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창비,2011)를 읽습니다. 도종환 님 마음자리에 가장 애틋하게 다가오는 한때를 그리는 싯말을 읽습니다. 세 시는 어떤 때인지 그리고, 다섯 시는 어떤 하루인가 헤아립니다. 그러고 보니, 낮 세 시부터 다섯 시 사이는 사진을 찍기에 좋은 햇살이기도 합니다. 새벽 세 시부터 다섯 시 사이는 마음을 가다듬거나 글을 쓰거나 밥을 짓기에 좋은 때입니다.


  새벽 세 시에 일어나 글을 쓰면 맑은 마음이 되면서 무척 즐거워요. 예전에 새벽 세 시에 신문배달을 하면서 날마다 맑은 마음이 되었어요. 오늘 이 시골집에서 새벽 세 시에 아이들과 달콤하게 잠들다가 다섯 시 언저리에 일어나 조용히 아침밥 차리려고 부산을 떨면 새삼스레 마음이 맑습니다.


  그렇다고 새벽 여섯 시에 마음이 안 맑지 않습니다. 아침 여덟 시나 저녁 일곱 시에 마음이 안 맑을 까닭이 없습니다. 다만, 새벽과 낮에 맞이하는 세 시와 다섯 시 사이는 하루 가운데 가장 고요하면서 차분한 때가 아닐까 싶어요.


.. 초록은 연두가 얼마나 예쁠까? / 모든 새끼들이 예쁜 크기와 보드라운 솜털과 / 동그란 머리와 반짝이는 눈 / 쉼 없이 재잘대는 부리를 지니고 있듯 / 갓 태어난 연두들도 그런 것을 지니고 있다 ..  (연두)


  나무도 겨울눈을 좋아합니다. 풀도 새싹을 좋아합니다. 할머니도 아기를 좋아합니다. 해님도 지구별을 좋아하고, 우주도 태양계를 좋아합니다. 나이든 이들은 나어린 이를 좋아하고, 스승은 새내기를 좋아해요. 겨우내 시든 풀잎은 봄에 새로 돋아 피어나는 꽃송이를 좋아합니다.


  시는 무르익은 마음으로 쓰기 마련인데, 무르익은 마음이란 풋풋하며 싱그러운 빛을 읽고 아끼는 넋이지 싶어요. 시는 튼튼히 뿌리내린 나무와 같은 숨결로 쓰기 마련인데, 튼튼히 뿌리내린 나무는 늘 새잎을 틔우고 새 가지를 뻗으면서 씩씩하게 살아갑니다.


  다시 태어나는 마음으로 시를 씁니다. 새롭게 거듭나는 마음으로 시를 읽습니다. 봄을 맞이하는 즐거움으로 시를 씁니다. 겨울을 새삼스레 누리면서 고요히 쉬는 몸가짐으로 시를 읽습니다. 4347.3.1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시집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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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생각하기에는 비슷하지만

곰곰이 따지면 서로 다른 '둘레'와 '언저리'입니다.

오늘날에는 사람들이 '주위'와 '주변'이라는 한자말에 갇히고 말아

두 가지 한국말을 옳게 가눌 줄 아는 사람이

자꾸 줄어들거나 사라지고 맙니다.

 

..

 

둘레·언저리
→ “집 언저리”라고 하면, 집 옆으로 어느 한쪽을 가리키지만, “집 둘레”라고 하면, 집을 빙 두르는 모든 곳을 가리킵니다. 둘러싼 곳을 가리키기에 ‘둘레’입니다. 그런데, 요즘 어른들은 ‘둘레’라는 한국말보다 ‘주위’라는 한자말을 자주 쓰고, ‘언저리’라는 한국말보다 ‘주변’이라는 한자말을 자꾸 씁니다.


둘레
1. 어느 한 곳에서 바깥으로 비슷한 거리에 있는 모든 곳
 - 마당 둘레에 감나무를 심었다
2. 바깥이나 끝 쪽을 모두 더하거나 한 바퀴 돈 길이
 - 손목이 얼마나 굵은지 둘레를 재다
 - 지구 둘레는 얼마나 긴가


언저리
1. 어느 곳에서 바깥이 되는 자리나 어느 곳을 둘러싼 자리
 - 모임에 끼지 못하고 언저리에서 맴돌다
 - 부엌 언저리에서 찾아보렴
2. 나이나 시간에서 앞뒤
 - 저 아이는 열 살 언저리쯤 되겠지
 - 다섯 시 언저리까지 놀자
3. 어떤 숫자나 모습에서 위아래
 - 1등은 못 하고 늘 그 언저리에서만 맴돈다

 

(최종규 . 2014 - 새로 쓰는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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