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그림 읽기
2014.3.15. 큰아이―나도 모래밭에

 


  큰아이가 나더러 모래밭 그림을 그려 달라 해서 그림을 그려 주었다. 큰아이는 아버지가 그리는 그림을 지켜본 뒤, 크고 무거운 대나무를 영차 두 손으로 들고 모래밭에 죽죽 금을 그어 본다. 무거워서 잘 되지 않지만 신나게 금을 긋고 논다. 앞으로 한 살 두 살 더 먹고 몸도 튼튼하게 자라면, 이 대나무 작대기로도 얼마든지 그림을 그릴 수 있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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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장이 요정
이모토 요코 글 그림, 길지연 옮김 / 삼성당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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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53

 


사랑스러운 빛이 흐르는
― 구두장이 요정
 그림 형제 원작
 이모토 요코 글·그림
 길지연 옮김
 삼성당 펴냄, 2009.2.15.

 


  그림 형제가 쓴 글에 이모토 요코 님 그림이 붙은 《구두장이 요정》(삼성당,2009)을 읽습니다. 이모토 요코 님은 어떤 이야기에 그림을 그리더라도 무척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아프거나 힘든 사람도 이모토 요코 님 그림책에서는 웃습니다. 슬프고 고단한 사람도 이모토 요코 님 그림책에서는 머잖아 아름다운 빛이 흐를 듯합니다. 가난에 찌들리거나 살림이 어려운 사람도 이모토 요코 님 그림책에서는 곧 넉넉하고 푸진 살림으로 거듭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르게 생각한다면, 이모토 요코 님 그림책은 너무 한 가지 틀에 매인다고 할 만합니다. 그러나, 이런 빛은 한 가지 틀에 매인다기보다, 그림책으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밝고 맑은 넋이라고 느낍니다. 나쁜 짓을 일삼는 이는 시나브로 착하며 참다운 빛을 깨닫도록 이끕니다. 착한 길을 걷는 이한테는 씩씩하고 튼튼히 살라는 기운을 북돋아 주어요.


.. 그날 밤 구두장이는 마지막 남은 가죽을 구두 모양으로 정성껏 잘랐습니다. 이렇게 잘라 놓고 구두 한 켤레를 내일 천천히 만들 생각이었습니다 ..  (4쪽)

 


  그림책 《구두장이 요정》에 나오는 구두장이 할아버지는 가난하게 살아갑니다. 처음부터 가난했을는지, 나중에 가난한지는 잘 모릅니다. 애써 만드는 구두를 널리 팔지 못하고, 구두를 만들어 팔아서는 살림을 좀처럼 잇지 못합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구두 한 켤레를 만들고 더는 못 만들 벼랑에 닿습니다. 이때에 요정이 나타납니다. 요정은 구두장이 할아버지를 돕습니다. 구두장이 할아버지는 뜻밖에 만난 도움을 받고 차츰 살림을 폅니다. 살림을 펴면서 웃음이 피어나고, 웃음이 피어나면서 하루하루 즐겁습니다.


.. 구두장이와 그의 아내는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누가 구두를 만들어 놓는 걸까?” 그날 밤, 두 사람은 문 뒤에 숨어 훔쳐보기로 했지요 ..  (20쪽)


  요정은 왜 구두장이 할아버지한테 나타났을까요. 왜 막다른 벼랑에 이르자 나타날까요. 요정은 이제껏 할아버지를 지켜보았을까요. 요정은 막다른 벼랑에 이를 때에 도와주는 손길일까요. 할아버지는 벼랑에서 더 미끄러지면 나중에 어떻게 될까요. 구두장이를 그만두고는 시골로 가서 흙을 일구면서 살아갈까요. 구두장이는 하지 못하더라도 흙을 일구면서 시골자락에서 오순도순 조용하게 살림을 꾸릴 수 있었을까요.


  구두장이 할아버지한테는 모든 일이 수수께끼입니다. 구두장수가 왜 이렇게 힘들어 마지막 한 켤레만 남겨 놓는지 수수께끼입니다. 수염과 머리카락이 허얘지도록 이은 구두장이 일을 늘그막에 더는 할 수 없는 일도 수수께끼입니다.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갈는지도 수수께끼입니다.


  그렇지만 꼭 한 가지 수수께끼가 아닌 이야기가 있습니다. 구두장이 할아버지는 구두를 그만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구두장이 할아버지는 마지막 한 켤레를 만들기로 했으면서도 앞으로 더더 꾸준히 구두를 만들고 싶습니다.

 

 


.. 구두장이와 아내는 요정들에게 선물을 하고 싶었습니다. 곧 크리스마스거든요. 두 사람은 발가숭이 요정들에게 옷과 신발을 만들어 주기로 했습니다 ..  (28∼29쪽)


  요정은 막다른 벼랑이 되었기에 찾아오지는 않았다고 느껴요. 구두장이 할아버지가 마음속으로 품은 깊고 큰 꿈을 듣고서야 기쁘게 찾아왔다고 느껴요. 할아버지 마음속에서 자라는 ‘오래오래 구두를 멋지고 아름답게 만들고 싶다는 꿈’을 읽고는, 이 꿈이 고이 이어지도록 살짝 한손을 거들었다고 느껴요.


  할아버지 마음이 부른 요정이요, 할아버지 마음이 찾은 요정이고, 할아버지 마음이 만든 요정이지 싶어요.


  그림책을 덮고 생각합니다. 구두장이 할아버지한테만 요정이 찾아가지 않으리라 느낍니다. 우리도 마음속으로 즐겁게 꿈을 꾸고 기쁘게 꿈을 가꾸며 씩씩하게 꿈을 다스리면, 어여쁜 요정이 살포시 찾아들리라 느껴요.


  구두장이 할아버지는 온힘을 기울여 꿈을 꾸었어요. 우리도 온힘을 기울여 꿈을 꿀 노릇이에요. 통일을 꿈꾸고, 민주를 꿈꾸며, 평화를 꿈꿀 노릇이에요. 입시지옥이나 차별이 아닌 아름다운 삶터를 꿈꿀 노릇이에요. 서로 어깨동무하는 삶을 꿈꿀 일입니다. 사랑스러운 빛이 흐르는 보금자리를 꿈꿀 일입니다. 너와 내가 빙그레 웃으면서 신나게 노래하는 하루를 꿈꿀 일입니다. 4347.3.1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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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15) 통하다通 61 : 창을 통해

 

이 방 부엌을 시작으로 창을 통해 아래 정원까지 내려뜨려서 나가시 소면 해먹으면 기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
《오자와 마리/노미영 옮김-은빛 숟가락 (5)》(삼양출판사,2014) 180쪽

 

 창을 통해
→ 창에서
→ 창을 거쳐
→ 창을 지나
 …


  한국사람이 쓰는 한국말 사이에 일본 한자말이 무척 많이 스며들었습니다. 일제강점기 무렵부터 물밀듯이 들어와서 오늘날까지 사그라들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일본 한자말을 몰아내거나 쫓아내려고 애쓰는 분들이 많았고, 한동안 이런 흐름이 있었지만, 어느덧 일본 한자말이 깊이 뿌리내립니다. 일본 한자말에 차츰 익숙해지고, 교과서와 공공기관과 신문과 방송과 책에서 모두 일본 한자말을 거리끼지 않으면서 쓰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우리 사회에 아주 깊이 뿌리박았다 싶은 일본 한자말도 ‘한국말’이라 여기곤 합니다. 이런 일본 한자말을 털어내려고 하면, 안 될 소리라 하기도 합니다. 가만히 보면, 한국사람은 한국말을 슬기롭게 쓰려고 생각하지 않을 뿐더러, 외국말을 아무렇지 않게 아무 곳에나 쉽게 씁니다. 학교에서도 외국말을 더 높이 가르치거나 널리 다룹니다. 사회에서도 외국말 자격증을 꼼꼼히 따집니다. 교육과 문화와 예술과 문학에서도 한국말을 알맞거나 바르게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일본 만화를 옮긴 보기글을 살핍니다. 겉보기로는 한글이지만, 속살로는 한국말이 아닙니다. 한국말로는 “부엌부터 뜰까지”입니다. “부엌을 시작으로 뜰까지”처럼 쓰지 않는 한국말입니다. 이 다음으로 “창을 지나”나 “창을 거쳐”로 적어야 한국말이지만, “창을 통해”처럼 적습니다. 그러면, 이런 일본 말투를 알아채어 슬기롭게 다듬어야 할 텐데, 번역하는 분과 책을 엮는 분이 미처 알아채지 못합니다. 이 책을 읽는 분도 좀처럼 깨닫지 못합니다. 이런 말투를 알아채거나 깨닫더라도 그러려니 지나치기 일쑤입니다. 말 한 마디에서 민주와 평화를 찾을 수 있을 때에, 사회와 문화와 정치에서도 민주와 평화를 찾습니다. 4347.3.16.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이 방 부엌부터 창을 거쳐 아래 뜰까지 내려뜨려서 나가시 소면 해먹으면 즐겁겠다고 생각했어

“부엌을 시작(始作)으로”는 “부엌부터”로 손보고, ‘정원(庭園)’은 ‘뜰’이나 ‘꽃밭’으로 손보며, “기분(氣分) 좋을 것 같다고”는 “즐겁겠다고”나 “재미있겠다고”로 손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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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바닷가 놀이순이 (2014.3.15.)

 


  바닷가로 나들이를 간다. 큰아이가 작은 나무작대기로 그림을 그리다가 문득 “나 그려 주세요.” 하고 말한다. 그래, 그리지. 이렇게 넓은 그림판이 있으니 말이야. 커다란 대나무를 들고 척척 머리카락부터 그린다. 바람에 나부끼는 큰아이 머리카락을 한 올 두 올 그린다. 얼굴과 눈을 그리고, 입과 코를 찍는다. 팔을 척 벌리는 모습으로 그린다. 두 다리도 껑충 뛰는 모습으로 그린다. 바닷가에서도 마당에서도 언제나 훨훨 날고 껑충껑충 뛰는 놀이순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린다. 다 그리고 재미 삼아 뽕뽕뽕을 그려 넣는다. 아이 이름 넉 자를 적는다. 커다랗게 사랑무늬를 넣고, 옆에 제비 한 마리를 넣는다. 그러니까, 아이가 껑충 뛰어 제비와 함께 날아다니며 논다는 뜻이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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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199] 에누리

 


  모처럼 네 식구가 면소재지 마실을 하면서 중국집에 들릅니다. 중국집에서 몇 가지를 시켜서 먹습니다. 잘 먹고 값을 치르려는데 아주머니가 “500원은 깎아 줄게요.” 하고 말씀합니다. 네 식구가 면소재지 빵집으로 갑니다. 몇 가지 빵을 산 뒤 값을 치르는데 아주머니가 “이건 어제 거니까 디시(DC)해 줄게요.” 하고 말씀합니다. 군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합니다. 이제는 시골에서도 ‘에누리’라는 낱말을 듣기 어렵습니다. 읍내에 있는 제법 큰 가게에서도 ‘할인 행사’를 하지, ‘에누리 잔치’를 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아직 ‘값을 깎아’ 주는 분들은 있습니다. 4347.3.1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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