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받침꽃과 등잔풀(등대풀) 푸른 빛

 


  새봄에 돋는 풀꽃은 으레 하얗거나 발그스름하거나 파르스름하거나 노르스름하다. 그런데, 이런 알록달록 봄꽃잔치 사이에서 푸르스름한 빛으로 피어나는 꽃이 있다. ‘불받침꽃’이요 ‘등잔풀꽃’이다. 일본 풀이름으로는 ‘등대풀’이다.


  아이들과 함께 발포 바닷가에 찾아가서 바닷바람을 쐬며 쉬는데, 발밑에 알록달록 앙증맞게 올라온 너를 보고는 사뭇 반갑다. 네 곁에 함께 피어나는 봄까지꽃을 보면서 더욱 반갑다. 봄까지꽃은 꽃송이가 갓난쟁이 손톱보다 훨씬 작은데, 불받침꽃 너도 그리 크지는 않구나. 아마 네가 꽃인 줄 알아보는 사람도 드물지 않을까. 너를 꽃으로 여기며 예뻐 할 사람도 아주 없지 않을까.


  나는 너한테 새롭게 이름을 붙여 주고 싶다. 푸르스름한 잎사귀가 벌어져 받침을 이루고, 푸른 받침 사이에 아주 조그맣게 맺는 풀빛 꽃송이를 떠올리면서, 너는 푸른 불꽃을 받치는 꽃이라고, ‘불받침꽃’이라고 이름을 붙여 본다. 봄을 밝히는 푸른 불꽃이 되자. 봄을 환하게 노래하는 푸른 불씨가 되자. 4347.3.1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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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연금술사 완전판 18 - 완결
아라카와 히로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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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326

 


나와 너는 늘 하나
― 강철의 연금술사 : 완전판 18
 아라카와 히로무 글·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3.11.25.

 


  옛날부터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남을 때린 사람은 두 발을 못 뻗고 잔다 했어요. 남한테 얻어맞은 사람은 두 발을 쭉 뻗고 코를 골면서 자더라도, 남을 때리는 사람은 언제나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했어요.


  어릴 적부터 몸이 여려 으레 남한테 얻어맞고 살았기에, 이 말을 잊지 못합니다. 아니, 이 말을 들을 적마다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왜 맞은 사람이 두 발을 뻗으면서 잘까? 왜 때린 사람은 두 발을 못 뻗을까?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어릴 적에는 잘 모릅니다. 나이가 들면서 차츰 깨닫습니다. 남을 때리는 사람은 언제 앙갚음을 받을는지 걱정합니다. 남을 때린 만큼 언젠가 두들겨맞을 수 있으리라 걱정합니다. 남한테 얻어맞는 사람도 ‘누가 또 때리러 올까’ 걱정하기도 하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때리면 맞아 주지’ 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해요. 굳이 걱정할 일이 없습니다.


- “완전한 존재란 불로불사를 말하는 걸까?” “흐음, 좀더 굉장한 것 아니야?” “굉장한 것?” “예를 들면, 신이라거나?” (3쪽)
- “눈치챘나? 신을 손에 넣은 나는 이제, 손바닥 위에 작은 태양도 만들 수 있다.” (20쪽)

 

 


  전쟁무기는 평화를 부르지 않습니다. 전쟁무기는 늘 전쟁을 부릅니다. 이쪽에서 전쟁무기를 갖추면 저쪽에서도 전쟁무기를 갖추려 해요. 이쪽에서 다시 전쟁무기를 더 갖추려 하면 저쪽에서도 전쟁무기를 더 갖추려 합니다. 전쟁무기 놀이는 끝나지 않아요. 그래서, 전쟁무기는 자꾸 전쟁을 부르고, 전쟁을 부르다 보니 즐거움과 사랑하고 동떨어집니다.


  군대가 있어서 평화로운 나라는 없어요. 군대가 있기에 어느 나라이든 무섭거나 두렵습니다. 군대가 있어서 아름다운 나라는 없어요. 군대가 있기에 어느 나라이든 부정과 부패와 독재권력이 판칩니다. 군대가 있으니 사람들은 두 발을 못 뻗습니다. 군대가 있는 나라에서는 사람들이 서로 괴롭히고 들볶습니다. 군대가 있는 사회에는 신분과 계급과 위계질서가 있는 탓에 사람들이 평등하지 못하고 민주가 뿌리를 내리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참 많은 나라에 군대가 있습니다. 참 많은 나라마다 군대로 평화를 지킨다고 내세웁니다. 참 많은 나라에서 사내들을 군대에 보내어 평화와 동떨어진 길을 걷도록 합니다. 스스로 계급과 신분을 가릅니다. 계급과 신분 때문에 아프거나 힘들더라도, 남을 딛고 더 높은 계급과 신분을 얻으려고 합니다. 계급과 신분을 없애어 함께 즐겁고 평화로운 나라로 가꾸려 하지 않습니다. 계급과 신분으로 콩고물을 누리려 하지, 계급과 신분이 없는 아름다운 길을 걸으려 하지 않습니다.


- “시시한 건 그쪽이야? 자기 머리로 생각하려 들지도 않는 사고정지 바보 주제에! 그리드가 차라리 너희들보다 더 진화한 인간이라고.” (102쪽)
- “호문쿨루스에서는 뭐가 생기지? 뭘 낳을 수 있나? 파괴밖에 가져오지 않는 존재를 신이라고 부를 수 있어?” (126쪽)

 

 


  몇몇 얼간이 때문에 나라가 기우뚱하지 않습니다. 사람들 스스로 바로서지 않고 기우뚱하게 흔들리니 나라가 기우뚱합니다. 몇몇 바보 때문에 마을이 어지럽지 않습니다. 사람들 스스로 아름답게 어깨동무하지 않을 때에 마을이 어지럽습니다.


  나라에서 돈을 대주어 협동조합을 만들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사람들 스스로 즐겁게 삶을 가꾸면서 조그맣게 품앗이와 두레를 누리면 됩니다. 학교를 세워 이것저것 가르쳐야 하지 않습니다. 사람들 스스로 밥과 옷과 집을 누리는 슬기로운 길을 깨달아 이녁 보금자리에서 조촐하게 삶을 가꾸면 됩니다. 신문과 방송이 있어야 하지 않습니다. 사람들 스스로 노래를 부르고 이야기를 지어 아이들과 도란도란 삶을 빛내면 됩니다.


- “타인의 힘을 이용해 ‘신이라는 것’에 달라붙어 있었을 뿐이지. 너 자신이 성장한 것은 아니야.” (237쪽)
- “이 세상 전부를 이해하고 싶어! 그런데 왜 네가 날 방해하는 거지? 넌 대체 뭐냐!” “나는 너희들이 ‘세계’라고 부르는 존재. 또는 ‘우주’. 또는 ‘신’. 또는 ‘진리’. 또는 ‘전체’. 또는 ‘하나’. 그리고, 나는 ‘너’다.” (237∼238쪽)

 

 


  아라카와 히로무 님 만화책 《강철의 연금술사》(학산문화사,2013) 완전판 열여덟째 권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기나긴 만화는 완전판 열여덟째 권에서 마무리를 짓습니다. 연금술을 잘못 쓴 바람에 잃고 만 동생 몸을 되찾으려는 형이 떠난 머나먼 마실이 끝을 맺습니다. 사람들 목숨을 빌미로 하느님이 되려던 실험체가 숨을 거둡니다. 만화책에 나오는 군대는 언제나 평화하고 동떨어집니다. 겉으로는 평화를 지키려 한다는 군대이지만, 막상 군대는 평화를 무너뜨리는 데에 씁니다. 여느 사람들은 평화를 지키려는 뜻에서 군인이 되기도 하지만, 정작 군대에서 하는 일은 평화를 아랑곳하지 않아요.


  사람들 스스로 제대로 생각해야 합니다. 평화를 바라면 평화로 가야지, 전쟁무기로 갈 일이 아닙니다. 평화를 누리려면 평화로 나아가야지, 군대로 갈 일이 아니에요.


  손에 호미를 쥐고 쟁기를 쥘 때에 평화입니다. 손에 부엌칼을 쥐고 주걱을 쥘 때에 평화입니다. 손에 붓을 쥐고 손에 책을 쥘 때에 평화입니다. 손에 사랑을 쥐고 꿈을 쥘 때에 바야흐로 평화입니다.


- “진리의 모든 문은 인간 안에 존재한다. 그건 모든 인간에게 연금술을 쓸 힘이 잠재되어 있다는 뜻이야.” (259쪽)
- “연금술을 쓸 수 있으면, 이 정도는 지붕에 올라오지 않아도 순식간에 고칠 텐데. 하긴. 힘들여서 가는 것도 좋지.” (299∼301쪽)

 

 


  하느님은 하늘에 있어서 하느님이 아닙니다. 내가 바로 하느님입니다. 내가 바로 하느님이기에, 내 이웃은 누구나 하느님입니다. 내 동무도 다 하느님이에요. 작은 딱정벌레도 하느님입니다. 우람한 나무도 하느님입니다. 미나리와 쑥도 하느님입니다. 참새와 박새도 하느님이에요.


  참을 깨닫는다면 언제나 참답게 살아갑니다. 참을 보지 않으면 언제나 거짓되게 살아갑니다. 참을 누리고 아끼면 언제나 아름답게 살아갑니다.


  나와 너는 늘 하나예요. 나 스스로 나를 아낄 적에 내 이웃과 동무를 아낍니다. 나 스스로 나를 사랑할 적에 내 이웃과 동무를 사랑합니다. 두 손을 가슴에 대고 생각해요. 내 가슴속에서 콩콩 뛰는 놀라운 하느님을 생각해요. 그리고, 이 하느님과 똑같이 우리 둘레에서 살가이 숨쉬는 하느님을 함께 그려요. 4347.3.1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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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는 모래밭에 구멍 내기

 


  작대기를 들고 휘휘 휘두를 수 있다. 작대기를 붓으로 삼아 모래밭에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작대기를 쏙쏙 꽂으면서 구멍을 낼 수 있다. 작대기 하나는 멋진 놀잇감이다. 작대기 하나로 하루 내내 실컷 논 뒤, 이튿날에도 다음날에도 꾸준히 놀 수 있다. 아이들 누구나 작대기 하나로 빙그레 웃는다. 4347.3.1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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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 모래밭에 금그으며 좋아

 


  바닷가에는 작대기가 곳곳에 있다. 바닷물에 휩쓸려 모래밭으로 떠밀린다. 어디에서 온 작대기인지는 잘 모른다. 아무튼, 바닷가에서는 모래밭에 그림을 그릴 만한 작대기를 쉽게 얻는다. 큰아이는 저한테 알맞춤한 작대기를 하나 주워 바닷물이 찰랑이는 데까지 죽죽 금을 긋는다. 마음껏 금을 긋는다. 얼마든지 그림을 그린다. 신나게 달린다. 바닷물 철썩이는 소리를 듣는다. 4347.3.1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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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밭놀이 1 - 발포 바닷가에서 둘이

 


  발포 바닷가에 나들이를 왔다. 두 아이는 모래밭으로 내려간다. 맨발로 놀고 싶다 말하지만 아직 삼월 첫무렵이니 신을 벗지 말고 놀자고 얘기한다. 큰아이는 서운해 한다. 그런데, 아직 삼월 첫무렵이기보다는, 놀이철이 끝난 바닷가는 너무 쓰레기가 많아 지저분하니 신을 벗지 말라고 했다. 참 그렇다. 바닷가이든 골짜기이든 시골로 놀러온 도시사람은 시골에 쓰레기를 끔찍하게 버리고 간다. 시골사람도 시골 바닷가와 골짜기에서 놀고 나서 쓰레기를 함부로 버린다. 아이들이 느긋하면서 즐겁게 모래를 만지고 밟으면서 놀 만한 터로 지킬 때에 어른들한테도 아름답고 깨끗한 쉼터가 될 텐데. 4347.3.1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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