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넋을 읽는다

 


  책마다 글쓴이 넋이 곱게 빛난다. 책 하나 손에 쥐면서 알뜰살뜰 밝게 드리우는 넋을 읽는다. 책을 쓰는 손길은 삶을 다스리며 즐기는 웃음이고, 책을 읽는 눈길은 삶을 가꾸며 누리는 노래이다. 네 웃음이 나한테 젖어들어 노래가 된다. 내 노래가 너한테 찾아가며 웃음이 된다. 책을 쓰는 사람은 책을 읽는 사람을 꿈꾼다. 책을 읽는 사람은 책을 쓰는 사람을 사랑한다. 꿈을 지으며 책이 태어난다. 사랑을 나누며 이야기꽃이 핀다. 4347.3.1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노래하던 존 레논 님이 쓴 시는 모두 노래였을까. 노래로 부르려고 쓴 시일까. 시를 쓰려고 부른 노래일까. 노래가 된 시일까. 시가 된 노래일까. 《존 레논 시집, 오 나의 사랑》을 읽는다. 존 레논 님은 사랑을 노래한다. 존 레논 님은 노래하고 싶어 사랑한다. 하루하루 사랑하고, 삶을 사랑으로 지으며, 사랑으로 지은 삶을 노래로 부른다. 그래, 삶이란 언제나 싯말이요 노래이지. 4347.3.2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오, 나의 사랑!- 존 레논 시집
존 레논 지음, 현선아 옮김 / 자유문학사 / 1992년 12월
3,000원 → 2,700원(10%할인) / 마일리지 150원(5% 적립)
2014년 03월 20일에 저장
품절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책 하나 깃드는 헌책방

 


  헌책방이 나이를 먹는다. 헌책방을 다니는 나도 나이를 먹는다. 헌책방지기도 나이를 먹어, 처음에는 젊은이였던 분이 아저씨 되고, 처음에 아저씨로 만난 헌책방지기가 할아버지가 된다. 처음에 푸름이로 헌책방을 찾아가던 사람은 스무 살 앳된 젊은이였다가 마흔 살 넘어서는 아저씨가 된다. 헌책방마실 스무 해가 넘고 나이 마흔을 넘긴 이라면, 이제 이녁 아이 손을 잡고 헌책방마실을 한다. 앞으로 열 해가 지나고 스무 해가 더 지나면, 이녁 아이가 무럭무럭 커서 새로운 아이와 함께 헌책방마실을 할 수 있겠지.


  빛 한 줄기 흐른다. 마흔 살 먹은 책에 빛 한 줄기 흐른다. 내가 태어나던 무렵에 함께 태어난 책이 여러 사람 손길을 거치고 돌다가 헌책방 책꽂이에 살풋 놓인다. 긴긴 나들이 끝에 이곳에서 쉬는 셈일까? 이 작은 책은 내 품에 안길 수 있고, 다른 책손 품에 안길 수 있다. 이 책을 품에 안은 누군가는 한동안 즐겁게 책빛을 누리리라. 그러고는 다시 이 책을 넌지시 헌책방에 내놓아, 앞으로 스무 해 뒤쯤 누군가 이 책을 만날 수 있도록 다리를 놓겠지.


  새로 나오는 아름다운 빛이 새책방마다 감돈다. 새로 나와 읽힌 책이 스무 해를 흘러 헌책방 책꽂이로 자리를 옮긴다. 다시 스무 해가 더 흘러 다른 헌책방 책꽂이로 깃든다. 그리고 또 스무 해가 흐르면, 헌책방지기는 조용히 눈을 감을는지 모르고, 처음 이 책을 만지작거리며 아끼던 이도 늙은 헌책방지기와 함께 조용히 눈을 감을는지 모른다.


  어떤 사람이 이 책을 아끼면서 삶을 지었을까. 어떤 사람들이 그동안 이 책을 만나면서 웃고 울며 노래하고 춤추었을까. 이제 앞으로 어떤 사람들이 이 책을 새롭게 만나면서 마음밭에 씨앗 한 톨 심을까. 4347.3.2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헌책방 언저리)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그렇게혜윰 2014-03-20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네요 헌책만 나이를 먹는 게 아닌 거네요^^

파란놀 2014-03-21 09:00   좋아요 0 | URL
그럼요.
모두들 나이를 예쁘게 먹으면서
아름답습니다~
 

박근혜 이모님과 함께 사진을 찍자

 


  춘천에 있는 어딘가를 갔다. 춘천에 있는 어딘가에 ‘사진터’가 있다. 북한강 줄기가 찬찬히 흐를 듯하다가 안 흐르는, 왜냐하면 냇물이 아닌 ‘댐물’이 되면서 물줄기가 안 흐르는 어딘가에 ‘사진을 찍으며 놀아라’ 하는 자리가 있다. 이곳에 오면 박근혜 이모님과 활짝 웃으면서 사진을 찍으라 한단다. 박근혜 이모님 곁에는 고등학생일까? 아마 고등학생일 테지. 이모님과 어깨를 맞대고 서서 빙그레 웃으며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다. 박근혜 이모님도 푸근하게 웃는다. 재미있구나. 그래서 나도 이곳에서 하하하 활짝 웃으면서 기림사진 한 장 찍었다. 4347.3.2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람과 책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천경자 님 책을 마음으로 담기

 


  진주에 있는 헌책방 〈형설서점〉에 갔다가 《아프리카 기행화문집》이라는 이쁘장한 책을 본다. 천경자 님이 빚은 책이다. 여행을 하며 그림을 누린 빛이 서린 책이다. 한참 만지작거리고 펼쳐서 읽다가 내려놓는다. 이 책 한 권에 얼마쯤 할까? 제법 비싸리라. 그렇지만, 새책방에서 사라진 이 책을 건사한 도서관이 한국에 몇 군데 있을까? 국립중앙도서관에는 있을까? 아마 있을는지 모른다. 그러면 다른 도서관에는? 부산에는? 인천에는? 고흥에는 있을까?


  천경자 님은 고흥에서 자고 자랐다. 우리 식구는 고흥에서 살아간다. 우리 식구가 고흥으로 가서 뿌리내리며 살아가기 앞서까지, 나는 천경자 님 책을 그리 눈여겨보지 않았다. 고흥으로 가고 난 뒤, 고흥읍에 있던 ‘천경자 미술관’을 알았고, 천경자 님 수필책을 새삼스레 찾아서 읽곤 했다.


  이제 고흥에는 ‘천경자 미술관’이 없다. 고흥읍에 있던 허울뿐이던 ‘천경자 미술관’은 여느 때에도 문을 열지 않아 찾아갈 수도 없었는데, ‘천경자 미술관’ 이름표만 붙였던 창고 옥상에 있던 물탱크가 터져서 물바다가 된 일이 있었다. 이리하여, 천경자 님 유족은 고흥군한테 따져서 ‘고흥군에 기증했더 그림’을 모두 돌려받았고, 고흥관광지도에는 아직도 ‘천경자 미술관’이 적히지만, 그곳에는 허울뿐이던 이름표도 없고 그림도 없다.

 

  고흥군 공무원이 잘못한 일을 놓고 ‘고흥사람’인 내가 부끄러워 해야 할 까닭은 없을는지 모른다. 이런 일을 놓고 여러 사람이 고흥군 문화행정과라든지 고흥군수한테 참 숱하게 따지기도 했지만, 어느 하나 제대로 바뀌거나 나아지지 않았다.


  보배와 같은 책일 수 있는 《아프리카 기행화문집》을 사진으로 담는다. 이 책을 장만해서 고흥으로 가져가면 좋기야 좋을 텐데, 고흥에서 천경자라는 사람을 얼마나 헤아리거나 읽거나 느낄는지 모르겠다. 고흥 아닌 다른 곳에서 다른 책손이 아름다운 눈빛으로 이 책을 알아보아 장만하고 아끼면 한결 낫겠다고 느낀다. 책이 책대로 빛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책이 있을 자리가 되겠지. 4347.3.2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과 책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