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2] 통째로

 


  헌책방에서 일하는 분들은 곧잘 ‘아도 치기’라는 말을 씁니다. 책방 한 곳이 문을 닫을 적에 ‘통째’로 넘겨받는다든지, 한꺼번에 많이 쏟아진 책을 ‘모두’ 사들인다고 할 적에 이런 말을 써요. 헌책방뿐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서 ‘아도’라는 일본말을 제법 널리 써요. 일제강점기에서 벗어난 지 일흔 해 가까이 되건만, 이런 일본말을 아무렇지 않게 쓰는 셈인데, 어떤 분은 이런 말을 써야 무언가 말맛이 나고 말느낌이 확 와닿는다고 이야기합니다. 아무래도 이런 말투에 익숙하거나 길들었기 때문이에요. 그러면, 아이들을 생각해 봐요. 아이들한테는 일본말 ‘아도’를 쓸 수 없어요. 아이들한테는 “얘야, 이것 ‘다(모두)’ 너 줄게.” 해야 곧바로 알아듣습니다. 우리 어른들은 모두 아이가 되어야 말맛을 살리고 말빛을 밝힐 수 있습니다. 4347.3.2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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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 별집

 


  까만 찻물을 마시려는 한국사람은 처음에 ‘스타벅스’를 다녔습니다. 얼마 뒤 ‘별다방’을 다닙니다. 어떤 이는 ‘콩다방’을 다닙니다. 나는 까만 찻물도 빨간 찻물도 푸른 찻물도 마시지 않습니다. 맑은 냇물만 마십니다. ‘별집’이니 ‘콩집’이니 하고 말할 적에 무슨 소리인가 하면서 고개를 갸우뚱했어요. 시골마을 시골집에서 살아가며 곰곰이 생각합니다. 별이 반짝반짝 빛나는 무늬를 박은 찻집이니 별집이에요. 콩 볶는 고소한 내음처럼 예쁜 열매를 살살 볶아 코를 간질이는 좋은 찻내음이 흐르는 찻집이니 콩집입니다. ‘스타’라는 이름을 붙인 어느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우리들처럼 늘 ‘별’을 느끼면서 찻물을 즐깁니다. 4347.3.2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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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이라는 이름을 마무리짓고 ‘말이랑 놀자’라는 이름으로 글을 씁니다. 예전 글이나 새로운 글이나 넋은 한 가지입니다. 한국사람이 한국에서 살아가며 이웃과 나누는 말을 아름답게 살찌우고 사랑스레 즐기자는 뜻입니다. 재미나게 노래하고 신나게 춤출 수 있는 밑바탕이 될 말넋을 이야기할 생각입니다. 글이름에서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데, “함께 살아가는” 길을 그동안 말하려 했고, 이제부터는 “즐겁게 노는” 길을 말하려고 해요. 함께 살아가며 즐겁게 놀듯이 말을 아끼고 사랑하기를 바랍니다. 2014.3.21.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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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9일에 첫 글을 쓴 ‘함께 살아가는 말’ 이야기를 2014년 3월 21에 200째 글을 쓰면서 마무리짓습니다. 네 해에 걸쳐 차곡차곡 띄운 글이 어느새 200 꼭지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이 이름을 그대로 붙이며 한국말 살찌우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습니다만, 나는 딱 200 가지 글을 쓰고 마무리지을 생각이었습니다. 첫 글을 쓸 적에는 한 해 동안 쓰자 마음을 먹었는데, 네 해가 걸렸어요. 앞으로 다른 말넋을 바탕으로 새롭게 글을 쓰려 합니다. 새로운 말넋으로 다시금 200 꼭지가 되는 글을 쓰려 해요. 이제부터 새롭게 쓸 글은 몇 해에 걸쳐 쓸 수 있을까요. 한 가지를 매듭짓고 새 매듭을 짓고자 짚을 찬찬히 그러모읍니다. ‘함께 살아가는 말’ 200 꼭지를 꾸준히 읽어 주신 분들한테 고맙다는 말씀을 남깁니다. 새로 쓸 글은 ‘말이랑 놀자’입니다. 2014.3.21.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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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200] 골골쟁이

 


  몸이나 마음이 아파 골골거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골골거리기에 골골쟁이입니다. 어떤 일이 잘 될는지 안 될는지 자꾸 마음이 쓰여 근심이나 걱정을 쌓는 사람이 있습니다. 근심이나 걱정을 쌓으니 근심쟁이요 걱정쟁이입니다. 아름다운 소리보다는 자잘한 소리를 들려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자잘한 소리를 꾸준히 들려주니 잔소리쟁이입니다. 우리들은 저마다 어떤 쟁이가 되어 살아갑니다. 마음 깊이 사랑을 담아 따스하게 나누려는 사람은 사랑쟁이가 됩니다. 마음 가득 꿈을 실어 씩씩하게 살아가려는 사람은 꿈쟁이가 됩니다. 노래를 좋아해서 노래쟁이 되고, 춤을 좋아해서 춤쟁이 되어요. 책을 좋아하는 누군가는 책쟁이입니다. 서로서로 오순도순 어울립니다. 골골쟁이는 골골꾼이기도 하면서 골골님입니다. 근심쟁이는 근심꾼이면서 근심님입니다. 사랑쟁이는 사랑꾼이면서 사랑님입니다. 우리 집 아이들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신나게 뛰놀기에 놀이쟁이예요. 놀이쟁이는 놀이꾼이면서 놀이님입니다. 이윽고 놀이벗이 되고 놀이빛으로 새롭습니다. 말을 섞기에 말벗이자 말동무가 되는데, 살가운 말동무를 마주하면서 “너는 참 좋은 말빛이로구나.” 하고 얘기한다든지 “이녁은 참 고운 말넋이로군요.” 하고 얘기하면 어떤 느낌일까 헤아려 봅니다. 우리 이웃이 우리한테 어떤 이야기를 듣고 어떤 이름을 들으며 어떤 숨결을 들을 적에 다 같이 즐거울까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4347.3.2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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