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아이 124. 2014.3.23.ㄱ 책읽기 시늉

 


  누나가 책에 빠지면 저랑 같이 놀지 않는다. 누나가 책을 들여다보면 저는 들여다보지 않는다. 언제나 저랑 신나게 뛰어노는 누나인데, 어째 책만 손에 쥐면 책나라에 옴팡 젖어들어 저랑 놀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누나 곁으로 걸상을 끌어다가 만화책 하나 척 펼치고 앉았으나 네 살 산들보라는 책을 넘길 마음이 없다. 보다못한 나머지 턱을 만화책에 괴고 누나를 쳐다본다. 끙. 괴롭네. 그런데 어쩌겠어? 너 혼자 뛰놀면 되지. 너도 곁에서 책돌이가 되든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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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 책읽기

 


  서른 몇 해 앞서부터 수선화라는 꽃이 남모르게 마음으로 들어왔다. 몇 살 적에 수선화를 처음 보았을까. 국민학교 다니며 교사 책상에 놓인 수선화를 본 일이 있는데, 더 어릴 적에도 보았을는지 모른다. 푸른 꽃대에서 조그맣게 꽃망울이 맺히는가 싶더니 어느새 꽃잎을 펴고는 풀줄기와 다르게 샛노랗게 빛나는 잎사귀가 무척 남다르구나 하고 느꼈다. 아니, 수선화라는 꽃을 보고 나서 꽃이란 이렇게 어여쁘게 벌어지는 빛이로구나 하고 깨달았다.


  작은 꽃대에서 커다란 꽃이 피어난다. 눈부신 꽃잎에서 맑은 내음이 흐른다. 열매를 사람이 먹지 않고 꽃송이를 바라보기만 하면서 배가 부르고 마음이 넉넉하다.


  수선화를 처음 깨달은 날부터 ‘꽃집’이 따로 있는 까닭을 알았다. 수선화를 처음 마음으로 담은 때부터 ‘꽃다발’을 선물하거나, 집안에 ‘꽃그릇’을 두는 까닭을 알아차렸다.


  우리 집 마당에 수선화를 옮겨 심으려고 여러 차례 해 보았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런데, 우리 서재도서관 한쪽에 수선화가 자라네. 비료도 뭣도 아무것도 안 주는 자리에 수선화가 저 스스로 씩씩하게 피고 지네. 그래, 우리 서재도서관은 1997년까지 초등학교였지. 초등학교 문간에 심은 수선화였을 텐데, 학교가 문을 닫고 열 몇 해가 지났어도 수선화는 저 스스로 씩씩하게 피고 지는구나. 저 스스로 맑은 꽃내음을 풍기면서 이곳을 밝히는구나. 예전에 수선화가 이곳에 알뿌리 하나만 있지 않았겠지. 곳곳에 있었겠지. 아직 다른 곳에서는 수선화를 못 보았다. 어쩌면 다른 수선화는 모두 죽고 이 아이만 살아남았을 수 있다. 수선화 둘레를 얼기설기 휘감은 등나무 덩굴줄기를 치운다. 등나무야, 이곳에서 수선화가 곱게 살아가도록 이쪽으로는 뿌리도 줄기도 뻗지 말자. 4347.3.2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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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신 창비아동문고 210
이경자 지음, 오오니시 미소노 그림, 박숙경 옮김 / 창비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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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책과 함께 살기 112

 


꽃내음 나누는 어깨동무
― 꽃신
 이경자 글
 오오니시 미소노 그림
 박숙경 옮김
 창비 펴냄, 2004.2.20.

 


  아이들과 살면서 아이들 얼굴을 읽습니다. 아이들과 살기 앞서는 아이들 얼굴을 제대로 못 읽었습니다. 아이들이 졸린지 배고픈지 심심한지 아픈지 즐거운지 하는 얼굴빛을 읽자면, 스스로 아이가 되든지 스스로 어버이 되어 아이를 돌보아야 하는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졸린 아이는 억지로 재우지 못합니다. 아무리 졸리다 하더라도 잠자리에 억지로 누이면 다시 일어나려 합니다. 졸린 아이는 포근한 품으로 따사롭게 안아야 합니다. 또는 까르르 웃고 떠들도록 더 놀린 다음 살짝 쉬자는 느낌으로 품에 안으면 어느새 곯아떨어집니다.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아이라면 곁에 함께 누워서 노래를 부릅니다. 밤잠을 미루려는 아이라면 옆에 나란히 누워서 노래를 부릅니다. 때로는 두 시간까지 노래를 불러야 합니다. 으레 삼십 분이나 한 시간쯤 노래를 부르곤 합니다. 날마다 잠자리에서 삼십 분이나 한 시간씩 노래를 부르자면 목이 쉰다거나 힘들다거나 여길는지 모르나, 하루에 삼십 분이나 한 시간씩 부르는 노래는 대수롭지 않아요. 잠자리뿐 아니라 낮에도 언제나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니까요.


  아이 둘을 왼쪽과 오른쪽에 누이고 두 손으로 아이들 이마를 어루만집니다. 입으로는 노래를 부릅니다. 이 노래는 아이들 마음으로 살며시 스며들겠지요. 이 노래는 아이들뿐 아니라 어버이인 내 가슴으로 찬찬히 젖어들겠지요. 아이들이 즐겁게 잠들도록 돕는 노래이면서, 어버이인 내 삶을 북돋우는 노래입니다. 가장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노래를 골라서 부릅니다. 가장 즐거우면서 밝은 노래를 가려서 부릅니다.


.. 고모네 집은 차로 30분. 위험하니까 자전거로는 절대 가지 말라는 말을 늘 듣지만 지금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눈에 익은 버스 정류장을 차례차례 지나며 계속 페달을 밟았다. 뒤따라가던 버스는 이제 모습도 그림자도 안 보인다 … “어머니가 늘 편지를 써 놓고 가시나 봐?” “아니, 좀 늦어질 때만 그래. 엄마가 늦게 오시면 내가 쌀을 씻어야 해.” 모리노는 그렇게 말하면서 쌀 세 컵을 능숙하게 담더니 박박 씻었다 ..  (53, 66쪽)


  아이가 새로 태어나기에 집안이 이어집니다. 아이가 새로 자라기에 마을이 있습니다. 아이가 새로 크기에 나라가 있습니다. 아이 없는 집안이나 마을이나 나라는 없습니다. 아이는 집안에서나 마을에서나 나라에서나 보배입니다. 아이가 있기에 집안에서도 마을에서도 나라에서도 웃음꽃이 피어납니다.


  아이를 아끼지 않는다면 집안도 마을도 나라도 없습니다. 아이를 아낄 때에 비로소 살뜰한 집살림이요 알찬 마을살림이요 빛나는 나라살림입니다.


  그렇지만, 정작 아이 이야기가 제대로 불거지지 않습니다. 아이를 낳아 돌보는 삶은 ‘육아’나 ‘보육’이나 ‘교육’으로 바라볼 수 없습니다. 아이가 물려받을 삶과 사랑을 헤아릴 노릇입니다. 아이가 누릴 즐거움과 웃음과 꿈을 살필 노릇입니다. 나라에서 돈을 들여 유치원 삯이나 어린이집 삯을 대줄 일이 아니에요. 어버이가 스스로 아이를 맡아 돌볼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할 노릇입니다. 집집마다 다른 아이들이 저마다 즐겁게 자라면서 기쁘게 사랑받도록 보금자리를 가꿀 수 있어야 합니다.


  신문을 펼치면, 아이를 사랑하도록 돕는 기사가 없습니다. 아이한테 어떤 지식을 더 빨리 가르쳐서 더 빨리 입시기계로 만드느냐 하는 기사만 있습니다. 방송을 켜면, 아이를 사랑하도록 이끄는 풀그림이 없습니다. 아이한테 어떤 정보를 더 많이 집어넣어 더 많은 자격증이나 졸업장을 거머쥐도록 하느냐 하는 풀그림만 있습니다.


  입시기계나 시험기계가 되어야 하는 아이들이기에, 학교에서 따돌림이나 괴롭힘이 불거집니다. 중·고등학교뿐 아니라 초등학교에서도 입시와 시험에 목이 졸리는 아이들인 터라, 꿈과 사랑으로 동무를 아끼는 길을 찾지 못해요.


.. “미스즈, 이것 봐 봐. 네가 주운 거하고 똑같지? 이것이 많이 작기는 하지만, 모양이나 무늬가 닮았잖니?” 시즈는 약간 흥분한 상태였다. 손가방에서 고이 꺼낸 물건은 정말 미스즈가 주운 난쟁이 배의 작은 모형이었다. 두 짝이 분홍 색실로 이어져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이건 꽃신이라고 하는 거야.” … “이렇게 조그만 것이 바다를 건너왔네.” “응, 정말 바다를 건넜어.” ..  (62, 64쪽)


  학교는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요. 대학입시에 나오는 시험문제를 가르치면 되는 학교일까요? 교과서는 무엇을 담아야 할까요. 보편타당한 지식을 담아서 도시에서 회사원이나 공무원이 되어 살아갈 길을 담으면 교과서일까요?


  아이들은 사랑을 배워야 합니다. 어른들은 사랑을 가르쳐야 합니다. 학교는 사랑을 나누는 터전이어야 합니다. 대학교는 사랑을 가꾸고 북돋우는 길을 깊고 넓게 여는 몫을 맡아야 합니다. 교과서는 사랑으로 집을 짓고 밥을 지으며 옷을 짓는 빛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교사는 사랑으로 집을 짓고 밥을 지으며 옷을 짓는 즐거움을 웃음으로 노래할 수 있는 어른이어야 합니다.


.. 1919년 3월 1일 일본의 지배와 억압에 저항하여 일어난 독립운동에 앞장서다 쓰러진 17세의 소녀, 유관순. “…… 나는 내 나라를 되찾고 싶을 뿐. 그것이 죄가 됩니까!” 격렬한 외침이었다. 다 읽고 났을 때, 미스즈는 숨을 깊게 내쉬었다. 수많은 민중과 함께 독립 만세를 외치는 소녀의 늠름한 모습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하지만 미스즈는 그 책에 쓰인 이야기를 쉽게 믿을 수는 없었다 … “시즈, 우리끼리라도 지금부터 포스터를 그리지 않을래? 어른들은 자기 멋대로 말하지만, 우리 같은 아이들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잖니. 아, 예 그렇습니까 하면서 꼬리를 내린다면 너무 억울해.” ..  (77, 100쪽)


  이경자 님이 쓴 청소년문학 《꽃신》(창비,2004)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일본에서 살아가는 일본사람과 한국사람(조선사람) 이야기가 흐릅니다. 일본에서 태어났으니 일본사람이라 할 테고, 한국에서 태어났으면 한국사람이라 할 테지요. 그렇지만, 일본사람이 일본에서 살아가지 못하고, 한국사람이 한국에서 살아가지 못합니다. 일본에서 났으나 일본사람이 아니요, 한국에서 났어도 한국사람이 아닙니다.


  일본과 한국이라는 울타리는 무엇일까요. 한국과 베트남이라는 울타리는, 또 베트남과 프랑스라는 울타리는 무엇일까요. 학교에서 가르치는 역사는 무엇이고, 책에 적히는 역사는 어떤 이야기일까요.


  어른들은 스스로 어떤 삶을 일구면서 역사를 빚는가요.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어떤 삶을 물려주면서 어떤 역사를 들려주려 하는가요.


.. 조선인의 피가 섞여 있다는 것이 그토록 숨겨야만 하는 일일까. “엄마, 엄마는 자신이 순수한 일본인이 아니라는 것이 싫어요?” 엄마는 깜짝 놀란 눈으로 미스즈를 보았다. “아버지도 그게 싫어요?” 미스즈가 다그치듯 묻자 아버지는 당황해서 천장을 올려다본 채로 꼼짝도 않는다. “너희들은 …… 어떠냐?” ..  (139쪽)


  꽃내음을 나눌 수 있는 어깨동무가 즐겁습니다. 꽃내음은 바다를 가로지릅니다. 꽃내음은 비무장지대를 훌훌 넘나듭니다. 꽃내음은 전라도와 경상도를 나누지 않습니다. 꽃내음은 부잣집과 가난한 집 사이를 스스럼없이 오갑니다.


  꽃씨는 한국에도 일본에도 똑같이 뿌리를 내립니다. 꽃빛은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똑같이 빛납니다. 한국땅에 드리운 ‘서양민들레’를 안 좋아하는 이가 있는데, 거꾸로 한국민들레가 서양으로 날아가면 그곳 사람은 ‘한국민들레’를 안 좋아해도 되는 셈이겠지요.


  배추가 언제부터 한국 푸성귀였나요. 감자와 고구마와 고추를 한국사람이 언제부터 먹었나요. 양파라는 이름을 잘 들여다봐요. ‘洋파’입니다. 소금에 절인 푸성귀를 한국사람이 먼 옛날부터 먹었다지만, 배추가 한국에 들어온 지 고작 즈믄 해쯤 되었을까요? 배추보다 갓이 먼저 한국에 들어왔을 텐데, 김치라는 먹을거리를 얼마나 한겨레 먹을거리로 삼을 만한지 아리송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울타리를 따질 일이 없습니다. 어디에서 먼저 태어났는지 가릴 까닭이 없습니다. 함께 노래하면 되고, 함께 웃으면 됩니다. 서로 돕고 아끼면 돼요. 같이 춤추며 이야기잔치 벌이면 돼요.


  우리는 누구나 지구사람인걸요. 우리는 누구나 푸른 바람을 마시는 목숨인걸요. 우리는 누구나 별빛이고 꽃빛인걸요.


  꽃은 꽃씨한테 교과서나 역사를 물려주지 않아요. 오직 하나 사랑을 물려주어요. 나무는 나무씨한테 책이나 재산을 물려주지 않아요. 오직 하나 사랑을 물려줍니다. 사람이 사람한테 물려줄 한 가지라면 마땅히 사랑입니다. 어른이 아이한테 가르칠 한 가지라면 바로 사랑입니다.


  사랑이 있을 때에 사랑이 있기에, 이곳에는 전쟁도 미움도 다툼도 따돌림도 없습니다. 사랑이 자라는 곳에 사랑이 있으니, 이곳에는 계급도 신분도 종교도 국경도 없습니다.


  꽃신 하나가 바다를 건넜어요. 꽃신 하나가 아이들 사이에 징검다리를 놓아요. 꽃신 하나가 아이와 어른 사이에 깃들 사랑을 이야기해요. 4347.3.2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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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4.3.16.
 : 나들이에 앞서 나들이

 


- 월요일부터 먼 나들이를 간다. 지난 3월 6일에 서울에서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책잔치가 있어 퍽 오래 바깥마실을 했다. 곁님은 람타공부를 하러 미리 경기도 용인으로 갔다가 일산으로 갔고, 나는 아이들과 시골집에서 놀다가 5일에 인천에 있는 형네 찾아갔다. 책잔치를 마친 뒤 일산으로 가서 사흘 묵고 시골로 돌아왔으니 나흘 동안 바깥잠을 잔 셈이다. 이렇게 바깥마실을 하면 달포 즈음 시골에서 쉬곤 했는데, 며칠 쉬지 못한 채 다시 바깥마실을 나가야 한다. 곁님이 이동안 아이들과 밥 잘 먹고 잘 지낼까. 걱정하면 걱정대로 이루어지니 그리 걱정하지는 않으나, 집에 찬거리가 떨어지지 않도록 면소재지에 나들이를 다녀오기로 한다. 내 자전거에서 샛자전거를 뗀다. 수레만 붙인다. 작은아이는 새근새근 낮잠을 잔다. 큰아이도 낮잠을 잘 법하지만 안 잔다. 큰아이한테 묻는다. “벼리야, 샛자전거를 떼었는데 수레에 앉아서 갈래?” “응.”

 

- 샛자전거를 붙인 뒤 수레는 언제나 동생 차지였다. 샛자전거를 붙이고 나서 큰아이는 수레에 한 차례인가 두 차례만 탔다. 어릴 적에 늘 혼자 차지하던 수레이지만, 이제는 동생이 수레를 홀로 누린다. 일곱 살 큰아이한테 수레는 어떤 느낌일까. 일곱 살이 된 오늘 큰아이한테 수레는 어떤 이야기가 깃든 동무일까.

 

- 수레를 탄 큰아이가 노래를 부른다. 되게 즐거운 듯하다. 동생을 떼어놓고 큰아이와 둘이 마실을 한 때가 언제더라. 아예 없지는 않지만 퍽 드물다. 언제나 두 아이를 홀로 건사하며 살림을 꾸리니, 늘 두 아이와 함께 다닌다. 나나 곁님이 으레 동생을 많이 챙겨야 하니 큰아이가 서운해 할 법한데, 큰아이는 서운한 티를 드러내지 않는다. 다만, 이렇게 큰아이 혼자 아버지나 어머니를 차지하며 어울릴 적에 무척 좋아하는 빛이 나타난다.

 

- 이것저것 저자를 본다. 큰아이는 “집에 가서 보라가 깨면 같이 먹을래.” 하면서 과자 몇 점을 챙긴다. 과자를 고를 적에 늘 한 아이에 하나만 고르도록 하는데, 동생이 같이 못 왔대서 동생 몫을 챙긴다. 네 이 귀여운 마음은 어디에서 싹텄을까. 네 이 예쁜 생각은 어디에서 태어났을까. 네 가슴에서 싹텄겠지. 네 숨결에서 태어났겠지.

 

- 샛자전거를 달지 않고 수레만 붙인 자전거가 가볍다. 작은아이를 태우지 않고 큰아이만 태운 자전거가 날듯이 달린다. 샛자전거랑 작은아이가 없을 뿐인데 자전거가 이렇게 가볍다니. 수레마저 떼고 나 혼자 자전거를 달린다면 얼마나 가벼울까.

 

- 나들이에 앞서 나들이를 마친다. 다음 한 주 동안 아이들과 자전거 나들이를 못 다니겠구나 하고 생각하니, 이렇게 큰아이와 둘이서 자전거 나들이를 참 잘 했구나 싶다. 오늘 드디어 반소매에 반바지만 입고 자전거를 달렸다. 바야흐로 봄자전거이다.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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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64. 2014.3.23.

 


  우리 집 쑥이 뜯을 만큼 올라왔다. 드디어 뜯는다. 얘들아, 지난 한 해 우리 네 식구한테 고마운 밥이 되었는데, 올해에도 새롭게 고마운 밥이 되어 주렴. 보들보들한 갓잎을 뜯고 까슬까슬한 갈퀴덩굴을 꺾는다. 갓잎과 갈퀴덩굴은 송송 썰어서 네모난 접시에 담는다. 쑥은 국을 다 끓이고 나서 된장을 푼 뒤 살그마니 얹는다. 국뚜껑을 닫고 아이들을 부른다. 다른 먹을거리를 밥상에 올린 뒤 맨 나중에 쑥국을 올린다. 쑥내음이 나니? 쑥맛이 나니? 일곱 살 큰아이가 “이거 예전에 먹던 거야.” 하고 말한다. 지난해에 먹은 쑥국이 떠오르는구나. 오늘부터 우리 집 국은 날마다 쑥국이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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