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개구리

 


삼월이 저물 무렵이면
개구리 하나둘 깨어나
밤노래를 부른다.

 

사월이 깊을 무렵이면
제비 하나둘 찾아와
처마 밑 둥지 손질한다.

 

오월이 익을 무렵이면
들마다 딸기알 빨갛게
달콤한 내음 퍼뜨린다.

 

유월이 빛날 무렵이면
소나기 한 줄기에
무지개 드리운다.

 

칠월이 노래할 무렵이면
밤하늘에 별잔치 짙어
초롱초롱 별꽃이 핀다.

 

한 달 두 달 손으로 꼽으며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
한 소끔 듣는다.

 


4347.3.27.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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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맞이

 


  진주에서 손님이 찾아오셨다. 손님과 함께 마당에 있는 평상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가 방으로 들어와서 늦도록 이야기꽃을 피웠다. 마당에 있는 평상에서 어둑어둑할 때까지 있었는데, 해가 저물어도 쌀쌀하지 않을 뿐 아니라 고즈넉한 기운이 흐른다고 새롭게 느꼈다. 얼마나 따사로운 봄빛인가.


  밤에는 개구리 노래하는 소리를 듣는다. 새해로 접어들어 첫 개구리 노래이다. 어디쯤에서 깨어났을까. 이 개구리들은 어디에서 농약 물결을 안 뒤집어쓰고 살아남아 이렇게 깨어났을까. 밤에 듣는 개구리 노랫소리는 얼마나 사랑스럽도록 고운 결이었는지.


  아침에는 햇살과 멧새 노래가 깨운다. 하루 내내 햇볕과 온갖 노래가 흐른다. 풀내음과 꽃내음이 감돈다. 오늘 하루도 싱그럽다. 4347.3.2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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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시경 2014-03-27 09:02   좋아요 0 | URL
정다운 시골 풍경~참 예쁘고 따뜻하게 느껴져요^^ 특별히 바쁜건 아닌데도 늘 분주한 마음이 드는 도시생활과는 다르게 편안한 여유가 있어 부러운데요~^^

파란놀 2014-03-27 11:33   좋아요 0 | URL
도시에서도 누구나 느긋하면서 너그럽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그런데, 도시에서는 '아무래도 바빠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그만 스스로 바쁜 쳇바퀴에 휩쓸리지 싶어요.

오늘 하루 착한시경 님
즐거우면서 아름답게 느긋한 봄볕 누리셔요~ ^^
 

아이 그림 읽기
2014.3.25. 큰아이―아버지 사랑해 좋아

 


  “어머니 아버지 좋아 사랑해 좋아요.” 하고 적은 그림을 보여준다. 어머니와 아버지를 나란히 그려 준 뒤에 ‘어머니 아버지’라 스스로 적는다. 아직 어머니 이름과 아버지 이름을 적지는 못하지만, 이렇게 일곱 살 아이 스스로 적으니 대견하다. 앞으로 글을 읽고 또 읽으면서 글도 쓰고 또 쓸 수 있겠지. 좋은 마음과 사랑스러운 넋을 나란히 키우면서 함께 살아가자.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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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랫가락

 


  아이들이 노래를 부른다. 가만히 들으면 참 즐겁다. 나도 아이들한테 노래를 불러 준다. 아이들한테 노래를 들려주면 아이들은 다 듣고 나서 “좋아요.” 하고 얘기해 준다.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는 내 마음을 살찌우고, 어버이가 부르는 노래는 아이들 마음을 북돋운다.


  아이들은 노래를 어떤 틀에 맞추어서 부르지 않는다. 아이들은 노래를 즐겁게 부른다. 아이들은 노래를 웃으면서 부른다. 대회에서 1등을 거머쥔다든지 음반을 잔뜩 팔 수 있도록 노래를 부르지 않는 아이들이다. 어버이가 아이한테 노래를 들려줄 적에도 대회나 음반을 따지지 않는다. 언제나 가장 고우면서 맑은 사랑을 꿈꾸면서 노래를 부른다. 늘 가장 즐거우면서 신나는 빛을 노래에 담는다.


  삶을 노래하고, 노래가 삶으로 다시 태어난다. 삶을 이야기하고, 이야기가 삶으로 찬찬히 녹아든다.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은 한결같이 웃고, 노래를 부르는 어버이도 노상 웃는다. 노래는 웃음이고, 웃음은 삶이며, 삶은 사랑이다. 4347.3.2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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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4-03-26 14:00   좋아요 0 | URL
자연무대가 멋지네요~ 즐거이 노래부르는 남매 모습도 즐거워보여요!^^

파란놀 2014-03-26 14:31   좋아요 0 | URL
지난겨울에 꺾은 쑥대를 그대로 둔 자리 옆으로
새로 쑥이 돋아요.
그저 그런 대로 있는 시골집이랍니다~ ^^;
 
お母さんへ、世界中の子どもたちからプレゼント: あなたのたいせつなものはなんですか? (大型本)
야마모토 토시하루 / 小學館 / 2013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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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책은 서재이웃 '순오기' 님이 지난 12월 7일 제 생일을 맞이해서 보내 주신 선물입니다. 이래저래 책선물이 3월 19일쯤 고흥에 닿았어요 ^^;;; 석 달이 더 지난 뒤에 받은 생일 책선물입니다. 고마운 책선물을 곰곰이 헤아리며 느낌글을 적습니다. 책선물은 언제나 반깁니다. 멋진 책을 선물해 주시는 이웃님들한테 고맙다는 인사를 함께 띄우면서~

 

..

 

 

 

 

잘 읽히기 기다리는 사진책 70

 


마음을 어루만지는 사진
― お母さんへ, 世界中の子どもたちからプレゼント
 야마모토 토시하루(山本 敏晴) 사진·글
 小學館 펴냄, 2013.4.22.

 


  야마모토 토시하루(山本 敏晴) 님 책이 한국말로는 《세상에서 가장 수명이 짧은 나라》(달과소,2003)와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요》(넥서스주니어,2006)가 나왔습니다. 의사로 일하면서 지구별 아픈 이웃을 만나던 야마모토 토시하루 님은 의료봉사로는 아픈 이웃을 달랠 수 없다고 깨닫습니다. 의사이면서 의사라는 이름을 살포시 내려놓고는 사진기를 쥡니다. 그림종이와 크레파스를 들고 아이들을 만납니다.


  의료봉사도 더없이 큰 뜻이 있고 아름다운 빛이 됩니다. 그리고, 마음으로 서로 만나서 사귀는 일도 더없이 큰 뜻이 있으며 아름다운 빛이 되어요. 몸만 고친대서 아픈 사람이 낫지 않아요. 마음을 함께 달래면서 포근히 어루만질 수 있어야 비로소 아픈 곳이 나아요. 야마모토 토시하루 님은 지구별 아픈 아이들 마음을 달래면서 아이들마다 마음밭에 사랑씨앗을 스스로 심을 수 있기를 바라요. 이 사랑씨앗은 지구별 여러 나라 아이들 마음밭뿐 아니라, 이녁이 나고 자란 일본에도 이웃 한국에도 또 다른 수많은 나라에도 곱게 드리울 수 있기를 꿈꿉니다.


  사진책 《お母さんへ, 世界中の子どもたちからプレゼント》(小學館,2013)를 읽습니다. “어머니한테, 온누리 어린이가 보내는 선물”입니다. 어떤 선물일까요. 아이들은 어머니한테 어떤 선물을 주고 싶을까요.

 

 

 

 
  지구별 여러 나라 여러 어린이가 그림을 그리면서 빙그레 웃습니다. 다 그린 그림을 들고 활짝 웃습니다. 아이가 말합니다. “나는 어머니와 함께 있을 적에 즐거워요.” “나는 어머니 팔에 안기기를 좋아해요.” “나는 어머니가 칭찬해 줄 때에 즐거워요.”


  어머니로 살아가면서 아이한테 어떤 말을 들려주는가요. 아버지로 살아가면서 아이한테 어떤 낯빛을 짓는가요. 아이들은 무엇을 받고 싶을까요. 어른들은 무엇을 주고 싶을까요.


  아이들이 돈을 바라거나 집을 바라거나 졸업장을 바랄까요? 아이들이 자가용을 바라거나 여행을 바라거나 놀이공원을 바랄까요?


  아이들은 옷조차 바라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제 어머니와 아버지가 입히는 옷이면 모두 좋습니다. 아이들은 비싸거나 값진 옷보다 어머니와 아버지 손길이 사랑스레 깃든 옷이면 다 반갑습니다. 아이들은 비싸거나 값진 밥을 바라지 않아요. 어머니와 아버지 손길이 따사롭게 깃든 밥이면 늘 맛있고 배부르게 먹어요.

 

 

 

 
  사진이 좋다면 마음을 어루만지기 때문이라고 느낍니다. 사진이 즐겁다면 마음을 감싸기 때문이라고 느낍니다. 사진이 아름답다면 마음을 보듬기 때문이라고 느낍니다. 사진이 사랑스럽다면 마음을 아끼고 살찌우기 때문이라고 느낍니다.


  사진으로 예술을 할 수 있습니다. 사진은 문화가 될 수 있습니다. 사진예술도 좋고 사진문화도 즐겁습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예술이 되는 사진이 아니고, 문화라는 이름을 얻어야 하는 사진은 아닙니다. 즐겁게 살아가며 어깨동무하는 길에 시나브로 예술로 피어나고 문화로 자라는 사진입니다. 서로서로 손을 맞잡고 들길을 거닐며 들노래를 부를 적에 사진 한 장 천천히 태어나고 사진 두 장 살며시 샘솟습니다.


  아이들은 저희 모습을 사진으로 찍는대서 대수로이 여기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어른 앞에서 모델이 되어 주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이야기를 겁니다. 아이들은 어버이와 어른 모두한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우리 함께 즐겁게 살아요.’ 하고 이야기합니다. ‘우리 서로 사랑해요.’ 하고 노래합니다. ‘우리 같이 어깨동무하면서 춤추어요.’ 하고 속삭입니다.

 

 


  아이들은 총을 만들지 않았어요. 아이들은 군대를 만들지 않아요. 아이들은 질서나 계급이나 위계를 세우지 않아요. 아이들은 스스럼없이 함께 놀아요. 옆에서 머뭇머뭇 구경하는 아이가 있으면 얼른 동무로 삼아 함께 놀아요. 함께 흙밭을 뒹굴고, 같이 들판을 달립니다. 함께 손을 잡고 서로 노래를 부릅니다.


  평화조약을 맺어야 평화가 아닙니다. 함께 놀고 함께 웃으며 함께 밥을 나눌 적에 평화입니다. 수호조약을 맺거나 자매결연을 맺어야 평등이 아닙니다. 함께 춤추고 함께 일하며 함께 노래를 부를 적에 평등이에요.


  사진책 《お母さんへ, 世界中の子どもたちからプレゼント》는 조그마한 목소리로 속삭입니다. 어머니(아버지), 선물이 무엇인 줄 알겠어요, 하고 사근사근 속삭입니다. 아이들이 내미는 선물은 바로 사랑입니다. 아이들이 어른한테 주는 선물도, 아이들이 어른한테서 받고 싶은 선물도, 언제나 사랑입니다. 그러니까, 마음을 달래는 사진은 사랑을 찍어요. 마음을 아끼고 북돋우며 살찌우는 사진은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마음을 가꾸며 삶을 빛내는 사진은 언제나 사랑스러운 꿈을 담습니다. 4347.3.2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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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4-03-26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이었군요!
기프티북을 처음 보내면서 전화번호를 잘못 적은 까닭에
오래오래 기다려 받은만큼 더 많은 즐거움 누리시어요!^^
방금 보내주신 책꾸러미 받았어요~ 고맙습니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거 같은 느낌, 이웃과 함께 잘 보겠습니다!!^^

파란놀 2014-03-26 14:32   좋아요 0 | URL
한국에서 이 비슷한 형식으로 된 책이 한 권 번역되었는데
그 책은 금세 절판되었어요.
아무래도 출판사를 잘못 만난 탓이지 싶어요.

일본에는 아름다운 길 걷는 분들이 퍽 많아서
이런 분들이 내놓는 보배와 같은 선물이라고 느끼며
이런 사진책을 만나요.

정갈하게 엮고 꾸민 책이에요.
즐거우면서 고맙게 잘 읽고
사진책도서관에서 잘 보이는 자리로 옮겨 놓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