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1677) 이상주의적 1 : 이상주의적 환상

 

책 속의 세상이 그 무엇보다 현실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감각을 통하지 않고서야 그 현실은 어디까지나 이상주의적 환상에 머무르고 말 것이다
《김미라-책 여행자》(호미,2013) 65쪽

 

 이상주의적 환상에
→ 꿈 같은 생각에
→ 꿈나라 이야기에
→ 부질없는 꿈에
→ 덧없는 생각에
 …


  ‘이상주의적(理想主義的)’은 “현실은 무시하고 이상을 추구하는 태도를 가진”을 뜻한다고 합니다. ‘이상(理想)’은 “생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가장 완전하다고 여겨지는 상태”를 뜻한다고 해요. 완전하다는 생각이란 오롯하거나 옹근 생각이며 빈틈이 없는 생각일 수 있습니다. 마음에 품은 대로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일 테고, 이러한 생각은 예부터 으레 ‘꿈’이라고 일컬었어요. 그래서 ‘꿈’ 뜻풀이 (2)을 보면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으로 나옵니다. 이루고 싶은 생각이 바로 ‘꿈’이요 ‘이상’인 셈입니다.


  두 가지로 나눈다면 꿈과 삶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꿈은 이상이요, 삶은 현실입니다. 꿈을 품으면서 살고, 살면서 꿈을 품습니다. ‘이상주의’라면 ‘꿈바라기’라 할 만하고, ‘현실주의’라면 ‘삶바라기’라 할 만해요.


  보기글에서는 ‘이상주의적 환상’이라고 나옵니다. 뜻과 느낌을 곰곰이 살피면 ‘이상’과 ‘환상’은 같은 말입니다. 두 가지 모두 아직 삶에서 이루지 못한 생각을 가리키거든요.


  이 자리에서 ‘이상주의’를 그대로 두고 싶다면 “이상주의 같은 생각에 머무르고”로 손봅니다. “이상주의에 머무르고”로 손보아도 잘 어울립니다. 이렇게 손보아도 뜻이나 느낌을 짚기 어렵다면 ‘꿈’이라는 낱말을 알맞게 넣어 손질해 줍니다. 4347.4.1.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책에 나오는 나라가 그 무엇보다 현실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살갗으로 느끼지 않고서야 이 현실은 어디까지나 꿈 같은 생각에 머무르고 만다

“책 속의 세상(世上)”은 “책에 나오는 세상”이나 “책에 나오는 나라”로 손보고, “감각(感覺)을 통(通)하지 않고서야”는 “감각을 거치지 않고서야”나 “느낌을 거치지 않고서야”나 “느끼지 않고서야”나 “살갗으로 느끼지 않고서야”로 손봅니다. ‘환상(幻想)’이나 ‘현실(現實)’은 그대로 두어도 되고, ‘꿈’으로 손질하거나 ‘삶’이나 ‘우리 모습’으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말 것이다”는 “만다”나 “말기 마련이다”로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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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뉴욕
E. B. 화이트 지음, 권상미 옮김 / 숲속여우비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책읽기 삶읽기 159

 


작은 책에서 숨쉬는 ‘마을’
― 여기, 뉴욕
 엘윈 브룩스 화이트 글
 권상미 옮김
 숲속여우비 펴냄, 2014.3.17.

 


  봄이 되니 문을 활짝 열고 지냅니다. 겨울 끝자락까지 방문을 꼭꼭 닫으며 찬바람을 막아야 했으나, 봄부터 문을 모두 열고 햇빛을 받아들이고 햇볕을 맞이합니다. 문을 활짝 열고 지내니 낮이 한결 환할 뿐 아니라, 우리 집 둘레를 날아다니는 새들이 들려주는 노래를 한결 또렷하게 듣습니다. 꽤 멀리 떨어진 들에서 깨어난 개구리가 들려주는 봄노래도 들어요.


  따사로운 봄이기에 아이들은 하루 내내 마당에서 뛰놉니다. 마당에서 뛰놀다가 슬그머니 대문을 열고 바깥마실을 합니다. 마을 샘터를 다녀온다든지, 마을 샘터에서 물을 옴팡 뒤집어쓰면서 논다든지, 이웃집을 기웃거린다든지 하며 놀아요.


  아이들한테 우리 마을은 마을이면서 놀이터요 삶터입니다. 아이들한테 우리 집은 집이면서 마을이고 놀이터요 삶터입니다. 아이들한테 먼 이웃 고을이나 고장도 놀이터이고 삶터가 됩니다. 아이들한테 이웃 다른 나라도 이웃집이나 놀이터나 삶터가 됩니다.


.. 시골에서는 날씨의 변화나 우편물을 받는 일 정도가 고작이지, 갑자기 젊어진 기분을 느낄 일이 드물다. 하지만 뉴욕에서는 그럴 기회가 수없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너무 패기가 넘쳐서 (고향 마을을 등지고) 뉴욕에 산다고들 생각하지만, 어떤 이들은 그런 패기가 부족해서 여기에 산다. 뉴욕에서는 보호받는 느낌을, 또는 그게 아니어도 쉽게 다른 대용물을 찾을 수 있으니까 … 통근자들은 이 도시에 밀물과 썰물 같은 출퇴근의 번잡함을 주고, 본토박이들은 도시에 견고함과 연속성을 부여하지만, 정착민들은 도시에 열정을 불어넣는다 ..  (28, 29쪽)


  매화꽃이 모두 집니다. 매화꽃이 진 자리에는 꽃받침이 남습니다. 꽃받침이 천천히 시들면서 씨방이 굵겠지요. 머잖아 매화열매가 맺히리라 생각해요. 우리 집 매화나무 옆에는 감나무가 두 그루 있고, 감나무 한 그루 옆에는 무화과나무가 함께 자라며, 다른 감나무 옆에는 후박나무가 나란히 자라요. 처음부터 무화과나무와 후박나무가 감나무랑 얽히지 않았을 테지만, 새가 날라다 준 씨앗으로 마침 그 자리에서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뻗었지 싶습니다. 뒤곁 감나무와 후박나무 바로 앞에는 갯기름나물이 자랍니다. 해마다 조금씩 퍼집니다. 해마다 몇 잎만 톡톡 끊어서 먹습니다. 더 많이 퍼지면 실컷 즐기고 싶습니다.


  어제는 겨우내 마당에 쌓아 둔 쑥대와 가랑잎을 뒤꼍으로 치웁니다. 겨우내 눈비를 맞은 쑥대는 알맞게 삭은 내음이 납니다. 지난해에 뒤꼍에 심은 복숭아나무와 살구나무 곁에 쑥대를 놓습니다. 알맞게 삭아 흙이 되는 가랑잎도 나무 둘레에 흩뿌립니다. 풀잎과 나뭇잎은 한 해 사이에 이렇게 삭으며 흙이 되는구나 하고 새롭게 깨닫습니다.


  숲에 깃들면 숲내음이 좋은 까닭도 해마다 풀잎과 가랑잎이 새롭게 흙으로 태어나면서 검고 보들보들한 빛이 환하기 때문이겠지요. 사람들이 가꾸는 들도 풀잎과 나뭇잎이 스스로 삭도록 더 마음을 기울이면 한결 기름지고 좋은 흙으로 가득하면서 고소한 내음이 퍼질 테고요.


.. 열차 시간에 맞추려면 뉴욕에서 어슬렁거리다가 무언가를 우연히 만날 일이 없다. 이들은 맨해튼의 지갑을 뒤져 돈을 낚아 왔지만, 맨해튼의 숨소리를 들어 본 적도, 맨해튼의 아침을 맞이한 적도, 맨해튼을 품고 잠이 든 적도 없다. 평일 아침이면 대략 40만의 남녀가 지하철과 지하도 출입구에서 쏟아져 나와 이 섬으로 돌진한다. 이들 가운데, 트레이에 책을 쏟아내는 (옛 물레방아처럼 생긴) 도서승강기가 있는 공공도서관 열람실에서, 참나무에 둘러싸여 책장 넘기는 소리만 들리는 근사한 고요 속에 나른한 오휴를 보내 본 사람은 많지 않다 … 맨해튼은 확장할 수 있는 다른 방향이 없기 때문에 하늘로 팽창할 수밖에 없었다 ..  (30, 33쪽)


  오늘 아침에 올들어 첫 거미줄을 봅니다. 나뭇가지나 전깃줄 사이로 집을 짓는 거미는 오늘 처음 보았어요. 풀거미는 한 달쯤 앞서부터 보았어요. 풀거미는 옆밭이나 마당이나 뒤꼍에서 풀을 뜯는 동안 자주 보았습니다.


  뒤꼍에 깔린 큰돌을 옮기려고 들었더니 큰돌 밑에서 개미가 와글와글 움직여요. 아차, 개미들이 큰돌 밑에 집을 지어서 살았구나 하고 느끼며 미안합니다. 그렇다고 이 큰돌을 다시 그 자리로 놓지 못합니다. 옮겨야 하기 때문입니다. 개미들아, 너희들은 너희 나름대로 너희 집을 잘 건사할 수 있겠니?


  이월 끝무렵이나 삼월 첫무렵에 나비를 보았을 적에는 나비가 너무 일찍 깨어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사월 문턱에 깨어난 온갖 나비를 보면서 이 나비들은 알맞게 잘 깨어났다고 느낍니다. 겨울을 잘 견디고 씩씩하게 깨어난 나비는 새롭게 사랑을 속삭이고는 저희가 좋아하는 나무에 살며시 알을 낳겠지요. 알에서 깬 애벌레는 먼먼 옛날부터 즐기던 나뭇잎을 아삭아삭 갉아먹으면서 푸른 몸을 키울 테고, 멧새는 애벌레를 찾아 나무마다 내려앉아 여기저기 살필 테고요.


  해마다 보아도 질리지 않습니다. 해마다 보면서 새롭습니다. 날마다 마주하는 햇살도 날마다 새삼스럽습니다. 날마다 마시는 바람도 날마다 싱그럽습니다.


.. 도시 안에 도시가 있고 그 안에 또 도시가 있다. 그러므로 뉴욕 어느 곳에 살든 한두 블록 안에서 식료품점, 이발소, 신문가판대, 구두닦이점, 얼음·석탄·장작 지하저장고, 세탁소, 빨래방, 델리, 꽃집, 장의사, 영화관, 라디오수리점, 문구점, 잡화점, 양복점, 약국, 차량정비소, 찻집, 술집, 철물점, 주류판매점, 구두수선점을 찾을 수 있다 … 각 동네에는 있을 건 다 있고 소속감도 아주 커서, 많은 뉴요커들은 시골 마을보다도 더 한정된 작은 지역 안에서 일생을 보낸다. 그들은 자신이 사는 곳 모퉁이에서 두 블록만 걸어가면 모든 것이 낯설어 집에 돌아갈 때까지 불안해 할 것이다 ..  (37∼38, 39쪽)


  엘윈 브룩스 화이트 님이 쓴 짧은 수필 《여기, 뉴욕》(숲속여우비,2014)을 읽습니다. 이 책은 1949년에 미국에서 처음 나왔고, 한국말로는 2014년에 처음 선보이지 싶습니다. 엘윈 브룩스 화이트 님은 이녁이 되돌아보는 미국 뉴욕 이야기를 더 길게 쓸 수 있었을 테지만, 꼭 이만큼 조그맣게 쓸 만하기도 하겠다고 느낍니다. 왜냐하면, 이녁이 바라보는 뉴욕은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뉴욕이 아니라, 큰 뉴욕에 작은 도시가 있고, 작은 도시에 또 작은 도시가 있으며, 또 작은 도시 사이에 수없이 작은 마을이 서로 어깨동무하면서 모인 삶터이거든요.


  작은 책에서 숨쉬는 ‘마을’ 이야기입니다. 작은 책으로 들려주는 ‘마을’ 노래입니다.


.. 이 도시는 관대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증오와 적의와 편견이라는 방사능 구름으로 폭발할 수도 있다 … 뉴욕이 가까워지는 웨스트사이드 도로에서 운전자는 무아지경에 빠지게 된다. 마치 물레방아에 끼어 어쩔 수 없이 돌아가는 나무조각처럼, 뒤에서 몰아대고 양쪽에서 꼼짝 못하게 해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극도의 긴장 상태에 놓이는 것이다 … 이전의 덜 복작거리던 시절과 비교하면 뉴욕은 불쾌하고 불편하다. 하지만 뉴요커들은 기질적으로 편안하고 편리한 것을 갈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다른 곳에 살 테니까 ..  (50∼51, 56, 57쪽)


  《여기, 뉴욕》과 같이 ‘여기, 서울’을 누군가 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나라 골골샅샅 저마다 새로운 빛과 넋을 담아 ‘여기, 이곳’을 쓸 수 있어요. 1980년대 첫머리에 태어난 《한국의 발견》은 1980년대 눈썰미로 바라본 이 나라 이야기예요. 다만, 《한국의 발견》은 이 나라 모든 시와 군 발자취와 모습을 골고루 담으려 하면서 ‘여기, 이곳’ 이야기보다는 문화와 역사와 경제 이야기로 기울어집니다. 문화도 역사도 경제도 모두 우리 삶인 줄 헤아린다면, 우리들이 저마다 살아가는 마을 이야기를 조촐하게 적바림하면서 조그마한 책으로 꾸미면 재미있으리라 느껴요. 서울사람은 부산사람 이야기를 듣고, 밀양사람은 장흥사람 이야기를 들으며, 강릉사람은 연천사람 이야기를 들으면서, 서로서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면 아름다우리라 봅니다. 오늘 여기 이곳에서 누리는 삶을 어깨동무하면서 나눈다면 어디에서나 평화와 민주와 자유가 살가이 춤추도록 북돋울 수 있지 싶어요.


  나는 《여기, 뉴욕》을 읽으며 우리가 한국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함께 느꼈습니다. 4347.4.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문학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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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는 아무것도 버리지 않는다. 아이는 아무것도 모으지 않는다. 아이한테는 어느 것도 쓸모없지 않다. 아이는 어디에서나 쓸모를 찾는다. 아이는 무엇이든 놀잇감으로 삼는다. 아이는 제가 본 모두 마음속에 담는다. 아이한테는 무엇에나 제 이야기를 담고, 아이는 언제나 제 삶을 살포시 얹는다. 아이한테 ‘추억상자’나 ‘보관상자’가 있으면 날마다 차곡차곡 이것저것 채운다. 날마다 이것을 만지고 저것을 마주하면서 새롭게 이야기가 생기니까. 돌멩이 하나에서도 이야기를 느끼고, 종이조각 하나에서도 삶을 떠올린다. 그림책 《엄마와 나의 소중한 보물》은 아이가 스스로 어떤 이야기를 엮으면서 제 삶을 ‘역사’로 가꾸는가를 따사롭게 보여준다. 아이가 하나하나 제 이야기를 들려주니, 어머니도 나중에는 ‘어머니대로 안 버리고 모은 것’을 아이한테 보여준다. 두 사람한테 보물이 되는 것이란 돈이 될 만한 것이 아니다. 서로를 애틋하게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묻어난 아주 조그마한 것이다. 4347.4.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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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나의 소중한 보물
사이토우 에미 글, 카리노 후키코 그림, 사과나무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00년 4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2014년 04월 01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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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손님 기다리기

 


  전남 신안군청에서 전화 한 통 온다. 신안군에서 폐교에 도서관을 만드는 일을 벌이려 한다면서, 나한테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한다. 이튿날 바로 우리 사진책도서관으로 찾아오겠다고 한다. 전화를 끊고 나서 길그림을 펼친다. 신안군부터 고흥군까지 얼마나 멀까 헤아려 본다. 인터넷을 켜고 신안군청이라든지 신안섬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그동안 몰랐는데, 신안섬을 잇는 다리가 꽤 많이 놓였고, 앞으로도 새 다리를 더 놓는다고 한다. 그러면 앞으로 신안은 섬이 아닌 뭍이 되는 셈일까. 이러구러 무엇보다 신안군에서 고흥군까지 찾아온다는 분들 발걸음을 기다린다. 가슴 한켠이 살짝 설레기도 한다. 참말 애써서 무언가 하려는 움직임이 되겠다고 느낀다. 즐겁게 애쓰고 아름답게 힘쓰는 이웃을 만나면 나도 즐거우면서 반갑다.


  우리 식구 살아가는 고흥군은 어떤가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본다. 고흥군에서는 얼마 앞서 광주광역시에 국립공원 바닷가 땅을 주민 의견을 깔아뭉갠 채 강제수용을 해서 팔아치웠다. 다른 광역시에도 또 땅을 팔아치우려 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자꾸 국립공원을 해제할 뿐 아니라, 시멘트 공사를 그치지 않는다. 공장도 골프장도 고속도로도 위해시설도 없어 고흥이라는 곳으로 뿌리를 내려 살아가려는 마음인데, 막상 고흥군에서는 이것저것 끌어들이지 못해 안달이 난 정책과 행정만 춤을 춘다. 올해 군수 선거에서도 이런 모습은 달라질 낌새를 안 보인다. 마을 어르신들은 군청에서 빚을 들여 마을회관 새로 지어 주면 좋아라 할 뿐이다. 도시는 도시대로 치닫고 시골은 시골대로 내달린다. 우리는 이 나라에서 무엇이 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아이들은 아침부터 쉬잖고 뛰놀며 무척 지쳤는데 낮잠도 저녁잠도 아직 안 자려고 한다. 참 시골아이답다. 4347.3.3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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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1] 내림종이

 


  곁님과 함께 읍내 가게에 갑니다. 곁님이 읍내 가게 일꾼한테 ‘커피 필터’ 있느냐고 묻습니다. 읍내 가게 일꾼은 ‘여과지’가 이쪽에 있다고 말합니다. 한 사람은 끝까지 ‘필터’라 말하고, 다른 한 사람은 끝까지 ‘여과지’라 말합니다. 뒤에서 듣던 나는 ‘내림종이’라는 낱말이 떠오릅니다. 나는 커피를 안 마시기에 ‘커피를 내려서 먹는 사람’이 어떤 종이를 쓰는지 모릅니다. 다만, 커피를 내려서 마신다고 하면 ‘내림종이’를 쓰겠거니 생각합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커피를 내릴 적에 쓰는 종이는 따로 ‘거름종이’라는 이름으로 가리킨다고 해요.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거르니까 거름종이입니다. 그리고, 내리니까 내림종이예요. 두 가지 이름을 함께 쓸 만합니다. 한국말사전을 살피면 ‘거름종이’라는 낱말이 실려요. ‘내림종이’라는 낱말은 안 실립니다. ‘여과지’는 ‘거름종이’로 고쳐서 쓰라고 나오고, ‘필터’는 ‘여과지’로 고쳐서 쓰라고 나옵니다. 4347.3.3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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