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퍼센트

 

 

  고흥에서 신안으로 온다. 신안에서 다리를 건너 목포에서 하룻밤 묵는다. 여관에서 씻고 빨래를 한 뒤 책을 조금 넘기다가 텔레비전을 켠다. 우리 집에는 텔레비전이 없으니 다른 데에서도 텔레비전을 볼 일은 없지만, 어떤 이야기가 흐르는가 한번 살펴보고 싶다. 주룩주룩 화면을 넘기다가 43퍼센트를 깎아 줄 테니 너도나도 장만하라고 하는 어느 책 광고가 나온다.

 

  얼마 앞서 도서정가제 문제를 이렁저렁 합의를 하지 않았을까? 홈쇼핑에서는 따지거나 살필 까닭이 없을까? 스무 권으로 마무리를 지었다는 조선왕조실록 이야기를 다룬 만화책을 자그마치 43퍼센트로 에누리를 해 주면서 무이자 카드결제를 해 준다고 한다.

 

  그 만화책이 홈쇼핑에 나와서 43퍼센트 에누리를 받아야만 팔릴 만한 책인지 궁금하다. 그 만화책이 이렇게 후려치기 에누리 장사로 널리 보급해야 할 책인지 궁금하다. 널리 보급하여 읽을 책이라면 후려치기 43퍼센트가 아니라 온돈을 치러 두루 읽고 사랑할 책이 아닐는지 궁금하다.

 

  여관 텔레비전 화면을 넘긴다. 4347.4.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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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는 그림책 - 태어나서 세 돌까지 책읽는 아기
박은영 지음 / 청출판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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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69

 


함께 읽어 즐거운 그림책
― 시작하는 그림책
 박은영 글
 청출판 펴냄, 2013.4.11.

 


  둘레에 시집장가를 가는 이웃이나 동무가 있으면 으레 그림책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둘레에 교사로 일하는 이웃이나 동무가 꽤 있었기에 이들한테는 동화책이나 동시집을 선물해 주곤 했습니다. 책선물을 얼마나 반겼는지 알 길이 없고, ‘다 큰 어른’이라는 이한테 내미는 그림책이나 동화책이나 동시집을 얼마나 달가이 받아들였는지 잘 모릅니다. 다만, 이런 책을 선물할 적에 늘 한 마디를 붙였어요. 나중에 아이를 낳아서 함께 살아갈 생각이 있으면 그때 가서 그림책이나 어린이책 살핀다고 애쓰지 말고, 이제부터 차근차근 그림책을 사귀고 어린이책을 좋아해 주기를 바랐어요. 교사가 되려는 후배한테는 교사법이나 교수법이나 교과서 진도 나가는 지식만 배우지 말고, 그림책과 동화책도 바지런히 읽으면서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삶’도 헤아려 주기를 바랐습니다.


  어릴 적부터 아름다운 어린이책을 만난 사람은 어른이 되어 교사가 되어도 아름다운 어린이책을 아끼면서 아이들한테 아름다운 어린이책을 읽히거나 들려줍니다. 어릴 적부터 아름다운 어린이책을 만나지 못한 채 어른이 되거나 교사가 된 이들은 교사 자리에 서더라도 아이들한테 어떤 책을 읽히면 즐거울는지 알지 못합니다. 이런 기관과 저런 단체에서 추천하거나 권장하는 책은 장만해서 독후감 쓰기를 시킬 수는 있겠지만, 아이들마다 다 다른 넋과 숨결을 깊고 넓게 돌아보는 눈썰미가 없기 마련이에요.


.. 부모의 관심사는 오로지 독서 그 자체에만 놓여 있으니 정작 아이는 책 읽어 주기로부터 소외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지요. 쓸쓸한 아이가 즐거이 책을 읽을 까닭이 없습니다 … 이유식을 만들어 먹일 때에도 깨끗하게 세탁한 옷을 입힐 때에도 아이에 대한 사랑은 바탕처럼 깔려 있지 않은가요 … 아기들을 위한 책 읽어 주기의 목적은 마땅히 대화, 소통, 교감에 있어야 합니다 ..  (4, 16, 18쪽)


  아기는 어머니가 낳습니다. 아기를 낳은 어머니는 으레 아기와 오래도록 살가이 지냅니다. 어머니 자리에 서는 사람은 아기를 낳아 돌보는 한때를 누리기에, 아버지 자리에 서는 사람보다 그림책이나 어린이책을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려고 하기 일쑤입니다. 아기는 아버지가 함께 낳습니다. 아기를 함께 낳는 아버지는 으레 ‘앞으로 돈을 더 잘 벌어야겠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아버지 자리에 서면서 회사일이나 가게일을 쉬는 일이란 거의 없고, 아기하고 살가이 지낼 겨를을 좀처럼 마련하지 못합니다. 아기한테 노래를 들려주거나 아이가 차근차근 클 무렵 함께 말놀이를 하고 그림놀이를 하며 들놀이를 하거나 책놀이를 하는 일은 거의 찾아보지 못합니다.


  어른들은 얼마든지 인문책이나 문학책을 읽을 만합니다. 인문책이나 문학책을 읽는 일은 잘못이 아닙니다. 스스로 즐겁다면 인문책이나 문학책을 얼마든지 즐기면서 마음밭을 살찌울 노릇입니다. 그런데, 인문책이나 문학책은 아이들과 함께 읽기 어렵습니다. 인문책이나 문학책을 쓰는 어른은 ‘어른이 읽도록 눈높이를 맞출’ 뿐이에요. 아이와 함께 누리는 책이 아닙니다.


  시집장가를 가지 않든, 아이를 낳지 않든, 우리 둘레에는 늘 아이들이 있어요. 내 아이가 아니라도 이웃 아이가 있으며 동무 아이가 있습니다. 동생이나 언니나 형이나 오빠가 낳은 아이가 있어요. 설이나 한가위에 만나는 가까운 조카가 있습니다. ‘아이키우기’와는 동떨어진 채 살아간다 하더라도 언제나 아이와 만나는 어른입니다. 그러니까, 혼자 살아가는 스무 살 젊은이도 그림책을 읽으면서 ‘아이부터 할매까지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이란 무엇인지를 여느 때에도 살필 수 있으면 한결 아름답습니다. 아이 낳을 생각이 없고 시집장가 갈 마음이 아직 없는 서른 삶 젊은이도 동화책이나 동시집을 읽으면서 ‘아이부터 할배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책’이란 무엇인가를 여느 때에도 헤아릴 수 있으면 한결 사랑스럽습니다.


  조카한테 동화책을 읽어 주거나 동시를 함께 읊는 이모나 삼촌이란 얼마나 멋있을까요. 조카와 그림책을 함께 읽거나 그림놀이를 함께 하는 삼촌이나 고모란 얼마나 예쁠까요.


.. 앵두에게 노래를 불러 줍니다. 앵두를 눕혀 놓고 녀석의 머루알 눈에 제 눈을 맞추고, 손으로는 녀석의 말랑말랑한 몸을 주무르며 입으로는 재미난 노래를 들려주는 것이지요. 그럴 때 앵두는 그 오물입으로 함빡함빡 웃으며 아주 즐거워 하니 … 아빠의 품에 안겨 아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아이는 그 이야기의 맞고 틀림을 따지는 것이 아닌, 아빠가 나와 놀아 주고 있다는 생각만으로 온몸이 그리고 온마음이 따끈따끈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  (37, 85쪽)


  함께 읽어 즐거운 그림책입니다. 함께 들여다보며 아름다운 그림책입니다. 극장에 가거나 미술관에 가야 아름다운 그림을 만나지 않습니다. 값싼 그림책 한 권을 펼치면 극장이 흐르고 미술관이 춤춥니다. 이름난 화가 몇 사람이 그리고 역사와 예술에 남는다는 작품을 표를 끊고 전시관에서 들여다보아야 문화생활이 되지 않습니다. 작은 그림책 한 권을 넘기면 아름다운 역사와 사랑스러운 예술이 따사롭게 빛납니다.


  그림책을 읽는 아이는 숲을 읽습니다. 아파트에서도 숲을 읽고 시골에서도 숲을 읽습니다. 그림책을 즐기는 아이는 하늘숨을 마십니다. 서울에서도 하늘숨을 마시고 고흥에서도 하늘숨을 마십니다. 그림책과 노는 아이는 들놀이로 신납니다. 복닥거리는 부산 산복도로에서도 놀고, 한갓진 신안섬 시골마을에서도 놀아요.


  예부터 아이들은 종이책을 따로 만나지 않았어요. 아이들은 어버이 일을 거들거나 동생을 돌보는 틈틈이 동구 밖에서 놀고 숲정이에서 놀았습니다. 아이들은 물을 긷고 빨래를 거들면서 흙마당에 작대기로 그림을 그리며 놀았습니다. 아이들은 아궁이에 불을 때고 지게를 짊어지고 나뭇짐을 나르면서 꽃놀이를 하고 풀내음을 맡았어요.


  예부터 아이들은 학교를 따로 다니지 않았어요. 아이들은 할매와 할배가 들려주는 옛이야기를 받아먹으면서 삶을 배웠어요. 어머니와 아버지가 저와 동생과 언니를 돌보는 매무새를 살피면서 사랑을 배웠어요. 바느질과 절구질과 방아질을 늘 마주하고 키질과 조리질을 거들면서 살림을 배웠어요.


.. 앵두와 함께 그림책을 본다는 것은 글과 그림을 읽는 것을 넘어서 확장된 이야기를 나누고 때로는 행동으로 표현하는 계기로 삼는다는 뜻을 지닙니다 … 텔레비전의 해악은 단지 여러모로 비교육적인 프로그램에 따른 부정적 영향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프로그램 내용의 질이 어떠하느냐와는 별개로 텔레비전 시청으로 인해 그맘때의 아이들이 충분히 즐겨야 할 지극히 아이다운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서랍을 뒤지고, 소꿉놀이를 하고, 그림을 그리고, 블록을 가지고 놀아야 할 아이가 텔레비전 앞에 넋을 놓고 앉아 있습니다. 집안이, 아니 온 우주가 조용합니다 ..  (95, 120쪽)


  박은영 님이 쓴 《시작하는 그림책》(청출판,2013)을 읽습니다. 둘째 아이를 낳으며 함께 누린 ‘그림책 놀이’ 이야기를 책 한 권으로 그러모읍니다. 둘째 아이와 주고받은 삶과 사랑과 살림이 어떤 노래인가 하고 조곤조곤 들려줍니다.


  아이와 왜 그림책을 읽을까요? 아이한테 왜 그림책을 읽힐까요? 아이하고 함께 즐길 그림책을 어떤 눈썰미로 고를까요? 이웃한테 선물할 만한 그림책을 어떤 마음결로 살필까요?


.. 엄마가 스트레스를 받아 가며 해 줘야 하는 놀이라면 그것이 아이에게 어떤 의미를 갖게 될는지 상당히 회의적이 될 수밖에 없거든요.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제가 큰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읽고 그림책 놀이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그것이 제 적성과도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입니다 … 사와 내밀한 만남을 가지지 못한 아이가, 시와 그 시가 가진 다양한 미덕을 자발적으로 즐길 수 있는 어른이 될 수 있을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요 ..  (191, 213쪽)


  《시작하는 그림책》을 읽는대서 그림책을 모두 잘 알 수는 없습니다. 《시작하는 그림책》은 책이름 그대로 ‘그림책으로 나아가는 삶놀이를 여는 첫걸음’입니다. 아이와 함께 그림책으로 놀고 노래하며 사랑하는 이야기를 살포시 건드립니다.


  언제나 놀이가 먼저인걸요. 아이한테 학습이나 교육을 시킬 수 없어요. 언제나 놀이가 즐거운걸요. 아이한테 학습이나 교육이 즐거울 수 없어요. 밥을 짓거나 빨래를 할 적에도 즐거울 노릇이에요. 아이들을 씻기거나 함께 씻을 적에도 즐겁게 웃으면서 노래할 노릇이에요. 아이 손을 맞잡고 저자마실을 다니거나 이웃마실을 갈 적에도 까르르 노래하고 춤출 노릇이에요.


  책마다 온누리 넋이 감돕니다. 책에는 지구별 숨결이 깃듭니다. 그림책 한 권을 손에 쥐면서 파르르 떠는 기쁜 설렘은 아이한테 고스란히 이어집니다. 동화책과 동시집을 펼치면서 빙그레 짓는 웃음은 아이 마음자리에 사랑씨앗으로 한 톨 두 톨 스밉니다.


  어떤 그림책을 골라야 하는가는 대수롭지 않습니다. 이 그림책도 살피고 저 그림책도 읽어요. 아이와 함께 책방마실을 해요. 아이가 스스로 눈여겨보는 그림을 돌아보고, 어버이가 스스로 손을 뻗으며 아낄 만한 그림을 둘러보아요. ‘그림책 추천 도서목록’으로도 두툼한 책 한 권이 될 만해요. 그러니, 추천 도서목록에는 마음을 기울이지 마셔요. 전문가 서평이나 비평은 즐겁게 읽고 내려놓아요. 다 다른 아이들은 다 다른 고장에서 다 다른 보금자리를 누리면서 다 다른 사랑을 다 다른 어버이한테서 물려받아요. 우리가 우리 아이한테 스스로 물려줄 사랑을 어떤 그림책과 함께 빛낼까를 생각해요. 그러면, 《시작하는 그림책》에서 속삭이는 이야기를 한껏 신나게 받아먹을 수 있으리라 느껴요.


  아이한테는 놀이가 삶입니다. 놀이가 삶인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서 일을 놀이처럼 기쁘게 맞이해서 삶으로 곱게 삭힙니다. 아이는 어떤 놀이이든 스스로 빚을 줄 압니다. 아이를 믿고 보살피면서, 어버이는 어떤 삶을 어떤 놀이로 빛내는가 곰곰이 짚어요. 아이도 어른도 삶은 놀이입니다. 아이도 어른도 삶은 사랑입니다. 그림책은 늘 우리한테 삶과 사랑을 속삭여요. 그림책은 언제나 우리한테 꿈과 빛을 노래해요. 4347.4.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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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01 14: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4-02 0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괜히 아이들한테 뿔을 낸 날

 


  괜히 아이들한테 뿔을 낸 날. 뿔을 내고 0.1초도 되지 않아 고개를 폭 꺾는다. 왜 뿔을 냈을까. 아이들 때문에 뿔을 내지 않는다. 나한테 찾아온 일 때문에 뿔을 낸다. 날이 가고 달이 가도 내가 하는 일이 제대로 드리우지 못할 적에 괜히 뿔을 낸다. 그렇지만, 그동안 내가 걷는 이 길을 슬기롭고 즐겁게 돌아본 이웃들이 무척 많이 늘지 않았나? 모든 사람이 내 이웃이 될 수는 없지 않나?


  그러나, 나는 생각한다. 모든 사람을 이웃으로 삼고 싶은 꿈을 저버리지 못한다. 지구별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모두 이웃이라는 생각을 내려놓고 싶지 않다. 한국에서 한국말을 쓰는 모든 이가 이웃이요 동무라는 마음을 등지고 싶지 않다.


  한국사람이면서 한국말을 슬기롭고 즐겁게 깨닫지 못하거나 살피지 않을 적에는 얼마나 한국사람다울까. 지구별에서 함께 살아가면서 지구사람인 줄 슬기롭고 즐겁게 깨우치지 못하거나 돌아보지 않을 적에는 얼마나 지구사람다울까.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로서 어버이다운 길과 빛을 느끼려 하지 않으면 얼마나 즐겁거나 아름다울까.


  우리 겨레가 ‘일제 식민지를 겪을 만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오늘날 이 나라 모습은 일제 식민지 찌꺼기나 꺼풀을 벗어던지며 스스로 홀가분하고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럽게 살아가는 길하고는 참 멀다. 이 나라는 아직도 일본 식민지이고 미국 식민지이지 않나? 둘레에서는 자꾸 우리 집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라는 둥 유치원에 넣으라는 둥 떠든다. 보내고 싶으면 이녁 아이를 보낼 노릇이다. 보내고 싶으면 이녁이 아이를 낳아 학교에 보낼 노릇이다. 학교가 학교다운 모습이어야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지 않겠는가. 고흥군 행정은 어제나 오늘이나 뻘짓을 그치지 않는데, 이를 옳게 깨닫거나 알아차리는 고흥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리송하다. 다들 참 바쁘다. 4347.4.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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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군내버스 007. 오취포구 버스터

 


  예전에는 섬이었지만, 섬과 뭍을 잇는 둑길이 놓인 오취마을 끝자락에 군내버스 서는 터가 있다. 군내버스는 이곳까지 들어와서 선 뒤 돌아서 나온다. 하루에 몇 대 드나들지 않는 버스이지만, 지난날에는 배를 타고 뭍으로 나가야 했고, 이제는 둑길을 달리는 버스가 있다. 마을사람도 군내버스 일꾼도 바다내음과 바다노래를 받으면서 어울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고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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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순이 17. 풀밭에서 자전거 끌기 (2014.3.26.)

 


  네 살 산들보라는 자전거를 탈 생각을 안 한다. 끌고 다니기를 좋아한다. 게다가 비알진 풀밭으로도 자전거를 끌고 올라간다. 넌 어쩜 그런 생각을 다 하면서 노니? 산들보라한테 말한다. “보라야, 밟는 자리만 밟고 다른 자리는 우리가 먹는 풀이니까 밟지 말렴. 자전거로 먹는 풀을 밟으면 풀도 아야 하고 우리가 이 풀을 못 먹어.” 이렇게 말하면 그때그때 “응.” 하고 말하지만, 안 보면 또 풀밭을 밟으면서 논다. 흙과 풀을 밟을 적에 한결 느낌이 싱그러우면서 좋으리라. 그러니 자꾸 밟겠지. 물끄러미 지켜보니, 비알진 곳에 자전거를 끌고 올라갔다가 내려오자니 그만 미끄러져 고꾸라진다. 저런, 하고 생각하면서 기다린다. 울지 않는다. 혼자 씩씩하게 일어나서 옷을 턴다. 그러고는 돌돌돌 세발자전거를 굴리며 내려온다. 너는 아주 멋진 자전거돌이로구나.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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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4-04-01 13:52   좋아요 0 | URL
넘어져도 울지도 않는 산들보라~ 너무 기특하고 예쁩니다!!!^^

파란놀 2014-04-02 00:43   좋아요 0 | URL
애틋하며 사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