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잎에 매화꽃잎 하얗게

 


  뒤꼍 매화나무에 꽃이 모두 진다. 하야말갛게 피어나던 꽃잔치는 꿈인 듯 조용하다. 그러나, 꽃받침만 빨갛게 남아 새로운 빛이 된다. 새로운 빛은 머잖아 푸른 잎사귀로 덮일 테며, 푸른 잎사귀마다 사이에 푸른 알을 조그맣게 품고는 찬찬히 굵게 돌보겠지.


  바람 따라 매화꽃잎이 우수수 떨어지면서 나무 둘레 쑥밭을 덮는다. 해마다 검은 빛이 짙게 돌면서 살아나는 흙땅에서 씩씩하게 올라오는 푸른 쑥잎에 하얀 꽃잎이 내려앉는다. 살짝 쑥잎에 앉아서 쉬는구나. 살며시 쑥잎 품에 안겨서 노는구나. 흙은 가랑잎뿐 아니라 꽃잎을 받아들여 고운 내음이 퍼진다. 흙은 온갖 풀과 나무가 어울려 자라는 터가 되면서 맑은 숨결을 베푼다. 4347.4.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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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꼍에서 복숭아꽃 만나기

 


  나무를 심어 한 해가 지난 뒤에 꽃을 본다. 씨앗으로 키웠으면 한 해만에 꽃을 볼 수는 없다. 어느 만큼 자란 조그마한 나무를 읍내 저잣거리에서 장만해서 옆밭과 뒤꼍에 심었는데, 가느다란 줄기에서 뻗은 가느다란 가지에 꽃망울이 맺히더니 곱다시 꽃잎을 벌린다. 위쪽과 아래쪽에서 피어나는 꽃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어린나무에 맺힌 꽃이기에 우리 집 어린 아이들도 꽃을 눈높이로 바라볼 수 있다. 집에서 키우는 나무가 있으면,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나무꽃을 이렇게 만날 수 있네. 아이들과 씨앗을 심거나 어린나무를 옮겨심는 일이란 얼마나 대단하며 아름다운가 하고 새삼스레 돌아본다. 아이들 손길과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무럭무럭 크기를 바란다. 우리 집 뒤꼍을 환하게 빛낼 우람한 나무로 자라기를 바란다. 4347.4.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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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4-04 06:35   좋아요 0 | URL
아, 복숭아꽃이 이렇게 가지에 바짝 붙어서 피었네요~?^^
어여쁘고 신기합니다~~

파란놀 2014-04-04 08:31   좋아요 0 | URL
우리 집 나무이기에
바짝 다가서서 찍을 수 있어요.
게다가 아직 키도 작으니
더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는데
제 새끼손가락보다 굵지 않은 줄기에서
가지가 뻗고 꽃이 피면서
꽃내음을 물씬 퍼뜨려요~
 

둘이 걷는 길

 


  언제나 큰아이가 앞장서서 걷는다. 작은아이는 늘 뒤에서 따라온다. 언제나 큰아이가 앞길을 연다. 작은아이는 늘 뒤에서 느긋하게 놀면서 따라간다. 큰아이는 새로운 것을 맨 먼저 느끼거나 살핀다. 작은아이는 새로운 것을 누나와 함께 빙그레 웃으며 맛본다. 두 아이가 걷는 길은 두 아이가 저마다 다른 눈빛과 눈썰미로 삶을 사랑하는 길이 되리라 본다. 아이들이 걷는 길은 어버이와 함께 서로 아끼고 보듬는 따사로운 손길과 살내음으로 삶을 노래하는 길이 될 테지. 4347.4.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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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35. 2014.3.29. 우리 둘레는 꽃밭

 


  올망졸망한 꽃을 달고 잎사귀가 짙붉은 봄꽃이 무리지어 피어난다. 봄꽃은 차근차근 잔치를 이루듯이 피어난다. 냉이꽃과 별꽃이 꽃잔치를 이루다가 봄까지꽃이 꽃잔치를 이루던 자리에 어느새 새로운 봄꽃이 꽃잔치이다. 이 꽃을 가리켜 ‘자주광대나물’이라는 학술이름이 있으나 아무래도 맞갖지 않다. 시골이름은 ‘코딱지나물’이요, 꽃이 다닥다닥 맺히니 ‘다닥코딱지나물’이라는 이름을 붙여야 어울리리라 느낀다. 아무튼, 이름이야 어떻게 붙이든 대수롭지 않다. 아이들과 함께 봄꽃내음을 맡으며 시골살이를 누리니 즐겁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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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41. 봄이 무르익는 집 2014.3.29.

 


  봄비가 내리는 삼월 막바지는 봄이 물씬물씬 피어나는 빛이다. 마늘을 심은 논은 마늘잎으로 푸르고, 아무것도 안 심어 묵은 논에는 갈대와 부들이 누렇게 맑으며, 경관사업을 하는 논은 유채꽃으로 노랗다. 비구름이 멧자락에 낮게 깔린다. 빗소리 가득한 길을 아이들과 걷는다. 봄이 무르익는 집에서 시골빛을 노래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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