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65. 2014.4.1.

 


  꽃밥을 먹는다. 아니, 풀밥을 먹지. 지난해 시월을 끝으로 새봄을 기다리던 돌나물을 드디어 뜯어서 풀밥을 먹는다. 통통하게 물이 오르기를 한참 기다렸다. 군침이 돌아도 입맛만 다시면서 더 올라오도록 기다렸다. 물이 한껏 오른 돌나물은 조그맣게 꽃망울을 맺으려 한다. 쑥처럼 쑥쑥 올라온 돌나물에 돌나물꽃 피기까지 얼마 안 남았다. 꽃이 피어도 먹고, 꽃이 져도 먹는다. 꽃이 피려고 할 적에도 먹고, 언제나 즐겁게 톡톡 끊어서 먹는다. 돌나물과 함께 부추도 비로소 끊어서 먹는다. 겨울을 나고 봄을 맞이한 싱그러운 풀내음이 온 집안에 감돈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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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4-04 06:17   좋아요 0 | URL
오~정말 봄기운이 활짝 피어나는 꽃밥이네요~
보기만 해도 싱그럽습니다~*^^*

파란놀 2014-04-04 08:29   좋아요 0 | URL
집에서 돋는 나물은
그야말로 아삭아삭 소리부터 고우면서
아주 맛있어요~

봄에는 손님들 누구라도
참말 맛난 봄맛을 나눌 수 있답니다~

후애(厚愛) 2014-04-04 13:20   좋아요 0 | URL
무척 맛 있어 보이는 꽃밥입니다.^^
시장에 가면 봄나물이 많이 나와서 이제 봄이구나 하는데 날씨가 더울 땐 벌써 여름인가 합니다.ㅎㅎ

파란놀 2014-04-05 06:17   좋아요 0 | URL
맛나고 싱그러운 봄나물과 함께
고운 봄빛을 몸에도 듬뿍 담아 보셔요~
 

사진과 함께 39. 밝은 하루를 느끼며

 


  밝은 아침을 느끼면서 하루를 열면 밝은 기운이 마음과 몸에 그득하게 퍼집니다. 날마다 똑같다 싶은 하루가 되풀이된다고 여기면서 아침을 맞이하면 찌뿌둥한 기운이 마음과 몸에 가득 깃듭니다.


  해마다 찾아오는 봄이고 여름이며 가을이요 겨울입니다. 섣달이 저물고 설을 맞이할 적에 한 살을 더 먹는구나 하고 여길 수 있지만, 섣달이 지나고 설을 맞이하면 곧 봄이 찾아오면서 봄꽃잔치 이루겠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따순 봄이라 하더라도 햇볕을 쬘 수 없는 건물에서 일하느라 봄볕을 못 느낄 수 있고, 따순 봄이기에 즐겁게 햇볕을 쬐면서 흙을 만지거나 풀을 뜯을 수 있습니다.


  마음을 어떻게 품느냐에 따라 삶이 다릅니다. 도시 한복판에 살림집이 있어 언제나 매캐한 배기가스에 숨막힌다고 여길 수 있어요. 사람이 너무 많아 복닥거리거나 치이느라 고단하다고 여길 수 있어요. 이와 달리, 도시 한복판에서도 골목동네에 깃들어 지내면서 골목밭을 가꾸거나 골목꽃을 돌볼 수 있습니다. 손바닥만 한 빈터에 씨앗을 심어 스무 해나 서른 해에 걸쳐 감나무를 건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골에서도 흙하고는 동떨어진 채 지낼 수 있겠지요. 마당을 풀밭이나 잔디밭으로 가꿀 수 있는 한편, 마당을 시멘트로 덮어 주차장으로 삼을 수 있어요.


  날마다 동이 틉니다. 동이 트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날마다 고맙다고 인사합니다. 날마다 햇볕이 조금씩 바뀌고 날마다 바람맛 또한 살짝살짝 다르다고 느낍니다. 봄에 새로 돋는 풀을 바라보며 쪼그려앉아 살살 쓰다듬습니다. 봄에는 봄대로 봄풀을 뜯어서 먹을 수 있기에 고맙다고 풀한테 인사하며 톡톡 끊거나 뜯습니다. 여름에는 여름대로 여름풀과 여름열매를 얻고, 가을에는 가을대로 감이며 까마중이며 나락이며 즐겁게 얻을 뿐 아니라, 싱그러운 가을빛이 드리운 들과 숲을 누립니다. 겨울에는 무와 배추와 시래기를 누리면서 차가운 바람과 하얀 눈을 만나요. 달력으로 마주하는 하루가 아닌, 해와 눈비와 바람과 풀빛으로 마주하는 하루입니다.


  겨울이 지나면서 날씨가 포근하니, 아이들과 마당과 평상에서 퍽 오랫동안 놀 수 있습니다. 평상에 종이를 펼쳐 함께 그림을 그립니다. 햇볕도 햇살도 햇빛도 밝구나 하고 느낍니다. 아이들이 느낄 해님은 얼마나 밝을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내 눈망울은 얼마나 밝을까 하고 곱씹어 봅니다.


  밝은 눈길이 되어 밝은 손길로 밝은 사진을 찍자고 생각합니다. 밝은 마음이 되어 밝은 몸으로 밝은 삶을 일구자고 생각합니다. 삶 그대로 빚는 사진이라면,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얼싸안느냐에 따라 삶뿐 아니라 사진이 새롭게 빛날 수 있습니다. 4347.4.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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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순이 8. 이불털기 팡팡 (2014.3.31.)

 


  햇볕이 좋아 이불을 넌다. 다 널고 나서 히유 한숨을 돌리는데, 큰아이가 두 손으로 팡팡 소리를 내며 이불을 털며 논다. 아버지가 이불을 말리고 나서 으레 이불을 턴 뒤 집안으로 들이니, 저도 이불털기를 거들고 싶은가 보다. 힘껏 털어라. 두 손을 갈마들어 팡팡 털어라. 나무작대기를 들어서 털 수도 있어. 네 생각에 따라 슬기롭고 즐겁게 이불털기를 거들어 주렴.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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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4-04 06:30   좋아요 0 | URL
빨간 동백꽃 탐스런 동백나무, 후박나무, 나무평상과 세발자전거.
정말 저 마당 햇볕 아래 이불을 팡팡! 털고 싶습니다~*^^*

파란놀 2014-04-04 08:30   좋아요 0 | URL
그저 바라보기만 할 적에도
하루하루 새삼스레 즐거운 하루로구나 하고 느끼는
요즈음이에요 ^^
 
우동여자 삼양출판사 SC컬렉션
에스토 에무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2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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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331

 


사랑이 피어나는 자리
― 우동여자
 에스토 에무 글·그림
 노미영 옮김
 삼양출판사 펴냄, 2012.6.21.

 


  사랑은 엄청난 자리에서 피어나지 않습니다. 사랑이 피어나는 자리는 아주 수수합니다. 깜짝잔치를 벌여야 사랑이 되지 않습니다. 호텔에 있는 밥집에서 반지를 건네야 사랑이 되지 않습니다. 자가용을 몰거나 아파트 열쇠가 있기에 사랑이 되지 않습니다.


  사랑은 언제나 그저 사랑입니다. 가락국수 한 그릇에서도 사랑은 피어납니다. 그림 한 점 그리는 붓질에서도 사랑은 자랍니다. 사랑은 수수한 자리에서 피어나기에 대단합니다. 사랑은 여느 사람 누구나 아름답게 누리기에 대단하지요. 사랑은 연속극이나 영화가 아닌 우리 삶에서 저마다 다 다른 빛으로 함께하기에 대단해요.


- ‘한창 자랄 나이인 대학생이 매일 점심에 기본우동만 먹는다니 이상하잖아. 돈이 없으면 직접 해 먹어 보렴. 그 편이 더 싸게 먹히거든. 아니면 이 애 혹시, 날 만나기 위해서?’ (8쪽)
- “그쪽은요? 우동 좋아하죠?” “전, 카레가 좋아요.” “아, 그래요? (그럼 학생식당에서 카레 먹으면 되잖아?)” (32∼33쪽)

 

 

 

 

  에스토 에무 님이 그린 만화책 《우동여자》(삼양출판사,2012)를 읽습니다. 만화책 《우동여자》는 대학교 구내식당에서 가락국수(우동)를 말면서 밥벌이를 하는 서른다섯 살 가시내가 나어린 대학생과 만나는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사랑이란 찾아오지 않으리라 여기던 서른다섯 살 가시내한테도 아주 마땅히 사랑이 찾아옵니다. 왜냐하면, 마음속에 사랑씨앗이 있으니까요.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고 그림이 무엇인지 모르는 채 대학교에서 그림을 배우는 나어린 학생한테도 사랑이 찾아와요. 무엇인지 아직 하나도 모르겠으나 즐겁게 노래하면서 꽃피우고픈 사랑을 마음속에 그리기 때문입니다.


- “카레우동인가요?” “네. 그리고.” “네? 뭐 추가주문 하려고요?” “저, 괜찮다면 이름 가르쳐 주세요.” (44쪽)
- “학생이랑 사귄 적 있으세요?” “아무리 좋아도 그건 아니지. 사귄다면 모가지감이야, 그거.” “아, 죄송합니다. 예를 잘못 들었네요. 나이 차를 커버할 수 있냐는 뜻이에요! 몇 살 정도라면 괜찮을까요?” (51쪽)


  가락국수를 함께 먹는 사이여도 사랑입니다. 라면 한 그릇을 나누어 먹는 사이여도 사랑입니다. 스테이크를 썰거나 나물비빔밥을 먹어도 사랑입니다. 아이들 사이에서 복닥이면서 집안일에 치여도 사랑입니다. 도시에서 출퇴근 버스에 시달리더라도 사랑입니다. 시골에서 흙을 만지며 호미질을 하면서도 사랑입니다.


  사랑이라면 언제 어디에서나 사랑입니다. 사랑은 언제 어디에서나 삶에서 피어납니다. 사랑은 언제 어디에서나 마음속에 사랑을 그리는 이들한테 살그마니 찾아옵니다. 즐겁게 그림을 그리면 즐거운 사랑이, 애틋하게 그림을 그리면 애틋한 사랑이, 곱게 그림을 그리면 고운 사랑이 찾아와요.

 

 


- “뭔가 있으면 분명하게 말해 주지 않을래?” (81쪽)
- “그림에 반한 거나 다름없었지. 아, 내가 이런 식으로 보였구나 싶더라구. 정말이지 날아오를 것 같았어.” “자랑하는 건가요?” “하하, 그렇게 들려?” “그럼.” “아, 잠깐, 스톱, 스톱. 치사하게 너만 질문하기야?” (93쪽)


  걱정할 일이란 없습니다. 걱정은 사랑이 아니거든요. 걱정은 걱정을 낳아요. 그리고, 사랑은 사랑을 낳습니다. 사랑을 바란다면 이런 걱정과 저런 걱정은 내려놓아요. 사랑을 바란다면 옷을 더 잘 차려입거나 몸매나 얼굴을 가꾸는 데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아요. 사랑을 바라면 사랑을 가꾸어야지요. 사랑을 속삭이고 싶으면 언제나 사랑을 노래해야지요.


  삶이 사랑스러운 사람은 늘 사랑을 해요. 삶을 사랑스레 노래하는 사람은 언제나 사랑스러운 이웃과 동무를 사귀어요. 바로 이곳에서 오늘부터 사랑을 함께 하기를 빌어요. 4347.4.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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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일기 48] 꽃송이 떨어지는 소리
― 봄이 무르익는 사월

 


  꽃송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습니다. 동백꽃은 송이가 무척 소담스럽도록 커다랗습니다. 동백꽃이 질 적에는 꽃잎이 다 말라서 지지 않습니다. 꽃잎은 아직 멀쩡하더라도 바람에 툭 떨어지고, 바람이 없어도 살그마니 툭 떨어집니다.


  오동나무에서 오동잎이 떨어질 적에도 툭툭 소리를 냅니다. 바깥에 사람이 없는데 갑자기 툭 소리가 자꾸 들리면 오동잎이 지는 소리입니다. 오동나무 곁에서 지낼 적에 이런 소리를 곧잘 들었습니다. 그런데, 오동나무뿐 아니에요. 감나무에서 감잎이 질 적에도 ‘툭’까지는 아니더라도 ‘톡’보다는 살짝 센 소리가 퍼집니다. 후박나무에서 잎이 질 적에도 ‘토옥’ 하고 제법 큰 소리가 나요. 마당 평상에 앉거나 누워서 후박나무 그늘을 누리다가 가끔 후박잎 지는 소리를 듣습니다.

  귀가 밝다면 제비꽃 씨주머니 터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귀를 연다면 부추꽃 씨주머니 터지는 소리도 들을 수 있지요. 귀여겨들으면 민들레나 고들빼기 씨앗이 바람 따라 날아가는 소리를 알아챌 수 있겠지요.


  시골살이란 철 따라 다른 소리를 듣는 나날이라고 봅니다. 시골살이는 달 따라 다른 소리를 맞이하며 즐거운 하루라고 봅니다. 시골살이에서는 날마다 새로 피어나는 소리를 아름다운 노랫가락으로 맞이하는 웃음잔치라고 봅니다.


  스스로 즐거워 노래가 샘솟습니다. 스스로 기쁨에 겨워 노래를 빚습니다. 일을 하면서 일노래요, 놀면서 놀이노래입니다. 소꿉놀이를 하면 소꿉노래이고, 흙을 만지면서 놀면 흙노래가 되어요. 동무끼리 어깨를 겯으며 동무노래를 부릅니다. 시골사람은 시골살이를 시골노래로 즐깁니다. 봄에는 봄노래요, 꽃밭에서 꽃노래입니다. 나무와 함께 나무노래이고, 풀밭에서 풀노래예요. 나물을 뜯는 나물노래이고, 밥을 차리면서 밥노래가 됩니다. 아이들을 재우니 자장노래이고, 숲에 깃들어 숲노래일 테지요.


  삶은 노래일 적에 아름답습니다. 삶에서 노래가 빠지면 웃음이 사라집니다. 웃으며 노래하고 눈물지으며 노래합니다. 아이들은 어버이한테서 노래를 배웁니다. 어른들은 아이를 바라보며 노래를 새록새록 짓습니다. 봄이 무르익는 사월에 동백꽃이 송이째 떨어지는 모습을 툭툭 소리와 함께 누립니다. 4347.4.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고흥 동백마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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