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5] 마늘빵

 


  마늘을 넣어 밥을 지으면 마늘밥이 됩니다. 고구마를 넣어 밥을 지으면 고구마밥이 됩니다. 쑥을 넣으면 쑥밥이요, 팥을 넣으면 팥밭이며, 콩을 넣으면 콩밥입니다. 보리로 지으면 보리밥이고, 쌀로 지으면 쌀밥이에요. 이리하여, 마늘을 써서 빵을 구으면 마늘빵이 될 테지요. 한국사람도 오늘날에는 빵을 널리 먹으니, 마늘로 얼마든지 빵을 구울 만합니다. 영어를 쓰는 나라에서는 ‘마늘’이 아닌 ‘갈릭(garlic)’이라는 낱말을 쓸 테니 ‘갈릭 브레드’라 해요. 한국에서도 ‘마늘빵’과 ‘갈릭 브레드’라는 낱말을 함께 쓰는데, 서양사람으로서는 마땅히 ‘갈릭 브레드’일 테지만, 한국에서는 어떤 이름을 써야 할까 궁금합니다. 우리는 ‘빵’ 아닌 ‘브레드’라고 말해야 할까요. 서양사람은 ‘밥’과 ‘라이스(rice)’ 사이에서 어떤 낱말을 써야 할까요. 4347.4.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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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노래 9. 책순이

 


나는 책순이
옛날부터 내려온 얘기
오늘 내가 지은 얘기
재미있게 담았지.
서로서로 아끼는 노래
다 함께 춤추는 웃음
즐거웁게 실었고.
한 쪽 두 쪽 읽으면서
마음밭 튼튼히 살찌우네.
할머니 슬기를 담은 책.
할아버지 사랑을 실은 책.
모두 고맙고 반갑구나.

 


2014.2.13.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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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못 분도그림우화 20
이반 간체프 / 분도출판사 / 198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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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72

 


보배는 늘 내 곁에 있어요
― 달못
 이반 간체프 글·그림
 이미림 옮김
 분도출판사 펴냄, 1983.8.5.

 


  아침밥을 안칩니다. 밥물이 제법 끓을 무렵 국냄비에 불을 넣습니다. 그릇을 둘 챙겨 마당으로 내려섭니다. 그릇 하나에는 네 식구가 먹을 풀을 뜯습니다. 그릇이 수북합니다. 사월 팔일 아침볕은 곱고, 사월 팔일에 돋는 풀은 싱그러면서 먹음직합니다. 풀을 뜯는 손에 풀물이 들고 풀내음이 뱁니다.


  그릇 하나를 다 채운 뒤, 다른 그릇에는 쑥을 뜯어서 담습니다. 오늘은 신나게 뜯어 볼까 하고 생각합니다. 그릇이 넘칠 듯하면 꾹꾹 누릅니다. 넘치도록 뜯은 쑥을 뜯고 더 뜯습니다. 뒤꼍으로 가서 쑥을 더 뜯습니다. 우리 집 둘레에서 나는 쑥을 골고루 뜯습니다.


  볕이 드는 자리에 따라 쑥빛과 쑥내음이 다릅니다. 볕이 잘 드는 자리라고 쑥이 더 잘 자라지는 않습니다. 그늘진 자리에서는 그늘진 자리대로 쑥이 돋고, 볕바른 자리에서는 볕바른 자리대로 쑥이 돋아요.


.. 높은 산 위, 기암괴석이 얼키설키 어우러진 어느 깊은 골짜기에 못이 하나 있읍니다. 골짜기가 어찌나 깊은지 그 속은 언제나 깜깜한데, 오로지 못만은 환하게 말갛고 못가에 보석들이 반짝입니다 ..  (2쪽)

 


  올들어 첫 쑥버무리를 하기로 합니다. 쑥을 듬뿍 넣은 달걀말이를 할까 생각하다가, 달걀말이는 다음에 하자고 생각합니다. 밀가루 반죽을 하고 쑥을 조금씩 넣다가 나중에는 왕창 넣습니다. 밀가루 반죽은 살짝 묻은 쑥을 미리 달군 냄비에 놓습니다. 지글지글 자글자글. 처음에는 쑥버무리를 자주 뒤집습니다. 이러다가 눌러붙지 않겠다 싶으면 뚜껑을 닫고 다른 풀을 손질합니다. 날로 먹을 풀은 예쁜 그릇에 담아 밥상에 얹습니다. 두 아이가 배고프다고 부릅니다. 미리 썬 오이와 무를 내줍니다. 오이와 무를 얼른 다 먹은 두 아이는 더 달라고 합니다. 이제 그릇에 국을 떠서 두 아이 앞에 놓습니다. 국을 마시는 아이를 바라보며 다른 풀을 밥상에 올립니다. 하나는 그대로 먹고, 하나는 된장으로 비벼서 먹습니다.


  이동안 쑥버무리가 천천히 익습니다. 당근을 동그랗게 썹니다. 쑥버무리 올릴 네모낳고 커다란 접시 둘레에 당근을 올립니다. “냄새 좋아요. 얼른 먹고 싶어요.” 일곱 살 큰아이가 노래합니다. 그래, 그렇게 노래하는 마음에는 맛난 밥이 들어가서 몸을 튼튼하게 살찌우리라 생각한다, 함께 잘 먹자.


  접시를 ⅔쯤 채울 무렵 쑥버무리구이, 또는 쑥버무리튀김을 밥상에 올립니다. 어떤 맛일까? 나도 아직 모릅니다. 올해 처음 마련한 쑥버무리이기에 무척 궁금합니다. 아무튼, 두 아이는 풀이 가득한 밥상맡에서 밥을 잘 먹습니다.


.. 복돌이는 외토리가 되었읍니다. 혼자서 양들을 돌보았읍니다. 그래도 복돌이는 만족해 하며 살았읍니다. 양유가 넉넉히 나므로 치즈를 만들어서 읍내에 나갈 때 내다 팔아 그 돈으로 자기하고 양들이 먹을 소금을 샀읍니다. 절로 열린 능금이랑 배랑 산딸기랑을 따다가 겨울에 먹을 쨈도 고아 놓고, 양파랑 콩이랑 푸성귀는 손수 심었지요 ..  (10쪽)

 


  이반 간체프 님 그림책 《달못》(분도출판사,1983)을 읽습니다. 1983년에 한국말로 나온 작은 그림책인데, 일찌감치 판이 끊어졌습니다. 1983년이면 내가 국민학교 2학년 무렵입니다. 그때에 누군가는 이 멋진 그림책을 사랑스레 누렸겠지요. 1985년이나 1987년에 이 그림책을 알아본 어버이는 이녁 아이한테 이 예쁜 그림책을 즐겁게 읽혔겠지요.


.. 복돌이가 흘낏 뒤돌아보니, 멋지되 큼직한 은빛 여우 한 마리가 있었어요. 여우는 먹을 것이 있으면 좀 주겠느냐고 물었읍니다. 그리고 “그러면 큰 비결을 하나 가르쳐 주지.” 하고 보답을 약속했읍니다. “내가 가진 것은 얼마든지 줄게.” 소년이 말했읍니다. “많지는 않아. 빵 조금하고 치즈하고 그리고 양파 몇 개야.” ..  (14쪽)


  새책방 책꽂이에서 사라진 책이지만, 헌책방 책시렁에서 더러 만납니다. 다만, 판이 끊어진 그림책이니 자주 찾아보거나 쉽게 만나지는 못하리라 생각해요. 나는 이 그림책을 2000년 언저리에 처음 보았습니다. 그때에는 아이가 없이 출판사에서 어린이책 만드는 일을 했어요. 어린이책 만드는 일을 하다 보니 그림책을 눈여겨보았고, 분도출판사에서 펴낸 작은 그림책이 몹시 즐겁다고 느꼈어요.


  열 몇 해 앞서는 그저 ‘좋은 그림책이로구나’ 하고 여겼습니다. 일곱 살 네 살 두 아이와 시골에서 살아가는 오늘날은 새롭게 마주합니다. ‘이 그림책에 담은 넋은 무엇일까’ 하고 돌아봅니다. 그림책 《달못》은 우리한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하고 곱씹습니다.


  달못에서 반짝이는 보배에 눈이 멀어 목숨을 잃은 바보스러운 임금님과 신하들? 달못에서 반짝이는 보배에는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깊은 두멧자락에서 조용히 양을 치면서 숲밥을 먹고 숲노래를 부르는 착한 아이?

 


.. 또 한 번 복돌이는 아름다운 보석을 몇 개 주워 왔읍니다. 그리고 그것을 양마다 하나씩 목고리에 매달아 주었읍니다. 그래서 다시는 양들이 길을 잃지 않을 수 있게 되었지요. 그 빛이 밤에도 양들이 있는 곳을 알려주었거든요. 나머지 보석들은 창틀에다가 얹어 두었읍니다 ..  (26쪽)


  보배는 늘 내 곁에 있어요. 나는 우리 시골집에서 날마다 뜯는 풀이 보배입니다. 마당에서 개구지게 뛰놀다가 대청마루에서 쿵쿵 소리내며 뒹구는 두 아이가 보배입니다. 두 아이를 함께 낳아 사랑하는 곁님이 보배입니다.


  하늘빛이 보배입니다. 싱그러운 물빛이 보배입니다. 꽃내음이 보배입니다. 예쁜 후박나무와 동백나무가 보배입니다. 산뜻한 초피나무와 모과나무가 보배입니다. 모두 보배입니다.


  멧새 노랫소리가 보배이고, 개구리 노래잔치가 보배입니다. 풀벌레 노래빛이 보배요, 아이들을 다독이며 재우는 자장노래가 보배입니다. 모두 보배예요. 언제나 보배입니다. 삶이 보배이고 사랑이 보배예요. 꿈이 보배이고 이야기가 보배입니다. 즐겁게 누리는 사월빛이 해맑습니다. 4347.4.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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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계획서’를 써서 보내기

 


  신안군에서 우리 도서관을 옮길 수 있느냐고 물었다. 쉽게 말할 수 없는 일이라 이레쯤 겨를을 두어 생각하기로 했다. 이제 하루 더 있으면 우리 생각을 말해야 한다. 하루를 앞두고 글을 쓴다. 우리 도서관이 지난 여덟 해 동안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앞으로 기나긴 해 걸어갈 길을 헤아린다.


  신안군청에서 우리 편지를 어떻게 생각할는지 아직 알 수 없다. 모두 받아들여 줄 수 있고, 몇 가지만 받아들일 수 있겠지. 그런데, 큰 줄기에서 우리가 바라는 대목을 이룰 수 없다면, 우리는 도서관을 고흥에서 신안으로 옮길 수 없다. 열 가지를 간추려서 적었는데, 이 이야기들을 즐겁게 받아들여 주기를 빈다. 이 가운데 다섯째 이야기까지는 참말 아주 크다. 4347.4.8.불.ㅎㄲㅅㄱ


 1. 책과 숲이 함께 있는 도서관이 되도록 하고 싶다
 2. 전기와 난방을 자급할 수 있는 도서관이 되도록 하고 싶다
 3. 구조변경이나 시설공사를 할 때에 생태와 환경을 헤아리면 좋겠다
 4. 빽빽한 얼개가 아닌 넉넉하고 여유로운 환경으로 하고 싶다
 5. 수도물 아닌 지하수를 쓰고 싶다
 6. 처음 우리한테 보여준 폐교 자리는 아무래도 어렵다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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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14-04-08 12:19   좋아요 0 | URL
6번이 관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부디 좋은 답신 받으시길 바랍니다.

파란놀 2014-04-08 12:42   좋아요 0 | URL
6번이 그쪽에서는 가장 중요할 테지만
우리한테는 1~5번이 중요하니,
6번이 되어도 1~5번이 안 되면 갈 수 없답니다~ ^^
잘 되겠지요~
 

여러 가지 책이 한 자리에

 


  여러 가지 책이 한 자리에 모인다. 온갖 책이 한 데에 있다. 책은 저마다 다른 곳에서 저마다 다른 사람 손길을 타고 태어나지만, 이 다른 책들은 한 곳에 곱게 모인다.


  책방은 다 다른 책을 그러모아 다 다른 책손한테 빛을 골고루 나누어 준다. 다 다른 책이 모이는 모임터이면서, 다 다른 사람이 빛을 만나도록 하는 만남터인 책방이다. 이런 책이 있고 저런 책이 있다. 들에 이런 풀과 저런 꽃이 피듯이, 책방에 이 책과 저 책이 있다. 숲에 이런 나무와 저런 나무가 자라듯이, 책방에 이 책 저 책 얼크러지면서 무지개빛이 환하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책마다 담았을까. 얼마나 다른 고장에서 얼마나 다른 이야기를 책마다 실었을까. 여러 가지 책이 골고루 모이기에 책방에 싱그러운 바람이 분다. 온갖 책이 두루 꽂히기에 책방에 밝은 햇살이 드리운다.


  책빛은 삶빛 된다. 삶빛은 사랑빛 된다. 사랑빛은 숨빛 된다. 숨빛은 이야기빛 된다. 이야기빛은 사람들 마음을 돌고 돌아 온누리에 꿈빛으로 퍼진다. 4347.4.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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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4-04-08 12:02   좋아요 0 | URL
보는 제 눈이 즐겁습니다~^^
부럽기도 하구요~ ㅋㅋ

파란놀 2014-04-08 12:42   좋아요 0 | URL
알록달록 책빛이 참 곱지요~